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739)
739화 Eleccion y enfoque (5)
2017년 4월 18일. 레스터 LE2 7FL, 잉글랜드. 필버트 웨이. 킹 파워 스타디움(King Power Stadium. Filbert Way. Leicester LE2 7FL, England).
.경기 시작 2시간 전
레스터 0 : 0 아틀레티코
&Match-Up`s Best Eleven(AT/상대팀)
&Tactics(AT/상대팀) : 3-4-2-1/4-2-3-1
GK ? 미겔-앙헬 모야 / GK ? 캐스퍼 슈마이켈
RCB ? 스테판 사비치 / RB ? 대니 심슨
CB ? 디에고 고딘 / CB ? 웨스 모건
LCB ? 호세 히메네스 / CB ? 요한 벤알루안
RWB ? 시메 브르살코 / LB ? 크리스티안 푹스
CM ? 사울 니게스 / CM ? 윌프레드 은디디
CM ? 코케 / CM ? 대니 드링크워터
LWB ? 김다온 / RAM ? 더마레이 그레이
AM ? 앙투안 그리즈만 / CAM ? 리야드 마레즈
AM ? 니콜라스 가이탄 / LAM ? 마크 올브라이턴
ST ? 야닉 카라스코 / ST ? 제이미 바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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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럽 역사상 최초의 챔피언스 리그 8강 홈 경기를 앞두고 킹 파워 스타디움을 찾는 이들의 표정에는 숨길 수 없는 긴장감이 가득했다.
대진이 확정되었을 때부터 쉽지 않은 시리즈를 예상했지만, 마드리드 원정 경기의 결과가 너무나도 처참했기 때문이다.
긍정적인 사고를 지녔거나 그래도 여전히 축구를 즐기는 이들은 레스터 시티를 외치고 있었지만, 어떠한 이는 4시간 뒤의 일을 걱정하고 있었다.
레스터 시티의 서포터 대변인으로 알려진 크리스 오로(Chris O`Rawe) 역시 마찬가지다.
41년 동안 레스터 시티를 응원하며 ‘Boys in Blue’중 하나임을 자청해 온 그에겐,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넘어서기 힘든 상대처럼 느껴졌다.
“마레즈가 완전히 묶였어.”
“그러니까.”
“아틀레티코 같은 팀을 상대할 땐 마레즈가 조금 더 해 줘야 해. 그래야 제이미한테도 기회가 간다고. 미드필드에서 너무 차이가 났어. 오늘은 나아야 할 건데 말이야.”
수많은 국가의 유럽인이 그러하듯, 잉글랜드의 사람들 역시 축구를 자신의 삶(Life)이라 표현한다.
이들에게 축구는 단순한 스포츠가 아닌 하나의 문화이자 삶의 일부분이었고, 나아가 그들이 속한 사회 전체로 연결되어 살아가는 방식을 결정짓기도 한다.
선데이 리그로 알려진 아마추어 축구 문화와 대낮부터 삼삼오오 펍에 모여 전날에 있었던 축구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은, 잉글랜드가 지닌 축구 문화를 단적으로 보여 준다.
그렇기에, 잉글랜드의 팬들은 응원하는 팀의 경기력과 결과에 조금 더 예민한 편이다.
“완전 똥 같은 일주일이었어.”
“누가 아니래. 왜 전에 다스라는 녀석 말해 줬지? 그 인도에서 왔다는 녀석? 나를 볼 때마다 5:0, 5:0 이러면서 놀려 대지 뭐야.”
“그걸 가만히 뒀어?”
“아니면 어쩌라고?! 이번에는 경찰이 봐주지 않을 거라고 했단 말이야! 마음 같아선? 그냥 총으로 쏴 버렸지.”
경기의 내용과 선수 개개인의 컨디션, 그리고 결과로 인한 경기 다음 날의 일상에 이르기까지. 잉글랜드인에게 축구란 주제는 밤새도록 수다를 떨 수 있는 소재였다.
“Hey, Mate!! 버스가 오고 있어!!”
“오-!! 가자!!”
레스터 시티의 선수들을 태운 버스가 킹 파워 스타디움 주변에 모습을 드러내고, 이를 확인한 서포터들은 한쪽으로 우루루 몰려가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클럽의 애칭과 같은 여우들(The Foxes)이라는 애칭을 지닌 레스터의 서포터 그룹은, 대부분이 노동자 계층으로 열정적이면서도 충성스러운 면으로 명성이 드높았다.
과거 하부리그에서 뛰며 생산직에서 근무했던 제이미 바디가 있다는 점 역시, 이들이 레스터에 더욱 열광하는 이유였다.
{“Leicester till I die / 죽는 날까지 레스터!
I’m Leicester till I die / 난 죽는 날까지 레스터!”}
석양이 내려앉기 시작한 초저녁, 킹 파워 스타디움을 채우는 이들의 목소리는 버스가 안쪽으로 사라진 뒤에도 한참 동안이나 이어졌다.
그리고 얼마 뒤.
{“BOOOO-!!!”}
{“너넨 X나 못해!! X나 구리다고!!”}
{“오늘 무사히 걸어서 못 나갈 줄 알아!!”}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선수단을 태운 버스가 모습을 비추자, 막아서는 경찰의 앞에서 손을 들어 올리며 상대를 욕하고 또 비난했다.
자신들의 두려움을 감추기 위해, 가장 단순하고 원초적인 방법을 찾은 것이다.
당연히 이런 감정은 버스 안에 있는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선수들에게도 잘 전달되고 있었다.
“아-! 또 스프레이 깜빡했어!!”
“아니, 아니, 아니, 아니. 안 되지. 이번엔 내 거 못 줘.”
“Vamos! 나중에 내가 하나 사 줄게.”
“싫어. 다른 애한테 말해서 빌려 써.”
“쯧. 쩨쩨하게 굴긴.”
정말로 말이다.
***
.경기 시작 05분 전
레스터 0 : 0 아틀레티코
“실례합니다.”
“오, 네.”
“실례합니다. 실례해요.”
“응?”
안쪽으로 들어서려는 이의 목소리에 몸을 피하던 한 남성이 놀란 눈에 되어 안쪽을 돌아본다.
그러자, 곁에 있는 이가 질문을 던져왔다.
“왜 그래?”
“지금 저거…….”
“뭐?”
“펩 과르디올라 아니야?”
“진짜?”
고개를 한쪽으로 나란히 돌린 두 사람.
그들은 곧 한 남자의 모습을 본다.
“진짜잖아! 저건 펩이야!”
“오늘 왜 여기에 왔지?”
“다온을 보러 온 것 아닐까? 두 사람은 무척 친하기로 유명하잖아. 어차피 맨시티는 경기도 없을 거고.”
“……하-! 불쌍한 사람.”
“그러니까. 우리는 그래도 챔피언스 리그 8강까지는 왔는데, 그 많은 돈을 쏟아붓고도 16강에서 탈락했잖아? 과대평가라니까. PL에서 그 민낯이 까발려지는 거지.”
신랄한 말들이 이어지는 가운데, 간신히 자리에 앉은 펩 과르디올라가 옷을 정돈하기 시작한다. 그러곤 휴대폰을 꺼내 들어 메시지 등을 확인했다.
뱅자멩 멘디와 다닐루의 이적 협상이 틀어진 후, 맨체스터 시티는 계속해서 사이드백 자원을 물색하고 있었다.
토트넘의 감독 마우리시오 포체티노와의 관계가 사실상 끝난 카일 워커의 경우, 에이전시 쪽에서 이적을 부추겨 주기로 합의를 본 상태다.
그리고 오의 필요한 백업 자원을 물색하던 중 눈에 들어온 건, FFP 압박으로 내년 여름 선수단을 정리할 가능성이 스페인 라 리가의 발렌시아 CF였다.
발렌시아 CF 내에서도 잉여 자원으로 분류된 주앙 칸셀루 역시 방출 목록에 올라 있었는데, 지금 막 그의 이름을 스튜어트 톰슨이 보내온 것이다.
화면을 들여다보며 생각에 잠긴 펩 과르디올라는, 만족스럽진 않지만 현 상황에선 최선이라고 결론을 내린다.
단점으로 지적받는 수비력과 전술 이해도만 끌어올린다면, 충분히 월드클래스로 성장할 수 있는 재능을 가졌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그는 김다온의 친구 중 하나였다.
딸깍-
스튜어트 톰슨과 메시지를 주고받은 후, 가방에서 안경을 꺼내 든 펩 과르디올라가 어느새 도열해 있는 양 팀 선수들을 내려다보았다.
그의 시선은 곧 김다온에게로 닿았고, 유니폼 외에는 변한 것 하나 없는 모습에 미소를 지어 보였다.
‘자네는 여전하군.’
반면 몇 시간 전 자택 욕실 거울로 확인한 자신의 모습은, 세월의 풍파를 한꺼번에 맞은 모습이었다. 수염은 부쩍 희끗희끗해졌고, 피부의 탄력도 예전 같지 않았다.
여전한 눈빛 정도를 제외하면, 펩 과르디올라는 1년 전보다 많이 늙어 있었다.
자신의 철학을 받아들이기는커녕 알아듣지조차 못하는 선수들과 부족한 선수단 내의 지지 속에서, 펩 과르디올라는 외딴섬에 있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많았다.
리오넬 메시, 안드레스 이니에스타, 차비 에르난데스, 세르지오 부스케츠, 김다온, 필리프 람, 베르나르두 실바, 토마스 뮐러 등에 이르기까지.
전술적 의도를 완벽히 이해했거나 아니면 최소 그것을 따르기라도 했던 이들과 함께했던 시간의 고마움도 깨달았다.
감독 커리어 첫 번째 무관(無冠) 시즌이란 결과물도, 펩 과르디올라가 몸을 낮추기로 한 이유 중 하나가 됐다.
‘……자네는 이런 나를 보면서 실망할까?’
오만과 아집에서 벗어나 겸손과 타협을 배우는 시간이라며 위안으로 삼아 보기도 했지만. 사실 펩 과르디올라는 최근 몇 달 가벼운 우울(Blue)에 시달리고 있었다.
‘부디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군.’
고개를 살짝 들어 올린 맨체스터 블루에 빠진 남자의 시선 속에서, 그보다 조금 더 짙은 파란색의 옷을 입은 레스터의 사람들이 목청을 높이기 시작한다.
{“We’re Leicester City! The boys in blue! The terraces! A song for you! Na na na na na na…….”}
푸른 물결 속, 아틀레티코 선수단이 입은 붉은색 유니폼은 한층 더 눈에 잘 띄었다.
***
그라운드에 입장했을 때부터, 내가 본 것은 온통 새파란 색뿐이었다. 골대 한쪽 뒤엔 여우의 얼굴이 새겨진 대형 걸개가 걸렸고, 계속해서 뿜어지는 연기는 콘서트장을 연상케 했다.
무엇보다.
{“BOOOO-!!!”}
{“BOOO-!!”}
여기는 무척 시끄러웠다.
‘마음에 들어.’
.
.
.전반 04분
레스터 0 : 0 아틀레티코
“붙었어!!”
‘어딜.’
다리 사이로 축구공을 옮긴 후 왼발로 슬쩍 볼을 옆으로 밀어내자, 볼을 빼앗으려던 데머레이 그레이가 멈칫하며 내 몸을 밀쳐 버렸다.
난 당연히 그라운드에 넘어졌고, 주심의 휘슬을 들은 후 가볍게 손을 들어 올려 어필을 이어 갔다.
아까 히메네즈의 발을 밟은 것도 그렇고, 지금의 파울도 다소 감정적이 아니냐는 의미였다.
“쟤 무척 거칠다고요.”
“Up! Up!!”
“이런! 대화도 거부하게요?”
오늘 휘슬을 잡은 주심은 잔루카 로치(Gianluca Rocchi)로, 선수들 사이에서 갈피를 잡기 힘든 사람으로 유명하다. 어떠한 날은 웃었다가, 어떠한 날은 오늘처럼 정색만 한다.
한 가지 재미있는 건, 정작 경고나 퇴장은 주로 웃는 날에 나온다는 점이다.
그래서 현재 잔루카 로치가 웃고 있지 않다는 건, 오늘 경기에서 조금 강하게 수비해도 된다는 의미였다.
‘접수 완료.’
주심의 오늘 기분을 확인하는 필수적인(?) 과정을 끝낸 후, 난 코케의 도움을 받아 몸을 일으켰다.
데머레이 그레이에게 밀려 넘어진 순간부터, 손을 잡아 일어서는 지금 순간까지도 레스터 시티의 팬들은 야유와 욕설을 멈추지 않고 있었다.
“그것참, 사랑받는데?”
“뭣하면, 양보해 줄까?”
“아니. 사양할래.”
“미친놈.”
“큭큭큭.”
프리킥을 곧바로 수비진영으로 보내 버린 후, 나는 킥킥거리는 코케의 등을 밀쳐 낸 후에 후방빌드업에 가담코자 라인을 살짝 아래로 내렸다.
오늘은, 지난 1차전과는 접근법이 약간 다르다.
첫 번째 경기가 일종의 새로운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였다면, 오늘은 클래식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로 돌아갔다. 조금 더 정확히는 클래식 시메오네의 축구라고 말해야 할 것이다.
우리가 이런 접근 방법을 택한 이유는 물론, 1차전 5:0으로 승리를 거뒀기 때문이다.
“온다!! 압박하고 있어!!”
“침착해!! 여유 있어!!”
오랜 기간 라인을 낮추고 전방 압박을 극복하는 축구를 해 온 덕분에, 우리는 전방 압박을 Pass&Go로 극복하는 방법을 알고 있다.
특히나 지금처럼 파이백으로 유기적인 전환이 가능한 상태라면, 수비진영에서 늘 레스터 시티에 수적 우위를 점하는 것도 가능하다.
파앙-!
빌드업을 이어간 끝에 디에고 고딘이 전진할 기회를 얻었고, 미드필드 지역까지 드리블을 이어 간 그가 아래로 내려선 니코에게 패스를 보냈다.
부상에서 돌아와 모처럼 선발로 출전한 니코는, 연습 때부터 굉장히 좋은 컨디션을 보여 줬다.
짐작건대, 오늘이 아마 아틀레티코에 합류한 후 가장 익숙한 전술일 거다.
수비에 대한 부담을 상당히 많이 덜었고, 야닉-그리즈만과 함께 공격 삼각편대를 형성해 빠르고 컴팩트한 역습을 전개해 달란 임무를 부여받았다.
라 리가 이적 후 장점이 사라졌다는 평을 듣는 니코지만, 나는 그가 지금의 속도와 공격 방식을 좋아할 거로 확신한다.
“니코! 반대!!”
“…….”
능숙하게 몸을 돌리며 은디디의 압박을 벗겨 낸 니코가, 왼쪽으로 기울어져 있던 레스터 시티의 수비에 큰 긴장감을 안겨다 준다.
파앙-!
‘그렇지!’
오른쪽 길게 보낸 지금의 방향전환 패스는 모든 부분에서 백점 만점을 줘도 손색이 없는 플레이였다.
패스를 보낸 지점(왼쪽 하프 스페이스)과 삼각형을 형성해 수비를 집중시킨 방식, 그리고 +1이 되어 달려 나간 시메의 오버랩이 전부 한꺼번에 작동했기 때문이다.
다만 여기에서부터 차이가 있다면, 시메오네의 전술적 근간인 사키이즘이 크루이프즘이나 비엘사시즘처럼 공격의 다채로움이 뚜렷하진 않다는 점이다.
그래서 이제부터, 공격은 좀 더 개인적인 영역이 된다.
좁은 간격을 유지하고자 라인 전체를 끌어 올린다는 발상 자체는 크게 다를 것 없지만, 공격을 전개하고 마무리해 줘야 하는 자원은 다소 제한되어 있다.
지금도 보면 사울과 코케는 페널티박스에서 한발 뒤로 물러서 있었다.
볼을 빼앗겼을 때 그것을 되찾아오기 위한 재압박과 수비 안정에는 크게 도움이 되는 플레이지만, 공격이 지연되어 버리면 축구공이 머무는 지점이 크게 후퇴한다.
1차전 경고 누적으로 출전하지 못한 웨스 모건(Wes Morgan)이 열심히 측면을 커버해 시메의 앞에 달라붙었고, 그가 드리블을 멈춘 순간 공격은 사실상 끝나 버렸다.
‘정말 그럴까?’
시메의 발이 멈춰 선 순간, 나는 골 에어리어가 있는 방향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왼쪽 측면을 완전히 비워 둔 셈이었지만, 당장 거기까지는 신경 쓰지 않으려고 한다. 어차피 후방엔 세 명의 수비수가 있고, 히메네즈가 왼쪽을 커버해 줄 것이다.
오히려 지금 더 중요한 건, 이 멈춰진 공격의 흐름을 계속해서 이어 나가는 부분이다.
시메의 패스를 받아 든 사울이 볼을 줄 곳을 찾음과 동시에, 레스터의 수비와 3선 사이로 파고든 내가 목소리를 높이며 패스를 요구했다.
“사울!!”
그렇게 내 발밑으로 패스가 전해져 왔고, 당연히 등 뒤쪽에서 달라붙는 사람이 있을 거라고 판단한 난 볼을 받아들며 몸 전체를 돌려세웠다.
그러자, 오른쪽 무릎과 정강이 부근에서 충돌로 인한 통증이 느껴졌다.
등을 지는 플레이를 가져갈 거로 생각한 벤알루안이 스탠딩 태클을 하려다가 발을 걸어 버리고 만 것이다.
나는 다시 피치 위에서 넘어졌고, 한두 바퀴 구른 후 벌떡 일어서서 주심을 찾으며 손을 들어 올렸다. 다행히도, 잔루카 로치의 휘슬은 입에 물려 있었다.
.
(김정명) – SPORTV 아나운서
“파울! 아틀레티코 마드리드가 좋은 위치에서 프리킥을 얻어 냅니다! 레스터 시티의 요한 벤알루안이 김다온의 발을 걸어 넘어뜨렸습니다.”
(한희준) – SPORTV 해설위원
“뭐, 파울은 명백한 부분입니다. 그런데 지금, 김다온 선수가 넘어진 위치를 좀 보시죠. 윙백인데도 어느새 골 에어리어로 움직여 볼을 받아들지 않습니까?”
(김정명)
“최근 김다온 선수의 활동량은 정말 대단한 수준입니다.”
(한희준)
“단순히 활동량뿐만이 아닙니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가 쓰리백 전술로 전환한 이후부터는, 김다온의 움직임에 맞춰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전술 자체가 달라질 정도의 느낌입니다. 지금도 보면 빠른 역습이 차단되어 공격의 흐름이 끊길 뻔했는데, 김다온이 예상하지 못한 위치로 뛰어 들어가면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가 프리킥을 얻어 냈습니다.”
(김정명)
“조만간 맨체스터 시티에서 재회할 펩 과르디올라 감독이 지켜보고 있는데요. 과연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한희준)
“김다온만 있었어도 훨씬 더 좋은 성적을 내지 않았을까? 뭐, 저라면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것 같습니다.”
***
김다온이 골 에어리어로 뛰어들기 전, 펩 과르디올라는 저 위치에 누군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을 했다. 본래라면 공격수 중 하나가 그 일을 맡아야 했지만, 정작 그곳으로 뛰어든 것은 왼쪽 윙백이었다.
그리고 패스를 받아든 선수가 김다온이라는 것을 확인한 순간, 펩 과르디올라는 자신도 모르게 두 손으로 대머리를 찰싹 두들기고 말았다.
여전히, 과르디올라는 같은 자세다.
‘그는 알고 있는 거야.’
축구는 수도 없는 변화를 겪어 왔고, 감독에게 끊임없이 ‘새로운 비전’ 혹은 ‘기존의 것을 재해석하는 역량’을 요구해 왔다.
그 과정에서 스위퍼/리베로, 사이드백과 같은 포지션이 탄생했고, 레지스타/메짤라/인버티드와 같은 세분화된 포지션 개념들이 가지를 뻗어 나갔다.
하지만 무한하다고 여겨지는 인간의 상상력은 한계가 있어서, 90년대 이후부터의 축구는 사실상 과거에 생성된 개념의 재해석과 의미확장에 가까웠다.
비엘사시즘과 크루이프즘 사이 어딘가에 자리한 펩 과르디올라 역시, 과거의 것들에서 사람들이 놓친 의미를 발굴해 내 피치에 적용하고 있었다.
바르셀로나와 뮌헨을 거치며 과르디올라 본연의 색이 되어 버린 포지션 축구도, 실은 과거에 이미 존재해 왔던 것들을 뒤섞거나 비튼 것에 불과했다.
하나 그마저도 하지 않는 혹은 할 수 없는 감독들이 대다수였기에, 펩 과르디올라는 그중에서도 특별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런 펩 과르디올라에게 있어 김다온은 첫 만남이 이뤄지던 날부터 영감을 안겨다 주는 뮤즈(Muse)이자, 동시에 축구의 새 지평을 열어 주는 존재였다.
{“이봐아-!!!”}
{“파울이잖아!!”}
주어진 프리킥 기회가 수비벽에 맞으며 무위에 그친 후, 김다온은 이어지는 플레이 상황에서 레스터 시티의 데머레이 그레이를 완벽하게 수비해 냈다.
레스터 시티의 팬들은 선수가 넘어진 것을 보며 화를 냈지만, 과르디올라가 볼 땐 깨끗한 수비였다.
그리고 바로 다음, 김다온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빌드업에 깊숙이 개입하다가 오른쪽에 집중된 틈을 타 왼쪽 하프 스페이스에서 넓은 공간을 확보했다.
직후 방향 전환 패스로 볼을 받았을 땐, 누가 보더라도 완벽한 메디아푼타(Mediapunta/AM)로 느껴졌다.
‘셋. 아니, 넷인가?’
전반 10분, 펩 과르디올라는 숫자를 센다.
이것은 현재까지 김다온이 피치 위에서 소화한 포지션을 의미했다.
경기 시작을 알리는 위슬이 불렸을 땐 왼쪽 윙백의 영역인 라떼랄 이즈퀴에르도(Lateral Izquierdo)에 서 있었지만, 손쉽게 메디오 센트로(Medio Centro/CM)가 되었고, 왼쪽 하프 스페이스에서는 메짤라와 메디아푼타를 오갔다.
그리고 모든 위치에서, 크게 무리하지 않으면서도 상대에게 위협을 줄 만큼의 역할을 해 냈다.
더욱 놀라운 건, 전술적으로 김다온을 조금 더 자유롭게 풀어놓으면 리베로(Libero/DC)의 영역까지도 커버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
지난번 헤더로 골을 집어넣었을 땐, 델란떼로 센트랄(Delantero Central/CF)의 자리로 뛰어들기도 했다.
세상의 그 누구도, 이렇게 플레이할 수 없다.
“…….”
자신의 지분이 상당함에도 불구, 펩 과르디올라는 괴물을 탄생시켰다는 생각에 경악을 금할 길이 없었다.
프랑켄슈타인을 탄생시킨 빅터 프랑켄슈타인이 이런 기분은 아니었을까?
물론 김다온은 프랑켄슈타인과는 거리가 멀었지만, 최소한 피치 위에서의 모습은 그만큼의 공포 혹은 그 이상을 안겨다 주기에 충분했다.
아니.
실은 펩 과르디올라를 제외한 모든 이들이. 김다온이 현재 피치 위에서 보여 주는 의미를 이해하지 못했다.
그저.
{“워어-!”}
가슴이 철렁했던 날카로운 패스에 탄성을 토해 내는 것처럼, 그저 플레이를 보고 반응할 뿐이었다.
‘저 친구와 함께라면 얼마든지…….’
2016/17 시즌이란 터널의 끝에서, 펩 과르디올라는 지금 가능성이라는 새하얀 빛을 목격하며 전율하고 있다.
처음부터, 자신에게 올 것이었는지도 모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