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807)
807화 Unbeatable (3)
※ 맨시티 2017/18 챔피언스 리그 일정
2017.09.13. @ 페예노르트
2017.09.26. VS 샤흐타르 도네츠크
2017.10.17. VS SSC 나폴리
2017.11.01. @ SSC 나폴리
2017.11.21. VS 페예노르트
2017.12.06. @ 샤흐타르 도네츠크
***
2017년 9월 10일. 맨체스터 M11 3FF, 잉글랜드. 13 로슬리 스트리트. 에티하드 캠퍼스. 더 퍼포먼스 센터, 헬스&리커버리 룸.
리버풀전에서의 대승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었다. 경기가 끝난 뒤 미디어는 놀라움을 감추지 않았고, ‘BBC’는 PL 4라운드 중 가장 충격적인 경기였다는 평을 내리기도 했다.
우리 역시, 어제의 승리가 놀라웠음을 인정하고 있다.
♬Quiero respirar tu cuello despacito♪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오는 음악에 맞춰, 우리는 실내에서 진행되고 있는 리커버리 세션을 수행 중이다.
바이에른 뮌헨 때부터 그랬지만, 펩이 정한 리커버리 세션의 가장 중요한 첫 번째 원칙은 바로 [“회복 훈련이 가장 즐거워야 한다.”]라는 것이었다.
훈련을 통틀어 가장 중요한 과정이니만큼, 즐겁지 않으면 회복을 소홀히 여길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실내에서 진행되는 리커버리의 경우, 개인마다 매번 훈련의 진행 방법이 바뀌었다.
리커버리를 포함한 피지컬 트레이닝 파트를 전담하는 부에나벤투라는 그것 때문에 죽겠다고 늘 툴툴거렸지만, 그가 펩을 실망하게 만든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훅-! 훅-!”
“더 빠르게! 10초!”
“이잇-! 잇!”
현재 나는 복싱글러브를 착용한 채, 헬스&리커버리 룸 한쪽에 있는 샌드백을 두들기고 있었다.
스트레스를 완화하고 상체의 근육과 심폐 기능을 복구 및 향상하는데 좋은 운동으로 손꼽힌다. 포든과 내가 가장 선호하는 세션으로, 펀치 기술도 우리 둘이 가장 좋았다.
딸깍-
“나이-스. 어때? 기분이 좀 풀려?”
“훨씬 낫네요.”
“하하. 다음은 저기야.”
“네.”
회복훈련은 세션은 요가&필라테스와 같은 것부터 시작하여, 금방 내가 했던 복싱이나 크로스핏에 이르기까지 무척 다양한 방법으로 진행된다.
오전동안 이렇게 실내에서 컨디션을 회복하고 나면, 오후에는 피치로 나가 선수들이 선호하는 훈련을 진행한다.
5vs3 혹은 5vs3vs3과 같은 미니게임이라든가, 슈팅 훈련처럼 단조롭지만 즐거운 훈련이 편성된다. 가끔은 오후 훈련이 생략되기도 하는데, 전날 잘한 경우가 바로 그렇다.
“Guys!!”
“오-! 왔다!”
“오후 훈련은 취소다!!”
“YES!! 내가 뭐랬어!!”
학창 시절로 따지자면 방과 후 수업까지 하는 줄 알았는데, 점심만 먹고 집에 가도 되는 셈이다.
식당으로 들어선 도메네크 토렌트의 통보에, 다들 집으로 돌아갈 생각에 환한 얼굴이 된다. 물론 꼭 집에 가야 하는 것은 아니라서, 나처럼 남을 수도 있다.
“스파나 좀 하게.”
“그것도 나쁘진 않지.”
“넌?”
“바로 가야지. 집에서 그냥 편하게 쉴 거야.”
“하긴. 에이, 베르나르두. 넌?”
“글쎄. 잘 모르겠는데?”
현재 나의 맞은편엔, 전날 아찔한 부상을 겪었던 에데르송이 앉아 있었다.
경기장 내에서 진행한 뇌진탕 테스트와 촬영 영상에서도 별문제가 없었기에, 에데르송은 열창상과 타박상을 포함한 단순 외상 진단을 받은 상태다.
하지만 저 친구가 사디오 마네에게 걷어차인 위치는 정말 아슬아슬했다. 조금만 방향이 옆으로 틀어졌다면, 관자놀이를 직격당했거나 눈이 강타당했을 거다.
지금처럼 이렇게 하루 만에 앉아 있는 것은 물론이고, 선수 생명 자체에 위협을 겪을 수도 있는 일이었다.
가해자(?)인 사디오 마네는 경기가 끝나고 따로 DM을 보내 사과를 전했고, 보호장구 착용이란 전제 아래 바로 출전이 가능했던 에데르송도 그를 받아들였다.
어찌나 긍정적인지, 화조차 내지 않으며 축구에서 벌어질 수 있는 일 중 하나 정도로 여긴 것이다.
우리가 얼마나 신경을 썼는지도 모르고.
신경이 상당히 굵은 친구다.
“내일 봐!!”
“그래-!”
점심 식사가 끝난 뒤, 동료들이 하나둘 클럽하우스를 떠나기 시작했다.
나중에는 나를 포함한 소수의 이들만이 남게 되었는데,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려고 움직이던 내게로 카일 워커가 다가와 어깨동무를 해 왔다.
“넌 안 가는 거야?”
“응. 몸을 좀 담갔다가 가게.”
“집에서 안 하고?”
“오늘 집에 손님들이 있거든. 아내의 일 관련해서 중요한 사람들이야. 그걸 방해하고 싶지 않아서.”
“그게 바로 이 형님이 결혼하지 않은 이유란다.”
“하-!”
에버튼 경기에서 터무니없는 판정으로 퇴장을 당하긴 했지만, 카일 워커가 뛰고 뛰지 않고에 따라 팀의 오른쪽 측면 경기력은 크게 요동치고 있다.
그만큼 팀 내에서 중요한 선수로 빠르게 자리매김했다는 뜻인데, 사람들과도 무척 잘 어울리는 편이다.
“후-! 바로 이거지.”
나와 함께 따뜻한 스파에 몸을 담근 카일 워커가 두 손으로 물을 퍼 얼굴부터 머리까지 쓸어 넘긴다.
“너는 쏘니랑은 달라.”
“많이 들었던 말이야.”
“그래?”
“응.”
“하하. 쏘니는 항상 웃고 다니거든. 장난도 많이 치고, 진짜 좋은 녀석이란 말이야. 물론 너도 좋은 녀석이긴 하지만, 뭐랄까. 가끔은 즐기지 못하는 것처럼 보여.”
“…….”
현재의 맨체스터 시티는 개성이 넘치는 팀이다.
스쿼드의 모두가 각자만의 주관이 뚜렷하고, 그것이 하나로 뭉치는 것을 종종 방해키도 한다. 팀의 강령을 존중하긴 하지만, 그로 인해 사생활이 침범받는 걸 원치 않는다.
“내가 뛰어 온 환경이 그래서 그런 것 같아.”
“쏘니도 꽤 빡빡하게 크지 않았어?”
“뭐, 그렇기는 해.”
FC 노르셸란, SL 벤피카, 바이에른 뮌헨,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지금까지 뛰어 온 클럽 중 FC 노르셸란을 빼면 남은 세 개의 클럽에는 공통점이 존재했다. 감독 때문이든 혹은 리그의 문화 때문이든 절제에 익숙한 곳이라는 점이다.
SL 벤피카 시절 경기 후 나이트클럽 출입 문제로 한 차례 일이 있었던 것을 빼면, 뮌헨이나 아틀레티코에서 같은 일이 벌어지는 건 상상하기 힘든 일이었다.
하지만 여긴 그렇지 않다.
주말이 되면 시내의 유명 나이트클럽을 방문하려는 이들이 많고, 자신의 집으로 매춘부들을 불러들여 뜨거운 밤을 보내는 경우도 빈번했다.
무얼 하든 개인의 자유인 것은 맞지만, 그러한 것들이 경기력에 영향을 준다면 멈추는 게 옳다.
“요즘에 말이야.”
“응?”
“몇몇 애들이 네 눈치를 보기 시작했어. 며칠 전에 라힘이랑 리로이를 데리고 놀러 가려고 했는데, 놀랍게도 두 녀석 다 거부하지 뭐야. 내일 아침 일찍 출근해야 한다나? 하-! 맨시티로 와서 처음 듣는 말이었어.”
“그건, 비니 때문이잖아.”
새로운 맨체스터 시티에 관해 이야기하자, 카일 워커는 궁극적인 이유를 나로 꼽았다.
왜냐하면 뱅상이 모두를 불러 모아 연설을 할 때, 나의 모든 것을 예로 들었기 때문이다.
“Oh, God. 그랬구나.”
“큭큭큭. 하지만 내 생각은 이래.”
“?”
“과연 이러한 것들이 얼마나 갈까? 불평하거나 네게 뭐라고 하는 건 아니야. 그저, 이런 모습들이 익숙지 않아서. 스퍼스에 있을 때도 그랬고.”
PL 선수들의 삶은 분데스리가나 스페인 라리가 선수들의 삶보다 훨씬 화려하다.
파티가 좀 더 일상에 가까운 곳에 존재했고, 절제하는 삶 자체를 선호하지 않았다. 과거부터 그런 것은 아니고, 최근 몇 년 사이에 바뀐 것이었다.
첼시 FC에서 경질당한 주제 무리뉴.
그리고 현재의 안토니오 콘테.
두 사람은 클럽에 성공을 가져다주었음에도, 끊임없이 클럽의 누군가와 충돌을 겪고 있다.
“그럼. 내일 봐.”
“그래.”
한참을 더 이야기를 나눈 뒤, 카일 워커가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마도 저 녀석은 지금의 이런 말을 하기 위해 클럽하우스에 남았던 것 같다.
내가 잘못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동료들이 살아가는 방식도 존중할 필요가 있단 말을 하고 싶었나 보다.
분명, 카일 워커의 말은 옳다.
하지만.
‘그럼 실패에 대한 책임은 누가 지지?’
무엇이 옳고 그른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한 가지는 확실하다.
결과가 답을 해 줄 거라는 것.
지금은 불안한 단계다.
유례없었던 뱅상의 팀 단합 요청으로 새로운 문화가 클럽에 찾아들었지만, 결국 그래도 패배한다면 다들 과거의 방식으로 돌아가려고 할 거다.
결과가 같다면, 편한 쪽이 더 나을 테니까.
여전히 해야 할 일은 너무 많지만, 지금 당장은 경기에서 승리하는 것만을 생각하기로 한다.
[이제 나가 볼까? 읏차-]물에서 빠져나와 뒤쪽에 놓아두었던 수건으로 몸을 닦으며,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걸음을 옮긴다. 고요한 클럽하우스의 복도에서 들려오는 건, 오직 나의 발걸음 소리뿐이다.
저벅-
저벅-
***
2017년 9월 12일. 맨체스터 M11 3FF, 잉글랜드. 13 로슬리 스트리트. 에티하드 캠퍼스, 퍼스트 팀 피치.
챔피언스 리그의 막이 오르면서, 팀은 자연히 로테이션에 더 높은 비중을 두게 되었다.
리저브(U-23)와 유스에 소속된 선수들 다수가 1군에 호출되었고, 펩은 그들이 지닌 에너지가 기존의 이들에게 좋은 영향을 미치길 원하고 있었다.
“우리를 미워하는 거 아니에요?”
“아, 들켰어요?”
“네?”
“그러게, 누가 그런 기사를 쓰라고 했나요? 당신들이 자처한 일이니까 그냥 그렇게 받아들이라고요.”
“와하하하하.”
미디어에 공개된 훈련이 진행 중인 오늘, 최근 근거 없는 루머를 이야기한 ’데일리 메일‘에게 한마디를 던진 나는 바로 동료들에게 섞여 몸을 푸는 과정을 이어 갔다.
이틀 전 저녁, ’데일리 메일‘은 우리가 스트라이커의 영입을 원했다며 특정한 선수들의 이름을 거론했었다.
촤라라라락-
촤라라락-
베르나르두와 귄도안. 그리고 진첸코와 델프가 섞여 몸을 푸는 장면을 십여 개의 카메라가 쫓고 있다.
그리고 이런 관심은 에데르송이 과거 페트르 체흐가 사용했던 보호구를 차고 등장했을 때 정점을 달했다
“YOU!! UGLY ONE!!”
보호구를 쓰고 등장한 에데르송을 내가 놀리기 시작하자, 주변에서는 커다란 웃음이 터져 나왔다. 근처 한쪽에서는 볼을 떨어트리지 않는 리프팅 내기가 진행 중이다.
머리에 뒤집어쓴 보호구를 좋은 장난감처럼 취급하는 에데르송을 보며, 난 남자의 진지함을 크게 의심했다.
“에이! 내 머리에 맞춰 봐!”
보호구를 두드리는 에데르송은 호기롭게 굴고 있다.
축구공을 내게 보내며, 보호구가 충격으로부터 자신을 얼마나 보호해 줄 수 있는지를 알길 원했다. 그래서 난 주위를 돌아보며 피지오인 페데리코를 찾았다.
“얘가 지금 차 보라고 하는데.”
만약 클럽에서 내게 책임을 묻지 않는다면 전력으로 축구공을 걷어차 줄 생각이 있었지만, 그게 아니라면 에데르송에게 정신을 차리라고 말을 해야 할 때였다.
단호히 고개를 가로젓는 페데리코를 보며, 나는 에데르송에게 허튼짓은 하지 말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자.
“Vamos! 나는 멀쩡해!”
“퍽이나. 난 멍청한 짓은 안 할 거야.”
에데르송은 오늘 열정에 불타고 있다.
“으하하하하-!”
“으히히!!”
곳곳에서 들려오는 웃음 웃음소리와 함께, 우리는 다음 경기를 대비한 훈련을 이어 갔다.
펩은 내일 경기에서도 리버풀 전과 같은 3-5-2를 사용할 생각이었고, 팀의 기본적인 메커니즘도 사흘 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유일한 변수라면 오타멘디에게 휴식을 주며 카일을 오른쪽 센터백으로 기용한 것인데, 오른쪽 윙백으로 나설 주앙과의 호흡을 주목해 봐야 했다.
모든 게 기대대로 풀려 간다고 가정했을 때, 두 명의 오른쪽 사이드백이 한쪽 측면을 지배해 줄 수 있다.
“다온!”
“…….”
반면 상대의 오른쪽.
그러니까 맨시티 기준 왼쪽 측면은 내게 좀 더 많은 부분을 기대고 있다.
“준비는 잘 되고 있나?”
“그럼요. 물론이죠.”
현재 페예노르트 로테르담의 오른쪽 공격을 책임지는 건, 나보다 한 살 어린 윙어인 쟝-폴 뵈티우스(Jean-Paul Boetius)다.
수리남 이중 국적의 페예노르트 유스로, 일부 언론으로부터 ‘제2의 아르연 로번’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있다.
이러한 평가에서 보듯 오른쪽 측면에서 중앙으로 잘라 들어가는 플레이에 능숙했는데, 올 시즌 페예노르트 공격 지분의 절반 이상을 담당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실제로, 이미 숱한 클럽의 주목을 받고 있다.
PL의 중위권 팀 몇몇과 분데스리가의 중상위권 클럽이 뵈티우스를 제2의 로번으로 점찍어 영입을 노리고 있었다.
그렇지만 개인적인 관점에선, 뵈티우스의 현재 기량을 로번과 비교한다는 것 자체가 대단한 실수였다. 자네보다도 낫다고 말하기 힘든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세트피스와 조직력에 중점을 둔 경기 전날의 훈련이 끝나고, 퇴근을 서두르려고 할 때 페르난지뉴가 다가와 대화를 요청해왔다.
“넌 어떻게 그걸 아는 거야?”
펩으로부터 절대적인 신뢰를 받는 페르난지뉴는 페예그리니 시절 감독과의 불화를 일으키며 전력 외의 취급을 얻었으나, 이후 어찌 보면 가장 중요할 수 있는 6번(홀딩/라볼피아나) 역할을 이행하게 되었다.
특히, 수비적인 역량을 극대화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도대체, 빌드업이 뭐야?”
지금 페르난지뉴의 물음은 팬들의 환상을 완전히 깨트리는 것이었다. 맨체스터 시티 수준에서 뛰는 남자가, 빌드업이라는 게 무엇인지를 묻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평범한 축구 팬의 관점에서 볼 때도, 피치 위에서 빌드업에 전혀 보탬이 되지 않는 선수들을 보며 화를 내는 경우가 많다.
지금까지 줄곧 말해 왔지만, 축구 선수들이 세계적인 리그에 속했다고 하여 축구의 모든 것을 아는 건 아니다.
사전적인 의미와 훈련 방법과 같은 부분에서는 분명 더 나을지도 모르지만, 생각보다 훨씬 더 많은 이들이 이론적인 지식에 관해서는 무지할 때가 많다.
금방 페르난지뉴가 내게 빌드업의 의미를 물어본 이유도, 볼-위닝(Ball Winning)을 넘어서는 일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프로 축구 선수이기에, 오히려 객관적으로 된다거나 새로운 지식을 받아들이는 일이 더욱 힘들다.
“단순히 패스를 잘하는 친구에게 볼을 보내는 게 아니에요.”
“…….”
“중요한 건, 팀이 무엇을 하길 원하고 현재 어떠한 흐름 속에 있느냐는 거죠. 개개인의 실력은 그에 비하면 정말 아무것도 아닌 거니까요.”
2013년 맨체스터 시티에 입단한 페르난지뉴가 페예그리니로부터 중용을 받지 못한 이유는 명백했다.
많은 활동량을 바탕으로 포백을 보호하는 일에는 능숙했지만, 페르난지뉴가 수비형 미드필드에서 뿌려 주는 패스는 공격의 흐름을 전혀 살리지 못하는 것일 때가 많았다.
야야 투레의 완벽한 파트너가 될 수 있었음에도 불구, 페르난두 헤지스에게 주전 자리를 양보한 이유다.
그렇지만 단점을 채우고도 남을 장점을 지녔다는 점과 어떠한 후천적인 노력으로도 만회할 수 없는 부지런함을 앞세워 펩의 체재 아래에서는 중용을 받고 있다.
페르난지뉴 역시 자신이 큰 기대를 받는다는 것을 알았기에, 어떻게든 펩의 축구에 섞이려 노력을 하는 중이었다.
상대 팀에 따라 다르긴 했지만, 나는 성심을 다해 페르난지뉴에게 펩이 추구하는 빌드업의 의미와 그것을 수행하기 위해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태도를 말해 줬다.
이는 속도(Pace)와 방향 전환, 그리고 미끼(Dummy)로 설명할 수 있었는데, 공식을 외는 것과는 또 달라서 정답을 말해 주는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하지만, 페르난지뉴는 가장 중요한 부분을 오랜 경험으로 이해하는 듯했다.
“그러니까, 흐름이 중요하다는 거구나?”
“더 들을게요.”
“누가 패스를 보내고 또 누가 받아서 그것을 이어 가는지는 중요한 게 아니야. 팀이 하려는. 그러니까, 우리가 준비해 온 것이 무엇이고 거기에 있는 선수가 더 중요하단 거잖아.”
“비슷해요.”
“아, 이젠 조금 알겠어. 제기랄.”
“…….”
이럴 때면, 나는 재능이라는 것을 대체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다.
팬들은 프로 축구 선수가 그들이 아는 것 이상의 것들을 당연히 알고 있기를 원하지만, 의외로 자주 선수들은 팬들이 아는 것만큼 알고 있지를 못하다.
일부 선수들은 그저, ‘모르고도 최고의 수준에서 경쟁할 만큼의 재능을 가지고 있는 것’일 뿐이다.
만약 팬들이 바란 것처럼 프로 선수가 모든 것을 알고 있다면, 세상의 모든 프로 선수 출신 감독은 커다란 성공을 거뒀을 것이다.
하지만 우린, [‘위대한 축구 선수는 위대한 감독이 될 수 없다.’]라는 현실 속에서 살고 있다.
몰랐던 것들을 새롭게 배워 나가는 것처럼 반응하는 페르난지뉴를 보며, 나는 조금 더 이른 시점에 그에게 좋은 선생님이 없었던 것을 아쉬워했다.
아틀레치쿠 파라나엔시를 거쳐 샤흐타르 도네츠크에서 여덟 번의 시즌을 뛰었지만, 정작 이 재능이 출중했던 미드필드에게 재능 이상의 것들을 가르쳐 줄 사람은 없었던 것 같다.
PL로 온 뒤에도 페르난지뉴는 수비에 중점을 둔 미드필드 역할만을 맡았는데, 스스로 뭔가를 배워 가던 것들은 펩을 만나면서 새로운 영역에 이르렀다.
펩은 페르난지뉴가 아르투로 비달 혹은 사비 알론소와 같은 선수가 될 수 있다고 판단했고, 지난 시즌 꾸준히 라볼피아나(Lavolpiana)로서의 가능성을 점검했다.
그리고 현재까지 곁에서 뛰어 본 결과, 페르난지뉴는 월드클래스 수준의 미드필드였다.
“많은 이야기를 나누더군.”
“네. 그랬죠.”
페르난지뉴와 한창 대화를 나눈 후, 식사를 끝낸 펩이 나의 곁으로 다가와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질문을 던져 왔다.
그리고 그에 대해, 난 솔직히 답을 했다.
“전 페르가 무척 좋아요.”
“……그래. 나도 그러하네.”
“네.”
맨체스터 시티의 베테랑들은 굉장히 성실하고 또 좋은 사람들이다. 그들은 지난날의 실패에 잔뜩 날이 서 있고, 성공을 위해 기꺼이 자존심을 포기한다.
그러나 불행히도, 몇몇은 그걸 모른다.
특히나 최근 뱅상의 노력이 클럽에 많은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는데도 말이다.
하지만 괜찮았다.
왜냐하면.
“우린 빌어먹게 좋은 팀이니까요.”
리버풀전에서의 승리 이후, 우리는 우리가 지닌 잠재력에 제한을 두지 않기로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일, 우리는 이를 증명할 것이다.
틀림없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