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156)
〈 156화 〉 156 시청자특집(부제노예선과 신입)
* * *
1.
[묵언검객 ES(Ending Space)] [필드타입 우주]방송시간보다 대기시간이 길다는 대기공간에는 오늘도 수천 명의 우주거주자들이 삶의 터전을 늘려가고 있다.
기자재 유압수리 선착순 1명, 500 포인트!
수소탱크 교체작업 인부 구해요!
묵언검객 소형조각상 요격할 파일럿 급구! 닉네임 [혐면지주슬레이어]로 귓말 보내세요!
결투대행자 급구! 에픽판타지 결투장 솔로랭크 플레 이상만!
그런 거주자들 중에서도 잘못된 판단으로 토토에서 모든 포인트를 날리거나 현질로 포인트를 구매하지 못한 시청자들.
소위 말하는 우주 노동계급 시청자들은 번듯한 차림새의 열혈시청자들을 따라 나가는 전문직시청자들을 보며 시샘의 눈초리를 보냈다.
저 새끼들은 현실에서도 수리공이야? 저딴 지식은 도대체 어디서 배우는 건데.
동화율 30% 넘는 재능충들은 다 죽어야해.
올바른 선택으로 토토에서 큰 포인트를 벌어들이거나 후원으로 대량의 포인트를 얻은 시청자들은 자신들의 프로젝트를 주관한다.
거대시설물 건설.
포인트를 건 우주비행선 경주대결 개최.
우주쓰레기를 마구 뿌리는 빌런들을 붙잡는 현상금미션 걸기.
포인트로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든 전부 하는 그들은 마치 결혼시장에 나온 돈 많고 잘생기고 유능한 A급 알파메일 남성과도 같다.
니들은 고급우주선 못 타지?
에픽판타지 메카닉정비사 갓직업이에요. 포인트 벌기 개꿀입니다. 꼭 하세요.
허접들♡ 기술도 없어♡ 피지컬도 구려♡
그런 알파메일들의 선택을 받은 전문직 시청자들은 현실에 빗대자면 결혼에 성공한 사람들.
팔자가 활짝 편 전문직 시청자들은 인력대기소에 남은 이들을 비웃으며 고용주가 모는 최고급 우주선에 탑승했다.
남은 이들의 사기는 자연히 더욱 바닥을 쳤다.
막노동 싫어. 피라미드 그만 만들고 싶어…
어이 김씨. 헛소리 말고 푯말 갱신이나 해.
커다란 화물용비행선이 착륙장에 도킹하자 여기저기 널브러져있던 시청자들이 급히 싸구려 푯말들을 치켜들었다.
[일일 대기실 10시간 상주. 마X크래프트 15년 건축경험 있음. 성실함 탑재. 개념 탑재.] [이 노예는 싸게 해드립니다]동화율 재능이나 피지컬도 없는 일반시청자들은 이런 식으로 경력을 어필하며 인부로 고용되는 수밖에 없었다.
일수꾼마냥 험악한 스킨을 장착한 고용주들은 그런 인부들과 푯말을 슥 둘러보더니, 푯말 몇 개를 향해 채찍을 휘둘렀다.
너, 너, 너. 따라와!
[고용됨] 표시가 뜬 시청자들이 푯말을 위아래로 흔들며 마구 환호했다.도비는 이제 자유가 아니에요. 노비가 됐어요!
끼얏호 함선 노예다!
근데 저희 뭐 하러 가는 거예요?
고용주가 썩소를 지으며 말했다.
노예.
네?
노예선을 지었는데 안에 채울 노예가 없더라고. 일당은 피라미드 인부들만큼은 챙겨줄게.
아니 싯팔 노예짓 한다고 진짜 노예를 삼으려고 하네! 이거 미친놈들 아니야?
나 이거 안 할래
헤으응 노예 너무 좋아
그럼 막노동하러 갈래?
고용주가 다른 쪽 화물선을 가리켰다.
전문지식이 없어도 할 수 있다! 우주피라미드 노역인부! 일당 20포인트! 선착순 정원 50명!
사실상 인력사무소 최하계급이나 다름없는 이들.
가장 힘들고 시간도 많이 들면서 재미도 적고 페이도 적은 일감에 시청자들이 투덜거렸다.
에잇 싯팔, 오늘도 피라미드야?
개꼴받으니까 피라미드에 함정 숨겨놔야지.
감독관 몰래 보물이나 하나 쌔벼볼까?
잘 생각해보니 몸도 힘들고 마음도 힘든 피라미드 노예들 사이에서 험한 꼴을 겪느니, 감옥에서 얌전히 노예플레이를 하면서 포인트를 버는 쪽이 나아보였다.
우리 족쇄도 찹니까?
가보면 알아.
그렇게 세 명의 시청자들이 노예선에 탑승했다.
2.
노예선에 탑승한 시청자 [누나우리가부끄러워]는 주변을 잔뜩 경계하며 조심스레 노예전용패널을 열었다.
[거주지] [일반감옥 +1P] (정원 17/50) [독실 +5P] (정원 3/10) [조교실 +10P] (정원 2/3)많이도 들어왔네.
어디서 또 저걸 다 구해온 걸까.
어이가 없어서 쳐다보고 있자니 패널 내용이 실시간으로 변화했다.
크크 제 손으로 조교실을 고르다니, 별난 노예가 들어왔군. 너는 저쪽 복도로 가라.
노예선 복도 출입문 하나가 열리더니 분홍빛 조명에 물든 복도가 나타났다.
헤으응
다리 꼬지 말고 얼른 들어가!
엉덩이를 걷어차인 사탕주면따라가요가 통로 너머로 들어가자 출입문이 닫혔다.
왜, 너도 들어가고 싶어?
전혀요!
심연을 엿봤다.
저, 저는 독방으로 할게요.
이봐, 그러지 말고 나랑 같이 일반감옥으로 가자. 혼자 가긴 무섭단 말야.
괜찮아요. 저 공포게임 3만 시간 해봤어요.
이건 그냥 미친놈이잖아.
컴퓨터 화면이나 영화관 스크린이 아닌 현실처럼 오감으로 체험하는 가상현실공포게임은 진정한 강심장들만이 도전할 수 있는 컨텐츠였다.
아니면 너무 강한 공포에 머리가 망가져버린 사람들이거나.
포인트가 가지고 싶어도 저 정도로 급한 건 아니었던 누나우리가부끄러워는 일반감옥을 골랐다.
[구속옵션] [기본발목족쇄 0P] [손목족쇄 +1P]아니 진짜 여기 뭐하는 곳이야.
다른 시청자들의 방에서는 나름 또라이 취급도 당하는 누나우리가부끄러워도 노예선의 광기에는 머리가 어질어질해졌다.
자 여기가 앞으로 네가 지낼 감옥이다. 감옥에 갇혀 지내기만 해도 노예일당이 꼬박꼬박 들어오니까 성실하게 노예노릇을 하라고. 크크.
미친놈.
일반감옥에 들어오자 온갖 옵션을 덕지덕지 도배한 노예들이 널브러져 있었다.
신입 받아라
오오오
신입이다신입이다신입이다!!!
누나우리가부끄러워는 겁에 질려 구석으로 뒷걸음질 쳤다.
이, 이놈들! 날 어떻게 할 셈이냐!
ㅋㅋㅋ
이번 신입은 귀여운 맛이 있네
마 우리도 다 포인트 벌려고 하는 거다
다행히도 노예들은 진짜 노예놀이에 푹 빠져서 기강다지기를 하려고 몰려온 건 아니었다.
노예선에서도 정규이벤트가 있다고. 주기적으로 다른 정거장에 착륙해서 이벤트서비스도 판매하는데 거기가 노다지야.
이벤트에 참여하는 노예는 페이를 무려 두 배나 높게 쳐준다고!
두 배나!!
동물인형탈을 쓰면 우주동물원에 참여할 수 있지! 거기서는 미각옵션도 해제되고 온갖 산해진미를 먹을 수 있으니 같이 동물인형탈을 쓰자!
오오오!!
몬스터인형탈을 쓰면 투기장의 몬스터 노예로 출전할 수 있다! 무기는 안 들려주지만 이기면 포인트를 쓸어 담는다고. 같이 극한의 역배를 노리고 몬스터인형탈을 쓰지 않겠나?
오오오오오!!
가끔 아바타 스킨이 반반하면 노예와 주인 플레이를 하고 싶은 노예선관광객들하고 데이트를 해서 아양을 떨고 팁을 얻을 수도 있어. 그쪽으로 관심이 있으면 같이 스킨사기나 치자.
대박이다.
노예선은 피라미드 인부들보다 곱절, 아니 열 배는 더 포인트 벌이에 풍족한 장소였다.
흐흐, 그래도 너무 빠지지 않게 조심하라고? 노예선에 돌아갈 타이밍을 놓치면 동물서커스단에 끌려가거나 거래처에서 위험한 일을 시키기도 한다니깐.
이 자식들 뭐가 하고 싶은 거야.
그런 짓을 하다가 신고 당하면 진짜 감옥에 끌려가는 거 아닌가?
누나우리가부끄러워는 질색하며 고개를 돌렸다.
그런 건 됐고 저 VR헬맷은 뭐야? 10포인트라니, 가성비 좋지 않아?
동물인형탈과 몬스터인형탈을 쓴 노예들이 기겁하며 만류했다.
어이, 신입. 네 정신건강을 위해서 하는 충고다. 그것만은 관두는 게 좋아.
맞아. 아무리 악질퍼리단 출신인 우리 동물인형탈 노예플레이 애호가들도 VR헬맷만큼은 건드리지 않는다고.
그놈들 말을 들어.
감옥 벽면 한쪽에 사지가 전부 구속된 채 매달려있던 노예가 말했다.
방장이 말을 했다!
33시간 만에 처음 아니야?
나 로그인 중에 저 사람이 말하는 모습 처음으로 봤어!
방장이었냐.
어이가 없어하는 누나우리가부끄러워에게 방장이 진지한 표정으로 경고했다.
저걸 쓴 놈들은 하나같이 온 몸으로 발버둥을 치다가 제발 여기서 내보내달라고 애원을 하고 노예선에서 내리거나 폐인이 되었지.
폐인이라니요?
반대쪽 구석을 봐라.
아무것도 안 보이는데요.
시커먼 어둠.
조명도 꺼친 감옥구석을 들여다보고 있자니 헬맷을 쓴 죄수 하나가 불쑥 튀어나왔다.
제발 이것 좀 벗겨줘 나 미칠 것 같애!!
엄마야시발깜짝이야!
놀라 뒤로 나자빠진 누나우리가부끄러워.
그의 발목을 바닥을 기며 다가온 시청자 한 명이 덥썩 붙잡았다.
아아아아아아악!!!
어이, 정신 차려 신입!
몬스터인형탈 노예 세 명이 달려들어서야 겨우 둘을 떼어놓을 수 있었다.
바닥에 쓰러진 그의 귓가에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짹짹.. 짹짹짹…
헤헤.. 에헤헤헤..
자세히 보니 어둠 저편에서 바닥에 엎어진 시청자들이 중얼거리는 소리였다.
저 사람들은 다 왜 저러는 겁니까? 이거 경찰에 신고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
짹짹거리는 놈은 참새소리 ASMR 1시간만 틀어주는 시청자한테 시달리는 놈이다. 일주일 내내 짹짹 소리를 듣더니 저 소리만 하게 되었지.
설마 VR헬맷이라는 건…
그래, 헬맷을 장착한 놈이 보는 영상을 노예선에 ‘승무원’이나 ‘방문객’으로 탄 놈들이 고르는 거다. 변태 같은 놈들에게 걸리면 진짜 지옥을 맛보게 되지.
그럼 이상하게 웃는 녀석은요?
악질우결충한테 걸려서 하루 종일 스트리머들이 우결하는 영상만 보고 맛이 가버렸다는군.
하긴 사람이 하루 종일 그런 영상만 본다면 저리 망가져도 이상할 건 없었다.
그럼 방금 전에 헬맷 벗겨달라던 녀석은요?
여자들이 나오는 영상을 보고 있다고 했지.
그런데 왜 저렇게 괴로워해요?
그것도 헐거운 차림새로.
오히려 좋은 거 아닌가?
영상제목이 초고도비만 여성들이 운동하는 영상 10시간 모음집이던가.
!!!!!
앞으로 4시간 더 남았을 거다. 일시불로 VR헬맷 10시간 착용을 구매한 멍청이의 말로지.
어떻게 그런 무서운 일이!
누나우리가부끄러워는 노예선이 무서워졌다.
하, 한 시간만 있으면 여기서 내릴 수 있다고 그랬어. 난 여기서 나갈 거야!
후후… 나도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했었지. 하지만 너도 곧 깨닫게 될 거다.
뭐, 뭘 말입니까!
방장은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여기서 나가봤자 어차피 심심한 건 변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
묵언검객은 돌아오지 않아. 우주에서 좀 더 놀고 싶어. 하지만 즐기기에는 포인트가 부족해. 그렇다고 성실하게 일하고 싶지는 않아.
윽!!
너처럼 게으르고 겁 많지만 편하게 대량의 포인트를 벌고 싶은 놈은 결국 이 노예선의 노예플레이에 빠질 수밖에 없다는 거다.
사지결박으로 벽에 매달린 채로 말하는 방장이기에 더욱 설득력이 넘치는 이야기였다.
우, 웃기지마. 난 묵언검객의 매드무비 모음집에 반해서 이 방송에 정착했다고! 여기서 나가면 다시 검을 들고 훈련장을 찾아갈 거야!
그런 재미도 없고 포인트벌이도 안 되는 일, 얼마나 집중할 거라고 생각하지? 하루에 한 시간은 할 수 있겠나?
으으으!
운명을 받아들여라. 넌 내 뒤를 이어서 사지결박 노예클럽에 들어올 것이다. 너 같은 게으른 겁쟁이에게 다른 길은 없다!
아니야, 난 그런 사람이 아니란 말이야!
하하하, 하하하하하!
아아악 정신나갈것같애애애!
3.
한 시간 뒤.
누나우리가부끄러워는 다음 우주정거장에 도착하자마자 울면서 노예선을 뛰쳐나갔다.
방장, 신입한테 너무 모질었던 거 아니요?
실없는 소리 마라, 수간마니아포니조아. 여긴 킹반인에게는 너무 하드한 세계다. 너도 알고 있을 텐데.
그렇게 사정 봐줘가면서 신입들을 가려 받으니 감방에 자꾸 또라이만 남잖수.
점박이얼룩말 동물탈을 쓴 노예 의 투덜거림에 방장은 쓴웃음을 지었다.
녀석의 손을 보았나?
뭔 손 타령이요?
이런 공용공간의 아바타는 사용자의 신체적 특징이 반영되기 마련이지. 놈의 손에는 검객들 특유의 굳은살이 있었고.
허참. 손만 보고 그걸 알 정도인 양반이 왜 여기서 노예선 감옥방장 노릇이나 하고 있소?
토토를 했다.
아.
잘못된 선택을 했었지.
모든 추억을 잃어버린 남자 의 고독한 중얼거림에 수간마니아포니조아는 등을 돌리며 눈물을 꾹 삼켜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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