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211)
〈 211화 〉 211 조기진입
* * *
1.
몰살의 와이즈.
그를 비롯한 와이즈 팀은 조직의 최정예 이능력자들이지만 그 멤버는 매번 변화한다.
가혹한 임무난이도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인원은 한줌의 최정예 이능력자들 사이에서도 극소수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와이즈가 이겜 최고 먼치킨이라면서?
최고는 애매한데 아무튼 최강자 반열은 맞음
뉴비 드디어 와이즈 처음 만나러 가는데 꿀팁 점 부탁드려요
헬세살 커뮤니티를 찾아가면 이따금 동료 NPC와의 첫 대면 이벤트 팁을 묻는 글이 보이고는 한다.
팀 단위로 임무를 진행하는 게임이니만큼 동료들과의 유대와 호감도도 나름 중요하게 작용하는 요소이기 때문이다.
그중 조직에 속한 최강의 이능력자인 와이즈에 대한 질문은 가장 인기가 많다.
단단한 멘탈을 준비하시면 됩니다
가져갈 건 없고 버릴 준비만 하세요
버려요?? 뭐를요??
꿈과 희망?
동료와의 우정?
훈훈한 선배와 화목한 팀?
뉴비들의 멘탈을 제련하고 단련시키는, 혹은 잔뜩 겁을 주며 괴롭히는 용도로 말이다.
물론 커뮤니티의 게시글이 언제나 사실을 있는 그대로 말하지는 않는다.
상상 이상으로 팀분위기 씹창나있었음.
임무 대기실에서 진짜 한 시간 동안 말 한 마디 없이 삭막한 분위기 오져서 그냥 시간스킵 누름.
와이즈팀 무서워ㅠㅠ
[와이즈 이샛기 왤케 싸가지없어?]생긴 것 좀 잘생겼다고 존나 텃세 부리네ㅡㅡ
과자 줬더니 자기가 직접 조리하지 않은 음식은 안 먹는다고 툭 쳐서 바닥에 쏟음.
빡쳐서 한 마디 했다가 먼가에 맞고 기절해서 일어났더니 이벤트 시간 끝났음. 일어나니 하루 지나고 다음 임무 시작함ㅅㅂㅋㅋ
[와이즈 팀 팀원들 상태 왜 이럼?]하나는 산송장 폐인에 하나는 억지과다텐션에 너무 극과 극 아님?
진짜 숨 막혀서 정신 나갈 것 같애
사실을 조금 순화해서 말하기도 하지.
모두 고인물들의 뉴비들 멘탈을 베려하는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통과의례다.
임무를 진행하다보면 와이즈팀이 곱창 난 이유가 밝혀지지만…… 대부분의 플레이어는 거기까지 가지도 못한다.
보통은 피지컬 스트리머들의 영상을 통해 밝혀진 사실을 찾아보는 선에 그친다.
그래서 시청자들은 생각했다.
과묵한 묵언검객과 싸가지 와이즈, 곱창 난 팀 분위기가 합쳐지면 어떤 그림이 나올까 하고.
“노즐의 보고는 들었다. 자유롭게 신체와 물질의 속도를 강화할 수 있는 고위 강화계 이능력자. 드문 능력이군.”
?
?
누구세요?
당신 누구야
우리 와이즈가 이렇게 친절할 리가 없어
왜 정상인처럼 말을 하시죠?
묵언검객님이 너무 예쁘셔서 잘 보이고 싶은 마음에 일코 중이신 건가요?
일코는 일반인 코스프레의 줄임말이란다
우와 정말 하나도 안 궁금한 정보였어요
그런 기대감은 보기 좋게 배신당했다.
오늘의 와이즈는 뭔가 순한 맛이었다.
2.
몰살의 와이즈.
잔혹한 코드네임과 달리 와이즈의 생김새는 사람을 기계처럼 썰어대는 연쇄살인마나 대량학살자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차갑고 이지적이며 날카로운 분위기가 감돌기는 해도 적어도 정상인처럼 대화가 성립했다.
“아이~ 와이즈군도 참. 신입한테 기대가 크다는 건 알고 있지만 괜히 정이라도 줬다가 금방 죽어버리면 어쩌려고 그래?”
“달라붙지 마라, 테레사. 덥다.”
“하하. 두 분은 변함없이 사이가 좋으시군요. 조금 부러울 정도로.”
“멋대로 사이좋게 만들지 마라. 딱히 친해지고 싶은 생각은…”
“아앗, 또 매정한 소릴. 자꾸 그러면 테레사 확 울어버릴 거야?”
“…….”
“흑흑. 와이즈는 우리를 팀원으로 생각하지도 않았어. 우리만 진심이었던 거야. 몸도 마음도 전부 가지고 놀았을 뿐이었으븝”
“신입 앞에서 이상한 소리 하지 마라. 괜한 오해를 사고 싶지는 않으니.”
“으브브븝브”
“……혀로 손바닥을 간질거리지도 마라.”
차갑지만 동료애가 아주 없지는 않은 와이즈.
스킨십이 잦은 애교스러운 테레사.
웃음을 유지하며 긴장을 풀어주는 노즐.
벨런스는 상당히 좋다.
팀 분위기를 각오하라는 시청자들의 채팅이 이해가 되지 않을 정도로.
‘듣던 것보단 멀쩡한 사람들이네요.’
시청자들도 막상 제대로 알고 했던 소리는 아니었는지, 와이즈와는 악수까지 무난하게 했다.
“와, 너 정말 귀엽다!”
[볼을 잡아당기지 말아주세요.]“말은 못하는 거야? 아깝다~ 목소리 완전 귀여울 것 같았는데. 있잖아, 텍스트 음성인식기라도 써서 인공보이스 쓰지 않을래?”
[싫어요.]“앗, 낯설지 않은 이 느낌. 너, 와이즈 과구나?! 무뚝뚝한 단답형 아싸식 대답. 숨이 턱 막히는 끊어지는 대화. 아싸 맞지?!”
테레사의 적극적이고 열정적인 태도는 내향적인 성격의 그녀에게는 다소 부담스러웠지만.
그보다 떼어내고 싶은데.
조금 참고가 될 정보는 없을까.
대쉬맨 방송의 시청자 채팅창을 돌아본 해응응.
그녀의 눈이 가늘어졌다.
이런 애 있었음?
테레사??
처음뵙겠습니다 저랑 결혼하실래요?
금발미녀 글래머미인은 못 참지
왜케 인싸임?
나 힘들어…
와이즈 표정의 비밀을 알 것 같네ㅋㅋㅋ
아무것도 안했는데 벌써 진 빠짐
요망한 뇬 보소 시청자 기 다 빨아가는 폼이 아주 서큐버스가 따로 없네
아는 척은 그렇게나 많이들 하더니.
죄다 꼭 처음 보는 기색이다.
“저도 몰라요! 이런 화기애애한 와이즈 팀은 처음 본다고요!”
대쉬맨도 마찬가지다.
인생은 실전이라더니.
이론만 백날 파봤자 막상 게임에 들어오니 허둥지둥 난리들이 났다.
[몰살의 와이즈. 그런 이름을 들었어요.]“…누구한테 그걸 들었지. 설마 노즐?”
“어머, 얘도 참. 와이즈 과라기엔 눈치가 너무 없는데?”
“난 아니야. 상부에서 전해줬나본데. 아주 거하게 저질러버렸군.”
와이즈, 테레사, 노즐.
세 사람의 분위기가 조금 가라앉았다.
‘아주 헛소문들은 아니었나보네요.’
몰살의 와이즈라는 별명은 실제로 있었다.
그 사실을 세 사람도 인지하고 있다.
해응응은 이를 확인할 수 있었다.
동료를 잃은 고통을 멸칭으로 부른다.
그 분한 마음을 어찌 모를까.
몰살검객이라고 불린 그녀가 모를 리 없다.
그렇기에 더욱 힘찬 글씨체로 단언했다.
[그런 불길한 이름을 쓰는 것도 이제는 끝이에요. 제가 팀에 들어왔으니.]눈살을 찌푸리며 못마땅해 하던 테레사가 요놈 봐라? 하는 눈으로 재차 흥미를 보였다.
앞선 흥미가 단순히 귀여운 사람을 향한 호의라면, 이번 흥미는 인간적인 매력을 느낀 사람을 향한 호기심이었다.
“지금 그거, 와이즈를 위로할 셈으로 적은 말 맞지?”
[사실을 적었을 뿐이에요.]해응응은 와이즈와 똑바로 눈을 마주치며 자신의 마음을 적었다.
[저는 절대로 안 죽어요. 어떤 임무라도 예외는 없어요. 그러니 당신이 몰살의 와이즈라고 불릴 일은 두 번 다시없을 거예요.]와이즈의 눈에 옅은 놀라움의 기색이 어렸다.
테레사와 노즐 또한 신입이 이런 포부를 드러내리라고는 예상치 못했는지 얼굴이 멍해졌다.
“이렇게까지 당찬 신입은 처음이군.”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동요하기도 잠시.
자리에서 일어난 와이즈가 자신에게 매달리는 테레사를 가볍게 밀어내고는 해응응의 앞으로 다가섰다.
자색의 눈동자.
흔치 않게도 같은 색을 지닌 눈동자를 두 사람은 빤히 들여다보았다.
‘이 눈 때문이었죠. 이상형월드컵에서 와이즈를 뽑았던 이유가.’
다만 모든 것이 그때와 같지는 않았다.
생기를 잃은 죽은 눈이었던 이상형월드컵에서의 눈과 달리, 지금의 그에게는 흐릿하나마 생기가 남아있다.
그것은 꺼져가는 희망의 불씨였다.
마지막으로 속아보겠다는 맹목이었다.
그러니 그녀는 죽을 수 없다.
“다음 임무는 쉽지 않을 거다.”
와이즈가 단련실로 떠난 뒤.
바보처럼 마냥 애교를 부리던 테레사의 표정이 싹 바뀌었다.
“얘. 묵언검객이라고 했지? 너, 재밌네.”
“?”
“잘생겼지? 와이즈.”
와이즈에게 그랬던 것처럼 달라붙어서 애교를 부리나 싶었더니, 그녀에게는 오히려 고압적인 표정을 지으며 왕언니의 모습을 보인다.
“와이즈에게 잘 보이고 싶은 마음은 이해해. 같은 여자로서 모를 수가 없지.”
“??”
“그래도 그 마음은 접어둬. 이 언니가 침까지 발라놨거든. 어디서 나타났는지도 모를 낯선 여자한테 내 남자를 내줄 정도로 쉽지는 않다고.”
그것은 명백한 견제였다.
팔짱을 끼며 자신의 팔위로 큰 가슴을 부각시키는 자세는 기선제압의 의도가 가득했다.
“와이즈는 내 꺼야. 나만이 그의 곁을 지킬 수 있어. 괜히 여린 아이 상처받게 만들지 말고 조용히 있도록 해.”
와이즈의 뒤를 이어 엉덩이를 씰룩거리며 자리를 뜨는 테레사.
마지막까지 남은 노즐만이 텅 빈 소파를 독차지하며 양팔을 벌려 몸을 푹 기댔다.
“이해해줘. 테레사는 와이즈와 제법 오래 지낸 녀석이거든. 동료의 죽음에 상처입고 마음에 거리를 두는 와이즈를 달랜다고는 하지만, 우리 중에서 제일 상처가 많은 건 정작 테레사야.”
“…….”
“와이즈도 분명 알고 있으니까 귀찮아하면서도 매번 애정표현을 받아주는 거겠지. 정말 부러운 녀석이라니깐.”
와이즈와 테레사가 없는 자리에서 옛날이야기를 꺼내며 주절주절 이야기를 늘여놓은 노즐.
공략에 도움이 되는 이야기라도 있을까 싶어 귀기울여보았지만 막상 그가 하는 이야기라고는 일상의 잡담에 불과했다.
탁탁 튀는 굴뚝 속의 불꽃을 바라보는 묵언검객의 눈에 서서히 피로감이 어렸다.
묵언검객을 퇴치하는 법 = 지루한 이야기를 한다
지루한 이야기를 아주 많이 한다
했던 이야기도 다시 한 번 더 한다
으아악 그만둬!
이 인간 시선이 스킵버튼으로 돌아가네
설마?
어어 진짜 누름?
[▶임무대기시간을 스킵합니다.]엌ㅋㅋㅋㅋ
경축☆묵언검객 인생 첫 스킵☆
채찍 시뮬레이터에서는 단 한 번도 스킵을 하지 않고 모든 스토리를 다 봤던 묵언검객이 스킵을 누르게 만든 그는 대체…….
스킵검객 실화냐?
응 공략대상 아니면 관심 없어~
이래도 스피드런이 아니야?
누가 봐도 스피드런ㅋㅋㅋ
대기시간은 끝났다.
이어지는 본 임무.
와이즈 팀에서의 첫 번째 임무가 시작됐다.
어? 임무명 상태가?
와ㄷㄷㄷ 진짜 ㅈ됐다
이게 이렇게 이어지네
그리고 시청자들은 말했다.
여기서 죽는 사람이라 첨 봤구나
임무를 너무 빨리 깨서 세 번째 팀원 살아있을 때 만나버리네ㄷㄷ
금발청안의 글래머미녀 테레사.
와이즈에게는 애교 많은 어리광쟁이지만 묵언검객 앞에서는 기센 왕언니이자 여장부가 따로 없는 당찬 상여자.
헬세살 정사 세계관에 따르면, 그녀는 이번 임무에서 죽는다.
단 한 차례의 예외도 없이.
모든 플레이어의 모든 분기에서.
그것이 플레이어들이 테레사의 존재를 알지 못했던 이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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