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219)
〈 219화 〉 219 등가교환
* * *
1.
악몽 같은 미연시 플레이 이후.
대쉬맨은 자아성찰의 시간을 가졌다.
“길드장님의 큰 뜻, 이제야 알았습니다.”
“?”
“이브님께 어울리는 남자가 되려면 우선 자신의 무력함을 깨달아라. 그런 의도가 담긴 게임선정 말입니다.”
“??”
“가상의 여동생을 지키기는커녕 스스로도 구할 수 없는 현실. 이번 게임을 통해 분명히 깨달았습니다. 생각해보면 당연한 일이었죠.”
“???”
“이브님은 A급 각성자. 그것도 전쟁영웅이시죠. 그에 비하면 저는 아직 갈 길이 멉니다. 그분의 곁에 서기엔 부족함이 많죠.”
뜻하지 않게 스스로를 돌아보게 된 대쉬맨.
과정은 악질이었지만 결과적으로 그에게는 새로운 동기부여가 됐다.
[응원할게요.]“지켜봐주십쇼. 언젠가 충분히 강해졌다고 생각이 되거든 다시 이복아카에 도전할 겁니다.”
[이복아카요?]“피가 다른 이복여동생들과 아카데미에서 살아남기의 줄임말입니다.”
결의를 다진 사나이의 기세는 해응응조차도 잠시 움츠러들게 만들었다.
“그때는 꼭 다시 고스트모드로 지켜봐주십시오. 제가 얼마나 성장했는지. 그때의 저에게는 이브님의 곁에 설 자격이 있는지.”
주아영과 마찬가지로 폐관수련에 돌입하는 대쉬맨. 그의 뒷모습은 실로 남자다웠다.
“힘들겠네, 저 아저씨. 폐관동 들어가면 아영이랑 자주 마주치면서 비교하게 될 텐데.”
한참 채찍질을 연마하던 무렵, 이소혜는 주아영과 함께 폐관동에서 폐관수련 경쟁을 하던 시기가 있었다.
후우, 14시간 맹훈련 끝!
축하해요, 소혜 언니.
응? 아영이 넌 안 들어가니?
조금만 더 하고요.
그럼 오늘은 같이 들어갈까?
이소혜가 10분만 더 깨있으면 수명을 100분은 줄이겠다는 전신피로가 피부로 실감될 지경이 되어도 주아영은 멈추질 않았다.
처음에야 노력하는 후학이 대견스러워보였지, 중간부터는 니만 노력파야? 어디 한 번 겨뤄보자 하는 마음도 품었고.
끝내는 어디까지 더 하나 오늘 끝장을 보자며 연장전에 돌입했지만 어림도 없었다.
“아영이 옆에서 수련하면 둘 중 하나겠더라고. 응급실에 실려 가거나. 쟤보단 덜 노력한다고 인정하고 자기 페이스대로 수련하거나.”
[그게 다 심법차이에요. 하나 더 알려드릴까요?]“됐네요, 됐어. 그렇게 수련만 하면 매니저 일은 누가 하라고?”
이소혜는 지금의 페이스에 만족했다.
적당히 강해지고, 적당히 자유롭고, 적당히 인생을 즐기는 나날.
이왕이면 해응응의 곁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진다면 더할 나위가 없다.
‘아영이의 폐관수련이 끝났다면 이런 일상도 위태로워질 거라는 불안감도 들지만.’
아영이의 목표는 대단히 높다.
적어도 당분간 그 수련이 끝나는 일은 없으리라.
[그래서 반요곡 켠왕은 언제 하나요?]“…오늘밤에?”
대쉬맨이 폐관수련에 들어간 날.
선수교체라도 하듯이 해남파에 새로운 스트리머가 탄생했다.
2.
“대쉬맨을 학대한 건 너무했어요.”
쉽게 넘어간 대쉬맨과 달리, 이브는 불만스레 항의하였다.
“알아보니까 여동생들이 죽는 게임이라던데, 사고로 여동생이 반신불수가 되어 후유증으로 죽기까지 했던 사람에게 시킬 게임은 아니잖아요.”
[무림인이라면 아픈 상처를 딛고 일어날 때에 깨달음을…]“쓰읍.”
[죄송해요.]“대쉬맨님한테도 나중에 따로 사과하세요.”
마냥 대쉬맨을 밀어내는 것처럼 보이면서도 은근히 그를 챙겨주는 이브. 이제는 해응응도 그녀의 속마음이 궁금해졌다.
[그 정도로 걱정되면 직접 찾아가서 위로를 하는 건 어떤가요?]이브는 조신하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큰 뜻을 품은 남자를 방해해서야 쓰겠나요. 수련을 방해하고 싶지 않아요.”
[대쉬맨이 당신을 좋아하는 건 알고 있죠?]“모를 수가 없죠. 그렇게 티가 나는데.”
[직접 찾아가서 응원을 해준다면 큰 동기부여가 될 거예요.]“그건 안돼요. 그의 마음은 받아줄 수 없으니까요. 여지가 있다고 생각되는 일은 가급적 하고 싶지 않아요.”
이렇게 보면 단호박이 따로 없는데.
뒤에서 챙겨주는 모습을 보면 막상 아주 마음에 없는 건 아니다.
해응응은 그 모순을 짐작할 수 있었다.
[걱정되는 건가요? 그가 홀로 남겨질까봐.]“후우. 시스터 해응응은 눈치가 너무 좋아서 탈이에요.”
묵언검객의 시청자들이 듣는다면 갈고리로 채팅방 스크롤을 미친 듯이 끌어내릴 소리를 이브는 태연하게 진심으로 내뱉었다.
“시스터의 도움으로 제게도 천명을 누릴 가능성이 생겼지만 사람 일은 모르는 법이에요.”
“…….”
“저처럼 수명도 불안정한 여자에게 살날이 창창한 남자가 빠졌다간 늙어 죽을 때까지 혼자 살 거라고요?”
“………….”
“대쉬맨씨는 행복해질 자격이 있어요. 저같은 여자에게 빠져서 한평생을 홀로 살아가는 괴로운 미래를 떠넘기고 싶지는 않아요.”
이브의 마음은 무거웠다.
대쉬맨을 나쁘지 않게 여기기에 더욱 그의 마음을 받아줄 수 없다.
정말 쉽지 않은 관계다.
“이럴 땐 차라리 그런 생각도 들어요. 저처럼 마력병으로 죽어가는 사람이라면. 그런 사람과는 후회 없는 사랑을 나눌 수 있을 텐데, 라고.”
“……!”
“후후. 바보 같죠? 자꾸만 마음이 약해져서는. 전장에서 멀어지니 반년 만에 이런 꼴이에요.”
[약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정말요?”
“…시스터 해응응. 저는 스스로를 한심하다고 표현한 적은 없는데요.”
날 그렇게 한심하게 생각하고 있었냐며 충격 받은 이브와 달리, 해응응은 전하고 싶은 말만 수첩에 적었다.
[나이를 먹으면 조금씩 마음이 약해지는 건 당연한 일이에요.]“저, 저는 그렇게 심하게 늙지는 않았어요! 아직 이십대라고요!”
[다 이해해요.]무림에서 보낸 20년.
늙어가는 설움과 약해지는 마음을 모를 그녀가 아니었다.
몸이 젊어지며 장난기도 부쩍 많아진 그녀.
늘어난 이해심도 사라진 건 아니다.
오히려 마음의 안정을 찾으며 그녀의 포용력은 무림에서보다 더욱 높아졌다.
“흥. 그렇게 제가 나이 들어 보이면 어린 애들이랑 놀러 가시죠.”
[이브? 갑자기 왜 화가 난 건가요?]권력자들에게 시달리며 외모를 축복이 아닌 저주처럼 생각했던 그녀에게는 젊음조차도 저주의 일종처럼만 여겨졌으니.
나이를 먹는다는 것에 여성으로서 본질적인 거부감을 보이는 이브의 심리를 이해할 수 없는 해응응이었다.
“제가 왜 화났는지 모르시겠어요?”
[모르겠어요.]천진난만한 해응응의 얼굴에 이브도 악의가 없음을 깨닫고는 그녀의 볼을 손으로 쿡 찔렀다.
“그래도 잘못한 건 알겠죠?”
[사과할게요.]“미안하면 부탁 하나만 들어주세요.”
해응응은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심법의 요령을 가르쳐달라고 할까.
아니면 권술을 전수받으려는 걸까.
상상의 나래를 꽃피우는 해응응.
무림인다운 상상도였지만 그녀의 상상은 전부 빗나갔다.
이브가 해남파 정문을 가리켰다.
“기자들 좀 어떻게 해주세요. 바로 앞 편의점을 다녀오기도 겁날 정도로 너무 많아요.”
3.
해남파 앞에는 기자들이 진을 치고 있다.
어느 길드인들 안 그렇겠냐만은 해남파는 특히나 기자들이 노리는 길드였다.
“이브 쪽은 어때?”
“안 나와.”
“흑의종군 놈들은?”
“안 나와.”
“묵언검객은 나올 리가 없겠지?”
“안 나와.”
“지독한 놈들. 어떻게 한 번을 안 나오지?”
기삿거리가 넘쳐나는 해남파.
하나만 건져서 인터뷰만 따면 특종, 속보, 독점, 최초보도 등의 타이틀을 마구마구 붙여서 기사를 낼 수 있건만.
다른 길드들이 홍보 차원에서 기자들과 두루두루 안면을 트고 적당히 기삿거리도 내어주는 것에 비하면 해남파는 박복했다.
“선배. 그냥 안으로 들어가면 안 됩니까?”
“야. 쪽팔리게 다른 기자들 앞에서 초짜 티 좀 내지 마라. 응?”
“아 왜요. 몰래 들어가면 지들이 어쩔 거예요.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서라도 몰래카메라 들고 들어가야 하는 부분 아니에요?”
다른 신문사 기자가 대놓고 비웃었다.
“최기자. 신입 때문에 고생이 참 많어. 금마 사고 안 치게 하려면 단디 묶어야 쓰것어.”
“하하. 다른 기자분들한테 민폐 끼치는 일 없도록 제대로 단속하겠습니다.”
웃으며 동업자들의 핀잔을 받아넘긴 최기자가 후배의 정강이를 냅다 발로 깠다.
“악! 아프잖아요!”
“아프라고 한 거다, 등신아. 해남파는 기자들 출입금지에 잠입사실 발각되면 금속탐지기로 카메라랑 녹음기 다 털리고 고소 먹어.”
“우리 기자인데요?”
“그래서 뭐 어쩌라고. 해남파 길드장이 기자들 존나 싫어하는 거 몰라?”
“참나. 그럼 기삿거리를 만들지를 말던가. 그림의 떡도 아니고 이게 뭐람. 지들도 무슨 캥기는 짓을 하니까 싫어하는 거 아니에요?”
“그 소리 해남파 길드원들 앞에서 해봐라. 너 이 동네에는 밥 한 끼도 못 먹어.”
데스크에서 기사 내리라며 고래고래 소리를 쳐도 제 주머니에 돈이 들어올 때까지는 절대 굽히는 법이 없는 또라이 최기자.
미친개가 따로 없는 최기자가 알아서 사리는 모습에 후배기자도 심각성을 느꼈다.
“최선배. 진짜 뭐가 있는 겁니까?”
“있는 건 니 면상에 있는 못생김이고.”
“아 왜 갑자기 시비에요. 선배도 저랑 오십보백보면서.”
“기자들이 개방이나 하오문 같아서 싫단다.”
“개방? 하오문? 그거 무협에 나오는 정보조직들 아니에요?”
“적선하는 거지마냥 기삿거리 달라고 애원한다면서 비꼬는 거겠지. 괜히 자극하지 마. 지난번에 일 저지른 녀석은 완전히 실종됐어.”
기삿거리보다 목숨부터 걱정해야 하는 해남파.
후배기자도 현장분위기를 파악하고 슬슬 사리기 시작하던 도중이었다.
“어? 선배. 정문 좀 보세요.”
“정문이 뭐.”
“묵언검객 나오는데요?”
“아니 시발 이게 왜 진짜야?”
“카, 카메라! 카메라 들고 쫓아가요 선배!”
당연히 정문으로 나오지는 않을 거라며 담벼락을 넘거나 건물옥상에서 뛰어내려오는 묵언검객을 찍고자 흩어진 기자들.
그에 비해 정문존버를 고집했던 최기자와 후배기자는 생각지도 못한 기연을 건졌다.
묵언검객이 정문으로 나와 그들을 향해 똑바로 다가온 것이다.
[기삿거리 하나 줄 테니 정문 근처에 있는 사람들 다 모이라고 하세요.]기사를 줄 테니 물러나라.
해응응 딴에는 등가교환이라고 생각하는 거래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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