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233)
〈 233화 〉 233 우주징벌동과 악질시청자들의 최후
* * *
1.
라운드 오브 나이트, 넘버즈.
방랑상인단 최고의 파일럿 상위서열 10인에게 주어지는 영광스러운 칭호.
그 칭호를 받는 이들은 약할 수 없다.
동화율의 재능도.
기체의 지원도.
모두 패배할 수 없는, 승리를 쟁취할 수 있는 요인들만 모였으니까.
어째서냐.
그래야 했을 터인데. 라운드 오브 나이트의 말석인 넘버즈 9번 은 지금 패배하였다.
파일럿의 반응속도와 기체의 성능, 무장상태 모두 뛰어났지만 패자는 그였다.
어째서 내가 진 거지?
킥킥. 바보♡ 허접♡ 자기가 왜 진 줄도 모르는 형편없는 파일럿♡ 그런 건 각오가 부족하기 때문인 게 당연하잖아♡
각오… 때문이라고?
두 대장기의 일기토.
1 대 1의 정정당당한 승부.
만곡동무쇠다리보부상은 이 대결에서 완벽한 승리를 거두길 원했다.
고작 두땃쥐단의 에이스 파일럿 따위에게 고전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 넘버즈로서의 위신에 상처를 입지 않겠는가.
그래서 기체의 손상도 허용하지 않았다.
조금의 피해도 없는 무결의 승리를 원했다.
은 달랐다.
기체의 손상도, 혹여나의 실수에 의한 사망도.
더는 두렵지 않다.
그녀가 두려운 건 또 다시 패배하는 것.
자신을 따르는 허접들을 지켜주지 못하는 것.
강한 의지는 두려움을 이겨냈다.
서로를 향해 돌격하며 빔을 쏟아내는 두 기체.
상대가 발사한 미사일을 전탄 요격하며 그대로 충돌할 기세로 점점 거리를 좁힌다.
미친년, 같이 죽자 이건가?!
만곡동은 먼저 기체를 급선회했다.
부족한 기체의 성능을 무위로 되돌리는 아슬아슬한 타이밍까지 계속되는 공격들.
끝내 기체의 뒤를 잡힌 만곡동은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었고 패배가 확정시되었다.
그리고 지금.
그는 허탈하게 웃고 있다.
각오의 차이라니.
그건 광기의 차이였다.
기체를 보호하는 보호막도 끄고 단 한 발의 탄환도 맞지 않을 거라는 확신을 품고 개싸움을 이어나갔다.
결과는 에너지잔량의 차이로 드러났으니.
안전을 위한 최소한의 보호막.
뒤를 잡힌 상황에서 벗어나고자 펼친 급가동.
수많은 요인들이 출력저하를 야기했고, 끝내 뒤를 잡힌 채로 공격을 허용했다.
난 나쁘지 않았어. 네가 괴물같이 강했을 뿐이었다고!
그래그래♡ 장하다 장해♡ 이 쓰레기새끼♡
…망할년.
추한 변명은 격납고로 돌아가서 해버려♡ 비싼 기체를 고물로 만들어서 죄송하다고 회장님께 사과해♡ 도태파일럿이라 죄송하다고 사과해♡
젠장. 이 이상 수치를 당하느니 로그아웃을 하고 말지.
일기토의 승리로 기세는 넘어왔다.
두땃쥐단은 적들의 격퇴에 성공했다.
그러나 끝내 방랑상인단의 거대 스테이션을 파괴하는 데에는 실패했다.
이미 입은 피해가 많았고, 더 이상은 상처뿐인 승리가 될 가능성이 농후했다.
아쉽지만 그들은 전진을 멈추었고, 전장의 승자가 누가 될지 귀를 기울였다.
인면지주단이 보복에 성공했대!
라는 끔찍한 닉네임을 지닌 녀석이 넘버즈 셋을 쓰러뜨렸다나봐.
굉장한데?
대신 주변 함대에서 지원사격을 받았대.
뭐야 그게. 함대 빨이잖아.
실력으로 넘버즈를 꺾은 건 우리 메스가키녀뿐이라고!
메스가키 만세!
만세!
애플녀 만세!
만세!
거듭되는 찬양 너머, 우주전쟁이 인면지주단의 판전승으로 끝나고 얼마 뒤.
마침내 기다리던 소식이 들어왔다.
[스트리머 묵언검객 님이 전체공지를 새로 등록했습니다.]묵언검객의 공지였다.
[강제송환장치 유치시설의 선정이 끝났어요.] [선정자는 거다이맥스는못참지.] [선정장소는 거다이맥스 묵언검객 조각상이에요.] [앞으로 악질수감자는 거다이맥스 묵언검객 조각상의 절벽 징벌동으로 강제송환 되어 일정기간 죄를 뉘우쳐야만 해방될 거예요.]?
?
뭐지?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봐?
재주는 곰이 부려? 돈은 사람이 가져가?
우주전쟁.
삼대세력의 치열한 전쟁의 결과.
승자는 엉뚱한 거다이맥스는못참지가 되었다.
거대세력도 아닌.
중견세력도 아닌.
홀로 우주를 떠도는 우주 제일의 갑부이자 미치광이에게 말이다.
“죽 쒀서 남 줬어♡ 열심히 싸웠지만 허탕만 친 파일럿들에게 사과해♡ 허접한 회장들의 영업력이 부족했다고 사과해♡”
우리는 뭘 위해서 싸웠던 거냐며 우주공간 전역에서 폭동에 준하는 시위가 일어났다.
단일설비로 각 팬클럽의 거대조직 총 투자액을 능가하는 거다이맥스 묵언검객 조각상은 산발적인 시위 따위에 흔들릴 수준은 아니었고.
자연히 시청자들의 분노는 각 조직의 회장들에게 향했고, 이는 민중봉기라는 새로운 대소동으로 이어졌지만.
[필요한 시설은 지었으니 이만 돌아가죠.]용무가 끝난 묵언검객의 관심은 사라졌다.
시청자들에게는 시청자들만의 시간이 필요할지도 모르는 일 아니겠는가.
사적인 시간은 존중해줄 필요가 있다.
“……이 타이밍에? 이렇게 불이란 불은 다 질러놓고? 진짜 방화범이 따로 없네.”
이소혜의 감탄과 함께 ES 우주대기공간에서 접속을 종료하는 해응응이었다.
2.
세상에서 가장 흉악스러운 우주건축물에 세상에서 가장 흉악한 강제송환수감시설이 설치됐다.
민중봉기 때문에 대부분의 시청자들은 강제송환수감시설의 악랄함을 깨닫지 못했지만 그 악질력은 악질시청자들도 인정할 정도였다.
우선 일정기간 수감생활 보내지 않으면 본방시청불가능.
IP차단에 의해 다른 계정으로도 시청불가.
브이튜브 편집본도 동일 IP 및 퍼스널데이터까지 차단되어서 우주공간에서 수감생활 보내지 않으면 묵언검객 방송 직관은 불가능하다.
방송을 보고 싶어도 남의 방송 옆에서 훔쳐봐야하니, 당연히 남의 스크린폰이나 컴퓨터로 어깨너머에서 엿보는 정도가 한계다.
가상현실세계는 퍼스널데이터, 신체정보등록제도에 의해 1인당 1개의 계정이 원칙이니까.
몸이 여러 개라도 되지 않는 한, 한 번 악질시청자로 분류되어 징벌동에 갇히면 모든 형기를 채워 만기복역하기 전까지는 답이 없다.
감각링크나 입체적인 영상열람은 꿈도 꿀 수 없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아니 야발 감각링크 없는 방송은 단팥 없는 붕어빵 아니냐고
잉꼬 없는 찐빵 아님?
찐빵에는 앙꼬가 있고 잉꼬는 없어야지 무친련아 그건 새잖아
붕어빵에는 붕어 들어가는데?
이샛기 어느 지구에서 건너온 차원여행자임?
붕어빵에 진짜 붕어가 들어가는 세계선ㄷㄷ
그래도 팥빵에는 잉꼬 안 들어가 무친련아!!
잉꼬빌런 ㅅㅂㅋㅋ
찐빵이건 붕어빵이건 우리 ㅈ됐다는 말이잖아
에라이 개** 그냥 안 보고 말지
ㄹㅇㅋㅋ미쳤다고 이걸 하겠냐?
징벌동 꺼져~ 로그아웃하면 그만이야~
쌍욕을 내뱉으며 우주공간에서 로그아웃한 악질시청자들.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아 그들은 감방으로 되돌아왔다.
가상세계 밖의 현실에서 진짜 감옥에 갇혀있는 건 아니다.
묵언검객의 방송을 찾지 않으면 감옥에 갇힐 일도 없다.
그깟 방송 하나만 포기하면 죄수가 아닌 악질시청자로서 다른 방송에서 깽판을 치며 얼마든지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다.
하지만 그들의 정신은 이미 감옥에 갇힌 거나 마찬가지였다.
만족이 되지 않는 것이다.
어떤 스트리머의 어떤 영상을 보더라도 묵언검객의 대체재는 될 수 없었다.
어이 김씨. 수감생활은 절대로 안 한다며?
엄길동 겜하는 꼬라지 발암이라서 그냥 돌아옴
쯧쯧. 이 징벌동에 갇혀있다니. 그 인간도 여친 사귀기엔 한평생 글렀네.
와 우리도 악질이긴 해도 쟤 닉네임은 좀 무섭다
엄길동이 불쌍하지도 않아?
닥쳐! 그러는 니들도 , , 인 주제에 지적질 하지 말라고!
내가 하면 로멘스고 남이 하면 불륜.
내가 하면 팬심이고 남이 하면 악질.
내로남불의 극치를 달리는 악질들은 서로 니 닉네임이 더 심하네, 쟤 닉네임이 더 심하네 싸웠지만 그런다고 형기가 줄어들지는 않았다.
[남은 형기 99년 364일 13시간 15분]징역 100년 징벌동행.
사실상 무기징역이나 다름없는 형기!
그런데도 그들이 버틸 수 있는 이유는 희망이 있기 때문이다.
【형량경감수칙】
1조 전쟁노예로 전장에서 공을 세울 시, 공에 따라 차등경감.
2조 VR헬멧을 쓰고 존댓말만 하는 프로그램을 시청하는 시간의 2배 형기감소.
3조 육체노동이 필요한 작업에 착수할 시, 작업성과에 비례하여 형기감소.
징벌동 벽면에 해응응이 남긴 규칙.
형량경감수칙이 바로 그 희망의 정체였다.
야 시발 이거다!
전쟁! 지금 전쟁 존나 나잖아!
야, 거다이맥스는못참지! 우리 전쟁노예 할게. 전쟁노예 할 테니까 전장에 데려다줘!
징벌동 죄수들의 외침에 거다이맥스는못참지의 얼굴이 벽면 패널에 떠올랐다.
[그건 제가 허가할 수 있는 사항이 아닙니다.]그럼 누가 허가하는데!
[묵언검객님께서 직접 허가하십니다. 참전할만한 가치가 있는 전장에만 보내준다고…]그래서 묵언검객은 언제 오는데?
[오늘 왔다 가셨으니 뭐… 대충 일주일 뒤 아니면 몇 달 뒤에는 오시지 않겠습니까?]일주일 아니면 몇 달 뒤라니.
오차범위가 작살이 난 통계도 이따위로 형편없지는 않겠다!
미친 거 아니야?!
그럼 그 동안은 뭐하고 지내라고!
몇 달 뒤라는 것도 결국 정확한 시일은 모르는 거잖아! 그때 없으면 어떡하라고!
맞아! 그날 접속을 안했다가 기회를 놓치면 어떻게 책임 질 거야!
거다이맥스는못참지는 귀찮음 가득한 얼굴로 반문했다.
[그걸 왜 제가 책임집니까? 당신들 형량이 안 줄어드는 건데 당신들이 책임져야지. 꼬우면 매일 접속해계시면 되겠군요.]죄수들이 뒷목을 잡았다.
이 시발 이거였구나!
이 무친련이 희망고문으로 우릴 매일 이 감옥에 접속하게 만들 작정이었어!!
그래도 어차피 접속하는 거, 그 동안에 VR헬멧이라도 끼고 있으면 되지 않아?
죄수 한 명이 가벼운 마음으로 VR헬멧 시청을 선택하였다.
[어린이들을 위한 놀이방송! 키즈투데이!] [안녕하세요 어린이 친구들. 오늘은 찰흙으로 스테고사우루스를 만들어보아요.]그리고 절규했다.
야!! 이 또라이 새끼들아!! 존댓말만 하는 프로그램으로 키즈프로그램을 트는 미친놈이 어딨어!! 이걸 어떻게 보라고!!
[묵언검객님께서 말하셨습니다. 존댓말 위주로 나오는 프로그램은 플레이리스트에 전부 추가해서 집어넣으라고.]후우… 그래서 다음엔 뭐 나오는데.
[삼각형 외각의 성질을 이용한 각도크기 구하기 중등수학 인강입니다.]진짜 아무거나 넣으면 어떡해 무친련아!!
죄수들이 VR헬멧을 쥐고 절규했다.
이거 왜 재밌냐?
오 선생 손 졸라 예뻐
요즘 애들은 찰흙으로 이런 것도 만들어? 퀄리티 장난 아니네.
하지만 심심함을 참지 못해 자발적 죄수생활을 하는 죄수들이 심심함 앞에서 VR헬멧 시청을 외면할 수 있을 리가 없었으니.
먼저 본 죄수들의 의외로 나쁘지 않은 반응.
이에 다른 죄수들도 하나 둘씩 눈치를 보다가 슬금슬금 헬멧을 장착했다.
보다보니까 문제 맞추는 재미가 있는데?
오. 이거 학교에서도 못 배웠던 건데.
오 선생 오피스룩 개꼴려
묵언검객도 강의 안 해주려나?
이딴 게 참교육? 왜 유익하지?
우리도 찰흙 줘 나쁜련아!! 찰흙놀이 보여주고 찰흙 없는 건 무슨 고문인데!!
미어캣의 일생 너무 슬프다 흑흑
형량 줄이자고 2시간 동안 찰흙놀이를 보고, 4시간 동안 중등수학을 배우고, 3시간 동안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야생동물들의 생애를 본다.
무질서한 존댓말 프로그램 시청 덕분에 죄수들의 동심과 교양, 상식이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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