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296)
〈 296화 〉 296 혼란을 틈탄 심연의 주민들
* * *
1.
황금현은 알게 모르게 막내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고 있었다.
아픈 손가락이라도 제 손가락이며 새끼손가락이라고 귀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어디 범죄조직에 손가락 하나를 입단의 증표로 바치지 않는 이상에야 사람은 손가락 하나도 아끼며 살아간다.
“저 미친놈을 가문에서 제명을 해야 했는데!”
그 손가락이 악명 높은 무친년에게 우리가 널 괴롭혔던 문파출신이라며 이름을 대기 전까지는 말이다.
“모르겠지? 분명 아들놈 이름만 듣고는 모를 거야. 직접 엮였던 적도 딱 한 번뿐이니까. 그렇겠지? 진짜 모르겠지?”
황금현은 불안한 마음에 한참을 그리 중얼중얼거리며 괴로워했다.
자신이 원한을 만든 상대가 강해졌다는 사실은 그렇게나 두려운 일이었다.
“안 되겠어. 도저히 내 선에서 무마할 자신이 없어. 이건 군사를 찾아가야해.”
그와 같은 무림비망록의 귀환자이자 무림맹의 군사였던 백소천.
역시 이럴 때 의지할 사람은 그밖에 없었다.
2.
황금현의 발등에 불이 떨어진 사이, 이미 불타오르고 있는 사람도 있었다.
바로 이해찬이었다.
“아니 이게 무슨 소리야?! 아머드도 줘, 부품 값도 대줘, 토지에 세금까지 다 퍼줬건만 못 싸우겠다니. 이거 실화야?”
동부공업지대의 십만대군이 하루아침에 궤멸했다는 소식은 각 방면의 지방을 도맡은 세력가들의 귀에도 들어갔다.
검투사키우기의 숨은 실력자였던 황금강의 세력이 하루아침에 풍비박산 났다.
타이밍만 잘 맞으면 역모도 꾀할 수 있던 인간이 골로 가버렸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그들이라고 황금강보다 나을 것 같지는 않았다.
“미안하게 됐네.”
“그러게 묵언검객은 왜 건드리고 그랬나?”
“다 자네 업보 아닌가.”
줬던 거라도 뱉어내면 말이나 안 하지.
하나같이 정치인만큼 뻔뻔한 양반들이다.
“당신들. 아머드태종이 드래곤하트를 소화 중인 건 알고 있지?”
“거 잘됐구만. 아머드태종으로 묵언검객을 무찌르면 되지 않겠나?”
“묵언검객을 쓰러뜨린 뒤에는 당신들이 했던 짓 잊지 않을 거야.”
“…으응? 얘기가 그렇게 되나? 갑자기 막 묵언검객을 도와서 방해를 하고 싶어지는 걸?”
“미치겠네. 알았으니까 방해나 하지 마쇼. 묵언검객은 나보다 더한 미친 사람이야.”
나이 먹고 취미로 게임하는 사람들은 이게 무섭다.
사회생활로 단련된 날카로운 킬각과 줄타기는 스트리머 활동으로 단련된 이해찬의 간담도 때때로 서늘하게 만든다.
만일 그가 방송 중이 아닌 일반 게이머였다면 진즉에 어떤 권모술수에 당했을지도 모른다.
‘이러니 한국 플레이어들이 에픽판타지에 진출만 했다하면 외국인들한테 린치를 당하지.’
본의 아니게 에픽판타지에서 한국인이 기를 못 펴는 이유를 맞춰버린 이해찬이었지만 주력게임도 아닌 게임의 사정이야 아무래도 상관없다.
“하. 진짜 시간만 있으면 마나통도 미친 듯이 올라가서 묵언검객도 확실하게 이길 수 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방법이 없었다.
무언가 시간을 끌 묘수가 없을까.
진지하게 고민하던 그의 눈에 채팅창의 소란이 보였다.
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응 너희가 안 싸우고 싶어도 몰살검객은 싸울 거야~
줄타기충 개같이 멸망ㅋㅋㅋ
이걸 또 진군을 하네ㄷㄷ
이럴 거면 그냥 반요곡을 하라고!
ㄹㅇ 반요곡에서 몹들 줘패듯이 달림
“뭐야. 그 인간이 또 무슨 짓 했어?”
올라오는 채팅을 살펴보던 이해찬은 방송용 억텐이 아닌 찐텐으로 폭소를 금치 못했다.
“앜캌캌캌! 미친 거 아니냐고.”
얼른 지나가라며 길을 열어준 영주가 구름용 토벌전에 참여했다는 시청자 제보를 받고 돌변해서 공세에 나섰다는 묵언검객.
방금 막 기세등등하게 돌아갔던 양반이 그 소식을 듣고 어찌나 부들부들 화가 날지 상상하니 절로 웃음이 나왔다.
3.
가끔은 인성과는 별개로 일 잘하는 사람들이 좋을 때가 있다.
착하고 무능한 사람 vs 못되고 유능한 사람.
친구로는 전자가 좋지만 사업파트너 내지 부하로는 후자가 더 좋기 마련이다.
저 녀석도 범인인거시닷!(토벌전에 참여한 기체 영상클립)
저놈도 잡아가세요!(토벌전 기체표식 확대영상)
제보222(토벌전 적성기체 닉네임 포착영상)
중원무림에 돌아온 뒤에도 우리는 천라지망 거든 적 없다고, 아무 죄 없다고 시치미 떼는 이들을 앞에 두면 참 난처함이 들었다.
돈만 주면 뭐든지 알려준다던 개방이 입을 싹 다문 것과 달리, 하오문은 돈값은 했다.
‘속죄의 의미였을까요?’
하오문주의 명으로 돈은 받지 않겠다던 말에 코웃음을 치며 금자가 담긴 주머니를 떠안겼던 과거가 새록새록 떠오른다.
이유 없이 떠오르는 기억은 아니다.
기억에는 연관성이 있기 마련인지라 비슷한 경험을 겪으면 무의식중에 연관이 있는 기억을 떠올리고는 한다.
‘하오문도와 개방도 사이에 있는 시청자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모르고 있는 줄 아는 걸까.
그러기를 바라는 걸까.
자기들은 배신한 적 없는 척 시치미를 뚝 떼고 다른 플레이어들을 팔아넘기는 시청자들.
전부 기억하고 있다.
시점카메라를 쓰담쓰담하지 않고 뚱한 표정으로 쳐다보는 이유가 그것이다.
의심의 눈초리
들킨 거 아님? ㅋㅋㅋ
아모른직다
방장님 저 새끼도 읍읍
아ㅋㅋㅋ 숙청의 날 오지게 기대되구연
우주징벌동 예비수감자들 너무 많고
전범은 척결해야지ㅋㅋ
전범척결에 누구보다 진심인 민족의 한과 분노는 무림인의 은원 못지않게 깊이가 깊다.
저희 부기걸단은 묵언검객 님의 진군을 도와 곡창지대를 습격했습니다!
방랑상인단은 엄길동과 협력하여 해상무역을 봉쇄했습니다!
뚜따는 열심히 귀여움을 연마하고 있는 것이닷!
어떻게든 엄길동의오른팔처럼 세탁기를 돌려보려는 배신자들의 다급한 지원공세.
덕분에 습격이 편해진 구석도 있다.
[거점을 점거했습니다.] [대한철국 영토의 45%를 점거 중입니다.] [대한철국의 치세에 불만을 품은 지하세력들이 당신의 군세에 합류합니다.]불씨는 한 번 붙기는 어렵지만 바람만 잘 타면 산도 불태우는 거대한 산불로 거듭난다.
습격 과정에서 죽은 아군과 파손된 기체보다 새로 합류한 아군과 노획한 적 기체가 더 많은 것도 그런 산불과 같다.
“강철거인들의 시대는 끝났다! 시대는 말박이들의 재림을 원한다!”
“전국산지에 숨어살던 하피박이들이여, 우리의 음지문화를 새로운 주류메타로 만들 때가 도래했다! 묵언검객과 함께 궐기하라!”
“털 있는 인간 좋아하세요? 수인이라고 참 좋은 문화가 있는데…”
이상성욕의 산불은 조금 어떤가 싶지만.
숨어살던 이상성욕자들 다 튀어나오네
진정한 심연이 돕는 묵언검객ㄷㄷㄷ
진짜 마왕군이잖아
이해찬은 단지 해야 할 일을 했던 건 아닐까?
아 너무 무섭다;
그래도 누구에게 해를 끼친 것도 아니고.
그저 남들과 다른 욕망을 지니게 된 가엾은 인간들에게까지 박하게 굴 생각은 없다.
해응응은 보았다.
무림에서 영물의 내단을 취하려던 영물사냥꾼들이 영물들의 애교에 홀려 수호자로 변하기도 하는 광경을.
자화요녀! 잠시만 내 얘기를 들어다오.
이 일미호는 아직 힘도 약하고 꼬리도 하나뿐인 약한 요괴다. 내단을 취하더라도 얻을 수 있는 내공은 얼마 없단 말이다.
게다가 이 아이가 인간의 정기를 원하기는 해도 내가 곁에 있다면 민가의 인간들을 습격하는 대신 나만을 노릴 것이니 서로가 좋지 않은가!
사심이 깃든 정기수호자는 차라리 한심하게라도 볼 수 있지.
그만둬! 우리 우렁각시는 아무런 죄도 없어!
가진 거라고는 내공과 못생긴 면상뿐인 나를 위해서 밥을 차려주고 옷도 수선해주며 머리도 쓰다듬어주는 참한 영물이란 말이다!
원한다면 내 무공과 내공을 내어줄테니 제발 우렁각시는 건들지 말아다오!
이런 종족의 차이를 넘어선 순애수호자들은 아무리 구음절맥의 치료가 급한 해응응이라도 차마 살육을 벌일 수가 없었다.
그런 무른 면이 있는 과거의 마음 때문인지 받아주던 무리들이 어느덧 수만 명을 넘겼다.
“말 주제에 너무 끈질겨♡ 짜증나♡ 저기, 조금 가려 받는 편이 좋지 않아~?”
최신 말박이 메타는 유니콘이라나 뭐라나 하는 이유로 아머드 반, 유니콘 반이 된 군세.
자꾸만 근처를 얼쩡거리며 머리를 들이밀고 “푸르릉”거리는 유니콘들의 머리를 툭툭 밀쳐내며 질색을 하는 애플녀.
해응응도 그녀가 보이는 피로에 동감을 품었다.
‘이런 뿔 달린 하얀 말이 뭐 그리 좋다고 난리들인 걸까요.’
코이츠 유니콘에게 선택받은www
검증된 묵언검객
검증된 애플녀
(차단된 채팅입니다. 남은 시간 10:00)
미개봉품 언박싱 언제함?
언박싱ㅇㅈㄹㅋㅋㅋ
(차단된 채팅입니다. 남은 시간 3:00:00)
채팅창을 바라보는 해응응의 눈이 점점 애플녀처럼 세모꼴로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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