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44)
〈 44화 〉 44 노예투사
* * *
1.
요괴왕의 사생아는
묵언검객에게 어머니의 보살핌이라는 형태로
구원을 받았다.
궁궐에서 쫓겨난 복수조차도 꿈꾸지 못하고
그저 멍하니 스스로를 파괴할 뿐이었던
덧없는 목숨.
그녀의 온정과 이해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면
어떤 일이라도 기꺼이 돕겠노라 결심했다.
“어머님께서 투기장에 출전하려는 목적이 무엇입니까?”
묵언검객은 궁궐을 가리켰다.
그녀가 그곳으로 향해서
무엇을 이루고자 하든
거기에 그녀가 바라는 바가 있다면
그곳이 곧 그가 향해야 할 목적지.
그 맹목에는
한 치의 의심도 존재하지 않는다.
“궁궐에 어머님의 목표가 있다면 우승을 해야겠군요. 알겠습니다. 어떻게든 우승에 도움이 될 강한 투사를 구해보겠습니다.”
왕자의 든든한 선언에
시청자들은 묵언검객을 빼앗기겠다는
위기감과 질투심을 느끼며
채팅이 매워지기 시작했다.
마망검객의 아들(아들아님)
요괴왕의 아들(사생아임)
요망한반요(마망한반요임)
대충(몰?루)
오늘아침은김치찌개(고기없는)
안물어봄(두부는넣음?)
이렇게만따라하세요(따라할수없음)
씨발놈들아(뇌절하지마세요)
아니 욕부터 박네ㅋㅋㅋ
우리가먼저좋아했어(리액션브이원툴)
필드보스(늦게나올수록방종도늦음)
니들머하냐(사실안궁금함)
아들결혼은언제해(사실못하는거알고있음)
수귀자폭병씨발아(니도못했잖아)
마망검객이 엄마면 엄마랑 결혼할래
넌씨눈(괄호ㅇㄷ)
미아핑(느금마)
응느금(수귀대장)
물론 단합력 없는 채팅의 끝은
늘 그렇듯
수귀자폭병들의 자폭테러와
내분으로 인해
지리멸절하게 끝을 맞이했다.
2.
어머니라니.
다시 생각해도 어처구니없는 부탁이었다.
차라리 명령이나 교섭을 해왔다면
어머니라 부르게 해달라는 요구 따위
들어주지 않았겠지만.
하필이면 ‘부탁’이라니.
인면지주의 친구가 되어달라던
‘부탁’이 떠올라서
도저히 거부할 수가 없었다.
인면지주.
요괴왕의 사생아.
그들이 원하는 감정과
원하는 감정교류의 방식은 달라도
인간과의 관계성에 굶주린
반요의 마음만큼은
마음의 결핍만큼은
같음을 이해했기에.
이유는 그뿐만이 아니었다.
무림계에서
황제의 어린 아들의 구해달라는 ‘부탁’을
그녀는 들어주지 못했기에.
마음속에 남아있던 죄책감은
이 사생아 왕자가
대명제국의 세자와 같지 않다는 사실을
이해하기를 거부했다.
‘이런 짓을 한다고 그 아이에게 속죄를 하게 되는 건 아니겠지만요.’
끝내 황제를 죽임으로서
황제의 자리를 결코 원치 않았던 아이에게
황제가 되도록 만든
최악의 결말을 선사했다는 사실은
결코 변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이 모든 일은 결국 자기만족.
스스로 마음의 위안을 얻으려는
알량한 기만행위일 뿐.
“왕자…. 천한 인간과, 같이 싸운다는 말. 그런 약속, 없었을 텐데.”
그런 측면에서 보자면
그녀를 어머니라 부르며 안겨드는
모성애에 굶주린 왕자보다는
인간을 탐탁찮게 여기며
곧바로 적의를 드러내는 노예투사 쪽이
훨씬 상대하기 편했다.
이쪽은 적어도
심장에 멍이라도 든 것처럼
죄책감에 마음이 쿡쿡 쑤시지는 않을 테니까.
“….”
안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깊은 어둠이 드리운 활짝 열린 장롱 안.
그 안에서 들려오는
진득한 살의어린 목소리.
이를 향해 묵언검객이 검을 겨누었다.
옷장 속의 어둠 또한
부글부글 끓어오르듯 검은 기운을 뿜어내며
폭발 직전의 폭탄처럼
일촉즉발의 분위기가 도사리는 순간.
꽈앙!
그녀가 번개처럼 휘두른 검이
장롱 안에서 뻗어져 나온
시커먼 손을 쳐냈다.
묵언검객의 검을 튕겨내?
얼굴 안 보이는 괴물 특> 쥰내 강함
업계의 전통ㅋㅋ
시청자들은 요괴의 강함에 즐거워했지만
해응응은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대단한 요괴네요. 일류 외공고수 수준의 강자였던 시체언덕의 처형자조차도 제 검을 이 정도로 완벽히 받아내지는 못했는데.’
반요곡을 플레이한 이래
이 정도로 그녀의 공격이 무용지물이 된 건
사실상 최초.
처형자 급 강철피부에
언제나 어둠 속에 몸을 감추고
약점을 노출하지 않으며
원하는 타이밍에 불시에 뻗어 나오는 손은
그 팔의 길이나 관절의 가동범위 또한
비상식적이었다.
“그런가. 너, 보통 인간이, 아니군.”
해응응이 검을 고쳐 쥐었지만
문 속의 요괴는 더 이상 덤벼들지 않았다.
“벽장 속의 공포. 형체 없는, 습격자. 앞으로는 나를, 부기맨이라고, 불러도 좋다.”
해응응이 부기맨을 인정했듯이.
부기맨 또한 해응응을 인정했다.
보통의 인간이라면
부기맨의 ‘형체가 없는’ 속성을 이용한
영체화의 힘으로
물리공격이 적중조차 되지 않으면서
자신의 힘만 일방적으로 물리력을 행사하는
부기맨의 일격조차 받아내지 못하지만
해응응의 검은 내공이 깃들었고
영체화가 발동된 손에
분명한 ‘충격’을 입혔다.
그 충격량은
도저히 인간이라고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상당한 위력을 지니고 있었으니.
부기맨이 그녀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야이야, 대단하십니다, 아가씨. 잔인한 손속이 동료들도 예외가 아니라서 동료살해자의 악명이 가득한 요괴에게 실력으로 인정을 받다니.”
그런 그녀에게 접근하는
이마에는 두건처럼 백모를 두르고
준바이라 불리는 회족의 녹색 전통의복을 입은
교역상인 같은 차림새를 한
간사한 콧수염을 기른 인간.
“미천한 소인은 그저 마가놈이라고 불러주셔도 충분합니다. 분수에 넘치게도 위대하신 시조 마하무드의 성을 외자로나마 물려받았습니다.”
“도망치는 재주, 하나뿐인, 하찮은 인간. 널 인정한 것은 아니다.”
“여부가 있겠습니까. 왕자님께서도 제 역할은 한 경기를 무승부로 이끄는 것이 전부라 하셨으니 너무 고깝게 여기지만 말아주십시오.”
보통 요괴가 아닌 것처럼 보이는
부기맨.
그가 살생을 참을 정도의 인간이라면
마가놈 또한 능히 한 사람 몫은 하리라 예상된다.
요괴투사와 인간투사.
그 뒤를 이어 쿵쿵 거리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육중한 체구로 걸음을 내딛으며
존재감을 드러내는
키가 3m가 넘는 고약한 악취의 주인.
걸음마다 발치에 서리가 끼며
사슴뿔이 달린
짐승과 인간 사이의 무언가처럼 보이는
역겨운 괴물.
“완전한 요괴가 되지 못한 반요. 하프 웬디고다.”
그의 말에 마가놈이 손바닥을 비비며
간사한 목소리로 감언 했다.
“웬디고는 역겨운 악취와 거친 성정 때문에 주인을 찾지 못한 반요입니다. 선수로는 기피되는 반요지만 힘과 능력은 모두 준수하지요. 헤헤. 왕자님의 혜안이 실로 훌륭하십니다.”
묵언검객을 포함해도
부기맨과 마가놈, 하프 웬디고로 이루어진
4명뿐인 팀.
정원을 모두 채웠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거리를 오가면서 보았던
목걸이가 채워진 노예투사들에 비하면
개성도 실력도 뚜렷하다는 건
해응응도 알 수 있었다.
“제가 구한 노예투사들은 이 정도입니다. 비록 정원을 모두 채우지는 못했지만 어머니의 뜻을 이루기에 충분히 도움이 될 자들입니다.”
해응응은 내심 생각했다.
‘기대하지도 않았지만 의외로 왕자의 능력이 뛰어나네요. 인망. 아니, 카리스마일까요.’
무능하기만 한
짐짝에 불과한 철없는 아이 같은 어른을 일컫는
어른이가 아닌
단지 정서적으로 미성숙한 면이 있을 뿐인
충분한 능력을 지닌 비운의 왕자.
해응응의 내면에서
요괴왕의 사생아를 향한 평가가 올라갔다.
만일 여기서
투사들을 한 자리에 모은 카리스마를
다시 한 번 보여줘서
모두를 휘어잡는다면
해응응의 그를 향한 평가는
한층 더 오를 수도 있는 상황.
그녀의 시선을 의식했는지
왕자가 조금 부끄러워하며 귀를 붉히고는
조심스레 물었다.
“인선은 마음에 드셨습니까?”
해응응은 고개를 끄덕이며
왕자의 모집능력에 만족했음을 보여주었다.
다른 둘은 몰라도
부기맨만큼은 투기장에서도 적수를 찾기 힘들
상당한 실력자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감히 여쭙건대, 작은 부탁을 하나만 드려도 괜찮겠습니까?”
부탁. 변함없이 찔러오는 약점.
살짝 미간을 찌푸리면서도
끝내 거절하지 못한 스스로의 나약함에
질리는 감정을 느끼면서도
해응응은 끝내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그럼 어머님께 감히 부탁을 드리겠습니다.”
손에 땀을 쥐며
잔뜩 긴장한 얼굴로
왕자가 용기를 내어 말했다.
“저의 부친이신 요괴왕께서는 생전 어머니가 긴 머리를 관리하는데 애를 먹었다며, 머리를 묶기 쉽도록 옥비녀를 사용하였다고 들었습니다.”
갑자기 마망 거리며
안아줘요 따위의 말을 하는 건 아닌지
경계심을 높였던 해응응은
그가 수줍게 내민 물건이 옥비녀임을 깨닫곤
멍한 얼굴로 내려다보았다.
“어머님의 흑단처럼 고운 머릿결도 투사들과의 거친 싸움에 상하지 않을지 이 소자, 염려를 하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선물.
여자가 아닌 남자로부터 받는
진심어린 마음의 표현.
“부디 이 옥비녀를 받아주시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이런 걸 받기 시작한다면
그녀는 묵언검객도
해응응도 아닌
요괴왕의 사생아가 잃은
그의 어머니의 대신이 될 뿐은 아닌가.
자신이 누군가의
대체품이 될 뿐이라는 상징을
기꺼이 받아들여도 좋은가.
“….”
해응응은 섣불리 결론을 내리지 못했고
그녀가 비녀를 받지 않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왕자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