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485)
〈 485화 〉 485 과거를 이겨낸 남자
* * *
1.
금칙어를 말하면 호된 꼴을 당하는 세계.
말을 안 하는 묵언검객은 어쩌면 이 세계관 최강자가 아닐까?
그 이전에 순수한 물리력으로도 최강자이지만!
‘길드장님에게까지 순번을 넘길 생각은 없어. 이 게임의 끝은 나와 아영이 선에서 본다.’
대쉬맨은 마지막으로 물었다.
“혹시 내 여동생에 대해 알고 있어?”
“물론. 재혼한 뒤로 이복여동생이 한 명 생겼다고 이야기했었어. 지금은 기억 못하겠지만.”
“그게 누구인지 기억 나?”
“아니. 얼굴 한 번 본 적도 없어. 소개시켜주기 전에 그 사단이 일어났으니까.”
“지금 우리집에 여동생이 셋이 있어.”
“…역시. 네 집에 여자가 너무 많이 들어가서 이상하다고 생각했어.”
“알고 있었어?”
“걱정됐으니까. 숙제로 나온 프린트지를 건네주라는 부탁을 받았거든. 하지만 혼자 있고 싶을 거라고 생각해서 직접 집에 방문하지는 않았어. 그때는…… 너도 대화하기 힘든 상태였었고.”
“…그래. 그 정도면 충분해. 고마워.”
역시 여동생은 한 명.
나머지 둘은 혼란을 틈타 어느새 생긴 가짜다.
【행선지】
1. 집으로 돌아가자
2. 신아야. 너희 집에서 하루만 재워줘.
3. 사물함이 신경 쓰여.
진짜 신경 쓰여 미치겠네
그래서 안에 사람 있냐고 없냐고
뭐가 있기는 확실한가봄
그건 모르는 일임. 플레이어 인식에 따라 선택지가 추가되거나 사라지기도 하잖아
개까다롭네
[▶집으로 돌아가자]돌아온 집.
거실에는 점토를 조몰락거리는 유키와 식탁에 앉아 걱정스럽게 기다리던 이오가 있었다.
“오라버니. 왜 이렇게 늦으셨어요.”
“미안. 반 분위기가 이상해서 학교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조금 알아보고 왔거든.”
“오라버니…? 왜, 왜 그런 쓸데없는 짓을!”
벌떡 일어나며 소리치는 이오.
대쉬맨은 그녀의 손을 붙잡았다.
“나는 괜찮아.”
“하지만!”
“이오. 내 눈을 봐.”
차분한 대쉬맨의 눈동자.
이오도 흥분을 가라앉혔다.
“하아. 차분한 오라버니도 좋다고 생각했던 아침의 제가 밉네요. 차분하면 차분한대로 걱정을 끼치시다니. 별 일은 없었나요?”
“키워드에 대한 것 말이지?”
이신아의 말대로 학생들은 모두 세뇌빌런과 키워드에 대해 알고 있었다.
이는 여동생 이오도 마찬가지다.
“지금의 오라버니라면 괜찮겠지만 너무 무리는 하지 말아주세요. 오라버니의 폭주에 개입한 사람이 모두 죽었다고 확신할 수도 없으니까요.”
“이오는 내가 일으켰다던 그 폭주사건에 대해 뭔가 알고 있어?”
“오라버니의 아버지와 저희자매들의 어머니가 돌아가신 비극적인 사건이죠.”
저희자매들의 어머니라.
“현장에서 발견된 일곱 명은 오라버니가 모두 해치웠지만 저와 린이 알아본 바에 따르면 습격자는 모두 여덟 명이었어요.”
“아직 한 명이 남아있다고?”
“주동자도 아니고 직접 해친 것도 아니지만 그 무리에 동조해서 함께 다닌 사람을 용서할 수는 없으니까요. 린이 늦는 이유도 그것 때문이에요.”
“그러고 보니 린은?”
“동아리 활동으로 학생회에 점수를 얻고 있어요. 학생회에 들어가면 교내기록을 자유롭게 열람해서 마지막 한 명을 특정 지을 수 있으니까요.”
심각한 대화는 거기까지.
유키가 대쉬맨의 바짓가랑이를 붙잡았다.
“오빠. 유키 배고파!”
“…같이 먹으려고 줄곧 기다리고 있었어요.”
“편의점 도시락?”
“저녁은 늘 간소하게 먹거든요. 그만큼 아침을 신경 써서 만들고 있지만요.”
“히히. 유키는 그래서 아침이 더 좋아!”
유키의 활기찬 오니쨩 아사다요에는 이오의 아침식사에 대한 기대가 한 몫 하고 있다.
“모처럼 기다린 김에 린까지 기다리는 건?”
“힝. 그럼 유키는 9시 넘을 때까지 밥 못 먹어.”
“아까도 말한 여덟 명째 건으로 시간을 더 쓰고 다니거든요. 아침에 일어나려면 일찍 자야하니 식사를 하려면…”
“그래. 지금 먹자.”
“와아!”
편의점도시락을 비우자 행선지와 같은 창이 떴다.
【선택지】
1. 화장실 환풍구를 뒤져본다.
2. 린의 쓰레기통을 뒤져본다.
3. 유키의 공부를 돌봐준다.
4. 이오와 함께 시간을 보낸다.
5. 린을 기다린다.
6. 개인공부를 진행한다.
7. 개인용 컴퓨터로 정보조사를 개시한다.
8. 스크린폰 커뮤니케이션으로 정보조사를 개시한다.
1회차에 본 환풍구랑 쓰레기통도 선택지에 있네
협동모드라도 1회차가 없던 일이 되는 건 아닌 듯
그런 것치곤 시작은 얌전한데?
내숭일지도 모르지
아ㅋㅋ 빨리 파탄 났으면 좋겠다
닥쳐 2년 존버했으면 못해도 두 달은 살아야지!
ㄹㅇㅋㅋ
두 달이래봤자 1주당 1턴이니까 8턴 보내면 끝임
지난번에는 고작 2턴 째에 사망한 건가.
대쉬맨은 쓴웃음을 지었다.
선택지 옆에 둥둥 떠오른 고스트모드 묵언검객이 손가락으로 3번을 눌렀다.
물론 플레이어가 아닌 그녀의 선택은 허공을 스치며 선택지를 뚫고 지나갈 뿐.
‘아이를 좋아하는 마망검객 다우시군.’
마크2를 돌보며 애들을 좋아하더니 여기서도 유키가 가장 마음에 들었나보다.
그녀에게는 안 된 일이지만 대쉬맨은 유키의 공부를 돕는 것보다 중요하다고 느낀 선택지를 골랐다.
[▶린을 기다린다.]자동으로 경과하는 시간.
졸린 눈을 한 유키가 이오와 손을 잡고 방에 들어가 잠들었다.
잠시 후, 유키를 재운 이오도 너무 늦게까지 기다리지는 말라며 커피를 한 잔 타주고는 제 방으로 들어가 잠들었다.
딸랑…
현관의 종소리.
슬며시 까치발을 들고 들어오는 린.
팟
체온을 감지한 형광등의 센서에 불이 들어오자 현관과 직선으로 이어지는 복도 끝 거실 의자에 앉아있던 대쉬맨의 모습이 보였다.
“으악!”
“늦었네.”
“무섭게 이런 시간까지 혼자 뭘 하는 거야?”
“걱정했잖아. 너무 늦게 귀가하니까.”
“그쪽이? 나를?”
린이 조금 어이없어했다.
“누가 누굴 걱정하는 거야? 고생은 제일 많이 시켜놓고선.”
“힘들지는 않아? 이런 늦은 시간까지 밖에서 다니다 오고.”
“뭐래. 야간학습 하는 애들도 보통 이 시간에 들어오거든?”
오후10시.
상당히 늦은 시각이다.
“잠 제대로 못자면 기억력만 나빠져. 그렇게까지 과하게 하면 오히려 안 좋아.”
“뭘 하고 왔는지도 모르면서.”
“뭐하다 왔는데?”
“…흥. 그쪽한테는 안 알려줘.”
오빠라며 곧잘 따르는 유키나 오라버니라며 존중하는 이오와 달리, 린의 호칭은 그쪽.
다른 자매들과 달리, 약간의 거리감이 느껴진다.
그녀에게 죽었을지도 모를 1회차의 최후를 떠올리면 더더욱 그렇다.
“이오랑 유키가 아쉬워했어. 아침도 저녁도 같이 식사하지 못했다고.”
“그쪽은?”
“나도 아쉬웠고.”
“흥. 빈말이나 하기는. 뻔뻔한 남자는 싫어.”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표정은 굉장히 기쁘다는 것처럼 입꼬리가 살살 올라갔다.
억지로 웃지 않으려고 애쓰는 모습까지 이건 빼도 박도 못하게 츤데레다.
“아침에 예전의 일을 말하지 못하게 했던 거. 나를 걱정해줘서 그런 거지?”
공부컨텐츠로 기능 경험치를 올리거나 추가정보를 조사하거나 다른 자매들과의 호감도를 올릴 수 있음에도 굳이 밤늦게까지 기다린 이유.
그것은 차녀 린에게 대쉬맨이 이 말을 해주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괜찮아. 어떤 일이 있었는지 이야기를 들어도 폭주하지 않았으니까.”
“…누구한테 들었어?”
“린만큼은 아니어도 날 소중하게 대해주는 사람.”
“말해주지 않는 건 다 이유가 있어서야. 그런 녀석한테 캐묻고 다닐 필요는 없어.”
“린한테 도움이 되고 싶어서 그랬어.”
“나한테…?”
“아침에도 린은 혼자서 뭔가를 걱정하며 혼자 나갔으니까. 다른 사람을 돌아볼 여유가 없는 거라고 생각했어. 그래서 걱정을 덜어주고 싶었던 거야.”
히로시가 이런 오빠였나? 하고 당황하는 린에게 화장실을 가리키는 대쉬맨.
“욕실 물, 데워놨으니까. 얼른 씻고 자.”
단숨에 호감도를 전부 채울 생각은 하지 않는다.
할 말만 다하고 침실로 올라간다.
[하루 일과를 종료하시겠습니까?] [▶일과를 종료합니다.]침대에 누워 눈을 감자 자동으로 경과하는 시간.
정말로 잠에 빠질 것처럼 이어지던 몇 초간의 정적.
[xx년 4월 22일.]경과한 일주일.
“오니쨩! 아사다요!”
같은 시작.
“출석번호 19번 이신아.”
“네.”
“출번헌호 20번 히로시.”
“네.”
이번에는 긍정적인 의미로 다른 하루가 시작됐다.
1회차에서는 무단결석이자 잠재적 사망이 예상되었던 이신아가 멀쩡하게 살아있다.
[스크린폰 앨범명 기억의 저장소] [날짜별 사진내역] [xx년 4월 16일] 8건 [xx년 4월 17일] 8건 [xx년 4월 18일] 8건스크린폰의 이선아와 관련된 기억이 제거되었던 흔적도 보이지 않는다.
누구도 그의 기억에 손대지 않았다.
“아, 그리고. 오늘은 전학생이 한 명 있다.”
“출석번호 24번 주아영이다.”
“다들 반가워. 앞으로 잘 지내자.”
네 번째 여동생, 주아영.
그녀가 마침내 게임에 들어왔다.
“참고로 주아영양은 오늘 막 해외에서 귀국한 히로시군의 여동생이다. 남매가 모처럼 같은 반이 되었으니 사이좋게 지내도록.”
대쉬맨은 느꼈다.
분명 이제부터가 본격적인 게임의 시작이라고.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