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572)
〈 572화 〉 572 그냥 그렇다구요
* * *
1.
양귀호는 어이가 없었다.
“김만득이 그 애송이의 도전을 한 달 동안 받아서 한 차례도 지지 않으면 제 도전을 받아주겠다고요? 제가 왜 그 조건에 응해야합니까?”
“안 그러면 예의 없는 도전자를 상대로 봐주기 없는 생사투를 벌일 거니까요.”
“…”
과격한 경고에 멈칫한 양귀호.
주아영은 속으로 미소를 지었다.
역시 언니가 옳았어.
원시무림에서 괜히 조건을 달았던 게 아니다.
하수가 소집을 부리지 못하게 하려면 이것이 가장 적절한 방법이었던 것이다.
“흠. 한 달이라…”
한 달이라는 기간도 절묘하게 허를 찔렀다.
너무 길면 그냥 죽을 각오로 덤벼들지도 모르지만 한 달만 고생하면 기회가 찾아온다.
양귀호의 성질이 급해도 목숨 아까운 줄 모르고 덤벼들 정도는 아니었다.
“알겠습니다. 저야 나쁠 거 없군요.”
양귀호는 주아영의 비무조건을 받아들였다.
그도 나름 속으로 계산을 해봤다.
점핑괴인 김만득.
그와는 직접 만나본 적도 있다.
면벽동의 골칫거리.
3대 점핑괴인.
간수들의 앓는 소리에 직접 찾아가보니 의외로 싹수 있는 무림인이라서 불쑥 충고까지 던졌다.
점핑레빗은 그만둬라.
그 게임은 위험하다.
주아영의 입에서 그 이름이 나온 걸로 봐서는 충고가 의미가 있던 것 같지는 않지만.
나름 재능이 있고.
나름 뚝심도 있고.
고만고만하게 괜찮은 녀석.
양귀호가 생각하는 김만득은 그런 녀석이었다.
당연히 절정지경으로 올라선 자신에게 비할 바는 못 되는 녀석이다.
‘한 달 동안 도전을 받는 것이 귀찮기는 하겠지만 한 번 도전을 받을 때마다 며칠은 앓아누울 정도로 흠신 두들겨 패면 쉽게 덤비지도 못하겠지.’
양귀호는 김만득을 찾아 면벽동으로 향했다.
그새 소문이라도 퍼진 걸까.
면벽동 안에서는 꽤 강한 기운이 느껴졌다.
이 기운으로 봐서는 최소 간부급.
자신도 무시하기 힘든 기백의 소유자다.
간부 중에서도 상당한 독종.
수련동 독종 3+2로 불리는 일원이 떠올랐다.
수련동 초창기 독종 트리오 가시인간, 김제철, 양귀호 자신.
거기에 뉴페이스로 더해진 대쉬맨과 우지우까지.
이 다섯에 비견될만한 강자라 함은 해남파 내에서 능히 20위권 내의 강자를 자처할 자격이 있다.
‘누가 왔지?’
기백의 독함으로 보아서는 리빙아머로 인생역전의 기회를 놓친 가시인간에 비견되고, 진지한 열의로 보아서는 이브를 잃고 수련광이 된 대쉬맨에 비견된다.
가시인간일까, 대쉬맨일까.
둘 중 하나를 생각하며 면벽동에 들어온 그는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아니, 너. 언제 그렇게 강해졌냐?”
기백의 주인공은 김만득.
그가 만만하게 여겼던 3대 점핑괴인이었다.
“면벽점핑에서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허? 아니, 그게 진짜 수련효과가 있어? 그냥 꼴통들 처박아두는 감옥이 아니었다고?”
“생각 없이 칼을 휘두르는 사람에게 깨달음이 따르지 못하듯이 생각 없이 점핑을 하는 사람들에게도 깨달음이 따르지 않을 뿐입니다.”
“생각을 얼마나 잘하면 점프로 깨달음을 다 얻냐? 나도 한 번 들어보자.”
“대결신청입니까?”
“말귀는 잘 알아듣네.”
주아영이 걸었던 조건 때문에 찾아온 면벽동이지만 이제는 그 자신이 호기심이 생겼다.
“좋습니다. 점핑레빗으로 따라 들어오시죠.”
“하하. 시원시원해서 좋네. 빼지 않고 곧바로 받아들이… 응? 점핑레빗?”
“면벽수련장에 찾아와서 할 대결이 점핑레빗 대결 말고 뭐가 있습니까?”
“아니, 무공을 겨뤄야지. 너 절정고수 됐잖아. 정수리도 볼록해졌고, 눈도 우묵해졌고. 완전 티나거든?”
“그럼 더 점핑레빗으로 겨뤄야죠. 저야 점핑레빗으로 절정고수가 됐는데 점핑레빗 밖에서 겨루면 제 실력을 온전히 보여줄 수 있겠습니까?”
말이야 맞는 말이었다.
“좋다. 어디 실력이나 한 번 보자.”
자신만만하게 점핑레빗으로 따라 접속한 양귀호.
그는 목격했다.
로켓마냥 엄청난 속도로 블록을 밟고 슈슈슉 올라가는 점핑괴인 김만득의 절정급 점핑력을.
‘이 자식, 우습게보면 안 되겠어.’
잠깐의 방심이 적잖은 차이를 만들었다.
뒤늦게 뒤따라 달리는데도 그새 무려 50m, 5층의 격차가 생겼다.
진심으로 겨루지 않으면 진다.
위기감 속에 일어나는 투지.
양귀호가 무섭도록 뒤를 쫓기 시작했다.
2.
김만득은 오싹함을 느꼈다.
쫓아오고 있다.
철두공이나 신입이라면 진즉에 더욱 벌어지며 시야에 보이지도 않게 되었을 시간을 양귀호는 조금씩, 그러나 착실하게 무공의 힙으로 좁혔다.
슈퍼점프를 쓰지도 않고, 토끼뜀 모션을 이용한 모션 어시스트액션을 쓰지도 않고.
실제 현실에서도 가능한 움직임과 스펙으로, ‘맨몸’으로 이 절벽을 따라 올라온다.
‘과연 대단하구나. 면벽동 간부의 실력은.’
게임시스템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기에 양귀호의 실력이 더욱 놀라웠다.
그가 시스템마저 이해한다면 늘어날 점핑력은 지금보다 훨씬 대단할 것이 틀림없었다.
“졌습니다. 역시 대단하시군요.”
완주를 끝마쳤을 때, 김만득은 무려 3분 이상의 격차를 두고 양귀호에게 밀렸다.
“뭘 이 정도 가지고. 매일 아침 길드장을 따라 빌딩을 수직등반 하다보면 이 정돈 아무것도 아니지.”
양귀호는 애써 허세를 부려보았지만 정작 속마음은 전혀 달랐다.
이 녀석 왜 이렇게 강해졌지.
까딱 실수라도 했으면 내가 졌잖아.
실력을 감춘 건가?
벽곡단만 먹고 자유가 없는 생활을 하면서도 점핑레빗만 할 수 있는 일상을 누리고 싶어서?
에이 설마.
아무리 무공에 미친 사람도 그렇게까지 할 리는 없었다.
화기가 몸에 나쁘다는 것을 알아도 한식 중식 일식 양식 가릴 거 없이 고기란 고기는 넙죽넙죽 다 먹어대는 해남파 간부들도 적지 않다.
맛도 없는 벽곡단 하나만 놓고 생각해도 그런 광기스러운 자기학대적인 수련을 할 이유가 없다.
“가르침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한 수 배웠습니다.”
“오냐. 너도 꽤 하더라.”
훈훈하게 대화를 끝마치고 돌아가려던 양귀호가 무언가를 깨달았다.
이러려고 찾아온 게 아니었지.
뭘 훈훈하게 덕담을 주고받고 나가려는 거야.
그런데 막상 말을 꺼내기가 쉽지 않았다.
직접 겨뤄보니 위기감이 든 것이다.
한 달 동안 이런 녀석의 도전을 받으라고?
그것도 한 번도 패배하지 않고?
약한 소리를 하지 않는 성격인 그이지만 오늘만큼은 자신감이 들지를 않았다.
‘에휴. 이런 놈도 못 이겨서야 길드장의 수제자와 겨루는 건 불가능하겠지.’
양귀호는 마지못해 말했다.
“앞으로 한 달 동안 내게 도전할 기회를 주마.”
“예? 왜요?”
한 달 동안 네 도전을 받아서 이기면 내가 주아영에게 도전할 수가 있거든.
자신을 존경할만한 실력자라고 쳐다보는 후학에게 내뱉기에는 뭔가 쪽팔렸다.
그래서 대충 둘러댔다.
“넌 크게 될 녀석이다. 그래서 기회를 주고 싶다고 느꼈지. 단지 그뿐이다.”
양귀호는 별 생각 없이 내뱉은 말.
그는 미처 몰랐다.
자신의 말이 점핑괴인 김만득에게 어느 정도의 동기부여가 되었는지.
그냥 사실대로 말했다면 김이 빠져서 한 달 내에 성취를 이루지 못했을 그가 필요 이상으로 과하게 의욕이 생겼다는 사실을.
사서 매를 번 꼴이 되었음을 말이다.
3.
시한부 착각을 적극 이용해서 수련에 매진하는 일상을 만끽하던 해응응.
평소대로 몸풀이를 하러 빌딩등반을 하러 나선 그녀는 무언가 허전함을 느꼈다.
“뭔가 있어야 할 것이 없는 기분이 들어요.”
“양귀호씨가 없잖아요, 언니.”
그랬다.
새벽등반을 할 적이면 언제나 한 수 배우겠다고 꼬박꼬박 함께 나왔던 양귀호가 보이질 않았다.
“도전이라도 받고 있는 거 아닐까요? 제가 건 조건 때문에 김만득씨한테요.”
“이런 이른 시간부터요? 제법 성실하네요.”
처음에야 흐뭇하게 여긴 두 사람이었지만 어디선가 나타나 점핑도게자를 하는 양귀호의 안색을 보고는 생각이 달라졌다.
“함부로 수제자분을 괴롭혀서 죄송합니다!! 내기신청을 철회할 테니 제발 저 좀 살려주십쇼!!”
“뭔데 그래요? 언니 깜짝 놀란 거 봐.”
“점핑괴인 이 미친 녀석이 잠도 자지 않고 24시간 내기가 끝날 때마다 계속 끝도 없이 도전을 합니다!! 이러다가 과로사로 저 죽겠습니다 진짜!!”
김만득이 도전을 하면 양귀호는 무조건 도전을 받아들여야 한다.
그 규칙을 경솔하게 내뱉은 것이 화근이 되었다.
1 대 1 점핑매치를 켠왕을 해버릴 기세로 끝도 없이 덤벼드는 통에 지칠대로 지친 양귀호가 살려달라고 애걸복걸하는 꼴이 참 가관이었다.
“독종한테 걸렸네요.”
“전 조금 호감이 가는데요? 밤잠 줄여가면서까지 점핑레빗 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 저 말고 또 있는줄은 처음 알았어요!”
“우지우씨한테 듣기로 그 사람이 면벽수련동에 감금된 이유는 성추행 때문이라는데요.”
“점핑만 할 건데 상관없지 않나요? 어차피 제가 더 강하니까 허튼 짓 하면 거세하면 그만이고. 성욕이 없어지면 오히려 점핑이 더 편해지겠죠?”
이건 또 대체 무슨 대화야.
늑대 피해서 호랑이굴에 들어온 꼴이 된 양귀호는 거세 소리에 숨소리도 내지 못하고 벌벌 떨었다.
“정 힘들면 차륜전으로 하세요. 수련이랑 실전싸움을 좋아하는 다른 간부분들도 있잖아요.”
“그냥 없던 일로 하면 안 될까요?”
“아참.”
양귀호의 말에 해응응은 문득 중원에서의 기억 하나가 떠올랐다.
무림인이라면 알아둬서 나쁠 것 없는 상식이었기에 친히 두 사람에게 알려주었다.
“중원에서는 도전장을 던지고 없던 일로 물려주면 안 되냐고 애원하는 도전자의 엄지를 자르고 혀를 뽑아 다시는 허언을 하지 못하게 해요.”
“저, 저를 그렇게 만드시겠다는 겁니까?!”
“그냥 그렇다구요. 그러니 여러분은 도전장을 던질 때 조심하도록 하세요. 목숨은 아껴도 구두계약이면 혀를, 서면계약이면 손가락을 잃을지도 모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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