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594)
1.
주아영은 200m의 벽을 앞두고 눈부신 성장을 이룩하였다.
‘아영. 그렇게까지 이 게임에 진심이었나요.’
한때 주아영보다 높은 경지에 올라섰던 해응응은 그녀가 조화경의 문턱에 발을 딛었음을 깨달았다.
탈각.
탈명.
탈인.
허물을 벗고 수명의 한계를 벗고 인간의 한계를 벗어던지니, 진정 신선이라 불릴 수 있는 경지의 시초가 바로 조화경.
그 거룩한 경지에 발을 들인 것은 좋으나 그녀는 큰 대가를 지불했다.
점핑레빗에 최적화된 신법을 얻는 대신, 깨달음의 총량을 모조리 점핑레빗에 쏟아 부은 것.
‘앞으로 아영이가 번뜩이는 지혜로 경지상승의 지름길을 걷는 일은 없겠군요.’
딱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한 세계에 진심이 된다면 사람은 저런 선택도 할 수 있다는 사실이 대단하고 부러울 뿐.
그녀에게도 반요곡은 특별했다.
하지만 주아영이 점핑레빗을 생각하는 만큼의 애정을 지녔을까?
그렇지는 않았다.
‘신입만 봉변을 당한 셈이네요.’
신입은 안됐지만 어쩔 수 없다.
주아영을 뒤늦게 따라가기는 했지만 끝내 반도 지나지 못하고 활로를 찾지 못해 왔던 길을 되돌아가 간신히 목숨만 연명했다.
아직 개화하지 못한 재능으로는 찰나의 초집중을 발휘할 순 있을지언정 신체의 한계를 극복하기에는 부족하였다.
‘애초에 저는 다른 정답을 알고 있지만요.’
두 사람은 모두 정해진 길을 따르는 것에 몰두했다.
이로 인해 이 자리까지 오면서 점핑레빗을 공략하는 다른 방법들을 과도한 부담에 짓눌려 일시적으로나마 떠올리지 못했다.
블록을 옮기거나 집어 들어서 방패로 삼는 것.
원거리에서 공격으로 블록을 부숴 발판으로 삼을 파편을 띄우는 것.
레이저의 발사지점에 손을 대어 활로를 개척하는 것.
‘힘들지만 성공한다면 공략의 난이도가 월등히 쉬워졌겠죠. 그 대신 게임클리어로 얻는 보상은 난이도가 낮아진 만큼 줄었을 테고요.’
가상현실게임은 도전자의 난이도 및 클리어기여도에 비례하여 보상이 커진다.
[공력이 10 상승합니다.] [공력 : 170]자신은 10년의 공력을 얻었다.
주아영은 족히 30년의 공력을 얻었고.
끝까지 살아남은 신입은 5년의 공력을 얻었다.
넘어설 수 없는 벽의 차이만 실감한 신입.
선배들의 희생으로 만든 기회를 살려내지 못한 죄스러움에 눈물 뚝뚝 흘리는 그녀.
문파의 장문인으로서는 저 분함을 양식 삼아 성장하길 바라는 마음뿐이다.
“어휴. 덕분에 살았습니다.”
“어? 살아계셨나요?”
“갑자기 누가 빅웨이브에 꼴박을 해서 덕분에 도망 다닐 시간을 벌었지 뭡니까. 꼼짝 없이 죽었다 싶을 때 갑자기 최종구간에 증원한다고 몹들도 줄고요.”
황당하게도 생체어뢰 막겠다고 뛰쳐나갔던 양귀호도 자기 혼자 끝까지 살아남았다.
그 역시 물량감소에 지대한 공헌을 한 공적이 인정되어 5년 공력을 얻었다.
큰 활약을 하고 죽은 이들이 얻은 공력도 대체로 5년, 그렇지 않은 이들은 1년에서 3년 사이였다.
“엄길동씨는 뭐라고 하던가요?”
“덕분에 내공이라는 것을 얻었다고 이거 다루는 법 좀 알려달라고 찾아온대요!”
“잘됐네요. 아영. 당신이 직접 보고 어떤 심법을 배우면 좋을지 골라주세요.”
“기본심법 외에요?”
“길동씨가 없었으면 저희가 그곳까지 가지도 못했을 거예요. 간부급의 무공까지 전수를 허락할게요.”
“알겠어요. 그리고 언니…”
점핑레빗을 클리어하고 레드코어의 유혹마저 뿌리쳤던 장한 제자 주아영.
누구보다 기뻐해야 할 순간인데 그녀의 표정에는 깊은 수심이 드리웠다.
“몸은 괜찮으신 건가요?”
“벽이 느껴지기는 해요.”
“아아… 언니 어떡해. 어쩜 좋아…”
눈물을 뚝뚝 흘리며 슬퍼하는 주아영.
내가 맞이한 고뇌를 그녀도 깨달았나보다.
“시간이 부족해서 아쉽죠. 아직 하고 싶은 것이 참 많았는데.”
“언니… 같이해요. 언니가 하고 싶은 거, 제가 전부 도와드릴게요.”
“마음은 고맙지만 괜찮아요. 남은 시간은 모두 제가 홀로 견뎌야 할 몫만 남았으니.”
공력이 180년이 되거든 조화경의 경지에 강제적으로 올라서기 시작한다.
그만큼 많은 공력을 두고 환골탈태를 이루지 못한다면 혈관이 터져 죽기 마련이니까.
살기 위해서라도 경지상승을 강제로 도전할 수밖에 없다.
180년 공력을 모으고 환골탈태에 도전할 때, 살아남기 위한 조건은 간단하다.
경지승급 조건을 미리 충족시킨다.
그래야 경지승급이 가능하지 않겠는가.
【경지창】
[경지]초절정(Lv255) [승급조건]-초절정의 적과 싸워 승리(65/100)
-조화경의 적과 싸워 승리(2/1)
-경지레벨 250 달성(255/250)
-조화경무공을 습득(2/1)
-깨달음을 습득(2/1)
-깨달음을 얻는다면 경험과 경지레벨이 부족해도 언제든지 승급할 수 있다.
-단, 깨달음의 격이 부족하면 횟수로 카운트가 되지 않는다.
[유지조건]-탁기레벨이 경지레벨보다 높아서는 안 된다.
주아영은 깨달음을 얻어 경지레벨이 부족해도 먼저 승급의 자격을 얻었고, 그 격이 부족하여 조화경에 온전히 올라서지 못했다.
반면, 자신은 깨달음의 격은 차고도 넘치지만 다른 문제로 인해 가불기에 빠졌다.
‘만렙을 찍고 올라가고 싶었는데 공력이 너무 빨리 올라버렸어요.’
부지런히 수련에 수련을 거듭하며 경지레벨, 무공레벨의 총합치를 상승시켜왔지만 공력이 상승하는 속도를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고 공력증진을 멀리하고 무공레벨만 올리자니, 다른 제약과 달리 아직 건재한 이 발목도 아니고 심장을 붙잡고 있다.
조화경에 이르지 못하면 죽음을 맞이하는 구음절맥은 양기를 지닌 영약을 먹으면 죽음을 유예 받지만 그 시간은 결코 길지 않다.
‘공력이 많으면 많을수록 몸이 자체적으로 발산하는 음기도 커지고 혈도의 뒤틀림도 심해지니까요.’
하루 중 일정시간 이상은 지속적으로 혈도관리에 신경 써야 한다.
무공레벨을 올리는데 온전히 들일 수 있는 수련시간이 줄어드니 성장속도도 늦어진다.
혈도를 바로잡으면서 잠시 얼거나 고여 있던 피를 배출하면 토혈을 하는 것도 일상다반사다.
“콜록콜록…”
하면 할수록 건강을 되찾는다는 증거다.
그렇지만 귀찮고 성가신 것만은 틀림없다.
아래로 피를 배출하는 생리도 성가신데 입으로 피를 토하는 각혈은 얼마나 거슬리겠는가.
입에도 생리대를 차고 다닐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조화경을 앞둔 무인의 고민이 이렇게나 고달프다.
“울 언니 불쌍해서 어떡해… 흑흑.”
“제자 하나는 잘 키웠네요. 스승의 아픔을 이렇게 헤아려주다니 저는 복 받은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무공레벨을 다 올리지 못하고 경지를 올려야 할지도 모른다는 스승의 슬픔을 알아주는 제자라니.
이런 기특한 제자는 진짜 무림을 뒤져도 쉬이 찾기 힘들다.
조금만 세졌다 싶으면 만렙작도 안하고 바로 경지부터 올리고 싶어 하는 조급한 것들이 뭘 알고 공감을 하겠는가.
승급만 빠르지 금방 빌빌거리는 물로켓들과 달리 수련하는 습관을 잘 들인 아영이는 스승의 마음도 잘 헤아려주는 착한 제자로 자랐다.
“앞으로도 이렇게만 자라주세요.”
“어흐흑. 언니이이-.”
2.
엄길동은 올해만큼은 참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
“저기 아영씨? 혹시 길드장님한테…”
“안돼요.”
“저 아직 말도 다 못 끝냈는데요?”
“안돼요.”
“복권 줄게요.”
“안돼요. 뭘 해도 언니는 방해 못해요.”
니가 무슨 용건을 가져왔고 무슨 조건을 걸든지 언니는 절대로 건들지 마!
통곡의 벽마냥 절대로 언니와의 만남을 허락하지 않는 주아영의 태도에 엄길동은 해남파 본관 문턱을 밟을 때만 해도 충만했던 자신감을 잃었다.
“안 되는 거 알았으니까 제 멋대로 아영씨한테 얘기나 할게요. 이거나 들어주세요.”
“그 정도는 허락할게요.”
“그… 브이튜브 방송하는 스트리머들 사이에서는 연말대상전이라는 이벤트가 있거든요? 스트리머들 모아다가 상도 주고 시청자들한테 인사도 하고 그러는 건데 묵언검객 님도 3년 전부터 초대받으셨어요.”
“3년 전이면 반요곡만 깔짝 했을 때도 포함이네요? 그때는 왜 불렀는데요?”
“올해의 신인상 주려고 했는데 그딴 거 없이 그냥 휴방잠수를 타버리셔서 저흰 그때 묵언검객님 방송 접는 줄 알았습니다…”
“아아. 그래서 다들 늘 언니가 휴방 할 때마다 방송 접는 줄 알고 심각했구나…”
의문은 풀렸다.
엄길동의 목적은 명확했다.
“그래서 올해만큼은! 기필코 묵언검객님 한 번 연말대상전에 모셔보고 싶어서 이렇게 찾아뵈었습니다.”
“마음은 이해해요.”
주아영도 이제는 안다.
수많은 사람들이 방송을 지켜보는 것이 어떤 기분이고 그들과 수상소감을 함께 나눌 기회가 스트리머에게도 얼마나 소중하고 영광스러울 기회인지.
총 수상금액만 들어도 보통액수가 아니고 따로 축하이벤트도 있다고 한다.
“각 게임사에서도 자신들의 게임을 빛내줄 스트리머들의 참여를 원하기에 다음 패치의 사전체험이나 신작 게임의 소개를 하기도 합니다. 이거 때문에 수상후보가 아닌 분들도 가능하면 오시는 편이고요.”
“언니는 사람 많은 거 싫어해요.”
“압니다. 자기 방송 시청자 털려고 몇 달에 한 번씩 방송하는데 그거 모를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래도 막 몇 천 명이 오는 건 아닙니다. 수상후보나 일류스트리머 이상이 아니면 방문 자체가 불가능하거든요.”
“일류스트리머는 어떻게 정하는데요?”
“월드레코드 한 개 이상 보유. 최대동접자 수 2만 명 이상. 구독자수 백만 이상으로 유지. 이것도 쉽지 않은 겁니다. 요즘 즐길 거리는 얼마나 많고 장인은 또 얼마나 많은데요. 자기들 안 즐기고 남 방송 보려면 진짜 기깔나게 방송 잘해야 합니다.”
주아영도 인정했다.
수련하고 게임하기도 바쁜데 남의 방송을 보는 일은 친한 사람이 아니면 극히 드물다.
응응언니가 묵언검객이 되어 천방지축 쏘아 다니는 방송이나 이소혜 언니의 채찍시뮬레이터 방송이 아니면 주아영이 보는 방송은 아무것도 없었다.
물론 경지가 낮은 이들은 다를 것이다.
수련시간이 적으니 방송 볼 시간이 많고.
스트리머와 별도의 친분이 없으니 내적친밀감이 더 크게 느껴지거나 정말 실력이 미친 듯이 뛰어나서 감탄만 나오는 스트리머를 찾아보겠지.
이중 후자는 자기 피지컬은 너무 구려서 도저히 실력으로는 볼 수 없는 고난이도 전용 스토리를 보기 위해 열람하는 경향도 있다.
이 분야의 끝판왕으로 초신성처럼 나타나 기어이 정상급 스트리머에 등극한 것이 언니이기도 하고.
“스피드마스터님도 응응님을 꼭 좀 뵙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그 사람이요?”
원래라면 마음준비까지 끝마치고 혼자 평소에 좋아하던 무공이나 펼치면서 인생의 마지막을 준비하던 언니를 방해할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당대 최강의 스트리머, 묵언검객과 쌍벽을 이룰 수 있는 실력자라 불리는 스피드마스터의 존재는 주아영에게도 고민을 하게 만들었다.
언니라면 어떨까.
수련에 방해된다고 싫어할까.
분명 싫어하긴 하겠지.
하지만 그 이상으로 호승심을 느낄 것이다.
당대 최강의 스트리머와 직접 실력을 겨룰 기회를 만끽하고 싶다고 할 가능성이 높다.
“딱 한 번. 한 번 만이에요. 언니한테 전하고 거절당하면 그때는 포기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