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595)
1.
스피드마스터와의 대면이라.
해응응에게도 제법 구미가 당기는 이야기였다.
‘강자와의 대결은 무공숙련도 상승에도 큰 영향을 미치니 제게도 나쁜 이야기는 아니네요.’
실전이 곧 훈련이라는 말도 있듯이 한국 스트리머계의 정점에 있는 현 세대 최강의 스트리머 스피드마스터와의 대결은 최고의 훈련이 될 수 있다.
“좋네요.”
“정말로요? 와… 언니가 기대하실 줄은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선뜻 승낙할 줄은 몰랐어요.”
“당대최강이란 능히 그럴만한 가치가 있으니까요.”
“정상급 스트리머랑 겨루는 것이 처음도 아니잖아요. 그 요호호라는 분이나 헬스몬스터라는 분도 헬즈 쇼핑호스트에서는 언니한테 크게 밀렸고요.”
“대신 교수님이라는 분은 저보다 먼저 게임을 클리어했었죠. 다른 엔딩을 보기는 했어도 자신만의 길을 관철해나갈 역량이 있음은 증명되었죠.”
물론 요호호는 지나치게 사파에 가깝고, 헬스몬스터는 자신의 외공에 과하게 심취했다.
“교수님이라는 분하고도 싸우시게요?”
“그 정도는 아니고요.”
정상급 스트리머 중에서는 그나마 교수님이 중용의 묘리를 살리며 균형적인 발전과 허를 찌르는 신기를 동시에 선보이지만 무력은 성에 차지 않았다.
결국 붙어보고 싶은 상대는 단 한 명밖에 없었다.
스피드마스터.
세계최고속의 사나이.
지구에 현대무림을 만들어내기 전부터, 그 이후에도 단 한 번도 최고속의 자리를 내어주지 않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자의 칭호.
호승심이 생기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럼 연말대상전에 참여 신청을 해야겠네요.”
“아영.”
“네? 참여하시려는 거 아니었어요?”
“저는 스피드마스터와 붙고 싶다고 했어요.”
“그러려면 참여를 해야죠.”
“다시 생각해보세요. 제가 누구인지를.”
“정상급 스트리머 묵언검객이요?”
“말고요.”
“마크2의 엄마요?”
“말고요.”
“식료품창고 벌꿀사탕 도둑?”
“…말고요.”
“해남동 비둘기 사냥꾼… 아앗, 잘못했어요. 손에 공력 끌어올리지 마세요!”
“해남파 장문인이잖아요.”
주아영은 언니가 말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이해하지 못했다.
“그런데요?”
“천하제일인이 있는 문파에서 당대최고속의 무인과 겨루겠다는데 그걸 왜 다른 이들이 주최하는 행사에 참여해서 겨뤄야하죠?”
“헉. 언니 설마…?”
연말대상전이고 나발이고 그녀는 무림인.
“강호의 전통에 따르면 대회는 가장 권위 있는 세력에서 주최하기 마련이에요.”
언제나 예상을 훌쩍 뛰어넘는 해응응.
그녀는 이번에도 주아영의 예상을 능가해버렸다.
“해남파는 무림대회 시상식을 따로 준비하죠.”
느슨했던 연말대상전에 막강한 라이벌이 탄생했다.
2.
이해찬은 아니꼬운 심기를 감추지 못했다.
“또야?”
“시상식 나오면 상 줄 테니 홍보에도 참여하고 부르는 자리마다 나오고 그래달라는데?”
“돈은?”
“상 받으면 됐지 무슨 돈이냐고 하더라고. 형은 그래서 어쩔 거야?”
“에휴. 상 받고 영상이나 한 편 뚝딱 만들어서 브이튜브 조회수나 빨아야지. 힘없는 영세 초일류 스트리머가 뭘 어쩌겠냐.”
“알았어. 그럼 참가하는 걸로 연락 넣을게.”
이해찬과 사적으로도 깊은 친분이 있는 매니저는 대외스케쥴 관리까지 도맡으며 스트리머의 방송 외적으로 빼앗기는 시간을 최소화 시켜주었다.
“하, 이 괘씸한 녀석들. 해주는 것도 없이 깡패 짓이네. 각성레벨을 올리든지 해야지 원.”
차라리 무림인으로 대성해버리면 이런 갑질에 안 당해도 될 텐데.
그래도 수상을 하면 돈을 주기는 하니까 참자.
애써 그렇게 마음에 위안을 삼으려는데 잠시 뒤 매니저로부터 날아든 전화 한 통에 그만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
“뭐? 올해의 파산상에 다른 후보가 올라와? 돈을 내면 경쟁 없이 수상을 확정시켜줘?”
“형. 나 진짜 장난치는 거 아니야. 나도 잘못 들은 거 아닌가 싶어서 몇 번이고 확인했는데 올해부터 연말대상전을 주관하는 브이튜브 송출국 국장이 바뀌면서 정책적인 변경이 많아졌대.”
“어디서 온 놈들인데 이리 막장이야?”
“작년까지는 각성자협회 산하기관에 있던 사람이라던데 그쪽에서 날아간 양반들이 어떻게 권력줄 좀 잡고 내려왔나봐. 엄청난 실력의 각성자도 있대.”
“미친놈들이네. 스트리머한테 각성자가 뭐? 이 바닥에도 각성자 많은 거 몰라? 그 묵언검객까지 있는데?”
“묵언검객이 연말대상전 안 나오는 건 이미 유명한 얘기잖아. 각성자 출신 스트리머도 현역으로 뛰던 사람들은 거의 다 물의 일으키다가 은퇴했고.”
요컨대 권위는 있지만 그 권력을 남용한 적은 없는 자리에서 돈 냄새를 맡은 윗사람이 권력과 무력을 앞세워 자리를 뺏고 축재를 시작했다는 말이다.
“상금규모는 예년에 두 배로 키웠다더니 이러려고 키운 거였나? 시발 배신감 오지네.”
“형 친구들도 이번에 다들 무슨 상 후보로 오를 거라는 전화 들었다면서. 그거 다 돈 받고 파는 자리들 아닐까?”
“원래 잘난 놈들은 후보 자리에라도 앉히고 상은 돈 많이 주고 말 잘듣고 자기네들한테 협조적인 스트리머한테 주겠다 이거지.”
“형은 어쩔 거야? 이래도 오케이야?”
“답변 미뤄. 좀 알아보고 생각해볼게.”
“연말대상전 시작까지 이제 일주일 남았어. 형 심정 불편한 건 이해하는데 달라는 돈보다 상금이 더 크면 어차피 이득이잖아. 이틀 내로 생각해서 알려줘. 그 뒤에는 쟤들이 준대도 안받을지도 몰라.”
“어 알았어.”
전화를 끊은 이해찬은 글러브를 끼고 샌드백을 마구 후려치며 스트레스를 풀었다.
“묵언검객은 협회 녀석들 쓸어버릴 거면 저런 쥐새끼들도 안 남게 깨끗하게 쓸어버리지. 왜 청소를 하다가 말아서 업계에 후환을 만들어?”
묵언검객의 도움으로 몬스터웨이브에서 살아남은 뒤로 이해찬도 각성자로서의 성장에는 큰 관심을 품기 시작했다.
각성자보다 무림인이 더 대단하다는 사실을 접한 뒤로는 무공서까지 따로 구해서 휴방날에는 무공수련에 매진한 적도 많았다.
특히나 검투사키우기에서 대한철국이 쫄딱 망해버린 뒤로는 남는 시간을 이용해 더욱 적극 수련했다.
재능은 나쁘지 않았다.
원래부터 그는 피지컬 스트리머.
세력을 일구고 일국의 수장이 되기 이전에는 자신의 실력으로 랭킹 1위에 올라섰던 남자다.
그 이면에는 닥터 요한 2세의 아머드 개발에 대한 지원도 있었지만 지원을 받는 것도 일단은 그에게 이용가치가 있었기 때문.
이해찬은 모두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피지컬이 더 뛰어난 사람이었다.
안 그래도 그랬던 사람이 각성까지 해서 신체능력이 더욱 상승하고 상상으로만 하던 움직임을 실제로 해낼 수 있게 되었으니.
그 영향이 가상에도 이어지고, 가상에서는 게임클리어와 하이스코어 기록으로 클리어특전을 받으며 현실과 가상 쌍방에서 상승효과를 보았다.
[해남파 공식인증서] [이 사람은 절정지경에 올랐음을 인정합니다.] [절정고수 이해찬]남몰래 무려 공식인증서까지 받은 이해찬!
초절정지경 진급마저 노려보던 그에게 각성자협회 출신 브이튜브 송출국 국장의 권력형범죄는 주먹이 용서할 수가 없었다.
그래, 한 번 찾아가보자.
각성자의 보호를 받아?
어디 얼마나 잘난 놈인지 얼굴이나 보자.
매니저가 알거든 형 미쳤냐며 뜯어말릴 짓을 상의도 없이 혼자 당당하게 실행에 옮긴 이해찬.
‘어?’
막상 송출국 앞에 서자 용기가 싹 사라졌다.
거대하다.
건물의 거대함을 넘어서는 기의 거대함.
마치 공룡이라도 사는 것처럼 어마어마한 기의 규모가 저 건물 안에서부터 느껴진다.
괴물이다.
말도 안 되는 실력을 지닌 괴물이 저 건물 안 어딘가에 있다.
어설프게나마 초절정지경을 넘보는 실력이 이해찬에게 더욱 두려움을 느끼게 만들었다.
‘돌아가자.’
“뭐야. 시시하게. 그냥 돌아가는 거냐?”
“뭔가 쫄려서.”
“감은 좋네.”
엉겁결에 옆에서 들리는 말에 대답하던 이해찬은 흠칫 놀라며 뒷걸음질 쳤다.
검을 겨누었다면 지척에서 목 밑에 칼이 들어오고도 남을 지근거리.
그곳에서 물끄러미 그를 쳐다보는 각진 얼굴의 강인하게 생긴 사내가 피식 웃었다.
“귀하께서는 혹시 누구신지…”
“알면 뭐하게?”
“하, 하하. 그렇죠?”
“농담이야. 위지천이라고 불러.”
“위지천…?”
저 이름, 분명 어디서 들어봤는데.
분명 기억에 있는데…
“나 알아?”
“어디서 들어본 것 같아서요. 아, 저는 이해찬이라고 합니다. 스트리머이고 주 종목은 검투사키우기…”
“알아. 넌 예전에도 그 게임 했잖아.”
“예전에도…? 아, 분명 합방을… 어? 위지천씨… 혹시 스트리머셨습니까? 근데 왜 기억이… 으으윽.”
“경지가 올라서 그런지 금제가 많이 풀렸구나? 무리해서 떠올리려고 애쓸 것 없어. 오푸스 기관이 다른 건 몰라도 기억소거제 성능 하나는 확실하거든.”
머리를 부여잡고 비틀거리는 이해찬의 머리를 위지천의 손이 붙잡았다.
“한때는 나도 리빙레전드 블랙과 쌍벽을 이루는 정상급 스트리머였는데 말이야. 참 곤란한 게임을 깨버려서 유명세를 깔끔하게 날려먹었네.”
“다, 당신… 으으윽. 부, 분명 5년 전에 출시된 헬세살의 히든엔딩을 공략했던…”
“어허. 무리해봤자 너만 괴롭다니깐? 그런 싫은 기억은 깔끔하게 잊고 있으라고.”
위지천의 손에서 하얀 빛이 번득이자 이해찬의 눈이 풀리며 몸에 힘이 풀렸다.
의식을 상실한 그를 근처 벤치에 눕힌 위지천은 껌 하나를 질겅질겅 씹으며 송출국을 올려다보았다.
“이해찬이 저걸 느낄 정도라면 묵언검객이 몰라볼 리가 없겠지. 인류의 과학기술과 각성능력이 집대성하여 탄생한 걸작을.”
각성자협회가 공중분해 되고 협회장까지 죽음을 맞이하며 영향력을 대거 상실한 오푸스기관.
그들이 다시금 힘을 행사하기 위해 고른 새로운 기관인 브이튜브 송출국과 이를 지키기 위해 전면에 내세운 새로운 실력자.
닥터 요한2세의 기술을 재해석하여 오푸스 기관이 독자적으로 탄생시킨 새로운 괴물.
“2세대 스트리머 최강자로 불리던 리빙레전드 블랙의 카피, 블랙 2호. 설령 묵언검객이 나타나더라도 오푸스기관의 재림을 막기는 쉽지 않겠지.”
어느 쪽이 승리하든 그에게는 상관없는 일이다.
게임의 탈을 쓴 외계의 침략을 저지하려면 착한 칼과 악한 칼을 가려서 쓸 때가 아니니까.
날이 드는 건 뭐든지 잡아서 써야만 하는 시대다.
“십대길드와 박재호 협회장을 쳐낸 그 솜씨, 어디 한 번 두고 볼까?”
기대를 배신하고 묵언검객이 침묵한다면.
그래도 상관없다.
3세대 최강의 스트리머 스피드마스터.
그를 제물삼아 만인의 앞에서 블랙 2호의 성능시연을 하면 그만이니까.
어차피 묵언검객은 곧 죽을 몸이라는 것이 정설이다.
그 또한 그렇게 믿어 의심치 않았다.
빌딩 위로 떠오르는 해남파 관련 실시간 뉴스속보가 등장하기 전까지는.
[속보입니다. 해남파 해응응 장문인이 무림인 스트리머들을 중심으로 한 자체적인 스트리머 시상식을 개최할 것을 공식선상에서 선언했습니다.] [또한 기자들의 앞에서 스피드마스터가 시상식에 참여하여 자리를 빛내거나 연말대상전과 어느 시상식이 보다 권위 있는 대회인지를 두고 겨뤄보자는 선전포고를 한 것으로 알려져 큰 충격이 일고 있는데요.] [선전포고에 맞게 시상식의 시간이 연말대상전과 날짜 및 시간 모두 일치하는 상황입니다.] [연말대상전을 주최하는 브이튜브 송출국에서 어떠한 답변을 할지, 스트리머들은 어느 시상식을 우선시할지 많은 관심이 모이고 있습니다.]“하하하! 이거 웃기는 녀석이네. 말도 안 되는 혈맥을 가지고 죽을병에 시달리는 시한부 인생 주제에 마지막까지 크게 한 방 날려주었어.”
오푸스 기관의 사력을 다한 최후의 대계가 묵언검객의 예측불가능한 행보에 크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묵언검객과 스피드마스터.
둘 중 하나를 제물로 바쳐 공개석상에서 블랙2호의 성능을 시연하며 인기몰이까지 하고자 했던 계획이 흔들렸다.
큰 힘을 들여 장악한 브이튜브 송출국의 권위까지 흔들어가며 통째로 무너지게 생겼다.
여기서 물러난다면 오푸스 기관은 블랙 2호의 개발에 쓴 자원도, 송출국을 장악하고자 발휘했던 영향력도 모조리 상실한다.
완벽하게 벼랑 끝에 내몰린 처지인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기관에서도 곧 그를 찾는 사람들이 파견되었다.
“위지천님. 최후의 대계에 큰 차질이 생겼습니다. 기관은 지금 위지천님의 도움을 필요로 합니다.”
“알아서 해라. 내게 필요한 것은 잘 드는 칼일 뿐. 그 검의 이름이 오푸스기관이 아닌 해남파라도 내게는 아무런 상관도 없다.”
현대지구의 이면에 숨은 실력자, 위지천은 스트리머계를 이용한 현 시대 최고권력자들의 암투에 일말의 감흥조차 느끼지 못했다.
도로를 질주하는 차에 가볍게 손을 뻗으며 차량에 올라타 도로 저편으로 사라지는 위지천.
오푸스 기관의 요원들은 그 뒷모습을 망연자실하며 쳐다볼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