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62)
〈 62화 〉 62 우리 구면이죠
* * *
1.
코드네임 거미인간.
C랭크 각성자이자 해응응을 도와 뒤처리를 했던
협회의 2급감시대상으로 지정된 그는
한동안 동료 소경석의 감시에 시달렸지만
어느 날 갑자기 변한 상부의 방침으로 인해
감시에서도 풀려나 자유로운 몸이 되었다.
“설마 더는 감시할 필요가 없어져서?”
처음에는 해응응이 실종이라도 된 줄 알고
간담이 절로 서늘해졌지만
멀쩡히 방송하는 모습을 보고 나서야 안심했다.
“너도 참 극성이다. 아이돌 빠는 삼촌팬들 맘은 곧 죽어도 모르겠다더니 어떻게 게임 스트리머한테 푹 빠지냐?”
“그러는 지도 평범한 아이돌은 질렸다고 스타각성자만 찾아보면서 꼽주기는. 니나 나나 같이 늙어가는 처지에 박하게 굴지 좀 말자.”
말로는 티격태격 하면서도
두 사람은 어깨동무를 한 자세로
각자의 스크린폰 위로 필담을 주고받았다.
[감시는 왜 풀린 거야?] [나도 잘은 몰라. 소문으로는 협회 감시 C팀이 현장조 모니터링조 구분 없이 모조리 날아갔다던데.]협회의 더러운 일에도 어느 정도 귀가 열린
다년 차 프리랜서 각성자인 그들은
이 흔치 않은 상황에 적잖이 흥분하였다.
본인이 직접 벌인 짓이든
배후세력의 지원이 있었든
협회에 맞설 정도로 대단한 각성자단체가
물밑에서 격돌을 벌여
사실상 협회의 항복을 받아낸 셈이지 않은가.
[그래도 왠지 서운한데.] [서운하긴 뭐가 서운해?] [나만의 작은 스트리머가 배후세력의 지원을 받는 중요인사라니 좀 그렇잖아.]“미친놈.”
참다못한 소경석이 육성으로 면박을 주었다.
“구독자가 23만 명에 평균시청자가 13000명인 스트리머가 어떻게 니만의 작은 스트리머냐?”
“아 말이 그렇다는 거지.”
“꿈 깨 짜샤. 우리 같은 놈들이랑은 사는 세계가 다른 사람이라고. 툭하면 협회에 불려 다니는 언제 죽을지도 모르는 사람을 좋아하겠어? 보험사에서도 생명보험 안 받아주는데.”
“아 누가 결혼하고 싶다고 말이나 했냐?”
“니랑 현역생활만 몇 년을 했는데 그 정도 속마음도 모를까. 빨리 접어라, 그 마음. 운 좋게 넘어가는 건 한 번이 끝일지도 몰라.”
우지우의 손이 움찔 떨렸다.
어깨를 툭툭 두들기곤 순찰준비에 나서는 동료.
가슴을 후벼 파는 말이지만 그 말이 옳았다.
‘정말로 운이 좋았지.’
협회에 찍힌 각성자가 감시에서 풀려나는 경우는
정말로 극히 드물다.
‘보통 여자도 아니었고.’
같은 언노운Unknown 십여 명을
한 순간에 초죽음으로 만들어버린 실력자.
심지어 그 배후가
협회의 감시팀을 박살낼 정도로 강력한
극도로 위험한 빌런조직일지도 모를 여자.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하루살이 주제에 빌런조직의 조직원일지도 모를 여자를 넘봐? 감당할 수 있을 리가 없잖아.’
어느 날 홀연히 찾아온 첫사랑은
바람결에 실려 온 꽃향기처럼
잡고자 하면 손끝으로 사라져버리기 마련이니.
우지우는 생각했다.
아마도 그가 해응응과 다시 대화를 나눌 기회는
두 번 다시 찾아오지 않을 것이라고.
그의 손목에 찬 스크린폰이
맹렬한 진동을 울리며
긴급알람을 띄우기 전까지는 말이다.
명호동.
못생긴 추남 주제에 처음으로 진지하게 노려본
천상의 미모와 마음씨를 지닌 여자.
해응응과 마주쳤던 바로 그 동네.
그곳에 사고가 터졌다.
“어라. 여기 그때 출동했던 거기 아니냐?”
“맞아.”
“야, 우지우. 너 이상한 생각 하는 거 아니지? 표정이 왜 그래?”
“미안. 나 먼저 간다.”
“야, 야! 아오, 저 꼴통 새ㄲ…”
동료의 욕설도 무시해가며 달리고 또 달렸다.
8차선도로를 가득 채운 몬스터들을 피해
가로등과 가로등 사이를 거미줄을 뻗어 넘나들며
구조요청을 보낸 명단만
정신없이 넘기고 또 넘겼다.
‘찾았다!’
해응응 본인은 아니지만
이전에도 그녀와 함께 있던 주아영이라는 여자.
“…하필이면 저기냐고.”
그 위치는, 게이트가 지척인 편의점.
또 다른 구조 요청자 이해찬의 상세진술에는
편의점에 있는 사람은
자신을 포함해 모두 세 명.
여자 둘, 남자 한 명으로 이루어졌다고 했다.
우연히 편의점을 찾은 손님이 아니라면
여자 둘은 주아영과 해응응일지도 몰랐다.
‘나 따위보다 훨씬 강한 분에게 달려간다고 도움이 되기는 할까?’
바보 같은 짓은 그만 둬.
이 기회에 협회공헌도나 잔뜩 챙기자고.
그런 내면의 속삭임을
욕망의 충동질을 견뎌내며
7분이 지난 뒤에야 간신히 도착한 현장.
‘다 쓸려나갔잖아.’
몬스터들의 시체가 즐비한 거리 한복판에서
어깨에 비스듬히 걸친 우산을
빙글빙글 돌리며 무심한 얼굴을 한 여자.
다치기는커녕 너무나도 멀쩡해 보이는 모습에
힘이 풀린 우지우의 다리가 쭉 미끄러졌다.
‘개쪽팔리게 생겼네.’
착지가 아니라 내던져짐에 가까운
처참한 바닥 구르기와 함께
우지우가 구조현장에 등장했다.
[C랭크 각성자 거미인간이 현장에 도착했습니다.]한 발 늦게 울리는 스크린폰의 알림.
쪽팔림이 두 배가 됐다.
2.
“몸은 괜찮으세요?”
“하하, 이거 참 면목 없습니다. 구조 대상에게 걱정을 받는 협회 각성자라니.”
“이 난리 통에 와주기라도 한 게 어디에요.”
주아영의 걱정에 애써 괜찮다고 둘러댄 우지우.
실은 쪽팔림 때문에 하나도 괜찮지 않았다.
‘첫사랑 앞에서 이게 무슨 개망신이람.’
할 수만 있다면 시간이라도 되돌리고 싶다.
간절히 속으로 기도를 하던 그가
주변에 널린 몬스터 시체를 보고는
이거다, 하고 냉큼 나섰다.
“이 정도 공적이면 마석도 상당히 많이 나왔을 것 같은데 마석채취와 판매는 협회에 위탁하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저도 신경 써서 진행경과 봐드리겠습니다.”
“아 맞다! 언니, 마석은 가격도 엄청 쳐줘요. 모처럼 몬스터도 잡았는데 마석도 팔아야죠.”
땅바닥에 버리고 있던 돈을
손수 챙겨주겠다는데 싫어할 사람은 없다.
[한 번 봐도 되나요?]“아. 품질검사 하려고 그러시는구나. 얼마든지 괜찮습니다.”
우지우는 손수 시체에서 마석 하나를 회수하고는
마석에 묻은 피까지 닦아 건네주었다.
언뜻 보면 보석처럼 보이기도 하는
애기주먹만한 크기의 마석.
차가운 눈으로 마석을 내려다보던 해응응이
이를 공중으로 휙 던지고는
서걱
검을 휘둘러 반으로 갈랐다.
챙강 소리와 함께 동강이 난 마석.
잔해물이 바닥에 구르는 꼴을 모두가 지켜봤다.
“언니! 그게 얼마나 비싼 건데 부수면 어떡해요.”
“헉! 호, 혹시 협회가 마음에 들지 않으신 건….”
[좋지 않은 기운이 느껴졌어요.]“예?”
마석 안에는 나름 자연지기가 들어있다.
기를 뽑아낼 수만 있다면 이용가치는 충분하다.
문제는 그 기가 탁기라는 부분에 있었다.
‘탁기에 노출되는 것만으로도 악영향이 미치는데 탁기덩어리나 다름없는 마석을 이용했다간 절대로 좋은 일은 일어나지 않겠죠.’
기의 순도를 읽을 수 있는 무림인이기에
해응응은 확신했다.
마석은 게이트 밖으로 나와서는 안 되는
일종의 오염물질 보관함.
마석 안의 에너지는
함부로 이용하려 들어서는 안 된다고 말이다.
그런 해응응의 생각을 모르는
제 3자의 입장에서
이해찬은 우지우가 진심으로 불쌍하게 보였다.
‘대놓고 호의를 베푸는데 그걸 면전에서 까버렸네…. 저 무서운 여자. 저러다 진짜 울겠다.’
리자드맨이 대집단 속성 때문에 랭크가 높지,
막상 개별랭크는 높지 않음을 감안하면
마석의 가치는 리자드맨 하나 당 20만 원.
전투 도중 파손되거나
사망 시의 충격에 마석이 깨지는 경우도 있어
모든 개체에게서
20만원을 얻을 수 있는 건 아니기에
평균 수치는 삼분의 일로 뚝 떨어지지만
그가 잡은 리자드맨만 60개체는 되니
이해찬의 예상소득은 400만원.
여기에 엘리트 리자드맨의 마석가격인
100만원을 더하면
그가 얻은 소득만 무려 500만원이다.
하물며 두 배 이상을 학살한 묵언검객은
아무리 못해도 천만 원은 벌게 된 상황.
‘천만 원짜리 반지를 내민 거나 다름없는데 그걸 면전에서 필요 없다고 깐 셈이잖아.’
이해찬은 측은한 마음에
그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까 싶어
제보를 하나 했다.
“대로에 야광도료를 뿌린 미친놈이 있었습니다. 아직 이 근처에 있을지도 모르는데 한 번 수색해보시는 게 어떻습니까?”
묻어가기의 은혜는 갚았다.
내밀어진 동아줄을 우지우는 기꺼이 붙잡았다.
“그런 천인공노할 짓을! 걱정 마십시오. 당장 찾아내겠습니다.”
이해찬의 제보를 받아
야광도료를 뿌리던 광경을 포착한
대로 방면의 CCTV들을
몰래 하나씩 깨며 증거인멸을 시도하고 있던
최호필이 현장검거 되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3.
최호필은 해응응의 학살극을
처음부터 끝까지 전부 지켜보고 있었다.
‘내가 뭘 건드린 거지?’
인성 터진 최호필조차도
수작 부린 게 걸리면 닥칠 미래를 상상하니
공포심에 저절로 몸이 떨릴 정도로
그녀의 무력은 심상치 않았다.
‘증거, 증거부터 없애야해!’
복수심에 눈이 멀어서 시원하게 사고를 쳤지만
이대로는 시원하게 목이 떨어지게 생겼다.
“시발, 카메라만 부수면 될 게 아니잖아.”
CCTV가 설치된 주변가게에 들어가
영상 데이터를 파손하고
주차된 차량 문을 따서
블랙박스 메모리칩을 뽑는 등
필사적으로 증거인멸을 시도한 최호필이었지만
엎친 데 덮친 격이라고
협회 소속 각성자마저 등장하며
우지우의 손에 붙잡히고 말았다.
“이 사람입니다. 증거인멸 도중 현장에서 검거했습니다.”
수갑이 차인 채 길바닥에 내던져진 최호필.
심장이 내려앉는 소리마냥
쿵━─
소리와 함께 면전 앞에 내리꽂힌 우산.
그 우산 끝이 콘크리트를 뚫고
족히 3치(9cm)는 지면에 파고든 광경에
딱딱하게 굳은 최호필의 고개가
삐걱삐걱 위로 올라갔다.
[우리 구면이죠?]몬스터를 고깃덩어리 썰 듯이 썰어 넘기던
얼마나 높은 등급인지 가늠조차 안 되는 실력자.
[안 그래도 한 번 찾아볼까 했는데 잘됐네요.]무림인은 은원을 확실히 하거든요.
“이, 이건 아니지. 처벌은 달게 받을게. 법정 가도 얌전히 죄는 인정할 테니까 제발 이러지 마. 시발 살려줘. 죽고 싶지 않아!”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은 채 노려보는 해응응.
그녀의 우산에 수갑 고리가 꿰인 채
리자드맨의 시체가 잔뜩 쌓인 골목길로
질질 끌려 들어가는 최호필.
“죽어도 싼 놈이긴 해도 정말 괜찮을까요? 괜히 언니가 불이익을 보는 건….”
“저 녀석, 이 근방 CCTV는 진즉에 다 뗐습니다. 여기서 벌어질 일은 아무도 모를 겁니다.”
우지우의 말이 결정타였다.
주아영은 마지막 불안거리가 사라졌고
이해찬도 분노를 감추지 못하니
최호필이 발버둥을 치며 비명을 질러도
자칫 그 때문에 죽을 위기를 겪었던 두 사람은
해응응의 마음을 십분 공감할 수 있었다.
사태를 중재해야 할 협회소속 각성자 우지우는
아예 최호필을 붙잡아온 장본인이었으니
두 사람이 골목길로 사라지고
처참한 비명이 잦아들기까지
해응응을 말린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언니, 안에서 뭐 했어요?”
[보지 않는 편이 나아요.]근데 진짜 뭐하신 거야.
주아영과 이해찬은 떨떠름함을 느꼈고
우지우는 착각에 확신을 더했다.
살인면허가 있는 각성자라도
어지간해서는 선을 넘지 못한다.
제발 죽여 달라고 애원하는 비명소리를 감안하면
이건 정말 프로의 솜씨였다.
‘이분은 진짜 빌런조직의 일원이구나.’
둘이 들어간 골목에서 혼자가 되어 나온 해응응.
우산을 휘둘러 벽에 피를 털어내는
무심하기까지 한 모습은
살인면허가 있는 각성자라도
쉽게 찾아볼 수 없는 태연함이었으니.
착각이 바로잡힐 가능성은 한층 요원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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