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649)
1.
시스템의 강제력은 강력하다.
보통의 경우, 그 질서를 거스르는 것은 불가능하다.
가령 시스템 모드가 그렇다.
전투를 중지하고.
정해진 컷씬이 재생되고.
그 속에서 한정된 선택만을 할 수 있다.
그 선택은 모두 시스템에 기록되고 안배된 선택지.
결말이 정해진 이야기이다.
플레이어는 과정만을 바꿀 수 있을 뿐.
완전히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묵언검객은 반요곡에서 그 불가능을 가능으로 뒤바꾸는 기적을 선보였다.
‘강제송환. 이 또한 공력을 억지로 일으키면 저항할 수 있겠다는 느낌은 들었죠.’
반요곡과 달리 에픽판타지의 세계는 더욱 거대한 필드, 거대한 세계를 배경으로 두고 있다.
저항은 가능하지만 그 대가로 소모될 공력의 양이 너무나도 많다.
그녀가 합당한 인과를 얻지 못했기 때문이다.
입장레벨제한.
상위클래스.
시즌보스 토벌경험.
이것들은 모두 합당한 인과였다.
성좌들의 긴급패치가 묵언검객에게 유효하게 적용될 수 있는 이유였다.
‘그래요. 한 번은 물러섰어요. 저를 출발점으로 돌려놓는데 성공했죠.’
하지만 두 번은 아니다.
같은 수에 또 다시 당하는 무림인은 살아남을 자격이 없다.
적이 사용한 초식은 반드시 모두 파헤쳐서 파훼식을 만들어내야만 한다.
이것이 무림인의 섭리.
해응응이 시스템 억까를 당하며 가장 먼저 떠올리고 실행에 옮기는 행동이었다.
“아아악! 전직소가 습격을 당하고 있어!”
“외국놈들이다. 외국놈들이 전직 가능한 NPC를 닥치는대로 무차별적으로 학살하고 있어!”
“NPC를 지켜!”
악을 쓰며 검을 다루는 NPC만 쓸어 죽이는 외국 플레이어들과 이에 저항하는 기존 플레이어들.
혼란을 틈타 더욱 강화된 통제와 전직사 사냥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는 어둠의정령들.
그런 작고 하찮은 것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시스템이란 세계의 규칙. 세계의 주인이 될 자격이 있는 자들이 정한 그들의 법칙.”
그렇다면 묻고 싶다.
자신이 그들에 비해 부족함이 있는지.
단언컨대 없다.
그녀는 이미 성좌들과 겨루어도 꿀리지 않았다.
그 강대했던 마선조차 능가한 몸이다.
이것은 더 이상 강철성의 현실구현을 막기 위한 도전도, 메탈드래곤을 처치하기 위한 여정도, 에픽판타지를 즐기기 위한 유람도 아니었다.
매지컬구미천마마망마룡묵언검객의 별호와 해남파 장문인 및 시조, 반요곡의 종주이자 마크2의 어머니, 주아영의 스승으로서의 자존심이 걸린 싸움이었다.
“제게는 제 법칙이 있어요. 강자의 뜻은 레벨에 구애받지 않으며, 원한은 열배로 갚아준다는 것이죠.”
저들이 시스템을 이용했다면 그녀도 맞불을 놓는다.
당한대로 갚아주는 것은 당연한 상식.
때마침 그녀에게는 그런 무기가 하나 있었다.
성좌들이 간과한 무기.
묵언검객의 숨은 진가를 드러낼 비장의 수단이.
“진명개방.”
그 한 마디와 함께 첫 대륙으로 되돌아온 그녀의 앞에 무수한 빛줄기가 내리쬐었다.
-어?
-이게 왜 작동함?
-진짜 뭐임?
반요곡을 아는 시청자나 플레이어라면 눈이 뒤집어질 수밖에 없는 그 선언.
묵언검객 본인은 인게임에서 사용한 적도 드물고 없다시피 했던 그 권능.
“군단이여. 새로운 전쟁이 시작되었어요.”
그녀에게 진명을 바친 무수한 요괴들이 일어서기 시작하였다.
2.
게임에는 판정이라는 개념이 있다.
가령 히트박스라는 개념이 그렇다.
같은 공격을 취하더라도 검으로 몸통을 찔러야 데미지가 들어가는 게임이 있고, 몸 앞에 검을 대는 시늉만 해도 딜이 들어가는 게임이 있다.
전자는 히트박스가 적은 경우, 후자는 히트박스가 큰 경우라서 공격판정이 후하게 들어가는 차이다.
“…이 사람은 왜 또 정복전쟁을 시작했어?”
초보자 사냥터 가득 나타난 요괴들.
나약한 몬스터 따위는 한 손으로 목뼈를 으깨고 몸통과 목을 분리시킨다.
흐르는 피를 입으로 마시며 시체를 사슬철퇴처럼 휘둘러 집어던진다.
비명을 지르며 도망치는 몬스터들의 앞에 땅을 파고 튀어 올라와 발목을 붙잡고 지면으로 사라지는가 하면, 거대한 그림자를 드리워 머리맡에서부터 나타나서는 초목과 함께 바위 뒤에 숨은 몬스터를 모조리 한 입에 씹어 삼킨다.
-이거 에픽판타지 맞음?
-언제부터 이 겜 호러판타지 됨?
-개무섭네 진심ㄷㄷㄷ
이 엄청난 난장판을 벌이면서도 놀라운 사실은 묵언검객의 레벨이 여전히 1이라는 사실이다.
-스센세 이거 어케 된 건가여
-소환수가 잡은 경험치는 원래 주인한테 들어오지 않나요?
-묵언검객은 왜 지 혼자 소환수가 천 마리가 넘죠?
-원래 저 직업 저렇게 사기였음?
-반요곡의 진명개방이 왜 여기서 통함??
넘쳐나는 의문의 답은 판정에 있었다.
“나도 영상 보고 알았는데 묵언검객이 패치 때문에 이전필드로 한 칸씩 뒤로 떠밀리던 때 있지?”
-ㅇㅇ
-ㅖ
-다시보기 클립 땄음
“잘 보면 초보자섬으로 날아가기 전에 첫 대륙에서 묵언검객의 주변에 공간이 살짝 일그러지거든?”
-?
-?
-이걸 어케 봄?
-관찰력 실환가ㄷㄷ
-악질검객이 또 무슨 악질짓을 한 건가요
“추정이기는 한데 아마 이게 맞을 거야. 이분 여기서 공간이동에 잠깐 저항을 했어.”
-예?
-모라고요??
-패치를 어케 저항함???
“몰라. 아무튼 했어. 그 잠깐 버티는 사이에 대륙에 진명개방으로 소환한 소환수를 다 풀어버리고 이 인간은 초보자섬으로 날아갔고. 여기서 판정이 기가 막히게 들어갔어.”
스피드마스터가 생각하는 사건의 진상은 이랬다.
“보통 소환수한테는 능력치 대비 동시소환수, 소환유지거리 같은 효과가 들어가. 근데 묵언검객은 현실모드라서 능력치부터가 제정신이 아니게 들어갔을 거란 말이지. 소환수 논란은 이걸로 해결될 거야.”
-소환거리는요?
“소환거리도 엄밀히 따지면 역소환거리와 소환유지거리가 따로 있는데 전자를 넘기면 소환수가 즉시 사라지지만 후자를 유지하면 소환은 유지돼. 대신 소환자한테 경험치가 안 들어가지.”
-그딴 기능은 왜 있음?
-경험치도 안 먹는데 소환 왜 함?
“어… 뭐 자동사냥이겠지? 재료수집이라거나, 무슨무슨 몬스터 천 마리 잡기 퀘스트라거나. 그런 거 할 때는 소환사도 득을 봐야 할 거 아니야.”
소환사의 직업적 장점이야 어찌됐든 시청자들의 의문은 아직 다 풀리지 않았다.
백보 양보해서 스텟이 너무 높아서 역소환거리에 포함이 안 되고 경험치를 주지 않는 몬스터를 유지할 수 있다고 치자.
-그래서 저거 언제 사라짐?
요괴 한 마리가 필드보스 멱을 따고 해당필드의 모든 몬스터를 겁에 질리게 만든다.
그런 놈들이 사라질 기미도 없이 계속 사냥을 하고 있으니 에픽판타지의 생태계가 흔들리는 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납골당의 해골군주 뼈수집 퀘스트 하러 갔는데 무친 요괴놈이 해골군주 뼈다귀 드랍템을 자기 뼈랑 바꾸고 있음… 지 거 가져가서 쓰라는데 하…
-청어낚시터에 뭔 캇파새끼가 들어가더니 오늘부터 여기는 지네 집이라고 물대포로 낚시꾼들 쫓아내는 중임ㅠㅠ 제발 누가 캇파새끼 좀 쫓아내줘ㅠㅠㅠ
-펫레이싱 경기장에서 날뛰는 병귀군단 이 새끼들은 언제 사라짐? 자꾸 우리 펫한테 창 던지고 시체 재가공해서 해골마로 일으키는데 개빡침ㄹㅇ
사방에서 속출하는 요괴들에 의한 피해사례!
처음 패치를 볼 때만 해도 묵언검객 오토케스트라를 합창하던 어떡해 어떡해 반복재생 플레이어 군단들은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모두 단단히 빡쳤다.
피아구분도 없는 미친 요괴들의 악명은 던전이나 낚시터, 펫 경주장도 가리지 않았던 것처럼 그보다 더한 곳에서도 악명을 떨치기 시작했으니.
-지금 우리 길드에 도장깨기 하러 왔다고 극곰장수놈 나타남ㅅㅂ 길드장 반으로 찢겼는데 어떡함?
-속보> 시즌1 시즌보스 전용던전에 낙귀군단 몰려옴 플레이어고 던전몹이고 다 쓸려나가는 중
-나 방금 부기걸한테 매직배낭 삥뜯김… 근데 알몸에 몸매도 착하시더라 헤으응…
-?
-?
-왜 너만 알몸부기걸 봐???
-왜 니만 알몸부기걸 만나고 나는 거다이맥스거인병귀한테 식량창고 털림?? 나도 마법배낭 드릴 수 있는데ㅅㅂ
-나였으면 인벤토리 확장권까지 조공으로 바쳤다
“언제 사라지냐고 해도… 소환수가 사라지려면 마나가 떨어지거나 거리가 너무 멀어져서 사라지는 것이 아니면 하나밖에 없는데? 죽어야 역소환 되지.”
그렇다.
누군가는 저걸 죽여야 한다.
-아니 저게 뭐가 어렵다고 난리임?
-요괴 그거 반요곡에서 질리도록 죽여봤는데
-에픽판타지에서 성장까지 했으니 지금은 우리가 더 쌔지 않나?
-안 그래도 악질검객 꼴받았는데 잘됐다 이참에 요괴한테 화풀이나 해야지
-ㄹㅇㅋㅋ
에픽판타지 식 레벨링과 성장인플레만 믿고 양학을 꿈꾸며 덤벼드는 플레이어들.
그들이 미처 깨닫지 못하고 간과한 사실이 있었으니.
-??? 방금 요괴한테 쌈 걸었는데 다리 하나인 놈이 무빙으로 내 공격 다 피하고 딜 꽂음. 이거 맞아?
-병귀들 보면 도망치세요… 연속패링으로 스킬발동을 다 받아치더니 상중하단 찌르기 억까패턴마냥 막 섞어서 날려대서 순살치킨 당했습니다…
-뼈 하나 안 남게 발라졌겠네ㅋㅋ
-저놈 뼈는 지금쯤 병귀군단이랑 같이 행군하고 있을 듯
-ㅇㅈ
-반요곡에서도 요괴들 이 정도로 세지는 않았는데?? 얘들 왜 내가 강해진 것보다 더 강해짐??
“아 이 바보들아. 묵언검객이 데리고 다니는 요괴는 최고난이도 요괴잖아. 그것도 온갖 격전지를 다 거치면서 계속 성장한 최정예 요괴들.”
-아.
-앗
-ㅁㅊ
이것이 시즌 15 메탈드래곤의 습격인지 시즌 16 반요곡의 맹습인지 모를 난장판이 시작되었다.
다음화는 11월 10일 06시 업데이트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