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652)
1.
성좌들의 사도.
요선 묵언검객 해응응의 사도.
그 첫 대결의 대상은 인도 정상급 스트리머 TNT와 반요곡의 3대 요괴왕이었다.
“지독할 정도의 강함이군.”
TNT도 명색이 정상급 스트리머로 인정받은 자.
수많은 가상현실게임을 경험해보았다.
그중에서도 3대 요괴왕에 비견될만한 강자는 떠올릴 수 없었다.
그에게 힘을 하사한 자.
액션테트리스의 성좌 를 제외한다면 말이다.
“그러는 인간 네놈은 분에 넘치는 힘에 휘둘리고 있구나. 자신이 어떤 존재와 무슨 수로 계약을 했는지도 모를 정도로.”
“소용없어. 인간의 마음을 유린하는 그 교활한 혀를 놀려봤자 종말 앞에 구원을 약속받은 우리 인도인의 마음은 이미 기울었으니까.”
“교활함? 유린?”
제 발로 불구덩이에 뛰어드는 이를 보며 사람들이 느끼는 감정은 안타까움이 아닌 한심함이다.
자신의 열등한 유전자를 제거함으로써 인류의 우월한 유전자를 남기도록 공헌한 사람들에게 어찌하여 다윈 상Darwin Award이 주어지겠는가.
멍청한 종을 향해 느끼는 한심함이라는 감정으로부터 비롯되는 우월감과 안도감이 그만큼 자신이 저런 것에 비하면 보다 나은 존재임을 상기시키기 때문이다.
대요괴가 품은 감정도 이와 다르지 않았다.
인간과 요괴.
종은 다를지언정 그는 둘을 구분 짓지 않았다.
그의 포식의 권능 앞에서는 어느 종이라도 피식자의 입장에 처하기는 마찬가지니까.
“네 꼴을 스스로 돌아보아라. 어리석은 계약으로 분에 넘치는 힘을 사역한 결과, 자신의 영혼이 도형에 집어삼켜지고 있거늘. 네놈처럼 멍청한 영혼은 백령신군 이후에 정말 오랜만에 보는구나.”
“…사람 신경 긁는데 일가견이 있군. 그 잘난 혓바닥이 묵언검객을 상대로는 널 지켜주지 못했나보지?”
“그녀와는 존재의 모든 것을 건 격돌로 패배했다. 그 패배를 나는 굴욕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너는 묵언검객이 아니다. 요괴왕도 아니지. 백령신군과 같은, 백령신군만도 못한 열등종일 뿐이다.”
수많은 인도인이 시청하는, 그들에게 성좌로부터 종말 이후의 구원을 허락받은 메시아적인 존재로서 자신을 과시했던 TNT.
그는 자신의 권위를 훼손하는 요괴왕을 더 이상 살려둘 수 없음을 깨달았다.
“그럼 어디 시험해주지. 그 잘난 혓바닥이 이 힘을 상대로도 버틸 수 있는지!”
무서운 속도로 떠오르는 블록들.
탄환처럼 쏘아대는 블록을 보면서도 요괴왕은 느긋하게 손을 들어 요력을 발사했다.
요력이 담긴 가시가 블록과 충돌하자 허공에서 수많은 블록이 덩어리로 뭉치기 시작했다.
[1라인 제거] [중량가중] [디버프 1단계 활성화] [3라인 제거] [중량가중x3] [방어역장x2] [액상화염] [디버프 3단계 활성화]갈수록 늘어나는 디버프와 강화되는 효과.
삽시간에 열 줄이 넘는 블록이 터지며 가시들이 사라진 자리로 비처럼 블록들이 쏟아졌다.
당하는 입장에서는 이것이 테트리스인지 탄막슈팅게임인지 헷갈릴 정도로 무서운 물량과 속도!
요괴왕은 그 무서운 기세와 속도를 마주하고도 한치의 물러섬도 없이 더 많은 가시를 쏘아 날렸다.
블록이 쌓이는 시작점을 TNT에게 가깝게 강요하며 자신의 블록이 쌓이는 기세에 스스로 자멸하도록 유도하는 잔인한 기술.
최선의 방어는 공격이라는 사실을 증명하듯 몰아붙이는 공세는 불리함을 느끼고 TNT가 공세를 늦추는 순간, 더 가까이 날아드는 가시에 목숨을 잃을 것을 강요하는 파상공세였다.
생성하고 쏜다.
생성하고 쏘며 줄을 맞춰 터뜨린다.
2공정과 3공정으로 공정자체가 다른 싸움에서 유리한 쪽은 무조건 요괴왕이었다.
심지어 그의 가시는 닿은 물질을 투명화시키는 전승마저 지녔으니, TNT는 자신의 블록이 어느 위치에 어떻게 쌓였는지를 모두 암기해야만 했다.
“어리석은 인간이여. 제 꾀에 제가 넘어가는 최후를 맞이하라.”
언뜻 보기로 승부는 끝난 것처럼 보였다.
누가 보더라도 TNT는 압도적으로 불리했으니까.
하지만 요괴왕 또한 정상급 스트리머의 대단함을 지나치게 얕보았다.
방심.
얕보기.
대요괴 시절부터 전해져 내려온 그의 고질적인 문제가 이번에도 드러났다.
“…?”
죽지 않는다.
이를 넘어서 반대로 밀리기 시작한다.
쏘아 보낸 가시가 블록과 충돌하는 라인이 그에게 가까워지고 있다.
이 사실이 의미하는 바는 하나.
TNT가 가시 위로 쌓인 블록을 대량으로 터뜨리며 강화된 디버프의 힘과 함께 점점 더 먼 곳까지 블록을 날리고 요괴왕을 몰아붙이고 있는 것이다.
[100라인 제거] [디버프 100단계 활성화]“…!”
인간이 요괴를 밀어붙인다.
압도적인 실력 차에도 불구하고 전세를 역전시킨다.
3대 요괴왕의 피부에 소름이 돋았다.
이 기분.
이 감각.
이 위기감은 낯설지 않았다.
묵언검객과 마주했을 때.
아무리 수를 써도 짓밟혀 죽지 않고 끈질기게 꾸역꾸역 일어서며 자신에게 맞섰던 묵언검객의 끈질김을 닮았다.
성좌에게 영혼을 판 어리석은 자일지언정 그 자질만큼은 인류최고봉, 정상급의 반열에 나란히 설 정도의 역량이 있는 것이다.
“좋다. 하찮은 생명에도 존재를 초월하는 의지력 하나만이 이 몸의 투지에 불을 붙이는구나. 이거다. 이 몸은 이런 싸움을 바라왔다!”
요괴왕이 진지하게 투기를 뿜어내자 그를 중심으로 영압이 파도처럼 공간을 일렁거리며 확산되었다.
시작과 끝을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무섭게 일어나는 전승의 연계.
그것은 수많은 블록을 격파하며 쌓인 디버프의 무게를 가볍게 짓눌렀다.
“올려보아라. 네놈의 그 알량한 장난감이 그 영혼을 파괴하는 순간까지. 이것이 네 최고속도라고 말하지는 않으리라 믿겠다.”
10배속으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물량.
TNT의 얼굴 위로 핏줄이 솟구쳤다.
두 눈은 이미 한계까지 부릅뜨며 전장을 노려보았다.
블록이 생성되기 무섭게 저편으로 사라진다.
착지점을 잊지 않으며 보이지 않는 투명블록들의 구조를 모두 암기한다.
“!?”
그런데도 터져야 할 블록이 터지지 않았다.
잘못 외운 걸까?
긴장이 심해서 실수를 저질렀나?
아니다.
TNT는 자신의 실력을 믿었다.
그의 암기능력은 절대적이다.
잘못된 것이 자신이 아니라면 이것은 블록 전체가 움직였음을 의미한다.
‘그래, 틀림없다. 이건 요괴왕의 힘이다.’
TNT의 추측은 옳았다.
한계 이상으로 강력해진 요괴왕의 권능이 테트리스의 불변의 법칙, 한 번 착지한 블록은 움직이지 않는다는 법칙을 깨고 칸을 밀어내었다.
하지만 밑도 끝도 없이 수많은 칸을 들어올린 것은 아니었다.
다시금 터지는 블록격파 및 디버프 발동신호.
TNT의 머릿속에 블록의 새 위치가 그려졌다.
‘밀린 것은 1칸.’
보통의 플레이어라면 진즉에 포기했을 싸움을 앞두고도 그는 물러서지 않았다.
전장이 불리해졌다면 그 이상으로 분전하면 될 뿐.
‘연산량을 늘린다. 블록의 표면이 아닌 반대편. 투명블록의 저편에서 날아드는 가시들의 착지점까지!’
지끈.
머리에 가벼운 두통이 일어날 정도의 정보량.
늘어난 정보에 머리가 고통을 호소해도 그 눈과 머리가 멈추는 일은 없다.
어느 블록의 반대편에 몇 개의 가시가 충돌했는지를 모두 헤아리며 계산을 끝마친다.
블록이 밀려나는 조건.
그것은 가시가 100개 충돌하는 시점이다.
‘그렇다면 그조차도 인지하여 블록을 설계한다!’
가시를 밀어내는 순간, 폭발적으로 블록이 터져나가며 디버프의 압력이 급증한다.
요괴왕은 TNT의 재주에 이가 드러나도록 웃음이 지어지는 것을 참을 수 없었다.
그는 즐기고 있었다.
패배가 확정된 백령신군과 같은 상대.
그러나 목숨을 건 결전의 순간에서 상대가 보이는 저 찬란한 가능성마저 따분한 것은 아니다.
밝게 빛나는 별일수록 그것이 아무리 작고 하찮을지라도 아름다움을 느끼는 법이니.
“좀 더. 좀 더 할 수 있다. 네게는 아직 여력이 있을 것이다!”
하나의 전장에서 주고받던 격전을 순식간에 4면으로 확장하여 전장을 늘린다.
네 개로 늘어난 공격지점에 TNT는 이를 악물고 필드를 마주 늘렸다.
“그래, 바로 그거다. 자, 따라와 보아라. 이 정도도 막지 못하겠다며 꺾이지는 않겠지!!”
마치 바독이나 장기, 체스에서 진정한 고수들이 하수를 상대로 혼자서 여러 대국을 동시에 진행하는 것처럼 펼쳐지는 다면기의 전장.
하나의 대국을 머릿속으로 전개하는 것보다 기하급수적으로 상승하는 난이도 속에서 TNT의 뇌가 불탈 것처럼 지끈거리기 시작했다.
‘오래는 버틸 수 없다.’
TNT는 직감했다.
요괴왕의 웅혼한 요력을 그는 감당할 수 없다고.
편법으로 얻어낸 능력.
이를 감당하기엔 그가 쌓은 마력이 부족했다.
업의 절대치가 따라잡을 수 없다.
그 부족함을 디버프의 누적으로 메우고 있지만 임기응변에도 한계가 있다.
위에서 아래로 향하는 블록뿐만 아니라 아래에서 위로 몰아치는 가시의 위치와 숫자마저 카운팅하는 지금, 그는 상당히 빠듯하게 몰렸다.
이대로는 지친다.
눈의 핏줄이 터지든, 뇌의 연산이 정지하든.
몸이 버티지 못하고 한순간에 패배가 확정된다.
‘하지만 이 정도의 스택이 쌓였다. 가시를 뚫고 요괴왕의 신체표면 위에 블록이 쌓이기만 한다면 엄청난 피해를 입는 것은 저쪽도 마찬가지다!’
[5700라인 제거]악착같이 쌓고 또 쌓아온 5700스택의 디버프는 천하의 요괴왕이라도 해치울 수 있다.
그렇다면 단기전에 전부를 건다.
‘내 눈과 뇌가 버티는 지금, 끝장을 본다!!’
TNT를 중심으로 펼쳐진 네 개의 전장이 점차 크게 벌어진다.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깨달은 요괴왕의 눈에 놀람과 충격, 그 이상의 희열이 차올랐다.
무의미한 10분을 버티느니 전력을 다한 1분으로 끝장을 본다.
요괴왕이 올린 난이도를 자력으로 더욱 끌어올리는 강함은 과연 성좌의 선택을 받은 사도로서의 위용을 보여주었다.
15각형의 악마가 점지한 사도의 이름에 부족함이 없을 놀라운 분투였다.
“훌륭한 솜씨였다. 하지만 여기까지다.”
만개의 라인이 제거되는 순간, 눈과 뇌보다 먼저 일어난 어긋남이 TNT의 입가에서 각혈을 일으켰다.
“커헉!?”
“정당한 인과를 얻지 못한 채 사용했던 힘에 아무런 대가도 없으리라 믿었던 건 아니겠지.”
“내, 내게 무슨 짓을 한 거냐…!”
파탄 난 필드로 인해 순식간에 자신의 블록에 짓눌린 TNT.
그의 절반만 남은 상반신을 투명블록 위에 기다란 가시로 꿰어 매달은 요괴왕은 언뜻 잔혹해보이기까지 하는 비웃음을 지었다.
“뭔가를 한 것은 내가 아니라 너의 주인, 15각형의 악마다. 주어진 횟수의 라인을 격파하여 네 영혼을 감싼 15개의 고리 중 하나가 무너져 영혼을 짓눌렀군.”
“영혼을 짓눌러…?”
“간단한 이치다. 1만 개의 라인마다 1개의 고리가 무너져 영혼을 짓누르니. 15만 개의 라인을 터뜨려 15개의 고리를 무너뜨리는 순간, 네 영혼은 네가 다루는 블록처럼 산산이 터질 것이다.”
이것이 스스로 인과를 쌓아 무제한적인 소환능력을 보이는 묵언검객과 성좌의 사도로 선택받아 인과 없는 힘을 사용하던 TNT의 차이였다.
“이번에는 여기까지로군. 다음에 덤빌 때에는 영혼을 소멸시킬 각오로 덤비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럴 자신이 없다면…”
요괴왕의 막대한 요력이 TNT의 남은 신체를 짓눌러 터뜨렸다.
“이 게임을 포기하고 알량한 현실에 안주해라. 자신이 지닌 힘을 두려워하며 두 번 다시 이 몸에게 맞서지 마라.”
사도와 사도.
그 1차전은 요선의 사도의 압승으로 끝났다.
다음화는 11월 13일 06시 업데이트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