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702)
1.
주와지시의 시간은 요괴전승능력 중에서 최상위의 강력함을 자랑하는 전승으로 손꼽히는 능력.
격하의 존재를 일격에 사살하는 블랙의 와 마찬가지로 격하의 존재를 세 걸음 사이에 정신을 노화시켜 죽이는 전승이었다.
‘하지만 운이 좋았어. 언니는 이 자리에 대요괴의 주와지시의 능력에 저항할 수 있는 사람들만 전부 모아놨는걸!’
주아영은 깨달았다.
자신뿐만 아니라 백소천과 블랙도 어둠의 저편에서 각자의 기를 뿜어내기 시작했음을.
세 걸음의 제약.
삼백년의 압박.
그들에게는 넘을 수 없는 시련이 아니다.
로 3초의 시간동안 절대적인 방어를 유지할 수 있는 흑의종군의 보스 블랙.
기감을 전개하고 로 주와지시의 영향권 밖으로 이탈한 묵언검객의 수제자 주아영.
권능발현을 방해할 수 있는 모종의 방해수단을 지닌 무공총괄교두 백소천.
각자가 각기 다른 방식으로 대응에 나섰다.
우선 블랙은 반드시 살아남는다.
그를 걱정할 필요는 없다.
주아영 본인도 영향권에서 벗어났다.
자신의 영역을 전개하며 주와지시의 시간 밖에서 버티고 있는 이상, 그녀도 괜찮다.
관건은 영역에 사로잡힌 백소천이 무사히 권능발현을 취소시킬 수 있는가.
무리다.
평범한 주와지시의 시간이라면 능히 백소천이 발동 도중에 캔슬할 수 있었다.
그러나 주와지시의 시간과 동시에 퍼져나간 어둠이 시야를 덮었다.
영역전개에 수반되는 영압이 공간을 장악했다.
초절정에 올라 원숙한 경지에 도달한 채 오래도록 무공의 이치로 궁극을 바라보는 백소천조차도 이 너머를 넘보기엔 부족했다.
‘전승이 필요해요. 그것도 지금 당장.’
이대로라면 블랙은 몰라도 백소천은 확실하게 죽는다.
다음은 그녀의 차례다.
공간의 여유를 허락하지 않는 영역전개 앞에서는 제 아무리 발 빠른 신법구사자라도 끝내 사로잡힐 수밖에 없는 것이 무공의 이치이다.
그녀에게 그런 전승이 있는가.
주아영은 스스로의 과거를 되돌아보았다.
그리고 확신을 느꼈다.
‘있어.’
부기맨에게 통할지도 모를 가능성이.
2.
수많은 사람들이 무림비망록을 플레이하며 묵언검객 챌린지에 도전하고 깨져나갔다.
긴 시간이 지나고 묵언검객 챌린지의 열풍도 가시던 어느 날, 주아영은 조용히 반요곡을 실행했다.
이 정도면 언니의 발끝 정도는 따라잡을 수 있을지도 몰라.
그런 생각도 조금은 있지만 제일 큰 이유는 따로 있었다.
‘실력이 정체됐어.’
무공수련의 정체기.
아주 많은 수련치를 쌓기 전에는 실력의 증진이 느껴지지 않는 구간.
대부분의 무인들이 이 기나긴 수련의 벽, 깨달음의 벽을 앞두고 세월에 잡아먹히거나 무너졌다.
훌륭한 스승을 두었고 본인의 오성도 뛰어나기에 오래도록 피할 수 있었던 벽.
그것이 마침내 주아영에게도 찾아왔을 뿐인 이야기.
다만 운이 좋게도 그녀는 직접 보아왔었다.
반요곡을 플레이하며 언니가 얼마나 강해졌는지.
이 게임에는 다른 게임과 비교해도 유독 가시적인 성장을 촉진하는 무언가가 있다.
반요곡 완전재패가 끝난 이제는 안다.
그 이유가 반요곡의 미래에 무림비망록이 있어서 정명한 인과율의 혜택을 받기 때문임을.
“부기맨. 나는 충분히 강한 걸까?”
“너는 강하다. 적어도 인간검객 중에서 너보다 강한 이는 없을 것이다.”
“검객이 아닌 사람까지 포함하면?”
부기맨은 대답하지 않았다.
주아영은 딜레마에 직면하였다.
인류 최강의 검객.
그러나 그보다 강한 폭군의 역할을 대신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묵언검객과 같은 길을 걷고, 같은 성과를 거두며 나아가지만 정작 같은 깨달음을 얻지는 못했다.
아무리 누군가를 닮으려 노력해도 신체나 감각, 무의식적인 취사판별부터 깨달음에 이르는 깊은 부분은 묵언검객이 될 수 없었으니까.
부기맨은 그런 그녀를 두고 말했다.
“네가 누구의 등을 따라가는지는 묻지 않겠다. 다만 기억해두어라. 언젠가 네가 따라할 수 없는 한 걸음을 마주하고 멈춰서기 전에 네 길을 찾아야함을.”
인간은 연약하다.
부모의 등 뒤를 쫓지만 그 길이 정답이 아님을 알게 되면 당황한다.
같은 길에도 얼마나 많은 굴곡이 있었는지를 깨닫고 걸음을 내딛기를 두려워한다.
두려움을 견디고 굴곡을 견뎌도 그 끝에 기다리는 것이 막다른 길인 경우도 존재한다.
같은 길을 걷더라도 세계가 언제나 같은 풍경으로 기다리라는 보장은 없으니까.
“치사해. 이런 건 치사하다고.”
언니처럼 되고 싶었을 뿐인데.
정작 언니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하는 현실이 갈수록 무거운 벽이 된다.
틀릴 리가 없잖아.
언니가 최강인데.
현대무림의 최강자가 걸어간 길인데.
저 길의 끝에 어떤 경지가 있는지도 아는데.
나를 그 길에 맞추면 맞추었지, 어떻게 최강이 될 길을 외면하고 자신만의 길을 걸을 수 있는가.
설령 그것이 가능하다고 해도 그녀는 어두컴컴한 암흑 속에서 자신만의 길을 개척할 용기도 의지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 길을 걸을 수 없다면 틀린 건 길이 아닌 그녀 자신이다.
그 결과, 대요괴와의 대결에서 그녀는 처참한 패배를 겪었다.
“살아남으십시오, 주군.”
“뒤는 우리가 여는 것이닷!”
많은 동료를 잃고 주아영은 간신히 목숨만 건졌다.
그러나 알아버렸다.
자신은 대요괴조차 넘어설 수 없음을.
그의 주와지시의 시간에 맞설 수는 있을지언정 결정적인 승리를 거둘 수련치가 부족함을.
적어도 10년.
그 정도의 노력으로 무공의 모든 경지를 원숙하게 끌어올리면 천 번에 한 번의 흔들림조차 허락하지 않는 천려일실조차 사라진 진정한 조화경의 경지에 올라설 수 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는 묵언검객의 신체에 맞춘 묵언검객의 검술을 지워야만 했다.
언니의 간격, 언니의 보폭, 언니의 검술을 지워내야만 했다.
“다음 침공은 저희가 저지하겠습니다. 부디 무운을.”
“…”
몸을 웅크리고 무릎 사이에 고개를 뭍은 그녀 대신 휘하 요괴들은 전장에 나갔다.
한 턴, 또 한 턴.
시간이 경과할 때마다 더 많은 이들이 죽었다.
마음이 꺾인 그녀를 대신해서 많고 많은 요괴들이 대요괴의 손에 죽음을 맞이했다.
그리고 이제, 그녀를 대신해서 죽어줄 이는 오직 한 명밖에 남지 않았다.
“…어째서 원망하지 않아? 왜 내 곁을 떠나지 않는 거야?”
“그런다고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부기맨은 거대한 땅울림에 동굴 밖의 어둠으로 물든 세상을 바라보았다.
“너는 변치 않을 요생을 변화시켜주었다. 복수만을 바라보던 내게 나 이상으로 초조함에 쫓기는 자의 모습을 보여주었지.”
“내가 그렇게나 쫓기고 있었어?”
“언제나 그렇지는 않았다. 승천의 기둥에 가면 안 되는 이유를 설명할 때, 진혈추적자의 함정을 설명할 때. 너는 적어도 나와 방랑상인의 요생을 바꿨다.”
무공부기걸은 아니지만 다크부기맨도 아닌, 주아영의 뒷모습만을 보며 긴 여정을 따라온 부기맨.
주아영의 부기맨은 묵언검객의 뒷모습만을 보아온 주아영처럼 주아영의 뒷모습만을 보아왔다.
그리고 깨달았다.
“너의 길은 나의 길이 될 수 없다. 그렇지만 세계가 멸망하는 이 순간에도 우리는 함께 있지.”
“포기한 거야? 너도?”
“포기가 아니다.”
부기맨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증명하기 위해서다.”
“무엇을…?”
“앞서가는 자가 없다면 더는 나아갈 수 없는 너에게, 그렇다면 내가 앞서나가는 자가 되어주겠다고.”
놀란 눈의 주아영.
부기맨은 더 이상 그녀의 뒤에 서지 않았다.
한 번의 돌아섬도 없이 동굴 밖으로 나갔다.
“길을 찾지 못하겠다면 그걸로 상관없다. 내가 너의 새로운 길이 되어주지.”
부기맨과 3대 요괴왕의 전투는 오래도록 이어졌다.
처참한 격전이었다.
명백한 열세.
부기맨은 매 순간 분신이 찢기고 팔이 뜯겨나갔다.
그래도 그 손에는 군단에 속한 수많은 요괴들이 꿈꿔온 새로운 시대를 향한 갈망이, 무공이 지닌 가능성이 펼쳐졌다.
불가해한 요괴의 움직임을 심득에 접목한 지금껏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무공들이 대요괴의 분열하는 점토를 찢고 갈랐다.
[부기맨이 죽었습니다.]부기맨은 죽었다.
주아영은 어느덧 자신이 일어나있음을 깨달았다.
동굴의 문턱을 자신의 발로 내딛었다.
움직였다.
체념했던 마음이.
웅크렸던 심득이.
존재를 건 부기맨의 증명이 분명하게 그녀의 한 걸음을 움직였다.
“미안, 부기맨. 미안, 모두들.”
이기지는 못할 것 같아.
하지만… 이것이 끝이 아님을 알고 있어.
주아영의 눈에 좀비해저드나 호러존을 헤쳐나갈 때의 투지가 불타올랐다.
그렇다.
주아영은 지켜야 할 사람이 있을 때에 강했다.
누군가를 지키는 것에 어색한, 그렇기에 어느 누구도 노려지기 전에 저만치 앞으로 달려 나가는 묵언검객과는 달랐다.
자신에게 등과 어깨를 맡기는 자들이 늘어날수록, 그들을 아끼는 마음이 커질수록.
책임감에 비례해서 그녀의 전의와 집중력은 더욱 상승하였다.
단순히 언니의 등을 따라가기만 했을 때에는 보이지 않았던 광경이 이제는 보이기 시작했다.
그녀가 지키지 못한 모든 것들이.
그럼에도 그녀의 마음을 지켜준 부기맨의 희생이.
3.
사실, 부기맨의 존재야말로 말하고 있다.
그녀가 묵언검객의 뒤만을 따르지는 않았음을.
그녀의 부기맨이 묵언검객의 부기걸만도 못했다고는 절대로 말할 수 없음을.
그렇기에 주아영의 신법은 간격의 밖으로 달아나는 대신, 주와지시의 시간에 자신의 발로 뛰어들었다.
어둠 속을 헤매는 백소천의 곁으로 난입하였다.
*나아가지 않는 자* : 당신은 지켜야 할 사람이 있음을 깨달을 때, 마음이 꺾이지 않는다.
강한 마음은 곧 자신만의 영역이 되었다.
무에 대한 굳건한 믿음이 아닐지라도 그 또한 어엿한 믿음의 증표.
주아영의 영역이 부기맨의 영역 속에서 자신만의 권역을 넓혀나갔다.
“네가 왜 여기에…!”
“구하러 왔어요. 방해가 된 건 아니죠?”
짧은 사이에 몇 초의 시간을 보냈을까.
몇 백 년, 혹은 몇 천 년의 흐름을 거슬렀을까.
“고맙다. 날 버리지 않아서. 내 기다림이 헛되지 않았음을 보여주어서.”
지칠 대로 지친 백소천의 얼굴.
메말라가던 그의 얼굴에 생기가 다시금 번졌다.
‘여기였어. 뒤로 물러났지만 여기에 정답이 있었던 거야. 아주 오래 전부터 줄곧 내가 발견하기만을 기다려온 나만의 길이.’
지금이라면 동굴 밖을 나서는 부기맨의 뒷모습을 쳐다보고 있지 않으리라.
마음의 짐을 넘어섬과 동시에 주아영의 몸과 머리에 새겨진 수많은 무공이 재정립되기 시작했다.
조화경의 문이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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