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703)
1.
조화경에 발을 들인 주아영.
그녀의 무공은 더 이상 묵언검객의 뒤를 쫓지 않았다.
자신의 신체.
자신의 목표.
적의 격멸이 아닌 아군의 수호를 위해서 각기 다른 무공의 초식과 심득을 접목시켰다.
어둠이 밀려났다.
주와지시의 체감시간증폭이 강제로 단절되었다.
그러나 부족했다.
사방에서 몰려드는 어둠.
이를 함께 밀어낼, 뒤를 받쳐줄 사람이 백소천 한 명으로는 빠듯했다.
“마음의 강함으로 자신과 주변을 챙길 여유를 얻었는가. 실로 겁쟁이의 무공이군.”
“그래도 이게 내 길이야. 하늘을 가르는 검도, 바다를 가르는 검도 아닌 세계의 그 어떤 변혁 속에서도 내 옆을 지킬 수 있는 검.”
좀비해저드의 해남엔터 3인방을, 호러 존의 해남엔터 4인방을.
누군가를 지키기 위한 검은 마침내 그녀가 그토록 바랐던 방어력을 허락했다.
인간을 초월하는 공격력과 경천동지의 무용, 동경하는 언니 해응응에 대한 집착을 버림으로써.
“과연… 이것은 성가시군. 1분. 아니, 1시간이 지나도 뚫기 버거운 벽이다.”
다크부기맨은 인정했다.
지금의 주아영은 그에게는 버겁다.
의 조화로운 영역은 그리 간단히 비집고 들어갈 두려움을, 어둠이 파고들어 내부에서부터 무너뜨릴 틈을 허락하지 않았다.
그래서 무너뜨리지 않았다.
단지 앞을 가로막기만 했다.
소극적인 대응 속에 이번에는 주아영이 움직였다.
버티며 나아갈 수는 있지만 동시에 느껴진다.
부기맨이라고 제 자리에 가만히 있을 리 없다는 사실을.
그들이 다가가는 속도만큼 어둠 속의 부기맨 또한 멀어지고 있다.
한 사람이 부족했다.
앞으로 딱 한 사람이.
‘블랙. 우리의 움직임에 호응할 수 없는 거야?’
백소천과 함께 반대쪽 측면을 밀고 올라와주어야 할 사람인 블랙의 침묵.
그의 부재가 어느 때보다도 크게 실감되었다.
할 수 있잖아.
당신은 강한 사람인걸.
나 따위보다 훨씬 예전부터 강자의 자리에 있었던 사람이잖아.
흑의종군을 이끈 보스 아니냐고.
한국최대세력을 거느린 수장이면 얼른 멋지게 나서란 말이야.
“늦어서 미안했다.”라거나, “오다 주웠다.”라면서 부기맨의 팔 몇 개를 던진다거나.
그런데도 블랙은 나타나지 않았다.
불길한 진실이 그녀의 가슴 속에서 고개를 들었다.
‘늦었을지도 몰라.’
블랙은 해응응이 아니었다.
그의 능력은 강력하지만 분명한 페널티도 지니고 있었다.
지속시간의 제약.
‘날 노리지 않는 부기맨이 그저 간격만 벌리고 있을까? 이틈에 그가 움직인다면 무얼 하지?’
새하얀 빛을 뿜으며 세상을 밖으로 밀어내던 주아영의 영역이 느릿한 경계의 확장을 중지했다.
마음의 어둠을 노리고 파고드는 다크부기맨.
주아영에게 틈이 없다면 다음을 노릴 뿐.
‘위험해. 길어도 너무 길다고!’
대요괴는 한 걸음에 백 년씩 도합 삼백 년의 시간을 시험하는 시련을 만들었다.
그러나 이는 ‘세 걸음’의 시험을 했기 때문이지 주와지시의 시간의 지속시간이 3초를 의미하지는 않았다.
3초의 주와지시.
3초의 블랙홀.
당연히 무적이라고 생각했던 블랙.
그러나 아니었다.
부기맨의 주와지시는 3초를 능가했다.
벌써 15초가 지났다.
지금 이 순간에도.
매초마다 블랙은 죽어가고 있다.
혼자가 된 블랙.
그가 위험했다.
2.
블랙은 마주보았다.
자신이 외면해온 과거의 가능성을.
옷장 속에서 이렇게나 커져버린 어둠의 실체를.
-네가 죽였어.
-꺾이지 않았다면 이길 수 있었어.
-보스. 어째서 우릴 버린 겁니까.
게임 안팎을 막론하고 어둠 속에서 떠오르는 무수한 원혼의 절규들.
그것은 블랙의 마음 속 어둠을 비치는 거울이자 부기맨의 영역효과였다.
공포의 부상.
겨울 내내 얼음 아래, 도랑 깊이 가라앉았던 시체가 봄이 되며 수면 위로 부상하듯이 가면 아래, 유쾌한 얼굴 아래 짓눌렀던 감정들이 떠올랐다.
무력함.
실패자.
희생을 담보로 한 승리.
흑의종군의 보스로서.
그리고 반요곡의 보스로서.
그가 쌓아온 패배의 시간과 희생의 무게가 실시간으로 그의 몸과 마음을 짓눌렀다.
-당신에게 뻔뻔하게 살아남을 자격은 없어.
-풀어버리죠, 이딴 블랙홀 따위.
-전부 열고 마땅한 최후를 맞이합시다, 보스.
-다 내려놓고 우적우적 뭉개지는 겁니다.
-자, 봐요. 벌써 여기까지 부기맨이 다가왔잖아요. 그에게 잡히기 전에 먼저 심장을 펑 터뜨리지 않으면 우리처럼 될지도 모른다고요?
너무 많은 교전을 치렀다.
블랙홀의 지속시간은 진즉에 넘어섰다.
정신력 하나만이 그를 서있도록 허락하고 있다.
그것도 여기까지다.
그는 묵언검객이 아니니까.
흑의종군의 보스로서 이루어야 할 것은 전부 이루었으니까.
그가 없더라도 세계에는 묵언검객이 있으니까.
‘긴 여정이었어.’
이제는 내가 없더라도 뒤를 맡길 수 있다.
저 멀리, 경계의 저편에서 솟구치는 거대하고도 따스한 기운만 느껴도 알 수 있다.
묵언검객의 수제자 주아영이 어떤 진화를 이루었는지.
‘받아들이자.’
15초. 1500년의 정신가속.
블랙이 죽음을 받아들이고 힘을 해제하려는 순간, 그의 힘이 해제된 틈이 강제로 메워졌다.
‘당신은…!’
‘젊은이가 그리 맥이 없어서 쓰나.’
신성곽.
해남파의 최고령 고수.
잠깐 사이에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피부가 갈라진 신성곽이 저 멀리서 지면에 한손을 깊이 박았다.
블랙조차 벅찬 시간이다.
현격히 경지가 낮은 신성곽이 아직까지 살아남은 것은 그저 기적이나 다름없었다.
‘어떻게.’
나조차도 힘겨운 어둠의 주와지시를 당신은 이겨낼 수 있었지?
눈을 마주치는 순간, 그것이 얼마나 무의미한 물음인지 스스로 깨닫고 말았다.
두려움이 없기 때문이다.
아니, 무엇을 두려워해야 할지 알기 때문이다.
신성곽은 두려워했다.
의지가 꺾이고 뜻이 무너지는 미래를.
자신의 부족함이 멸망과 죽음을 앞당기는 미래를.
그는 두려워하지 않았다.
종말점의 재발을.
숨이 끊어지는 죽음을.
세상에는 죽음보다도 두려운 미래가 있다.
스스로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것이 가장 두려운 사람이 있다.
‘노구는 결심했다. 이 목숨은 오래 전에 끝나야 마땅했을 노구에게 새로운 삶을 허락한 묵언검객을 위해 바치겠다고.’
비록 이 자리에 묵언검객은 없지만 1분 1초라도 시간을 버는 것이 그녀를 위한 길임은 안다.
‘묵언검객의 길에 이 노구는 없어도 되지만 블랙은 없어서는 안 된다.’
적어도 당신에게는 주어진 역할이 남아있다.
사명을 완수해라.
그런 의지가 고갈된 각성능력을 쥐어짜내며 금속을 일으켜 블랙을 지킬 벽을 보강했다.
블랙은 깨달았다.
실시간으로 자신을 지키고 있는 이 벽이 무엇에서 기인하고 있는지.
각성능력 의 진화형태 .
그 능력이 종말점을 맞이하여 신체를 침식해 변질된 신체의 일부를 메탈 월의 발동에 필요한 으로 소모하고 있다.
자신의 신체.
자신의 일부.
그야말로 생명을 갈아서 만들어내는 강철의 벽이다.
‘사명을 완수하시게.’
저편에서 느껴지던 생명반응이 사라졌다.
신성곽의 의지가 주와지시의 시간 사이로 더는 들리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여전히 이곳에 존재한다.
강철벽이 세차게 맥동하였다.
심장과 생명을 바친 강철의 벽이 말하고 있다.
이 벽이 건재하는 한, 자신은 끝나지 않았노라고.
육신은 떠났을지언정 그 영혼은 사방에서 몰아치는 블랙의 두려움과 싸우고 있다고.
“하하. 정말 대단한 어르신이군.”
고작해야 초절정의 중엽.
최후의 전장에 함께 하기에는 부족함이 크다.
위스퍼나 이정운과 비교해도 간신히 뒤를 쫓을만한 수준의 실력이었다.
그러나 정신력만큼은.
꺾이지 않는 마음만큼은 누구와 비교해도 뒤처지지 않았다.
노인장이 지닌 불굴의 투지가 블랙의 가슴 속, 두려움에 밀려 깊은 심처에 잠든 용기를 일깨워냈다.
“포기해라.”
어느덧 지척까지 다가온 부기맨이 원령들의 사념을 뛰어넘어 그에게 직접 말을 걸었다.
“물러섬을 멈추기에는 이미 늦었다.”
끊어져버린 블랙홀.
대신하던 강철벽도 시시각각 풍화되고 있다.
금속재료는 30년이면 분해된다.
건축자재는 300년이면 분해된다.
신성곽의 목숨과 맞바꾸어 세워진 벽도 3000년을 버텨내지 못했다.
정신가속의 너머, 현실시간으로는 30초.
고작 30초도 안 되는 시간.
그 시간이 많은 것을 바꾸었다.
꺾였던 마음을 다시 일으켰다.
블랙의 소모되었던 기력을 수복시켰다.
“어르신. 도와준 고맙지만 당신은 틀렸습니다.”
분해되어 구멍이 뚫린 강철벽 사이로 블랙의 눈이 세차게 빛났다.
“세상에는 당신만 없어도 되는 것이 아니야. 이 블랙조차도 없어도 된다고.”
시대는 발전했다.
강자는 늘어났다.
그렇지만 2세대 최강의 스트리머로서 그 이름은 여전히 회자되어왔다.
리빙레전드 블랙.
살아 숨 쉬는 전설.
종말점에 꺾여 오래도록 침묵해왔던 블랙이 어둠의 저편에서 마음의 기둥을 높이 세워 세계를 지탱하는 주아영의 영역을 바라보며 외쳤다.
“그래도 세계는 기억하리라.”
“블랙… 네가 어찌…!”
신체가 버틸 수 있는 한계선.
출력과 지속시간의 제약을 두지 않는 최후의 블랙홀.
주아영이라면 분명 버텨주리라는 믿음 속.
어느 때보다도 거대한 블랙홀이 블랙을 중심으로 확장되었다.
“여기에 리빙레전드 블랙이 있었노라고.”
부기맨의 무한한 어둠의 영역이 블랙홀에 집어삼켜지며 동귀어진을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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