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Broadcast of Murim Returnees RAW novel - Chapter (704)
1.
거대한 블랙홀이 시작과 끝을 모를 어둠을 집어삼키며 세상을 일그러뜨리는 순간, 어둠 속에 살아남았던 모두가 깨달았다.
블랙이 죽었다.
성좌능력이 격리시킨 이계의 저편이 된 면벽동 속에서 존재가 소실되었다.
“블랙, 저 바보 같은 사람…”
주아영의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
그는 죽기에는 너무 큰 사람이었다.
2세대의 전설.
흑의종군의 전설.
현대 무림의 한 축을 맡았던 초절강자.
그의 죽음은 전 인류의 손실이나 다름없었다.
그러나 헛되지는 않았다.
아니, 헛되이 만들지는 않을 것이다.
“소천아저씨.”
“…지금이라면 가능하다. 모든 어둠이 걷혀 부기맨의 진체가 드러난 동안에는.”
주와지시의 시간을 끝낼 의 수단을 지닌 유일한 인물, 백소천.
주아영은 그를 지키며 길을 뚫었다.
대부분의 어둠이 블랙홀에 딸려갔으면서도 여전히 엄청난 영역과 압박감을 사방에 흩뿌리며 강력한 저항을 펼치고 있는 다크부기맨을 향해서.
“웃기지 마라. 한 번 도망친 겁쟁이 따위에게 집어삼켜질 수는 없다. 세계를 집어삼킨 어둠의 화신은 이 정도로 끝나지 않는다!!”
부기맨의 노호성이 블랙홀의 중심부로 향하는 길에서 강렬한 어둠을 연거푸 발산했다.
세상의 명도가 낮아지며 점점 두꺼운 선글라스를 갈아 끼우는 것처럼 색을 잃었다.
생명체가 이 정도의 고유영역을 지녀도 되는지 두려울 정도의 영역이었다.
‘처음이 아니야.’
그런 영역을 주아영은 거침없이 헤집으며 나아갔다.
경험이 있었다.
언제나 쫓아왔던 등이기에 알고 있다.
언니는.
그녀가 버린 길은.
결코 이 정도에 불과하지 않음을.
세상에는 이보다도 더한 영역이 존재함을.
나아가지 않기에 오히려 나아갈 수 있다.
앞길만을 고수하지 않기에 여력을 남긴다.
어둠이 몰아치거든 주아영의 검은 길을 내어주었다.
한 번은 뒤로 물러나더라도 크게 돌아 더욱 강한 힘으로 나아갈 수 있는 길을.
누구도 버리지 않는 길.
혼자 나아가지 않는 길.
언니는 이루지 못한 그녀만이 이룰 수 있는 길.
그 길이 자신과 백소천을 지켰다.
두 사람을 조금씩이지만 분명하게 부기맨과의 물리적 거리를 좁히게 만들었다.
그러나 부족했다.
아주 미세한 간격이.
그들이 따라잡는 매 순간마다 블랙홀의 중심부로 빨려 들어가는 힘을 역이용하는 부기맨이 보였다.
무공부기걸이 아니더라도 다크부기맨 또한 천재적인 오성을 지닌 자.
거대한 힘의 흐름을 타고 이용하는 데에 도가 텄다.
블랙홀의 에고스피어 권역으로 유입된 입자에 의해 고입자가 튕겨나오듯이 블랙홀의 흡수와 회전에 실린 힘을 탈출의 동력으로 삼는다.
강한 힘일수록 반동은 더욱 커지는 탄성의 법칙마저 더한다면 부기맨이 힘의 최대점에 도달하여 탈출하는 순간, 블랙홀의 영향을 받지 않을 범위로 벗어난다.
그때가 되어 다시 어둠이 펼쳐진다면 백소천이 그를 방해할 기회는 두 번 다시 찾아오지 않는다.
‘안 돼.’
주아영은 깨달았다.
그녀의 길이 잘못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최단거리의 길을 택하지 않은 결과, 그녀의 길은 초반이 느렸다.
궁극적으로는 더 멀리 나아갈 수 있더라도 지금 이 순간, 눈앞의 위기만큼은 어찌할 수 없다.
후회의 감정이 들었다.
점핑레빗의 최종구간에서 한 순간에 10년의 성장, 평생의 가능성을 바쳤던 그때처럼 뒤가 없는 전진을 했다면 달라지지 않았을까.
언니의 인정을 포기하고 그때 승리를 신입에게 양보했다면 이 순간에 자신의 평생을 담보로 제때 좁힐 수 없는 간격을 좁힐 수 있지 않았을까.
“흔들리지 마라.”
그녀의 등 뒤로 엄격하면서도 든든한 기운이 꺾이려는 마음을 지지했다.
“오고 있다.”
“누가요? 언니가?”
그것은 죽음보다도 더한 굴욕이었다.
경지에 올라선 지금이기에 알 수 있다.
저 부기맨의 등장은 성좌의 능력이 아니다.
성좌들의 방식과는 다르다.
어떤 성좌의 권능도 느껴지지 않았으니까.
언니다.
해응응이.
묵언검객이.
수많은 사람을 죽고 다치게 만든 이 최후의 시련의 주범이었다.
그런 주범의 도움을 받아 살아남는다고 한들, 그것은 굴욕밖에 되지 않는다.
알은 세계이다.
태어나려는 자는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주아영은 태어났다.
조화경의 경지에 올라섬으로서.
주아영은 깨뜨렸다.
묵언검객이 자신의 전부였던 세계를.
“그녀가 아니다.”
백소천은 그런 그녀의 마음을 헤아렸다.
누군가의 영역 속에 들어간다는 것은 그 사람의 가장 깊은 마음을 바라보는 것과 같기에.
그렇기에 그는 묵언검객을 찾지 않았다.
지금 이 순간, 도움이 가장 절실한 자신들을 도울 수 있는 사람을.
묵언검객이 아닌 다른 사람으로 찾아내었다.
“성좌들이 세운 벽, 그 너머에서 그가 온다.”
해남파의 가장 오래된 피와 땀의 주인.
수많은 실패를 딛고 성장한 진정한 현대의 무림인이.
2.
번개맨은 보았다.
면벽동을 감싼 거대한 어둠의 장막을.
“그만 둬. 이건 우리 따위가 뚫을 수 있는 벽이 아니야.”
B급 최강에서 A급 최강의 각성자로 자신의 이름을 드높인 자, 번개맨.
해남파에 간부로 입문할 당시만 해도 동기 내에서 위스퍼를 제외하면 두 번째의 실력자로 손꼽혔던 그는 강함만큼이나 현실파악도 빨랐다.
“무공을 배웠다면 알 거 아니야. 세상에는 넘을 수 없는 벽이 있다고.”
경지의 벽.
경험의 벽.
강함의 벽.
하나의 벽이라면 오기로 뛰어넘을 수 있다.
두 개의 벽이라면 천운으로 뛰어넘을 수 있다.
세 개의 벽이라면 오기와 천운에 목숨마저 더해 뛰어넘을 수 있다.
그러나 네 개의 벽은.
성좌의 벽만큼은.
무엇을 더하더라도 뛰어넘을 수 없다.
*어둠의 경계* : 면벽동을 감싼 어둠은 이계와 이어져있다. 이 공간은 격리되어 연결되지 않았다.
존재의 침입을 불허하는 어둠.
성좌들이 최후의 공세를 위해 단절시킨 공간.
이런 것은 그가 아무리 강한 각성자라도, 아무리 대단한 무림인이라도 넘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백보 양보해서 묵언검객이라면 모르지. 그 사람은 성좌이고 경지도 대단하니까. 하지만 우린 아니야.”
그러니까 이마 현실을 인정해.
그 미련한 짓거리를 그만두라고.
그런 뒷말은 차마 이어지지 못했다.
깡! 까아앙!
미련하게 거듭 검을 휘두르며 공간 저편을 노리는 사내들이 있었기에.
툭. 투두둑.
그들의 이마를 타고 흐르는 땀이.
손을 타고 흐르는 피가 있었기에.
“말하지 않아도 안다. 그딴 것쯤은.”
부러진 손을 현장에 모인 의사들에게 내민 양귀호.
무공과 각성능력을 깨우친 의사들이 부상을 고쳐주고 양 주먹에 붕대를 감자 양귀호는 양 주먹을 쿵쿵 맞대며 다시금 어둠의 경계로 향했다.
그리고 거듭 주먹을 휘둘렀다.
모두가 검을 휘두르는 것처럼.
“알면 왜 그딴 헛수고를 하는데!”
번개맨의 목소리가 커졌다.
양귀호는 돌아보지 않고 말했다.
“이유 따위는 너도 알고 있잖아. 그러니까 그렇게 스스로에게 화를 내고 있는 거라고. 좀 깨달아라, 이 얼간아.”
양귀호의 눈은 번개맨이 아닌 대쉬맨을 향했다.
소식을 듣자마자 누구보다 먼저 달려와서 누구보다 먼저 경계를 향해 검을 휘두르기 시작한 그에게.
번개맨은 깨달았다.
동기 중에서는 가장 앞서나가는 그라고 생각했지만 어느새 그를 저만치 앞서나간 이가 있었다.
강함에 도취되어 정체된 그와 달리, 나아가기를 멈추지 않은 자.
우직하게 한 걸음 또 한 걸음 거듭해서 내딛기를 멈추지 않은 자.
불굴의 대쉬맨.
모두가 그의 뒤를 쫓고 있었다.
양귀호, 우지우, 점핑괴인, 철두공.
많은 무림인들이 함께 어둠의 경계를 향해 자신의 무기를 휘둘렀고, 단련해온 무공을 펼쳤다.
묵언검객과 같은 지고한 경지는 자신에게 허락되지 않았음을 알면서도.
범부에 불과한 자신들의 무공 따위가 이 경계를 가를 리 없음을 알면서도.
“어째서… 그렇게까지 할 수 있는 거지?”
번개맨의 탄식에 뒤늦게 현장에 도착한 차량에서 내린 남자가 다가왔다.
“모두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무의 길임을.”
해남엔터테인먼트 CEO 민우성.
아니, 지금만큼은 해남파의 무림인으로서 이곳에 온 민우성.
번개맨은 모르는 사실을 그조차도 알고 있었다.
“아무리 절망적이고 막막한 길일지라도, 어둠을 향해 헛손질을 하고 발버둥치는 것처럼 느껴져도, 피와 땀을 흘리기를 멈추지 않는 것.”
“그게 무림인이냐?”
“보십시오. 한때 당신만도 못했던 양귀호의 모습을. 한참은 뒤처졌던 우지우를. 심지어는 면벽동의 천덕꾸러기였던 점핑괴인 김만득과 철두공을.”
과도한 열량의 소모로 지친 그들에게 현장까지 출동한 인금수의 천하제일무림숙수객잔.
숨 가쁘게 웍을 돌리며 부족한 영양을 즉석에서 채우기 위한 간이식을 올리는 무림숙수들의 열의조차도 번개맨을 뛰어넘었다.
번개맨은 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초라한 사람이 된 기분을 느꼈다.
‘그랬던 건가.’
-이유 따위는 너도 알고 있잖아. 그러니까 그렇게 스스로에게 화를 내고 있는 거라고. 좀 깨달아라, 이 얼간아.
양귀호가 했던 말의 의미를 이제는 알 수 있었다.
그는 화가 났던 것이다.
저들처럼 되지 못하는 스스로에게.
무림인이 아닌 현실주의자가 되어버린 자신에게.
너무 빨리 체념해버린 그는 무림인이 아닌 힘의 사용자, 각성자로 남을 수밖에 없었다.
무공을 익혔다고 누구나 무림인이 되는 것이 아니다.
무공을 익히지 않았다고 무림인이 될 수 없는 것이 아니다.
마음의 차이가 무림인과 그렇지 않은 자를 나누고 있었다.
번쩍
기적은 갑작스럽게 찾아왔다.
세찬 흡력과 함께 경계의 일부에 균열이 일어났다.
누군가는 놀라 검을 멈추었고, 뒷걸음질을 쳤다.
다른 누군가는 전력으로 휘둘렀고, 앞으로 나아갔다.
그중 가장 앞서나가는 자가 있었다.
한 순간도 멈추지 않고 집요하게 틈을 열어내도록 노력을 멈추지 않은 자.
힘이 다하고 무기가 부러지지 않도록 언제나 자신과 무기를 정비해온 자.
다시는 뒤처지지 않겠다고, 실패하지 않겠다고 다짐한 자.
찰나지간의 틈을 돌파한 자의 이름은 대쉬맨.
해남파 무림인 모두가 뒤를 쫓을 새로운 초절강자의 이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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