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the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135
134화 시도(2)
‘주디는 충분히 1군으로 쓰고, 차이도 이제 조금만 더 다듬으면 플레이 스타일을 완성할 수 있어. 존은 아직 운영이 너무 부족하니 2군으로 써야 하고…….’
잠자리에서 이신은 곰곰이 생각했다.
‘나와 주디와 차이까지 인류 라인은 충분한데, 신족과 괴물을 보강해야지. 정다울은 괴물 전 카드로 써먹을 수는 있지만 그 외에는 약점이 너무 많고…….’
머릿속에 최영준, 박영호, 신지호, 황병철 등 특급 선수들의 이름이 계속 스쳤다.
이신은 고개를 휘휘 저었다.
‘이미 팀 내에서 특급 대우를 받고 있으니 데려오기 힘들겠지. 아무래도 저평가된 선수들을 노려보면 좋겠군.’
잠이 오지 않았다.
갑자기 프로리그에서 활동하는 선수들의 명단을 보고 싶었다.
그렇다고 갑자기 PC로 가서 인터넷 서핑을 하기도 좀 뭐했다.
지금은 자야할 시간이었다.
‘가볍게 검색을 할 수 있으면 좋을걸. 역시 스마트폰을 사야하나?’
아니, 스마트폰은 너무 작고 정신 사나웠다.
하지만 태블릿PC는 구매해도 괜찮을 듯싶었다.
한 번도 원해본 적이 없었던 스마트기기를 찾게 된 이신.
이렇듯 잠이 오지 않는 건, 지수민의 제안 때문이었다.
새로운 프로팀 창설.
그리고 감독 겸 선수는 바로 자신.
밴쿠버SCC 못잖은 명문 팀을 자신의 입맛에 맞게 만들어볼 수 있다는 생각에 잠이 오지 않았다.
올도어 그룹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자신의 생각이 모두 반영된 최고의 팀을 만든다!
어떤 영입 조건에도 흔들린 적이 없었던 이신이 지수민의 제안에 가슴 설렘을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감독 역할을 내가 맡기는 무리군.’
언뜻 보기에는 하는 일이 없어 보여도, 사실 제대로 된 감독이라면 하는 역할이 굉장히 많다.
대표적인 것은 선수들 관리.
수십 명의 선수 및 연습생을 전부 관리해야 하는데, 그것만으로도 대단히 큰일이었다.
선수 생활을 하면서 그런 것까지 하기란 불가능했다.
그리고 이신은 체질적으로 그런 인간관계와 관련된 일을 싫어했다.
제자를 셋이나 들인 이유는 인간관계 따위를 신경 쓸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냥 일방적으로 시키고 가르치면 되니까!
주디, 차이, 존 모두 이신을 스승으로 받들고 절대복종을 하기에 데리고 있을 수 있는 것이었다.
아무튼 자신을 대신해 감독의 역할을 해줄 사람이 필요했다.
‘적당한 사람이 누구 없을까?’
연배가 많아서는 안 된다.
이신은 새로 창설된다는 팀을 자신의 취향대로 만들어가고 싶었다.
팀 구성에 있어서 자신의 의견에 반대할 사람을 원치 않았다.
연배도 많지 않고, 생각이 열려 있어서 새로운 시도를 함께 할 수 있는 사람.
아무래도 은퇴한 프로게이머 중에서 고르는 편이 좋을 터였다.
그러자 누군가의 얼굴이 스쳤다.
이신은 즉시 핸드폰을 집어 들고 문자를 보냈다.
-자?
-환열이형: 아직.
생각 난 사람은 바로 최환열이었다.
-수석코치 안 할래?
-환열이형: 헐;;; 무슨 뜬금없이 수석코치야? MBS?
-아니.
-환열이형: 그럼ㅇㅇ?
-이건 비밀인데.
-환열이형: ㅇㅇ
-새로 창설될 지도 모르는 팀이야.
-환열이형: 신생팀이야 어디 한두 개냐. 스폰서가 중요하지.
-올도어.
-환열이형: 헐;; 완전 대형 스폰서네. 큰 팀이 되겠는데?
-어.
-환열이형: 근데 그런 팀 수석코치를 왜 네가 찾고 있어? 너 거기 영입되기로 했냐?
-긍정적으로 생각 중.
-환열이형: 근데 수석코치를 왜 네가 구하냐고? 그럴 권한이 있어?
-선수 겸 감독.
-환열이형: 진짜???
-어.
-환열이형: 그래서, 나더러 네 밑에서 일하라고?
-어.
-환열이형: 야 이 개념 없는 시키야. 너 내가 개인 방송으로 얼마나 버는지 알긴 하냐?
-몰라. 순위는 나보다 밑이던데.
-환열이형: 그야 그렇지;;;;
이신은 주말마다 한 번씩 개인 방송을 했다.
그럼에도 매일 방송을 하는 최환열보다 인기 순위가 높았다. 이신교의 막강한 지원을 받고 있기 때문이었다.
-아무튼 나 대신 감독 대행을 해줄 수 있는 사람을 떠올리니까 형이 생각났어.
-환열이형: 글쎄다. 난 지금도 이미 충분히 잘 살고 있어서 다른 일은 생각이 안 난다.
-알았어. 프로리그가 그리우면 연락해.
-환열이형: 그래. 설희가 잠 안 잔다고 뭐라 한다. 너도 이만 자라ㅋㅋ
-어.
문자 대화 내용을 슥 검토해본 이신은 고개를 끄덕였다.
‘수석코치는 구했군.’
이신은 확신했다.
최환열은 아마 조만간 하겠다고 연락이 올 터였다.
-태블릿PC 추천 좀.
-환열이형: 나도 잘 모르는데. 설희한테 물어볼게. 걔가 진성 얼리어답터거든.
하지만 그 후로 최환열에게 문자 메시지가 오지 않았다.
다만 이틀 후, 택배가 도착했다. 12인치 태블릿PC였다.
전원을 켜보니 최환열·유설희 커플의 사진이 바탕화면으로 등록되어 있었다.
이신은 피식 웃었다.
새로 얻은 태블릿PC를 사용해보았는데, 워낙 스마트와 거리가 먼 삶을 산 이신은 제대로 된 사용법을 알 수 없었다.
MBS 팀 연습실에서 태블릿PC를 붙들고 심각한 고민에 잠긴 이신의 모습은 모두의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왜 저래?”
“뭔가 심각한 뉴스라도 보고 있나?”
“전략을 연구하고 있는지도 몰라.”
“하긴, 결승전 상대가 지호지?”
“지호가 또 같은 인류에 찌를 만한 빈틈도 없잖아. 어찌 보면 상성이 좋지 않은 상대를 만난 거지 뭐.”
이신의 표정이 너무나 심각해서 다들 말을 붙일 엄두를 내지 못했다.
그런데 그때, 옆자리에서 연습하던 주디가 슬쩍 말했다.
“가르쳐드릴까요?”
“어.”
기다렸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는 이신. 주디는 킥킥 웃었다.
“이리 줘보세요.”
주디는 와이파이에 접속하는 방법부터 어플을 설치하고 실행하는 법까지 친절하게 가르쳐주었다.
그걸 보며 선수들과 연습생들은 할 말을 잃었다.
“……사용법을 몰라서 저러고 있었던 거야?”
“그랬나봐.”
“그럼 왜 알려달라고 말을 안 해?”
“쪽팔렸나보지.”
“하긴, 요즘 세상에 스마트폰도 안 쓰는 인간이 어디 있냐?”
“완전 어르신 포스네.”
어찌되었건 이신은 주디가 가르쳐주는 설명을 열심히 들었다.
‘정말 편리한 물건이군.’
태블릿PC로 침대에서도 지난 프로리그 경기를 다시 볼 수 있다니 말이다.
신세계를 본 이신.
그는 열심히 태블릿PC로 인터넷 서핑을 하다가 이메일이 한 통 와 있는 걸 확인했다.
영문으로 된 이메일이라 뭐라고 쓰여 있는지 알아볼 수가 없었다.
다만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는 로고가 있었다.
[Paris SC Club.]파리SCC.
프랑스의 최고 명문 프로팀의 이름이었다.
금메달리스트 엔조 주앙이 소속된 팀이기도 했다.
“주디.”
“네?”
“이거 프랑스어 아니지?”
이메일 내용을 본 주디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영어에요.”
“번역.”
“네.”
주디는 이메일 내용을 해석해서 설명해주었다.
내용은 바로 이러했다.
[이신 선수에게.최영준 선수와의 준결승전 경기는 아주 감명 깊게 보았습니다.
누구도 생각 못했던 대승을 거둔 경기력에 경의를 표합니다.
저희는 복귀한 이신 선수의 경기를 쭉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최영준 선수를 그렇게 완벽하게 격파할 수 있었던 데는 밴쿠버SCC와 했던 연습이 효과를 거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제 결승전을 앞두고 계시는데, 결승전 상대는 상당히 강력한 인류 플레이어로 이름 높은 신지호 선수로 알고 있습니다.
저희는 이신 선수의 우승을 기원하고 있고, 또한 우리가 이신 선수의 결승전 준비를 도와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저희 파리SCC도 엔조 주앙을 비롯하여 수준급의 인류 플레이어가 많이 있습니다. 또한 모두들 한국이 낳은 위대한 프로게이머를 만나고 싶어 합니다.
이신 선수와 세 분의 제자 분들을 파리로 초대하고 싶습니다.
조만간 MBS로 공식 요청을 하겠습니다.]
예전의 이신은 해외 활동을 안 하기로 유명했다.
출국하기가 귀찮기 때문에 월드 SC 그랑프리가 아니면 좀처럼 비행기를 타는 일거리 자체가 없었다.
그런데 부상에서 복귀한 후로는 달라졌다.
미국 서부 라스베이거스에서 이벤트 매치를 치러 흥행.
또한 얼마 전에는 휴가 도중 밴쿠버SCC의 초대를 받아 연습을 했다.
특히 밴쿠버SCC의 선수들은 이신과 찍은 사진을 SNS에 올려 자랑했다가 캐나다 팬들의 원성을 들었다.
기껏 이신이 캐나다에 왔는데, 이벤트 매치라고 하나 성사시키지 못했냐는 질책이었다.
이신의 플레이를 직접 경기장에서 관람하고 싶어 하는 해외의 팬들이 많다는 증거였다.
아무튼 이신이 이제 해외 활동에 거부감을 느끼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는 파리SCC도 초청을 하기로 결심을 한 모양이었다.
‘파리SCC도 대단한 명문 팀이지.’
엔조 주앙을 금메달리스트로 키워낸 팀이었다.
그랑프리 단체전에서도 4강에 들어 명성을 떨쳤으니, 얼마나 대단한 팀인지 짐작 가능했다.
‘참고할 게 많겠군.’
지수민에 의해서 새 팀 창설이라는 화두가 머릿속에 꽉 차 있는 이신이었다.
파리SCC 같은 명가의 초대를 받으니 자연스럽게 그런 생각이 들었다.
다음날, MBS팀에 파리SCC의 요청이 정식으로 들어왔다.
MBS 연습실은 그 일로 어수선했다.
왜냐하면 파리SCC는 아예 이신은 물론이고 MBS의 1군 선수 전원을 초대했기 때문이었다.
2군 선수와 연습생들은 실망감을 금치 못했지만, 1군 선수들은 잔뜩 들떴다.
“그럼 우리 파리 가는 거야?”
“에펠탑!”
“파리의 미녀들을 볼 수 있다!”
“숙식을 전부 파리SCC에서 제공해준다던데? 걔네들 진짜 쩐다.”
“그냥 숙소가 아니라 호텔로 제공해주겠대.”
“와, 갑부 팀 위엄 돋는 거 보소.”
“전부 제공해주면서까지 우리를 정중하게 초청하다니 의외네. 쌍성전자라면 모를까…….”
“새꺄, 신께서 우리 팀에 계시니까 그렇지. 우리는 그냥 곁다리야.”
“그야 그렇지. 아무튼 덕분에 파리도 가보네. 파리SCC 같은 팀이랑 붙어볼 수도 있고.”
신이 나 있는 1군 선수들.
다들 어리다 보니 낯선 지역에서 낯선 사람을 만나는 것에 강한 흥미를 느끼고 있었다.
게다가 낭만의 도시 파리였다.
“네가 데리고 있는 애들도 데려오란다.”
방진호 감독이 말했다.
“예, 들었습니다.”
이신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것도 들었는지는 모르겠는데, 엔조 주앙이 네게 관심이 많다더라.”
“아마 그럴 거라 생각합니다.”
엔조 주앙의 플레이 스타일은 이신을 벤치마킹한 거나 다름없었다. 이신에게 관심이 없을 리가 없었다.
“파리SCC가 너를 탐내는 것도 이번 친선 훈련의 이유겠지만, 엔조 주앙이 개인적으로 강력히 요청한 것도 있다더라.”
엔조 주앙은 파리SCC의 프랜차이즈 스타.
금메달리스트가 되고서는 프랑스의 영웅으로 떠올랐으니, 그런 엔조 주앙이 강력히 요청했다면 파리SCC가 들어준 것도 이해 못할 일은 아니었다.
방진호 감독이 어깨를 으쓱했다.
“그놈 요즘 슬럼프야.”
“슬럼프?”
“프랑스 프로리그에서 완전 죽을 쑤고 있던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