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the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15
14화 경기장의 신(1)
한국 SC 프로리그는 매년 1월~11월까지 진행되며 총 8팀이 참가한다.
대회는 정규시즌과 포스트시즌으로 나뉘는데 구체적인 진행 방식은 다음과 같다.
1. 정규시즌: 4개 라운드로 구성. 각 라운드는 풀리그와 플레이오프로 나뉜다.
-풀리그: 8팀이 한 번씩 붙어서 순위에 따라 승점을 부여.
-라운드 플레이오프: 해당 라운드의 상위 4개 팀이 토너먼트로 겨뤄 우승팀 40점, 준우승팀 10점의 승점 부여.
2. 포스트시즌: 4개 라운드를 통틀어 가장 승점이 높은 4팀이 최종 우승을 가린다.
그리고 2020년 5월 20일 현재, 3R 플레이오프 결승전이 열렸다.
바로 MBS와 CT의 경기였다.
이 경기를 마지막으로 프로리그는 한동안 쉬게 된다. 바로 월드 SC 그랑프리와 이적 시즌이 있기 때문이었다.
MBS는 이번 경기에서 반드시 이겨야 했다.
3R까지 진행되는 동안 MBS의 총합 승점 순위는 8개 팀 중 7위.
하위권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이번 3R 플레이오프에서 우승해 승점 40점을 반드시 챙겨야 했다.
‘MBS가 올해 들어 대체로 부진이군. 역시 팀 내 분위기가 안 좋은 탓이겠지.’
2천여 팬이 바글거리는 관객석.
로열석에 자리 잡은 이신은 경기장을 비추는 대형스크린을 유심히 바라보고 있었다.
이신은 현재 마스크와 모자로 얼굴을 가린 채 관람을 온 상태였다.
MBS의 상태를 직접 확인해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온라인 관람권을 사서 인터넷으로 봐도 상관없지만, 이신은 경기장의 뜨거운 열기를 직접 만끽하고 싶었다.
‘계속 부진한 것도 신지호가 분위기를 흐린 탓이고, 3라운드에서 호전된 것도 신지호의 경기력이 살아나서인가. 방진호 감독도 참 골치 아프겠어.’
때마침 대형스크린에 선수들이 입장하는 화면이 비쳐지고 있었다.
“와아아아!”
“와아아!”
“MBS 파이팅!”
“CT 파이팅!”
팬들이 함성을 지르며 응원했다. 응원팀 유니폼을 입고 와서 피켓을 들고 환호하기도 하고, 커플끼리 오붓하게 관람하는 모습도 보였다.
이신은 미소를 지었다.
‘역시 경기장이 좋군.’
대형스크린에 비쳐지는 선수들이 부러워졌다.
그는 탐욕스러운 사람이었다.
모두의 환호와 열광을 자신이 갖고 싶었다. 그토록 빛나던 4년을 보냈지만, 여전히 그는 목이 말랐다.
‘언젠간 다시 저 자리에…….’
이신은 다시금 결심을 했다.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2020 SC 코리아 프로리그 3라운드 플레이오프 결승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저는 캐스터 이병철!
-해설위원의 정승태입니다.
-이번 경기에서 가장 승점이 절박한 쪽은 MBS죠?
-그렇습니다. 1, 2라운드 내내 부진한 MBS가 3라운드 되어서야 간신히 살아나는 모습이 보여졌는데요, 그 부활은 순전히 에이스 신지호 선수가 홀로 팀을 이끌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닙니다.
-신지호 선수가 팀의 에이스로서 역할을 톡톡히 해주고 있네요!
-예, 이제 곧 여름 이적 시장이 열리는데요, 마침 신지호 선수의 계약 기간이 끝나기 때문에 MBS로서는 신지호 선수를 붙잡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겁니다.
-여러 팀에서 신지호 선수를 노리고 있죠?
-예, 인류 라인을 보강하고 싶은 팀들이라면 다 신지호 선수를 주목하고 있죠. MBS로서는 애가 탈 겁니다.
캐스터와 해설위원의 해설이 시작되면서 이신도 대형스크린에 집중했다. 마침 대진표가 나오고 있었다.
그런데 옆 자리에 앉은 여자들이 힐끔힐끔 이신을 훔쳐보고 있었다.
“이신 오빠 아니야?”
“마스크 때문에 잘 안 보여.”
“눈이나 코나 잡티 없는 하얀 얼굴이나 기럭지나 딱 이신 오빠인데.”
그녀들은 평범한 e스포츠 팬이 아니었다.
바로 이신의 팬카페 ‘이신교’의 회원들!
카페 내 회원등급도 인터넷에서 눈팅만 하는 ‘신도’가 아닌, 열심히 활동하는 ‘광신도’들이었다.
“근데 입고 있는 블랙진이랑 브이넥 우리가 선물한 거 아냐?”
수년 전, 이신의 유명한 일화가 있었다.
-똑같은 옷을 자주 입으시는데 특별한 이유라도?
‘옷 사러 갈 시간이 아깝다.’
-인터넷 쇼핑몰에서 구매하면 되지 않나.
‘액티브X 설치할 시간이 아깝다.’
시간이 아까워서 패션 테러를 하고 다닌다니, 이신교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여성팬이 경악을 했다.
그 인터뷰가 나간 즉시, 이신교는 옷부터 신발까지 바리바리 선물을 보냈다.
이신은 선물 받은 옷을 뭐든 곧잘 입고 다녀서 팬들을 흐뭇하게 했다. 선물한 옷을 입고 나타날 때마다 엄청난 보람을 느끼곤 하는 것이었다.
“한번 물어보자.”
그녀들은 셀카를 찍는 척 하면서 모자와 마스크를 쓴 이신을 찍었다. 그리고 이신교 카페에 사진을 올리며 질문했다.
내용: 지금 강남 e스포츠 경기장에 와 있는데요. 이분 이신 오빠 아닌지 반신반의해요.]
그러자 실시간으로 댓글이 마구 달리기 시작했다.
[헐, 대박! 이신 오빠 맞네요!] [삐딱하게 다리 꼬고 턱 괘고 앉은 폼이 딱 이신 오빠임.] [이신 오빠 따라한다고 저 폼이 유행한 적 있었죠. 그땐 진짜 카페 가면 남자들 다 저러고 있어서 개짜증! 암튼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니 이신 오빠가 확실해요.] [기럭지가 우월해서 다리가 여유 있게 꼬아지네요. 이신 오빠가 틀림없어요!] [오른손 확인하세요. 검지를 까닥거리고 있으면 이신 오빠입니다.] [저 바지 돌체 앤 가바나 아녜요? 우리가 보내준 옷 맞는데.] [ㅇㅇ돌체 맞음] [발렌티노 스니커즈도 우리가 보내드린 걸 걸요? 잘 신고 다니시는구나. ㅠㅠ] [이신교가 바친 옷 공물 명단은 ‘이신 패션’ 게시판 공지사항에 있습니다.] [오빠 ㅠㅠ!! 거기 지금 강남 경기장이라고 했죠?!] [헐, 완전 대박!] [저 당장 갑니다! 울 집에서 30분 거리!] [부럽다. ㅠㅠ 저는 지금 전주. ㅠㅠ] [부산이에요. ㅠㅠ 지금이라도 KTX 타면 시간 맞춰 갈 수 있을까요?] [이신교 출동인가요? ㅎㅎ]이신교 카페는 대번에 난리가 났다. 강남 근처에 사는 팬들이 너도나도 당장 찾아간다고 아우성이었다.
이신임을 확인한 옆자리 여자들은 눈빛이 몽롱하게 풀렸다.
“아, 진짜 오빠야. 어떡해…….”
“손목 다친 덴 괜찮으실까.”
“사인받고 싶은데 귀찮아하시겠지?”
“일부러 모자랑 마스크 쓰고 오신 거 보면 몰라? 경기 끝나고 받자.”
“오키오키.”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이신은 막 시작되는 경기에 집중할 따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