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the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179
178화 조련(1)
노인 장첸은 이신에게 악수를 청했는데, 악수를 하자 두 손으로 맞잡고서 뭐라고 말을 했다.
리쟈가 통역을 해주었다.
“와주셔서 감사하다고, 손자도 좋아할 거라고 하십니다.”
“손자는 어디에 있습니까?”
“방에 있을 겁니다.”
“한 번 만나보고 싶습니다.”
리쟈를 통해 말을 들은 장첸은 쾌히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마치 먼 곳에서 온 자식을 맞이하는 노부모처럼 이신을 대하는 장첸.
그 소탈한 모습에서 중국 정계 실력자의 위압감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전통 방식의 저택 외관과 달리 내부는 매우 현대적인 인테리어로 꾸며져 있었다.
그리고 장첸은 닫혀 있는 방을 가리켰다.
리쟈가 말했다.
“여기가 장양의 방입니다.”
이신은 방문의 손잡이를 잡았다. 그때 리쟈가 황급히 말했다.
“조심해 주세요. 방문을 여는 걸 매우 싫어해요.”
“그럼 그냥 이대로 문 앞에 서 있습니까?”
꿀 먹은 벙어리가 된 리쟈.
이신은 거침없이 문을 열었다.
타다다다닥-
요란하게 들려오는 키보드 타이핑 소리.
소년은 입을 반쯤 연 채 침을 질질 흘리며 게임에 몰두하고 있었다.
눈도 잠깐 깜빡거림 없이 정신없이 게임에 미쳐 있는 12세 소년.
잘 씻지도 않아 몰골이 부스스했다.
귀에 이어폰을 꽂고 있어 방에 누가 들어오는 것을 인지 못했다.
이신은 헛웃음을 흘렸다.
자기도 한때 저랬던 것 같았다. 저렇게 정신병자처럼 하지는 않았지만, 절제하지 못하고 게임에 미쳐 살던 신인 시절.
이신은 가만히 뒤에서 장양의 플레이를 지켜보았다.
장첸이 눈짓을 주자 리쟈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은 두 사람을 방에 남겨놓고 조용히 방에서 나왔다.
게임이 종료되었다.
장양은 아무런 감회도 없다는 듯이, 기계처럼 바로 다음 상대를 찾아 방을 헤맸다.
등급에 맞는 상대에게 대전 신청도 하지를 못해, 바로 공개된 방에 들어가서 게임을 시작하는 모습이었다.
그런데 시작하기 전에 이신이 장양의 손목을 붙잡고 제지했다.
“그만해.”
“아아!”
신경질적으로 손을 뿌리치려 드는 장양.
이신은 더욱 거칠게 게임을 중단시켰다.
“아아아-!!”
게임을 종료시키자 장양이 비명을 질렀다.
“그만하라고!”
이신이 버럭 소리쳤다.
“크아아아!!”
더욱 길길이 날뛰는 장양.
“무슨 일이죠?!”
그 바람에 리쟈와 장첸이 뛰어 들어왔다.
이신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너도 손목 박살 나고 싶어?!”
“으아아아!”
마구 몸부림치는 장양. 하지만 그때,
스르륵-
이신은 치유의 힘을 장양에게 불어넣었다.
그러자 안락한 기운을 느꼈는지 장양이 발버둥치는 것을 멈췄다.
이신이 노려보았고, 장양은 그 시선을 마주하며 멍해졌다.
비로소 이신을 알아본 것이었다.
“아……!”
“내 눈 똑바로 봐.”
이신은 장양의 턱을 들어 눈을 가까이 마주했다.
“쉬어가면서 적당히 하라고 통역하세요.”
“통역 필요 없어요.”
리쟈가 말했다.
“한국말을 알아요.”
“……?”
의아해진 이신에게 리쟈가 말했다.
“이신 씨 영상을 보면서 한국어를 익히게 되었어요. 처음에는 제가 통역해 주었는데, 나중에는 통역 없이도 알아듣더라고요.”
‘그게 가능하다고?’
언뜻 들어본 것 같았다.
서번트 증후군이었던가?
의사소통이 거의 불가능하고 반복적인 행동을 하는 등의 뇌 기능 장애를 갖고 있지만, 특정 부분에서 천재적인 능력을 보이는 경우가 있다고 했다.
장양이 그런 경우인 모양이었다.
“나 알아?”
장양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에 장첸이 놀라워했다.
“게임이 좋아?”
다시 고개를 끄덕이는 장양.
이신이 말했다.
“그럼 내 말대로 해. 알았어?”
치유의 힘을 불어넣은 효과였을까.
놀랍게도 장양은 다시 고개를 끄덕여 동의했다.
“게임은 쉬어가면서 해야 돼. 쉬었다가 다시 나랑 같이하자. 알았어?”
또 끄덕끄덕.
고분고분한 장양의 모습을 보며, 장첸이 매우 놀란 얼굴을 했다.
저렇게 남의 말을 잘 따르는 경우는 처음 보았기 때문이었다.
“일단 씻고 같이 밥 먹자. 내 말 이해했어?”
장양은 고개를 끄덕였다.
“제게 맡기세요.”
리쟈가 황급히 나섰다.
결국 그녀가 장양을 데리고 가서 씻겼고, 그렇게 네 사람이 한 식탁에 앉아서 식사를 하게 되었다.
장첸은 손자와 한 식탁에 앉아 밥을 먹게 된 것이 얼마만인지 몰라 감개무량해했다.
“노사님께서 감사를 표하십니다.”
“별거 아닙니다.”
장첸은 식사 중에 맛있는 반찬을 장양의 접시 위에 올려주었다. 그러고는 두말없이 넙죽넙죽 받아먹는 손자를 흐뭇하게 바라보았다.
장첸이 기분 좋기 때문인지, 리쟈와 집안 곳곳에 서 있는 사내들도 분위기가 밝아 보였다.
식사가 끝나고서 장양은 빤히 이신을 쳐다보았다.
“잘 먹었습니다.”
이신이 일어서자 장양도 따라 일어났다.
그 모습을 본 장첸이 웃으며 뭐라고 물었다.
리쟈가 통역해 주었다.
“같이 산책이나 하지 않겠냐고 하십니다.”
이신은 어쩐지 자신을 졸졸 따르는 장양을 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함께 밖으로 나왔다.
저택은 유명 관광지로 착각이 들 정도로 드넓고 풍경이 좋았다.
커다란 연못 주위를 함께 걸으면서 장첸은 연신 자신의 손자를 바라보았다.
이 넓은 정원을 손자와 함께 걷는 나날을 얼마나 꿈꿔왔었는지 모른다.
역시 모든 것을 다 가질 수는 없는 것인지, 인생을 살면서 부족함이 없었던 장첸에게 손자의 정신병은 큰 시련이었다.
‘그런데 이 젊은이는 어찌 이리 쉽게 이루는지…….’
오랜만에 바깥에 나와 마음이 불안해졌는지, 장양은 어느새 이신의 소매를 붙잡고 있었다.
이신은 그런 장양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고, 그 손길을 통해 따스한 치유의 힘이 스며들었다.
그게 효과를 본 것인지 장양의 얼굴에서 불안함은 어느새 사라졌고, 오히려 기분 좋은 표정으로 산책을 하는 것이었다.
말끔하게 씻고 함께 식사하고 산책하고, 장첸은 처음으로 지극히 인간다운 하루를 보낸 손자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것만으로도 이신을 초청하기 위해 쓴 돈이 아깝지 않았다.
‘이 남자가 앞으로도 계속 양아와 함께 있어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 욕심마저 났다.
짧은 산책이 끝나고 돌아오자, 장양의 방이 조금 변했다.
옆에 컴퓨터가 1대 더 마련된 것이었다.
“같이 할까?”
이신이 묻자, 장양은 웃으며 고개를 마구 끄덕거렸다.
이신은 컴퓨터에 앉아 게임을 하기에 앞서, 천천히 스트레칭을 시작했다. 손목부터 시작해 목, 허리, 다리까지.
스트레칭을 하는 모습을 보여주자 득달같이 게임을 하려고 들었던 장양도 주춤주춤했다.
장양은 지금껏 그래왔듯이 이신을 흉내 내서 함께 스트레칭을 했다.
그리고는 함께 게임을 시작했는데, 온라인에서 만나 대결을 하게 되었다.
습관처럼 인류를 고른 장양.
그런데 이신은 괴물을 골랐다.
장양은 무언가 당황한 듯 이신을 쳐다보았다.
뭐라고 말을 하고 싶은데 입 밖으로 나오지 않는 듯한 모습이었다.
게임은 그대로 시작되었다.
두 사람의 손길이 분주해졌다.
원채 손이 빠른 이신과, 그런 이신에 버금가는 스피드의 장양.
두 사람이 키보드를 두들기니 요란한 소리가 방 안을 가득 채웠다.
이신은 정찰을 통해 장양의 빌드 오더를 확인했다.
자신의 예전 플레이를 똑같이 따라하는 장양이라 빌드 오더를 파악하는 것은 문제도 없었다.
그나마 상대 종족에 따라 빌드 오더를 달리 할 정도의 판단력은 있었지만 말이다.
전형적인 병영 체제를 보이는 장양.
미소를 지은 이신은 쐐기충을 모아서 견제를 시작했다.
존을 미치게 만들었던 바로 그 쐐기충 견제가 시작된 것이었다.
-쐐애액!
-퍼엉!
-쐐액!
-퍼어엉!
하나도 뭉쳐진 쐐기충 6마리가 앞마당에서 자원을 채집하는 건설로봇들을 습격했다.
원 샷 원 킬.
정확한 P컨트롤로 이신은 건설로봇을 사냥했다.
건설된 대공포 2개가 미사일을 쏴댔지만, 이신은 체력이 닳은 쐐기충을 빼가면서 계속 견제를 했다.
부화실에서 새롭게 생산된 쐐기충들이 계속해서 모였다.
장양의 손길이 더 바빠졌다.
보병이 각성제를 흡입하며 달려들어 맞섰지만, 그때마다 얄밉게 뒤로 빠진 이신이었다.
이신은 쐐기충에 올인을 했다.
쐐기충을 두 무리로 나눠서 양방향에서 견제를 펼쳤다.
여기저기 쐐기충이 들쑤시며 정신없게 만들자, 장양의 얼굴에 땀이 맺혔다.
기계적으로 대응은 잘하는데, 아까부터 계속 일방적으로 견제를 당하는 입장이라 12살짜리 어린애로서는 정신적으로 힘들 터였다.
결국 장양은 화를 내며 나가 버렸다.
이신의 승리였다.
잔뜩 화가 나서 씩씩거리는 장양에게 이신이 말했다.
“너도 해볼래?”
“……?”
“재미있는데. 한 번 볼래?”
장양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신은 장양이 지켜보는 앞에서 온라인에서 대전 상대를 찾아 게임을 펼쳤다.
이번 상대는 신족이었다.
상대 신족은 먼저 사략기를 뽑아 정찰을 왔다.
그러자 이신은 하늘군주를 한데 모아놓고 그 틈바구니에 폭탄충을 숨겨놓았다.
쭉 정찰을 마친 사략기가 하늘군주들을 사냥하기 위해 접근해왔다.
그 순간, 미리 단축키로 부대지정이 되어 있던 폭탄충 2마리가 튀어나와 사략기와 자폭을 했다.
-퍼어엉!
“아아!”
뒤에서 장양이 굉장히 좋아했다.
그 뒤에 쐐기충 5마리가 생산되었다.
이신은 즉시 상대 진영으로 달려가 견제를 시작했다.
앞마당은 캐논포 1개가 지어져서 있었다.
이신은 과감에서 앞마당을 무시하고 본진 안까지 파고들었다.
본진의 자원 채집 지역도 캐논포가 1개 지어져 있었다.
하지만 이신은 순간적으로 캐논포의 사거리를 계산했고, 조그마한 사각지대를 찾아냈다.
캐논포의 사거리가 미치지 않는 곳에서 쐐기충들이 춤을 추었다.
-으악!
-으악!
신도 2명이 단숨에 사살되었다.
그제야 신도들이 우르르 쐐기충의 공격이 닿지 않는 쪽으로 몰려갔다.
이신의 쐐기충은 계속 본진을 휘저으며 건물을 짓던 신도까지 사살했다.
그때 사략기 2기가 나타났다.
‘소환관문을 늘려 지었군.’
사략기 생산을 늘려 지어 제공권을 장악하겠다는 의도로 보였다.
이신은 확장 기지를 가져가며 쐐기충과 폭탄충을 모았다.
사략기를 택한 신족을 상대로 공중전에서 승부를 볼 작정이었다.
상대 신족이 지상군과 함께 사략기들이 일제히 움직였다.
바퀴들을 곳곳에 뿌려 맵 시야를 철저히 밝혀놓고 있었기 때문에 이신은 그 움직임을 곧바로 알아차렸다.
이신 역시 상당히 모인 쐐기충과 폭탄충이 움직였다.
치열하게 펼쳐진 공중전!
교전이 시작된 순간, 폭탄충들이 위협적으로 움직이자 놀란 사략기 편대가 뒤로 빠졌다.
사략기가 빠진 틈에 이신의 쐐기충이 지상군에게 쐐기 폭격을 퍼부었다.
폭탄충들이 계속 교전 지역 주위를 배회하며 사략기를 차단했다.
사략기 편대가 상대해야 했던 쐐기충은 이신의 현란한 컨트롤에 힘입어 지상군을 거의 작살내 놓고 있었다.
하는 수 없이 사략기 편대가 덤벼들자,
-퍼퍼퍼퍼펑!
쐐기충과 폭탄충이 기습적으로 달려들었다.
쐐기충들을 앞세워 사략기의 사격을 받아냈고, 그 틈에 폭탄충들이 사략기들을 무더기로 격추시켰다.
“아…….”
그걸 뒤에서 구경하던 장양은 넋을 놓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