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the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254
253화 크롬웰(6)
콰콰콰콰쾅―!!
투석기들이 끊임없이 바위를 투척했다. 바위에 짓뭉개져 죽어나가는 독포자꽃들.
하지만 독포자로 가득 채운 안개가 사방에 뻗어 나가 석궁병들과 방패병들을 죽여 나갔다.
뒤뚱뒤뚱 천천히 걸어온 엔트들 역시 가지를 사방에 뻗으며 공격했다.
방패병들이 스크럼을 형성해 막았지만 매우 힘겨워 보였다.
“제길! 막아도 막아도 계속 옵니다!”
“크아악! 그래도 막아!”
“지겨운 놈들!”
투석기들의 화력 덕에 피해는 독포자꽃들이 훨씬 많았다.
하지만 크롬웰은 3군데서 뽑아내고 있는 마력으로 꾸준히 병력을 소환해 계속 충원시키고 있었다.
예상보다 빠르게 뚫려버린 건물 바리케이드가 이신의 계산을 벗어난 변수를 만들어냈다.
석궁병도 꾸준히 죽어나갔다.
시급한 상황 속에서 이신은 방패병을 집중적으로 소환하는 방침을 내렸다.
일단은 방패병으로 최대한 적의 진입을 막고, 공격은 후방에 배치된 투석기만으로 하겠다는 전략이었다.
그러면서도 쥐어짜내는 마력을 아끼고 또 아껴서 마탑을 건설했다.
당장 눈앞만 보는 게 아니라 계속되는 난전에서 승리하기 위한 투자였다.
‘그리고 또 하나!’
이 싸움에서 이기려면 한 가지가 더 필요했다.
그것은 크롬웰과 자신의 마력 채집량 격차!
그 격차를 줄여야만 끊임없이 이어질 공세를 막아낼 수가 있는 것이었다.
이는 광기신족 최영준의 엄청난 물량 회전을 겪으면서 알게 된 사실 중 하나였다.
상대의 물량을 막으려면 생산-이동-소비의 사이클 중 하나를 못 쓰게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공병 하나가 열기구를 완성했다.
이신은 미리 뒤로 빼두었던 이존효에게 지시를 내렸다.
‘장창병 7명을 이끌고 열기구에 타라. 적의 뒷마당을 급습한다.’
“옛! 나를 따라라!”
이존효의 장창병대가 열기구에 탑승하여 출발했다.
당장 패배로 직결될 수도 있는 상황 속에서, 이신은 초인적인 정신력으로 냉정한 결단을 내렸다.
방패병만 소환하는 전술은 성공을 거두어서 독포자꽃·엔트 대군의 진입을 성공적으로 지연시켰다.
후방에서 꾸준히 투석기들이 바위를 날려 마물들을 피떡으로 만들었다.
그러면서도 미래를 바라보고 마탑을 건설하고 마법사 소환을 시작한 이신의 판단력!
게다가 이존효의 장창병대를 태운 열기구가 크롬웰의 본진에 들어섰다.
크롬웰은 병력을 소환하여 공격 보내기에 급급해서 본진 방어를 소홀히 하고 있었다.
설마 이런 와중에 이신이 반격까지 도모할 정신이 있으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던 것이다.
‘진정한 진흙탕을 보여주마.’
수세에 몰렸을 땐 막기만 해서는 이길 수가 없다.
같이 공격해야 한다.
같이 피 흘리고,
같이 멱살을 붙잡아 물귀신처럼 진창에 함께 빠져야 한다.
“내려라!”
이존효와 장창병대가 열기구에서 내렸다.
그대로 바람처럼 달려가 마력석을 채집하고 있던 클로들을 습격했다.
놀란 클로들이 앞마당으로 대피했지만, 이존효는 능숙하게 장창병들을 둘로 나눠서 한쪽은 퇴로를 덮쳤다.
“한 마리도 남김없이 죽여라―!”
[계약자 이신의 사도 하급 악마 이존효가 능력 광기를 사용합니다.] [주변 아군이 광기에 휩싸여 공격력이 크게 강화되었습니다.]이존효의 능력 광기가 사용되었다.
공격력이 더욱 급증한 장창병들이 클로들을 학살했다.
양방향에서 덮친 전술이 효과를 거두어서 클로들을 무더기로 잡을 수 있었다.
그제야 크롬웰은 추가로 소환된 독포자꽃들을 부랴부랴 본진에 보냈다.
이존효는 몰려오는 독포자꽃들을 보며 혀를 내둘렀다.
“이만하면 됐다! 철수!”
장창병대는 잽싸게 열기구를 타고 도망쳤다.
그때, 이신의 새로운 오더가 떨어졌다.
‘시계방향으로 선회. 적의 뒷마당을 다시 덮쳐라.’
이신의 견제는 한 번으로 끝나지 않는 것이었다.
그 같은 견제가 계속되자 크롬웰도 주춤거리기 시작했다.
클로들이 죽는 바람에 한층 감소된 마력 채집량.
그러다 보니 소환하여 공격에 투입하는 병력의 숫자도 크게 줄어들었다.
그럴수록 크롬웰은 초조해졌는지 공격에 더욱 박차를 가했지만, 이신은 끈질기게 버티고 또 버텼다.
방패병들만 집중적으로 소환하여 건물 심시티처럼 길을 틀어막는 전략이 크게 주효하고 있었다.
물론 방패병들도 독포자와 엔트의 가지에 죽어나갔지만, 전투의 효율은 이신이 압도적으로 좋았다.
병력 생산은 크롬웰이 훨씬 좋았지만, 병력 소비 또한 크롬웰이 더 심각했던 것이다.
***
크롬웰은 상황의 심각성을 느꼈다.
‘이대로 뚫지 못한다면?’
이번 공격에 모든 전력을 쏟아낸 크롬웰이었다.
이대로 본진·앞마당·뒷마당의 마력석이 모두 고갈될 때까지 계속 공격을 퍼부어도 끝내 승리하지 못한다면…….
‘지금이라도 멈춰야 하나?’
크롬웰은 초조해졌다.
이제라도 비효율적인 싸움을 그만두고 병력을 철수해 나중을 도모해야 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계속해서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신의 방어선은 뚫릴 듯 뚫릴 듯 아슬아슬하게 버티는 형국이었던 것이다. 이신의 치유 능력이 없었다면 진즉에 뚫렸을 터였다.
조금만 더 박차를 가하면 이길 수도 있을 것 같았기에 포기하기가 아까웠던 것이다.
‘그래, 심기일전해서 한 번만 더 공격해보자.’
크롬웰은 대신 욕심을 줄이기로 했다.
완전한 승리는 바라지 않았다.
다만 이신의 앞마당 마력석 채집장이라도 파괴시키는 정도의 성과쯤은 있어야 수지 타산이 맞았다.
‘뒷마당 루트로의 공격은 포기한다. 전 병력을 앞마당에 집중시킨다!’
뒷마당 쪽으로 우회하여 본진을 침공하려던 마물들이 일제히 앞마당 쪽으로 선회했다.
하지만 크롬웰은 몰랐다.
이신이 바로 그 순간을 기다려왔다는 것을 말이다.
‘이때다. 전 병력은 앞마당의 마물들을 집중 공격.’
두 패로 나뉜 크롬웰의 병력.
그중 한쪽이 공격을 포기하고 앞마당으로 돌아가는 동안, 이신은 전 병력을 앞마당 방어에 집중시킨 것이다.
방패병들이 스크럼을 짠 채 일제히 진군했고, 투석기들도 전진 배치되어서 화력 집중을 더했다.
또한,
[마탑에서 마법사가 소환되었습니다.]없는 마력을 쥐어짜서 한 투자가 마침내 결실을 일궈냈다.
마법사가 소환된 것이었다.
소환된 마법사는 일단 대기하면서 마법 에너지를 모으기 시작했다.
마법 에너지가 꽉 차서 파이어 스톰을 쓸 수 있게 되는 순간, 전세는 완전히 역전되는 것이었다.
마법사의 파이어 스톰은 독포자꽃은 물론 엔트들에게 있어서도 천적이나 다름없었던 것이다.
절묘한 타이밍의 집중 공격이 효과를 거두었다.
앞마당을 향해 일제히 전진 배치된 투석기들이 마물 군단을 학살하였다.
콰아아앙!
콰아앙!
“히에에엑……!”
“흐이이익……!”
짧은 순간, 공세의 고삐를 잠깐 늦춰버린 실수로 말미암아 크롬웰은 엄청난 피해를 입고 말았다.
“맙소사!”
크롬웰은 눈 깜짝할 사이에 벌어진 사태에 경악을 감출 수 없었다.
뒷마당 쪽 병력을 잠시 앞마당 방면으로 우회시킨 그 타이밍에 치고 나오다니?!
실로 날카로운 결단력이 아닌가.
이대로 싸워서는 절대로 이길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전투 시작 때는 그의 초토화 능력으로 우세를 보았지만, 그 직후부터 시작된 이신의 위기 대응 능력은 무서운 수준이었다.
‘이대로는 내가 지겠구나.’
크롬웰도 악마군주의 선택을 받은 계약자였다.
싸움의 주도권이 이신에게로 넘어갔음을 깨달았고, 더는 싸워서는 안 된다는 것도 알아차렸다.
“전 병력 후퇴!”
결국 모든 마물이 썰물처럼 후퇴했다.
그런 크롬웰의 결정은 옳았다.
계속 공격을 했다가는 마법 에너지를 다 채운 마법사의 파이어 스톰에 된통 맞았을 테니 말이다.
이신으로서는 내심 아쉬운 순간이었다.
‘역습을 감행할 만한 병력 구성이 아니니 나도 장기전을 도모해야겠군.’
방패병+투석기+마법사로 구성된 이신의 주력 병력은 방어에 특화되었지 공격에 나설 만한 조합은 절대로 아니었다.
‘이제 승기는 내 쪽에 있다.’
그렇게 한 차례 고비를 넘긴 이신은 신속하게 체제를 정비했다.
병영은 이제 그만 병력 소환을 중단했다.
대신 특수 병영을 늘려 짓고서 기사들을 소환하기 시작했다.
마탑에서도 마법사를 꾸준히 소환.
그리고 뒷마당에 새롭게 마력석 채집장을 구축해 마력 확보에 나섰다.
한편, 열기구에 탄 이존효의 장창병대는 계속 적진 인근을 다니며 크롬웰이 추가적으로 확장을 하지 못하게 방해했다.
특수병영에서 질 드 레와 서영이 소환되자 이신의 세력 확장이 가속화되었다.
가장 먼저 기사단을 조직하여 재빨리 진격시켰다.
‘크롬웰의 추가 확장을 차단해라.’
발 빠른 기사단으로 하여금 크롬웰이 더 이상 마력석 채집장을 가져가지 못하고 고사(枯死)시키는 것이었다.
이미 총공격에 심한 마력 낭비를 한 탓에, 크롬웰의 진영에는 마력석이 거의 고갈된 상태일 터였다.
이신은 자신의 우위를 잘 이용할 줄 알았다.
계속해서 추가로 마력석 채집장을 구축해 마력량을 늘렸다.
열기구에 탄 이존효의 장창병대와 질 드 레가 이끄는 기사단은 끊임없이 곳곳을 다니며 크롬웰의 확장을 차단했다.
늘어나는 마력량만큼이나 기사와 마법사의 숫자가 늘어났다.
투석기가 점점 전진 배치되어서 크롬웰을 전장의 한구석에 가둬버리는 엄청난 포위망이 형성되었다.
견제 플레이와 아슬아슬한 승부를 즐기는 이신이었지만, 이런 식의 운영에 있어서도 그는 일류였다.
빈틈없는 압박 운영에 크롬웰은 심각한 압박을 받았다.
결국 남은 마력을 쥐어짜서 형성한 마물 군단에 최후의 희망을 걸고 진군을 시작했다.
헬하운드+독포자꽃+엔트로 구성된 마물군단.
하지만 정찰과 감시로 상대의 동향을 훤히 꿰뚫고 있던 이신은 기사단을 투입해 압박 라인을 강화하고, 동시에 열기구에 탄 이존효의 장창병대로 하여금 기습적인 본진 드롭을 행했다.
“돌격!”
질 드 레가 명령을 내렸다.
지휘 능력으로 인해 그의 수족처럼 움직이는 20기의 기사가 칼같이 정렬한 채 돌격했다.
헬하운드들이 한순간에 쓸려나갔고,
콰아앙! 콰앙! 퍼어엉!
투석기의 바위 세례에 독포자꽃이 몰살당했고,
“파이어 스톰!”
화르르르륵―!!
“히이이이이……!”
마법사들의 마법에 엔트들이 고통스럽게 불타올랐다.
이에 질세라 크롬웰의 본진에 드롭된 이존효도 혼천절을 휘두르며 용맹을 뽐냈다.
디펜스와 카운터가 병행되자 크롬웰은 단숨에 그로기에 빠졌다.
이제는 더 쥐어짤 마력도 없어서 헬하운드만 계속 소환해서 저항하는 크롬웰.
진 것이 확실한데도 패배를 선언하지 못하는 것은 그만큼 절박하기 때문이리라.
물론 이신은 패배자에게 동정을 느끼지 않았다.
‘어서 끝내주지.’
이신은 냉혹한 총공세로 끝끝내 크롬웰의 진영을 완전히 짓밟아 버렸다.
[악마군주 알로세스 님의 계약자 올리버 크롬웰님께서 패배를 선언하셨습니다. 악마군주 그레모리 님의 승리입니다.] [악마군주 그레모리 님께서 마력 2만을…….]“이해가 가지 않는군.”
서열전 2차전이 종료되었을 때, 안대를 쓴 이신의 귀에 악마군주 알로세스의 질린 목소리가 들렸다.
“가장 나중에 나타난 계약자일 터인데, 그대는 어째서 그렇게 능숙하고 노련한가?”
“…….”
“그것이 기량의 차이라면 실로 무섭구나, 네 재능이.”
알로세스는 그렇게 패배를 인정하고는 크롬웰과 함께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