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the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267
266화 동향(2)
“그럴 듯한데? 팀이야 성적도 좋고 시설과 대우도 더할 나위 없겠지만, 유진영은 조금이라도 더 많은 경기를 나가고 싶어 할 텐데.”
하영훈 감독이 유진영에 깊은 관심을 보였다.
전에는 팀 제미니의 에이스였던 유진영이었다.
만약 영입만 한다면 쌍성전자의 괴물 라인업을 책임질 역량으로 충분하다.
나이는 23세로 전성기가 끝나가고 있는 즈음.
몇 년 지나면 기량이 퇴보될 우려가 있는 시기라 아쉽다.
이런 점에서는 차이나 장양 같은 어린 천재들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다.
‘우린 유망주가 아니라 후반기에 바로 투입해 성적을 낼 괴물 플레이어가 필요한 거니까.’
그만큼 유진영은 경험 많고 즉시 전력감이라는 장점이 있었다.
유진영을 영입하고 싶으냐고 물으면 국내 10팀 중 10팀 모두가 그렇다고 대답할 터였다.
선수로서의 가치를 의심할 여지는 없었다.
“저는 최찬영을 생각하고 있었는데 유진영이 훨씬 좋네요.”
“최찬영? 야야, 방진호 감독이랑 멱살잡이 하고 싶어?”
하영훈 감독이 최민재 코치에게 핀잔을 주었다. 다른 코치들도 킥킥 웃었다. 최민재 코치는 어깨를 으쓱했다.
“뭐 어때요? 방 감독님께는 죄송하지만, 어차피 MBS는 e스포츠에 대한 의욕이 전혀 없는데.”
무언가 깨달음이 있었는지 올해 들어 실력이 많이 올라온 MBS의 최찬영도 나쁘지는 않았다.
하지만 최찬영은 아직 유진영과 비교할 수 있는 클래스가 아니었다.
최근처럼 안재훈의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 그 대안이 될 수는 있지만 말이다.
방진호 감독이야 당연히 눈에 불을 켜고 최찬영을 지키려 할 테지만, MBS 경영진의 태도를 보면 무리일 가능성이 높았다.
“그럼 이적 시즌 되면 유진영을 먼저 노려보지. 만약 불발되면 차선으로 최찬영으로 가는 거야.”
“예.”
그런데 그때였다.
최근에 신설된 전략연구팀의 연구원 이찬호가 문득 말했다.
“저기…….”
“응?”
“왜, 찬호야.”
이찬호는 작년 초에 은퇴했던 쌍성전자 소속 프로게이머 출신이었다.
이찬호가 말했다.
“우리도 해외 쪽에 눈을 돌려서 찾아보는 건 어떨까요? 한국인 선수보다 연봉 대비 실력에서 더 효율이 좋은 경우는 찾기 힘들다지만, 올도어SCC처럼 유망주를 발굴한다면 좋은 성과를 얻을지도 모르잖아요.”
“일리 있는 말이긴 한데…….”
하영훈 감독은 쓰게 웃었다.
세계 e스포츠 시장은 한창 성장세였다.
유망주다 싶으면 중국이나 미국, 유럽 등에서 곧바로 데려가 버린다.
더 세게 연봉을 부르지 못하는 한 쌍성전자에게 기회가 돌아오기 힘들다.
올도어SCC의 경우는 이신이라는 이 바닥의 신이 있기 때문에 그를 추종하는 유망주들이 모여든 경우였다.
그리고 사실 주디·존 남매는 물론이고 차이와 장양도 금수저들 아닌가?
이신이 부잣집 애들만 골라서 제자로 받는 게 아니냐는 의혹까지 나돌고 있을 정도였다.
“해외 쪽도 주시할 필요성은 있지만, 사실 유망주를 선별하는 시스템에 있어서 미국과 유럽의 프로 팀들보다 우리가 뒤처지는 게 사실입니다. 제시할 수 있는 대우 조건을 떠나서, 유망주의 기량을 체계적으로 분석해서 가능성을 따져 볼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하는 게 더 근본적인 대책이겠죠.”
최민재 코치의 말이 가장 타당했다.
미국 등이 재빨리 유망주를 알아보고 재빨리 데려가 버리는 이유도 바로 그런 체계적인 분석 때문이었다.
“우리도 이제 전략연구팀을 출범시켰고, 아직 갈 길이 머니까 그건 이적 시즌이 되면 차차 생각해 보자고. 유망주 쪽은 아직은 국내에서 찾는 게 더 나을 것 같고.”
아직 갈 길이 먼 한국.
하지만 이신으로 인해서 조금씩 나아가고 있었다.
***
한 중년 부부가 기자들에게 둘러싸여 있었다.
연예인도 정치가도 아니었고 한국에서는 그 이름을 아는 사람도 그리 많지 않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중년 부부의 방한에 수많은 기자들이 모여서 취재했다.
그만큼 중요한 인물이라는 뜻이었다.
-그저 아들을 보러 왔을 뿐입니다.
약간 마른 체격에 강단 있어 보이는 굳은 인상의 중년 사내는 간단히 입장을 밝혔다.
-우리 부부의 사적인 시간을 보낼 것이고, 그 외에 어떤 일정도 없습니다.
한국의 모든 정재계 인사가 만나고 싶어 하는 인물.
바로 장린 투자그룹의 장린 회장이었다.
중국의 정치인들이 스승처럼 존경하고 떠받든다는 장첸 노사의 아들. 그 후광에 힘입어 나라도 살 수 있는 자금을 움직이는 거물이었다.
그런 장린 회장 부부가 돌연 한국을 방문한 것이었다.
“…….”
“…….”
인터넷으로 뉴스 영상을 본 이신과 제자들은 침묵했다.
“…장양 아버지 오신대요. 장 좀 볼까요?”
차이가 물었다.
“외식이면 돼.”
“양이가 평소에 어떻게 지내는지 알고 싶어 하실지도 몰라요. 중국에 있을 때도 바빠서 잘 만나지 못했다고 들었어요. 가정식으로 대접하는 게 좋을 것 같은데요.”
어린 나이답지 않게 배려심이 많은 차이. 사려 깊은 면에서는 다 큰 어른인 이신을 한참 능가하고 있었다.
“그럼 알아서 해.”
결국 차이에게 일임해 버린 이신.
“같이 장 보자.”
“응.”
차이는 주디와 함께 장을 보러 떠났다.
이신은 힐끔 옆에서 멀뚱히 게임을 하고 있는 장양을 바라보았다.
“장양.”
“……?”
게임에 열을 올리고 있던 장양이 흘깃 돌아보며 왜 불렀냐는 눈으로 쳐다본다.
“네 부모님이 뉴스에 나올 만큼 유명한 분들이야?”
끄덕끄덕.
장양은 고개를 끄덕였다.
자폐증이라고 자기 부모님이 뭐 하는 사람인지 모를 리는 없었다.
방에 틀어박혀 게임에 미쳐 있을 때도 가끔 인터넷으로 부모님을 검색해 볼 시간 정도는 있었다.
‘그냥 돈 많은 양반들인 줄 알았는데.’
설마 한국을 방문한 정도로 뉴스에 뜰 줄은 몰랐다.
덕분에 이신도 덩달아 주목받는 상황이었다.
보통은 e스포츠 부문이나 이따금 연예계 쪽에서만 기사가 나는 게 정상이었다.
경제란에서 이토록 자기 이름이 오르내리는 적은 처음 금메달을 땄을 때 ‘이신의 경제적 효과’ 운운할 때 외에는 오랜만이었다.
장린 회장 부부가 방문하고 싶다는 의향을 리쟈를 통해 밝혔을 때 주말이면 언제든 상관없다고 말한 기억이 떠올랐다.
그게 어제였다.
토요일에 팀 회식을 할 때의 일이었는데 다음날 바로 나타난 것이었다.
그때, 장양이 이신의 옆구리를 쿡쿡 찔렀다.
“왜?”
장양은 스페이스 크래프트가 켜져 있는 자신의 모니터를 가리켰다.
게임을 하자는 뜻이었다.
제법 랭킹이 높은 외국의 아마추어 고수와 대전을 하는가 싶었는데, 그다지 성에 안 차는 상대였던 모양이었다.
부모님이 중국에서 오신다는데 별반 감흥이 없는지 여전히 게임에 미쳐 있는 장양이었다.
‘뭐, 손님이 오면 오는 것뿐이지.’
생각보다 거물이어서 놀란 것 외에는 이신 역시 그다지 감흥이 없었다.
이신은 신족을 골라서 장양과 대전을 치렀다.
이신이 사략기로 제공권을 장악하는 체제로 가자, 장양은 이에 맞대응하듯 다수의 폭탄충과 쐐기충이라는 비행 유닛 체제를 펼쳤다.
이신이 최영준을 상대로 펼쳤던 1세트 전략과 동일했다.
‘정말 무서운 속도로 학습하는군.’
전에는 박영호가 존을 박살 내는 걸 보더니 여왕괴물의 점액 뿌리기를 이용한 요격 전략을 고스란히 써먹었었다.
보고 배우는 장양의 학습 속도는 그야말로 소름이 끼칠 정도.
공중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멀티태스킹과 상대의 비행 동선을 예측하는 능력. 그 점에 있어서 장양은 결코 이신의 아래가 아니었다.
기민하게 움직이며 사략기 편대를 압박하는 장양의 슈퍼컴퓨터 같은 대응에 이신은 상당히 애를 먹었다.
새삼스럽게 느꼈다.
차이에게서도 느꼈던 감정.
‘1년 뒤에도 이 녀석들을 내가 이길 수 있을까?’
차이와 장양은 점점 성장할 것이고, 자신은 점점 하향세에 접어들리라.
그런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제자들을 상대할 때면 늘 느끼게 되는 것이었다.
그래서 이신은 웃었다.
이런 두려움을 원했다.
제자를 키우는 데 다른 목적 따윈 없었다.
사략기 편대로 견제를 제대로 펼치지 못하니, 장양의 엄청난 확장을 차단하지 못했다.
그때, 곤궁한 상황 속에서 이신은 암흑심판관을 뽑았다.
암흑심판관은 암흑사제 2기가 융합되어서 만들어지는 마법 유닛이었다.
이어서 장양을 유인해 공중전을 유도했다.
-위이이이잉!
승부를 결착 짓는 중요한 공중전에서 암흑심판관의 혼란 마법이 작렬했다.
다수의 쐐기충과 폭탄충이 혼란에 빠져 움직임이 멎어버렸다.
당황한 장양.
이신은 그대로 폭탄충과 쐐기충을 몰살시키고 질주, 장양의 하늘군주를 모조리 찢어 병력 생산을 마비시켰다.
유려하게 후속 전략이 이어졌다.
지상군이 확장 기지를 치고, 본진에 암흑사제를 드롭해 주요 건물을 파괴시켰다.
줄곧 유리했다가 싸움 한 번 잘못하는 바람에 크게 망해 버린 장양은 망연자실했다.
이내 신경질적으로 한 판 더 하자고 졸라댔다.
기꺼이 다시 신족으로 싸워주었다.
암흑심판관의 혼란 마법에 패한 장양은 이미 그 부분에 대해 학습이 되어 있었다.
장양도 여왕괴물을 같이 들고 나와 마법 대결을 펼친 것.
여왕괴물에게 점액을 맞아버리면 이신의 사략기 편대 또한 위험하긴 마찬가지.
그런데 막상 공중전이 벌어지자 이신은 암흑심판관과 함께 수송기 1척을 동원했다.
수송기에서 내린 대사제들이 일제히 전격 마법을 난사.
이신의 손이 매우 빠르고 정확하게 움직였다.
전격 마법이 화면을 잔뜩 매우면서, 장양은 또다시 전멸해버렸다.
분해서 부들부들 떠는 장양.
한 판 더 하자고 또다시 졸라댄다.
그러고는 똑같은 공중전에서 여왕괴물은 물론 괴물주술사까지 동원했다.
신족과 괴물의 마법 유닛이 총동원되면서 두 사람의 게임은 초고난도 컨트롤이 요구되는 마법 대결이 되었다.
“와, 무슨 게임을 그렇게 화려하게 하세요.”
“어머, 컨트롤 봐.”
장을 보고 돌아온 차이와 주디가 두 사람의 플레이를 보며 감탄한다.
싸움은 결국 이신의 승리로 끝났다.
아직까지 순간순간의 판단력은 장양이 이신을 따라올 수 없는 것이었다.
화가 머리끝까지 난 장양.
한 판 더 하자고 조르지만 이신은 고개를 저었다.
“리플레이나 보고 왜 졌는지 공부해.”
불만이 한가득한 장양에게 이신은 어깨를 으쓱했다.
“5판 3선 다전제였으면 3-0으로 내가 이긴 거야.”
사실 손이 많이 가는 게임을 계속 해서 피곤했기 때문에 좀 쉬고 싶은 이신이었다.
물론 또 하면 질지도 몰라서가 절대로 아니었다. 절대로.
“…….”
장양이 뚱한 표정으로 쳐다봤다.
이신은 네가 그런 눈으로 보면 어쩔 거냐는 표정으로 쳐다봤다.
결국 시무룩하며 굴복하는 장양이었다.
‘날이 갈수록 굴복시키기가 힘들어지는군.’
자폐증이라는 이력 때문에 기가 약할 거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장양은 승부욕과 자존심이 굉장히 셌다.
‘누굴 닮았는지 지는 걸 굉장히 싫어하는군.’
본인도 마찬가지라는 것은 생각 못 하는 이신이었다.
그때였다.
딩동―
인터폰 벨이 울렸다.
인터폰 화면에 비치는 영상에 세 사람이 비쳐졌다.
한 사람은 리쟈.
그리고 그 뒤로 중년 부부가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