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the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288
287화 계획(1)
“와, 진짜 좋네요.”
어느새 방송을 마치고 돌아온 차이가 이신의 플레이를 보고 감탄했다.
“나도 저렇게 하고 싶다.”
존 역시 경탄하기는 마찬가지.
존도 보병 컨트롤이 특기지만, 방금 보여준 이신의 플레이에 비하면 아직 멀었다고밖에 할 수 없었다.
연습 상대가 되어준 리우와 작별하고서, 이신은 소파에 앉아 휴식을 취했다.
그러자 주디가 마실 것을 가져다주며 다정하게 물었다.
“준비는 다 된 것 같네요?”
“아직이야.”
“그래요? 충분해 보이는데요?”
“지금까지는 컨셉과 기본기의 영역이야.”
이신이 말했다.
“이 상태로 붙으면 3 대 2, 박영호도 따로 준비한 깜짝 전략이 있다면 상황에 따라 3 대 2.”
“그럼 이쪽도 깜짝 전략을 더 준비해야겠네요.”
“그래야지. 그래야 무난하게 3 대 1 정도로 이길 수 있어.”
이신은 코앞에 둔 결승전에서 3 대 1 승리의 시나리오를 구상했다.
특별한 필살 전략을 2세트에 써서 스코어를 유리하게 리드할 생각이었다.
거기에 진철환과의 4강전도 유리하게 작용했다.
어떤 전략도 노출하지 않았고, 그저 치즈 러시와 쐐기충에 대한 카운터로 승리를 거뒀기 때문.
‘박영호는 치즈 러시를 배제할 수가 없을 것이다.’
나이든 선수는 승부를 쉽게 얻을 수 있는 치즈 러시를 곧잘 시도한다.
이신의 나이도 e스포츠에서 결코 적지 않다.
박영호의 머릿속에는 치즈 러시가 심어졌고, 그에 대비하여 일찍 바퀴를 뽑는 가난한 빌드 오더를 1세트에 쓸 수밖에 없다.
그러면 이신은 역으로 더 부유하게 출발해서 자원 격차를 벌릴 수 있다.
대체로 빠르면 3세트, 늦어도 4세트 이내에 승부를 볼 수 있을 거라고 이신은 내다보고 있었다.
하지만 예상을 벗어나서 5세트까지 온다면?
‘그럼 재미있어지겠지.’
사실은 내심 그것을 원했다.
더 강해라.
날 재미있게 만들어 봐.
***
연습실.
제자들과 함께 출근한 이신은 최환열과 따로 이야기를 나눴다.
“무슨 일인데?”
“이적 시즌 되기 전에 여러 팀에서 접촉이 있어서.”
“누구?”
“누구겠어? 우리 팀 1군 전원이지.”
최환열은 혀를 내둘렀다.
“해외 팀들이 아주 우리 애들 다 빼가려고 작정하고 덤비더라.”
“내 제자들이야 돈 때문에 흔들일 일은 없겠지.”
“그야 그렇지. 하지만 사나다 료나 유진영은 다르잖아.”
그 말은 이신도 동의하지 않을 수 없었다.
프로가 돈을 따라 가는 건 당연한 일.
사나다 료나 유진영이나 각기 품은 야망이 있을 테니 더 큰물에서 활동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 할지도 몰랐다.
물론 올도어SCC에 이적한 지 1년도 안 된 까닭에 계약상 떠날 수는 없다.
하지만 두 사람이 원한다면 그 마음을 무시할 수도 없었다.
“사나다 료는 우리 팀의 신족 라인업을 책임져야 하기 때문에 절대 보낼 수가 없지. 그 점은 본인도 잘 알 거야.”
“응, 료는 안 돼.”
다행히 사나다 료는 이신을 동경하여서 일본에서 건너온 선수였다.
올도어SCC를 떠날 생각이 당분간은 없을 것이다.
게다가 프로리그 우승이 유력한 만큼, 내년에 월드 SC 그랑프리 단체전이라는 최고의 무대에 출전할 가능성이 높은 올도어SCC다.
계약 조건도 나쁘지 않으니 사나다 료는 기꺼이 팀에 남을 생각일 것이다.
“근데 진영이는 조금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최환열이 말했다.
“쌍성전자 쪽에서 연락이 왔었어.”
“쌍성전자?”
이신은 의외라는 표정이 되었다.
“이적료도 연봉도 해외 팀 못잖게 어느 정도 맞춰주겠다고 하더라고. 아무래도 진영이 입장에서도 해외보다는 국내 팀이 더 적응하기도 쉬울 테고.”
“포스트시즌에 우릴 이기고 우승하기 위해 전력 보강을 하겠다는 심보잖아.”
“하하, 의도야 뻔하지. 우리한테 너무 독주하지 말고 같이 라이벌 구도로 가자고 그러더라.”
“생각 자체는 나쁘지 않군. 올해 그랑프리까지 계산에 넣은 거겠지.”
“그렇겠지. 올해 그랑프리 단체전에서 성과를 내고 싶을 테니까.”
작년 우승팀인 쌍성전자는 올해 월드 SC 그랑프리 단체전에 출전한다.
월드 SC 그랑프리가 개최되는 때는 바로 한국에서 전반기가 끝나고 이적 시즌이 되었을 때다.
이적 시즌이 시작되자마자 유진영을 영입하면, 바로 월드 SC 그랑프리 단체전에 투입할 수 있는 것이다.
국제 규정상, 도중에 영입한 선수도 월드 SC 그랑프리 단체전에 출전시킬 수 있다. 월드 SC 그랑프리에 출전하는 다른 팀으로부터 영입한 선수가 아니라면 말이다.
최영준과 신지호에 유진영까지 합류하면 충분히 해외 강팀과 붙어도 할 만하다는 생각이리라.
“거기서 동메달이라도 따면 국내 프로팀 최초라는 기록이 생기니까 설령 우리한테 밀려서 프로리그 우승을 놓치더라도 한국 최고의 명문 팀 이미지를 유지할 수 있다는 계산이겠지.”
게다가 유진영을 지목한 것도 절묘하다.
올도어SCC는 현재 장양이 두각을 보이는 바람에 같은 괴물 플레이어인 유진영의 입지가 좁아진 것.
프로리그 경기에 출전하는 5인 중 이신과 차이, 장양, 사나다 료는 거의 고정.
그러면 남은 한 자리를 놓고 주디, 존 등과 경쟁해야 하는 상황인 유진영이었다.
그런 점을 알고서 쌍성전자는 유진영을 노리는 것이다.
유진영으로서도 당장 월드 SC 그랑프리에도 참가할 수 있고 팀 내에서 주전도 확보하니 나쁜 선택이 아니고 말이다.
“우리 입장에서 본다면 유진영을 내줄 이유가 없는데.”
“그야 그렇지. 근데 나름 생각해 볼 문제라서 상의하는 거야.”
올도어SCC가 돈이 부족한 팀도 아니다. 선수를 팔아야 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한국 프로리그를 생각한다면 쌍성전자가 더 성장할 필요가 있었다.
올도어SCC는 어차피 최강 팀이 될 것이다.
이신의 존재가 아니더라도, 엄청난 자금에 힘입어 계속 선수를 영입해 전력을 보강할 수 있다. 미디어그룹 올도어도 앞으로 더 e스포츠에 투자할 의향이 강하고 말이다.
하지만 올도어SCC가 지금처럼 계속 무패독주 체제를 계속하는 것보다는, 쌍성전자가 이에 맞서는 구도로 판을 키우는 편이 좋을 지도 몰랐다.
게다가 유진영의 입장에서 보면 쌍성전자로 가는 편이 더 좋을 수도 있고 말이다.
“쌍성전자 측에서는 되도록 전반기 끝나기 전에 답을 달라더라.”
“일단 본인의 의사를 물어봐야겠어.”
잠시 후, 유진영이 불려와 대화에 합류했다.
이신은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쌍성전자가 널 원하고 있어.”
“엑?”
이신의 돌 직구에 유진영은 깜짝 놀랐다.
최환열이 부연 설명을 했다.
“급히 필요에 의해 전력 보강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적료도 연봉도 좋아. 아마 너한테는 신지호 급으로 대우해 줄 생각인가 봐.”
“쌍성전자가 날 영입하겠대요?”
“그래.”
“쌍성전자에서 괴물이 필요해졌나? 아, 하긴 요즘 안재훈이 부진하고 있으니 그럴 만도 하겠네요.”
유진영은 금방 상황을 이해했다.
그리고 왜 하필 자신을 지목했는지도 말이다.
이신이 말했다.
“쌍성전자로 간다면 전반기 끝나자마자 이적할 거고, 곧바로 월드 SC 그랑프리 단체전에 투입될 거야. 주전 자리도 고정일 테고.”
“전부 달콤한 이야기로 들리네.”
그렇게 중얼거린 유진영은 어색하게 웃으며 물었다.
“형, 내가 쌍성전자로 가길 원하는 거야?”
“아니.”
이신은 단호하게 대답했다.
“네 선택을 존중할 거야. 하지만 팀에 남았으면 좋겠어.”
잠시 침묵이 흘렀다.
유진영은 많은 고민을 한 끝에 입을 열었다.
“잘 모르겠어, 형.”
“뭐가?”
“팀이 나를 얼마나 필요로 하는지를 잘 모르겠어.”
“…….”
“나도 팀 내에서 내 입지를 알아. 물론 비관하는 건 아니고.”
유진영이 계속 말했다.
“우리 팀이 좋아. 한국에서 가장 강하고 선진적인 팀이고, 아마 내년에 월드 SC 그랑프리에서도 단체전 금메달을 너끈히 딸 수 있을 거야. 지금 우리 팀 멤버는 세계 최고급 전력이라고 생각하니까.”
현재 올도어SCC는 전 세계가 주목하는 강팀이었다.
올도어SCC의 가공할 전력에 호평하는 외신의 기사가 인터넷에 자주 오르내릴 정도였다.
“그런데 그렇게 팀이 영광을 얻는데도, 내 입장에서는 무임승차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을 것 같아.”
“그렇지 않아, 진영아. 우리가 이렇게 안정적으로 자리 잡기까지 네 공이 얼마나 컸는데.”
최환열이 끼어들어 말했다.
유진영은 웃었다.
“어쨌든 지금은 이제 내가 없어도 팀은 전혀 문제가 없을 것 같고, 솔직히 주전 경쟁도 점점 힘들어져. 내가 없어도 팀은 별로 전력 손실이 없을 것 같고, 그런 점을 미루어보면 쌍성전자로 가는 게 나쁜 선택 같지 않아.”
최환열도 그렇게 말하는 유진영을 뜯어말릴 수가 없었다.
유진영이 현재 주전 경쟁에서 점차 밀리고 있는 것이 현실이었다.
다른 선수도 아니고 저 유진영이 말이다.
그 정도로 올도어SCC의 전력은 엄청난 수준인 것이었다.
그렇다고 어느 팀을 가도 에이스급인 유진영을 후보로 놔두자니 터무니없는 낭비가 아닌가?
그때였다.
“앞으로 네 역할이 더 중요해질지도 몰라.”
이신이 한 말이었다.
두 사람은 의아한 표정으로 이신을 바라보았다.
“만약에 말이야.”
이신이 말했다.
“내가 없어지면, 팀이 프로리그 우승과 내년 월드 SC 그랑프리 단체전 금메달까지 모두 이루려면 네가 필요할 거야.”
“그게 무슨 소리야?”
“형이 없어진다니?”
최환열과 유진영이 동시에 물었다.
“요즘 들어서 왠지 우울한 기분이 들었어. 그토록 좋아하는 게임인데 예전처럼 그렇게 좋지도 않고, 내 열정은 자꾸만 사그라지는 느낌이야.”
이신이 계속 말했다.
“내가 왜 이럴까 생각해 봤어. 그러다가 전에 차이가 졌을 때 알겠더라고.”
“왜 그러는데? 슬럼프야?”
최환열이 걱정스레 물었다.
이신은 고개를 저었다.
“그 반대야.”
“……?”
“내가 질 것 같다는 생각이 조금도 안 들어.”
그 말에 두 사람은 황당함에 그만 멍한 표정이 되었다.
하지만 이신은 나름대로 진지했다.
“많은 것이 예전과 달라졌어. 예전처럼 쓰레기 같은 팀에서 혼자 사투를 벌이지 않아도 돼. 부모님도 이제는 프로게이머로서의 나를 인정해 주셔. 손목도, 다른 건강도 문제없어. 게임이 업데이트되면서 인터페이스도 더 간편해졌어.”
“…….”
“그렇게 하나씩 내게 장애가 되었던 요소가 사라질수록, 긴장감도 점점 떨어져 가. 강력한 적수가 될 것 같았던 상대도 하나둘 꺾여 나갔어. 이제 누구도 기대되지 않아.”
최영준, 신지호, 박영호 등 손목 부상에서 막 복귀했을 때는 기대되었던 적수가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이제 모두 꺾여 나갔다.
이제 남은 것은 결승전 상대인 박영호뿐이었다.
“그래서? 은퇴라도 하겠다는 거야 뭐야?”
최환열이 물었다.
“이번 개인리그에서 우승하면…….”
이신은 한참 후에 말을 이었다.
“해외로 진출할까 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