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the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289
288화 계획(2)
“해외 진출?”
최환열도 유진영도 깜짝 놀랐다.
신생팀 올도어SCC의 감독 겸 선수가 되면서 화제를 모았던 이신.
그런데 또 전반기를 마치고 해외로 진출한다면 난리가 날 것이다.
“팀의 감독으로서 반년 만에 떠날 생각을 한 건 책임감 없는 일이긴 하지만, 이미 우리 팀은 내가 없어도 전혀 문제없을 정도로 체계가 잡혔어.”
사실상의 감독 역할을 담당한 최환열.
그리고 이신이 사비를 들여 시도했다가 이제는 팀의 축으로 성공적으로 자리 잡은 전략 팀.
그리고 프로리그 전승행진을 이끈 선수들.
게다가 이신의 인기 덕에 짧은 시간 내에 팀의 인지도도 높여 충성 팬덤을 확보했다.
올도어SCC는 이제 이신이 없어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 덕에 이신이 해외 진출을 더욱 결심하게 되었고 말이다.
“유진영.”
“응, 형.”
이신은 유진영에게 말했다.
“그러니까 넌 팀에 남아줘. 굳이 이 얘기를 꺼낸 건 네 선택을 존중하기 위해서였어.”
유진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그런데 아직 형 해외 진출 얘기도 확정된 건 아니잖아?”
“어.”
“결승전에서 박영호에게 지면 해외 진출은 없었던 얘기가 되는 거고.”
“…맞아.”
아마 그런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만약 우승을 놓친다면, 그때는 박영호를 꺾기 위해 노력하는 이신이 될 터였다.
“하아, 보내고 싶진 않지만 이해는 간다. 해외 진출은 나도 고민해 봤던 일이기도 하고. 아무튼 일단은 결승전에 집중하자. 박영호도 기세가 대단하니까 우습게보지 말고.”
이신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튼 그렇게 이야기는 일단락되었다.
그런데 이신의 결심에 호응이라도 하듯이 중국 쪽에서 소식이 들려왔다.
-정말 대단한 선수였습니다. 연습 상대가 되어주면서 단 한 판도 이기지 못했습니다. 이신은 정말 위대한 프로게이머입니다. 꼭 그와 한 팀에서 활동하며 많이 배우고 싶습니다.
-우리 SC스타즈에게 꼭 필요한 선수라는 확신이 들었다. 어떤 대가를 치러서라도 왕을 영접하겠다.
-소름이 끼치는 플레이였다. 이 같은 선수와 같은 연습실에서 훈련을 받으면 얼마나 영광일지 모르겠다. 꼭 우리와 한솥밥을 먹었으면 좋겠다.
SC스타즈 측에서 언론 플레이를 펼치기 시작한 것이다.
연습 상대였던 리우와 왕춘 감독, 그리고 SC스타즈의 에이스 지우펑이 SNS와 언론을 통해 이신을 극찬한 것.
연습 게임에서 이신이 어떤 플레이를 펼쳤는지는 비밀을 지켰지만, 이신을 SC스타즈로 데려오고 싶다는 의미가 담긴 메시지만은 확실했다.
이는 명백히, 이신을 영입하기 위한 밑밥 깔기였다.
이는 고스란히 언론 기사화되어서 한국 e스포츠계를 강타했다.
[SC스타즈 왕춘 감독 “왕을 영접할 준비 되어 있다” 이신에게 러브콜] [지난해 중국 신인왕 리우, 이신의 결승전 연습 도와줘] [이신의 실력에 놀란 중국 최강팀 SC스타즈 ‘어느 정도였기에?’] [중국 최강자 지우펑도 이신 극찬 “꼭 한 팀에서 뛰고 싶다”]중국 프로리그는 e스포츠 시장의 성장을 일찌감치 감지한 중국 대기업들의 투자로 인해 매우 융성했다.
그중에서도 SC스타즈는 장린투자그룹의 후원에 힘입어 중국 내에서 1, 2위를 다투는 강팀으로 급부상했다.
그리고 동원할 수 있는 자금력으로 치면 전 세계 e스포츠 프로팀을 통틀어도 손꼽혔다.
그런 SC스타즈가 지금까지는 잠잠히 있다가 이제야 갑자기 적극적으로 이신 영입에 발 벗고 나선 것이다.
엄청난 자금력을 가진 SC스타즈가 나서자, 수많은 프로 팀들이 이신을 단념해야 했다.
자금력뿐만이 아니었다.
SC스타즈의 후원사 장린투자그룹은 이신과 인연이 깊었다.
장린 회장의 외아들 장양이 바로 이신의 제자인 것.
일전에 방한한 장린 회장과 만나 선물까지 받은 이신이 아닌가.
거기에 이신의 중국어 실력이 상당하다고 장린 회장이 밝히면서 더욱 화제가 됐었다.
또한, 왜 하필 박영호와의 결전을 대비한 연습 상대가 SC스타즈의 루키 리우였을까?
그 모든 사실을 취합하면, 이신이 오래전부터 중국 진출을 계획하고 있었다는 스토리가 된다.
중국 시장은 어마어마하여 한국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장첸 같은 중국의 유력자와도 친분이 있을 정도로 인맥이 확실하다.
누가 봐도 이신이 중국을 포기할 이유가 없었다. 그게 더 바보 같은 일이었다.
-올도어SCC를 키워놓고 중국으로 진출할 생각이 아니었을까 싶음.
-확실히 이신이 많이 변했다. 예전에는 뭐든 귀찮다고 꺼려하던 인간이 이제는 팀 감독도 하고 중국어도 공부하고…….
-이신이 중국 가면 얼마 벌까?
-re: 이신은 돈에 관심 없을 듯
-re: 돈은 이미 존나 많잖아.
-re: 인터넷 개인 방송까지 한 걸 보면 돈에 아예 관심이 없는 건 아닌 것 같은데.
-꼭 중국도 제패하셔서 신의 위엄을 만방에 떨치시길!
-세계 e스포츠 사상 최대 이적료 예상합니다.
-re: 이미 이신 자체가 세계 e스포츠 사상 최고의 선수니까요.
-re: SC스타즈 돈 겁나 많음.
-re: 초특급 유망주였던 리우가 SC스타즈에 입단하면서 신인 사상 최고 연봉을 받았음. 그런 리우가 연습 상대 하면서 한 판도 못 이긴 이신이라면ㅎㄷㄷ;;;;
-re: 장린 회장 외아들이 이신 제자입니다. 그냥 게임 끝난 거 아님?
한국 네티즌들의 반응은 매우 호의적이었다.
오히려 이신이 과연 얼마의 연봉 신기록을 세울지 기대된다는 투였다.
***
결승 전날, 올도어SCC는 꽤 번잡스러운 하루를 보냈다.
해외의 여러 팀에서 문의가 왔기 때문이었다.
문의 내용이 재미있었다.
서로 자기 팀 선수를 이신의 연습 상대로 제공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온라인상에서 타 팀 선수와 연습하는 것은 흔한 일이었기에 나쁠 게 없었지만, 결승을 눈앞에 둔 이신의 집중에 방해될까 봐 최환열이 모두 정중하게 거절했다.
연습 상대가 계속 바뀌면 스타일도 달라져서 오히려 박영호를 대비하는 데 방해되는 것이었다.
게다가 출퇴근 때마다 기자들이 달려들어서 질문 공세를 해대는 바람에 이신은 짜증을 느꼈다.
“하여간 쓸데없이 번잡스럽게 만드는군.”
쓸데없이 화제를 만들어낸 SC스타즈가 살짝 원망스러워졌다.
사실 리우가 연습 상대가 되어주겠다며 파프리카TV 개인 방송을 통해 접근했을 때, 어느 정도 SC스타즈의 의도는 예상했었다.
‘나에 대한 데이터를 얻고 싶은 거군.’
리플레이 파일을 통해 분석해서 영입할 것인지의 여부를 결정하려는 것일 터.
이신은 그것을 알면서도 순순히 응해주었다.
그것은 자신 역시 중국 진출에 대한 의사가 어느 정도 생겼기 때문이었다.
“이길 때도 있고 질 때도 있는 거지. 지면 울다가도 이기면 웃고, 그러면 되는 거야.”
패배한 차이를 위로해 주던 박진수의 말이 떠올랐다.
“그저 게임일 뿐이야. 졌으면 다음에 또 도전해서 이기면 되는 거야. 그래서 게임이 재미있는 거지.”
나는 지금 게임을 하고 있나?
나는 지금 게임을 즐기고 있는 것인가?
도전이라는 단어에서 점점 멀어질수록, 앞길에 놓여 있던 걸림돌이 하나둘 사라져 갈수록, 이신은 편한 포장도로 위를 질주하며 점점 열정을 잃어가는 스스로를 느꼈다.
‘내게 게임을 보여줘, 박영호.’
경기 당일.
‘날 즐겁게 만들어봐.’
이신은 최환열과 함께 결승 무대로 향했다.
용산 e스포츠 상설 경기장.
한국 e스포츠 최대의 매치를 치르기 위해 스태프들이 이른 시간부터 분주했다.
모처럼 세계적으로 관심을 갖고 있는 엄청난 대결!
조금의 실수도 있을 수 없었다.
예전처럼 정전 사태가 벌어진다든지, 랙(Lac)이 걸려 경기가 지연된다든지 하는 사태가 벌어지면 세계가 비웃을 것이다.
일찌감치 경기장에 도착한 이신은 자신에게 배정된 부스의 PC에서 장비를 세팅하고 테스트를 해보며 점검을 마쳤다.
“아무 문제없으십니까?”
“예.”
이신의 한마디면 PC 본체를 통째로 교체하는 일도 기꺼이 해야 하는 스태프들이었다.
다행히 이신이 쉽게 오케이를 하자 경기장 스태프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
경기장에 팬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어느새 관객석이 가득 찼고, 마침내 전반기 개인리그 결승전이 시작되었다.
경기 시작에 앞서, 이신과 박영호가 모여서 촬영했던 인터뷰 영상이 관객들에게 방영되었다.
가장 먼저 결승전 프로모션 이미지가 나타났다.
이신과 박영호가 똑같은 눈높이에서 서로를 노려보고 있는 모습이었다.
“꺄아아아악!”
“이신 오빠!”
“이신! 이신!”
“영호 형님 파이팅!”
관객들이 벌써부터 흥분하여 소리치기 시작했다.
그런데 흉부까지만 나왔던 이미지에서 포커스가 점점 멀어지기 시작했다.
두 사람의 허리, 다리까지 점점 드러나더니, 급기야 이신과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박영호가 밟고 올라선 발판까지 드러났다.
“푸하하하하!”
“저게 뭐야!”
아무것도 하지 않았음에도, 존재 자체로 또 사람들을 웃기기 시작한 박영호였다.
이윽고 영상이 바뀌고, 대형 화면에 두 사람이 나란히 앉은 모습이 나타났다.
-이신 선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그 질문에 박영호는 옆자리에 있는 이신을 슥 보더니 말했다.
-딱 한 가지는 존경스러운 선수라고 생각합니다.
-그 한 가지가 뭔가요?
-잘생긴 거요.
“하하하하!”
“깔깔깔!”
“영호 형도 잘생겼다!”
관객들은 또다시 웃음보가 터져 버렸다.
박영호의 말이 계속 이어졌다.
-최고의 게임 실력? 그런 건 딱히 존경스럽지는 않습니다. 제가 데뷔했을 때, 이신 선수는 이미 신이었고 꼭 노력해서 저 사람의 실력을 따라잡겠다고 결심했습니다. 그리고 이제 따라잡았다고 생각합니다.
“오오오!”
“와아아아아!”
-그럼 이신 선수는 막 데뷔한 박영호 선수를 처음 봤을 때 어떻게 생각하셨나요?
-참 말이 많다…….
이신의 한마디에 또다시 웃음을 터뜨리는 관객들.
이신이 계속 말했다.
-그런데 실력은 제법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때 그 선수가 지금 이렇게 최고의 도전자가 될 줄을 예상하셨나요?
-못 했죠.
그밖에도 문답이 오가며 관객들을 즐겁게 만들어주었다.
인터뷰가 막바지에 이르렀다.
-마지막으로 두 선수 모두 결승전에 대한 각오를 밝혀주십시오.
먼저 박영호가 마이크를 잡았다.
-이신 선수를 볼 때마다 참 가진 것 많아서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집 잘살아, 잘생겼어, 게임도 잘해, 우승도 더럽게 많이 해…….
박영호는 씨익 웃었다.
-그러니까 이제 그중 하나쯤은 나한테 양보할 때가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가진 것 없는 자의 무서움을 보여주겠습니다.
그리고 마이크가 이신에게로 넘어갔다.
-특별한 각오 같은 건 없습니다. 그냥… 가진 자의 여유를 보여주겠습니다.
그 말에 옆에 있는 박영호가 한 대 얻어맞은 표정이 되었다.
-아니 잠깐만, 이러면 내가 이미 진……!
인터뷰는 그렇게 끝나 버렸다.
“제, 제길! 영호 형이 졌다.”
“싸우기 전에 이미 져 있어.”
“젠장, 분하다!”
박영호의 골수팬들이 벌써부터 패배감에 젖었다.
하지만 다들 웃으며 즐거워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웅장한 음악이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거대한 자막이 대형 화면에 임팩트 있게 나타났다.
[신 vs 철벽괴물]그렇게 결승전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