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the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308
307화 대결(3)
잘못 지어진 대신전.
하지만 맥 존스는 하는 수 없이 그대로 9시 확장 기지를 구축했다.
그렇지 않아도 이미 많이 불리해진 상황.
더는 확장이 지체되어서는 안 된다는 판단이었다.
건설을 취소하고 다시 지으면 자원 손해가 더 심해진다.
당장 본진의 자원이 바닥나고 있는 마당이라 취소하고 다시 지을 엄두가 나지 않은 것이리라.
‘이럴 때일수록 자신의 장기였던 수송기 활용이 나와야 하는데!’
스승격인 존재인 존 패트릭 코치는 맥 존스의 위축된 플레이가 답답했다.
별것도 없었는데 그냥 불리해져 있다.
이신으로서는 실패해도 그만이라는 식으로 가벼운 잽을 여러 번 넣었을 뿐이다.
문제는 그 잽이 너무 아프게 꽂혀 들었다.
고속전차의 견제만 받다가 어느새 이기기 어려운 형상이 됐다.
이럴 때일수록 맥 존스는 예전의 스타일을 발휘해야 한다.
수송기를 최대한 활용한 공격적인 플레이 말이다.
철갑충차나 대사제를 수송기에 태워서 상대 진영에 테러를 가해 똑같이 보복해야 한다.
강력한 확산 데미지를 발휘하는 철갑충차나, 전격 마법을 쓰는 대사제처럼 예측불허의 변수를 일으키는 유닛을 활용하면서 시간을 벌어야 한다.
예전의 맥 존스였다면 이 상황에서 분명히 수송기를 활용해 변수를 만들어내려 했을 터였다.
하지만,
‘아까 이신이 보여준 스텔스 전투기 때문에 겁먹어서 수송기를 못 쓰고 있구나!’
이신이 스텔스 전투기를 보여준 것은 이런 점까지 노린 신의 한 수였는지도 모른다.
‘스텔스 전투기 1기 때문에 겁먹고서 수송기를 못 쓰다니.’
존 패트릭 코치는 답답해졌다.
‘맥, 제발 깨달아라. 기억해봐. 2년 전에 월드 SC 그랑프리에서 카이저에게 졌을 때도 이렇게 무참하지는 않았어.’
그땐 이렇게 일방적이지 않았다.
비록 패배했지만 좋은 승부였다.
하지만 지금은 그냥 압도적이고 일방적이다. 아무것도 못해보고 패배하기 직전이다.
그 이유를 깨달아야 한다. 존 패트릭 코치는 그러길 바랐다.
***
‘역시 선생님은 참 대단해.’
존은 이신의 손에서 펼쳐지는 우아한 플레이를 보며 넋을 놓았다.
제자이기 이전에 열렬한 팬이었다.
자신을 팬으로 만들었던 그때 그 플레이가 지금 펼쳐지고 있었다.
고속전차들이 계속 움직인다.
맵 곳곳에 지뢰를 매설해 시야를 밝혀놓고, 지뢰를 다 매설한 고속전차는 항공수송선에 태워서 맥 존스의 영역에 침투시켰다.
동서로 나뉜 양측 진영.
맵 서쪽을 차지한 맥 존스는 이신의 고속전차 침투를 허용하지 않기 위하여 모든 육로를 틀어막고 있었다.
하지만 항공수송선을 타고 맵 서쪽 지역에 침투한 고속전차들이 계속 신도들을 테러하고 있었다.
지뢰를 다 쓴 고속전차는 그냥 버려도 상관없었다.
값싼 고속전차는 얼마든지 생산하고 소비할 수 있었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견제를 시도할 수 있는 것이었다.
“또 간다!”
“정말 끝이 없어!”
“카이저다운 플레이야.”
구경하던 선수들이 치를 떨었다.
고속전차들은 또다시 신도들을 3기가 사살하는 데 성공했다.
테러를 막기 위하여 맥 존스는 급기야 확장 기지마다 캐논포를 설치해야 했다. 저렇게 방어시설을 건설하는 것 또한 자원 손해였다.
어떻게든 빈틈을 찾아내며 계속 침투해 들어오는 이신의 고속전차!
‘맞아, 난 저것에 반해서 인류를 메인 종족으로 택했던 거야.’
2세트에서 유리했던 게임에서 져버린 존은 자괴감에 휩싸여 있었다.
존 스스로도 알고 있었다.
인류 플레이어가 기갑 체제를 잘 못해서야 반쪽짜리도 못 된다는 것을.
그런데 지금 이신의 플레이를 보고 있으니 짜릿한 흥분과 함께 영감을 얻었다.
‘그래, 바로 저거야.’
존은 빠른 플레이를 좋아했다.
때문에 느린 기동포탑이 위주가 되는 병력을 잘 다루지 못한다.
신속하고 얼마든지 소모할 수 있으며 컨트롤의 여지가 많은 보병 컨트롤이 취향에 맞았다.
하지만 저렇게 고속전차를 이용한 견제 플레이라면?
‘저런 플레이라면 내 취향에도 맞으니까 한번 연습해볼 만하겠어.’
존은 이신이 보여주는 고속전차 견제 플레이를 유심히 관찰하기 시작했다.
이신은 점점 무서운 성세를 이루기 시작했다.
다수의 기동포탑들이 맵 센터의 높은 지형에 자리 잡고, 그 앞에 건물을 지어서 심시티를 이루었다. 또 그 앞은 지뢰를 잔뜩 깔아서 또 방비한다.
사지(死地).
신족의 병력이 여기를 정면으로 공격해올 경우, 한 순간에 전멸해버릴 터였다.
그 때문에 맥 존스는 계속 시달리면서도 이신이 먼저 자리 잡고 있는 맵 센터로 나오지 못하고 틀어박힐 수밖에 없었다.
어차피 인구수 제한이 있기 때문에 맥 존스도 병력 규모는 따라잡고 있었지만, 그렇다고 전투력이 비등하다는 뜻은 아니었다.
‘자원에서 밀리고 있어서 물량 회전력이 없어. 한 번 전투에서 병력을 잃고 나면 다시 보충하기가 어려워. 무엇보다 업그레이드 차이도 점점 벌어지고 있고.’
그랬다.
맥 존스가 전세를 역전할 방법은 전투에서 크게 이기는 것.
하지만 같은 규모의 병력끼리 싸웠을 때, 더 강한 건 단연 인류!
심지어 인류 병력이 유리한 위치에 자리 잡고 튼튼하게 방어선을 구축했는데, 거길 쳐들어가는 것은 자살행위였다.
신족은 이를 병력 생산력으로 극복해야 한다.
하지만 맥 존스에게는 그런 물량 회전을 감당할 자원이 없었다.
그래서 공격을 하지 못하고 있었고, 그러는 동안 공격력·방어력 업그레이드 차이는 점점 벌어졌다.
‘선생님은 굳이 먼저 공격을 해야 할 이유가 없구나. 그냥 지뢰를 다 쓰고 필요 없는 고속전차를 투입해서 견제만 해주면서 기다리면 되는 거야.’
맥 존스가 결국은 공격을 시도할 것이다.
그걸 막아내기만 하면 역습을 가서 손쉽게 승리를 따낼 수 있다.
만약 공격해오지 않아도 공격력·방어력이 풀로 업그레이드되는 타이밍에 공격하면 그만이다.
이래나 저래나 이신이 먼저 위험을 감수하며 먼저 움직일 이유가 없는 것이었다.
맥 존스의 선택은 아바타였다.
아바타를 이신의 진영에 침투시켜서 소환 마법을 펼치는 것.
업그레이드 차이가 나는 와중에 이신과 정면승부를 해서는 승산이 없다는 것을 그는 알고 있었다.
마침내 맥 존스의 아바타가 움직였다.
이신의 5시 본진 앞마당을 노리고 아바타가 유유히 비행했다.
중간에 섬 쪽에 대기하고 있던 스텔스 전투기가 쫓아와서 공격을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바타는 공격을 받으면서도 계속 이동했다.
그리고 앞마당에 거의 이르렀을 때였다.
-파아앗!
별안간 앞마당 쪽에서 웬 유닛 하나가 총을 발사했다.
그 총탄에 맞자 아바타는 꼼짝달싹 못하고 그대로 정지되어 버렸다.
“첩보원?!”
“봉쇄탄이다!”
“아바타가 올 줄 알고 첩보원을 배치해놓고 있었어!”
봉쇄탄은 병영에서 생산되는 특수 유닛인 첩보원이 쓰는 기술 중 하나로, 모든 기계 유닛의 기동을 일시 정지시킨다.
아바타의 봉인 마법과 효과가 비슷하지만, 봉인 마법처럼 범위 공격이 아니라 딱 1기만 타깃으로 할 수 있다.
대신 장점도 있다.
봉인 마법에 당한 유닛은 공격을 받지 않지만, 봉쇄탄에 맞은 유닛은 그대로 상대의 공격에 무방비로 노출된다.
봉쇄탄에 맞은 맥 존스의 아바타가 봉쇄탄에 맞고 그대로 멎어버렸다.
쫓아오던 스텔스 전투기가 계속 공격을 퍼부어서 끝내 아바타를 공중 폭파시켰다.
-퍼어엉!
“와아아!”
“진짜 깔끔하다!”
“저 스텔스 전투기 하나로 얼마나 더 이득을 얻는 거야?”
아바타를 활용한 소환 공격이 좌절되자 맥 존스는 반쯤 자포자기가 되었다.
신족의 모든 병력이 맵 센터 지역을 향해 우르르 뛰쳐나왔다.
그래도 대사제가 있기 때문에 전격 마법만 잘 들어가면 혹시 모른다.
혹은 아바타의 봉인 마법이 잘 들어가서 엄청난 숫자의 기동포탑을 묶어둬도 가능성이 있다.
변수를 최대한 노리는 것이었다.
맥 존스가 승부수를 띄웠을 때, 이신도 동시에 움직였다.
고속전차 무리가 질풍처럼 달려왔다.
그들은 자객처럼 병력 무리 틈에 끼어 있는 대사제를 저격했다.
-크아악!
대사제 1명이 죽었다.
고속전차는 빠졌다가 다시 치고 들어가는 무빙으로 또 한 명의 대사제를 공격했다.
-크아악!
대사제 2명 사살!
고속전차들도 사방에서 쏟아지는 거신병기들의 공격에 상당수 격파됐지만, 대사제와 맞바꿨으니 엄청난 이득이었다.
밴쿠버SCC의 연습실에 전율이 흘렀다.
게임의 신 카이저!
e스포츠의 살아있는 신화가 된 남자의 플레이였다.
시종일관 끝없이 좌절당한 맥 존스는 멘탈이 완전히 나가버렸다.
대사제들이 암살당하자 맥 존스는 다급히 병력을 회군했다.
이신이 마침내 움직였다.
굳건히 맵 센터에서 엎드려 있던 병력들이 일제히 일어나 진군했다.
파죽지세!
업그레이드가 압도적으로 잘 된 인류 군단을 막을 도리가 없었다.
-펑! 퍼엉!
-퍼어엉!
전술위성들이 무력화탄을 쏴대며 신족 유닛들의 배리어(Barrier)를 벗겨버렸다.
***
맥없이 밀린다.
삽시간에 궁지에 몰린 채, 이신의 병력이 맥 존스의 맵 서쪽 진영의 허리를 끊었다.
무방비 상태가 된 9시·11시 지역이 공격 받았다.
‘어쩌다가 이렇게 됐을까.’
맥 존스는 이미 자신이 패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과거의 모습 그대로의 스타일을 보여주는 카이저.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상대를 말려 죽이는 견제 플레이는 악랄하고 집요했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맥 존스는 그렇게 무참하게 패배하는 와중에도 의문을 느꼈다.
‘2년 전에도 이랬었나?’
맥 존스의 기억에, 2년 전에 월드 SC 그랑프리에서 붙었을 때는 이토록 졌어도 이 정도로 비참한 기분이 아니었던 걸로 기억한다.
‘아……!’
맥 존스는 그때와 지금이 뭐가 다른지 깨달았다.
그땐 젊었다.
그래서 더 무모했다.
카이저가 견제를 해오면 이쪽도 지지 않고 견제로 보복하며 경기를 처절한 유혈로 물들었었다.
상대 진영에 대공포가 설치되어 있는데도, 그의 수송선은 무모하게 뛰어들어 병력을 드롭했다.
카이저와 어울려 한바탕 난장판을 만들었었다.
끝내 카이저의 난전 능력을 당해내지 못했지만, 자기 기량을 100% 다 발휘했다는 느낌은 있었다. 그러고도 졌기 때문에 분했던 것이다.
지금처럼 형편없이 깨지지는 않았다.
‘어쩌다가 내가 이렇게 됐지?’
그땐 그래도 함께 치열하게 싸웠다.
그런데 지금은 카이저에게 농락당한 수많은 선수 중 하나로 전락했다.
‘내가 왜 이렇게 약해진 걸까.’
맥 존스는 참담한 기분을 느끼며 GG를 선언했다.
“와아아!”
제자들이 손뼉을 치며 기뻐했다.
이신은 여유 있게 귀에서 이어폰을 빼고 흘깃 맥 존스 쪽을 바라본다.
한동안 넋이 나가 있던 맥 존스는 뒤늦게 자리에서 일어나 이신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손을 내밀었다.
“내 완패야. 조금의 여지도 없었던 완벽한 패배.”
이신은 손을 맞잡고 악수했다.
맥 존스가 계속 말했다.
“다음에 다시 설욕할 기회를 줬으면 좋겠어. 약속할게. 그땐 지금보다 훨씬 재미있는 플레이를 할 테니까.”
이신은 피식 웃었다.
“얼마든지.”
두 사람은 서로를 보며 웃었다.
그날 스크럼은 이신 측의 패배로 끝이 났다.
4세트에서 차이도 승리하면서 스코어가 2-2로 만들어졌지만, 5세트에서 장양이 상대의 깜짝 전략에 휘말려 패배하고 만 것이다.
심리전에 약한 장양의 약점을 정확히 찌른 밴쿠버SCC의 승리였다.
“간신히 체면치레를 했군요. 이쪽도 캐나다 최강팀이라는 자존심이 있어서 지면 곤란했거든요, 하하.”
스크럼이 끝나고 작별을 할 때, 존 패트릭은 웃으며 이신에게 말했다.
“이쪽도 보완해야 할 점을 알게 되어서 의미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피차 득이 됐다니 다행이군요.”
존 패트릭 코치는 이신과 악수를 하면서 다시 한 번 말했다.
“정말 감사합니다. 덕분에 원했던 바를 달성한 것 같습니다.”
이신은 흘깃 뒤에 있는 맥 존스를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피식 웃었다.
흥미로운 플레이를 하는 적수가 늘어난다면, 얼마든지 환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