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the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320
320화 축제(3)
나폴레옹과 오자서는 비슷한 시간에 도착했다.
“나 외에 다른 손님이 오셨군.”
나폴레옹은 오자서를 응시하며 물었다.
오자서는 정중하게 인사했다.
“악마군주 안드로말리우스의 계약자 오운 자서라고 하오.”
“중국인인가?”
“그렇소, 오자서라 불러주시오.”
“반갑네, 오자서. 악마군주 안드로말리우스라면 최근에 서열이 계속 상승 중인 그쪽이군.”
“알아주시니 영광이오.”
나폴레옹은 자연스럽게 하대를 했고, 오자서도 이를 인정하는 눈치였다.
그렇게 훈훈하게 첫 인사를 나누나 싶었다. 하지만,
“여러 계약자를 눈여겨보며 살피셨다고 들었는데, 애석하게도 저는 눈에 들지 못했나 보오?”
실력 있는 계약자를 확인하러 다녔으면서 왜 자신은 보러 안 왔느냐는 원망이었다.
나폴레옹은 가볍게 웃으며 대답했다.
“미안하네. 같은 편은 2명밖에 지명할 수가 없어서 주로 상위 서열을 둘러보았네.”
“이해하오. 언젠간 그대가 눈여겨볼 만한 위치로 올라가리다.”
“기대하지.”
“한데…….”
오자서의 말은 끝나지 않았다.
“만일 내가 공에게 힘을 보태준다면, 어쩌면 그날이 더 빨리 올 수도 있지 않겠소이까?”
“호오? 자네를 한편으로 지명하면 이번 축제에서 우승할 수 있을 거라는 뜻인가? 자신감이 대단하군.”
“한번 이 몸의 실력을 시험해 달라는 뜻이었소.”
“흐음, 글쎄…….”
나폴레옹은 확답대신 잠시 오자서의 위아래를 훑어본다.
“종족이 무엇인가?”
“괴물이오.”
“종족은 합격이군.”
나폴레옹은 눈웃음을 지었다.
그는 이번에는 이신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대가 이 사내에 대해 이야기해 보아라. 어떤 인물인지 네 평을 듣고 싶군.”
그 말에 이신은 곰곰이 생각하다가 입을 열었다.
“손자병법 쓴 사람과 동시대 사람입니다.”
“오, 손자와?”
손자병법이라는 말에 나폴레옹이 반색했다.
오자서는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손무 장군과는 같은 나라에서 함께 활약했소.”
“오, 그렇군. 손자병법이라면 마계에 와서 동양의 병서에 관심이 생겨서 읽어보았지. 인간사의 핵심을 찌르는 멋진 병서였어.”
나폴레옹의 말에 이신은 흠칫했다.
사실 나폴레옹이 살아생전에 손자병법을 읽었다는 상식 때문에 해본 말이었다.
그런데 지금의 말을 들어보면 나폴레옹은 생전에는 손자병법을 읽지 않은 듯했다.
그도 그럴 것이, 사실 나폴레옹이 손자병법을 읽었다는 뚜렷한 증거 같은 건 없었다.
오히려 나폴레옹은 청년 장교 시절 기베르 장군의 명저(名著) ‘전술학개론’을 공부했다.
이 전술학개론은 세세한 군사 실무보다는 전쟁의 핵심적이고 정치적인 사안을 담고 있었는데, 이 내용이 손자병법과 일맥상통한 부분이 많았다.
“어쨌든 동양에서 그의 이름과 활약을 모르는 사람은 없고, 제가 직접 겪어본 바로도 시류와 사람을 보는 안목이 정확하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다만…….”
“다만?”
“가장 중요한 서열전 실력은 사실 저도 본 적이 없어 평할 길이 없습니다.”
“흐음, 그렇다 이거지?”
나폴레옹은 슬슬 오자서에게 흥미로운 눈길을 보내기 시작했다.
사실 살아생전이나 죽어서나, 나폴레옹에게 자기 능력을 어필하려는 사람은 얼마나 많았겠는가?
그걸 일일이 관심 줘봐야 피곤해질 뿐이었다.
하지만 오자서의 경우는 제법 상승세인 계약자였고, 이신의 평도 있으니 흥미를 갖게 된 것이다.
“내게 기회를 주시오. 나 역시 실력을 입증하지 않고 말만으로 마음을 얻을 생각은 없었소.”
“좋지. 적어도 말만 앞서는 사내는 아닌 것 같군. 하기야, 이곳에서 악마군주의 계약자 중에 그런 소인배는 본 적 없지만 말이야.”
그렇게 오자서의 실력 테스트가 성사되었다.
나폴레옹은 한 가지 색다른 제안을 했다.
“일대일로 모의전을 해봐도 되지만, 그건 이번 취지에는 불충분하다고 생각되는군. 내 생각인데, 2 대 2는 어떤가?”
“2 대 2?”
이신이 물었다.
나폴레옹이 말했다.
“자네의 심복인 질 드 레가 있지 않나. 나와 오운이 한편이 되고 자네와 질 드 레가 편이 되어서 겨뤄보잔 말일세.”
그 말에 오자서의 눈빛에 이채가 띠었다.
나폴레옹과 오자서가 한편.
그것은 오자서가 얼마나 지시를 잘 이행하는지 보겠다는 나폴레옹의 심중이었다.
만약 오자서의 자의식이 강해서 지시보다 자기 판단을 더 중시 여긴다면, 아무리 실력이 좋아도 나폴레옹은 그를 내칠 가능성이 높았다.
팀플레이란 그런 것이었다.
‘불리하긴 하겠지만 재미있겠군.’
질 드 레는 계약자가 아니었다. 따라서 악마로서의 능력도 펼칠 수 없고 사도도 없다.
대신 오랫동안 이신의 모의전 상대가 되어주면서 서로에 대해 잘 안다.
그만큼 호흡이 잘 맞으며, 질 드 레는 충성심이 있으므로 이신의 지시를 신뢰하고 칼같이 따른다.
나폴레옹과 오자서의 실력이 궁금했던 이신으로서는 좋은 기회였다.
* * *
모의전에서의 팀플레이는 처음이었다.
그래서 어떤 방식으로 될지 알 수 없었는데, 다행히 막상 시작하자 쉽게 적응할 수 있었다.
제4전장 엔터홀.
스타팅 포인트는 4군데이며, 마력석이 분포된 지역이 많아 마력석 채집장을 많이 건설할 수 있는 게 특징이었다.
시작 위치는 다음과 같았다.
11시, 이신.
1시, 나폴레옹.
5시, 질 드 레.
7시, 오자서.
피차 아군이 가장 먼 대각선 위치에 있는 구도였다.
모의전이 시작되자 이신은 자신의 진영뿐만 아니라, 질 드 레의 진영까지 모두 볼 수 있었다.
아군끼리는 서로 시야가 공유되는 모양이었다.
‘다행히 크게 복잡하지는 않군.’
이신은 즉각 방향성을 잡고 질 드 레에게 오더를 내렸다.
‘헬하운드를 모으고 적 동향을 놓치지 말고 파악해.’
질 드 레는 헬하운드를 초반부터 많이 소환해서 병력을 운용했다.
여기저기 공격 모션을 취하며 압박하는 한편, 적 병력의 동향 파악에 힘썼다.
질 드 레가 이리저리 바쁘게 다니며 적을 압박하는 동안, 이신은 테크 트리를 올리면서 앞마당에 마력석 채집장 구축을 시도했다.
앞마당 앞에는 화살탑을 지어서 방어를 구축했지만, 상대측의 두 사람이 공격을 들어온다면 위태로워지는 상태였다.
하지만 아까부터 헬하운드만 집중적으로 소환한 질 드 레가 커버를 쳐주고 있었기 때문에 이런 과감한 선택을 할 수 있었다.
이신의 전략은 기본적으로 질 드 레를 희생시켜서 자신이 발전해 중후반에 힘을 발휘하겠다는 플랜이었다.
이신이 생각하는 팀플레이에서의 마물의 역할은 바로 이런 것이었다.
후반에 갈수록 약하지만 초반에는 헬하운드를 많이 소환할 수 있어 강하고 빠른 마물.
반면 휴먼은 시간이 흘러야 비로소 강해지는 타입이니 두 종족의 이상적인 조합은 이런 형태였다.
그런데 나폴레옹과 오자서의 이상 동향이 질 드 레의 정찰을 통해 포착되었다.
‘두 사람이 병력을 움직였습니다. 주군을 노리는 걸까요?’
질 드 레가 물어왔다.
이신은 미소를 지었다.
‘아니, 당연히 널 노리는 거다.’
질 드 레는 병력은 많으나 방어는 없다.
이신은 병력은 적으나 방어가 잘 구축되어 있다.
이신을 치면 질 드 레가 돕지만, 질 드 레를 쳐도 이신은 도와줄 병력이 많지 않았다.
나폴레옹이 타당한 선택을 한 것이다.
‘촉수탑 2개 짓고 헬하운드를 더 소환해.’
‘그것만으로는 부족할 것 같습니다만?’
‘내가 지원한다.’
‘알겠습니다.’
이윽고 양측의 전투가 초읽기에 이르렀다.
나폴레옹은 훌륭하게 갖춰진 군대를 출진시켰다.
석궁병, 장창병, 방패병이 완벽하게 조합된 병영 병력이었다.
‘병력 모으는 데 집중했군.’
그 모습을 보고 이신은 대충 판단이 섰다.
나폴레옹은 싸움을 길게 끌고 갈 생각이 없어 보였다.
때문에 테크 트리에 집중한 이신과 달리 병력을 모으는 데 마력을 투자한 것이다.
오자서 또한 헬하운드를 대거 끌고 나와서 호응했다.
그들이 향하는 방향은 5시. 목표는 예상대로 질 드 레였다.
부지런하게 움직이며 이신의 수족이 되어주는 질 드 레부터 먼저 끝내고 2 대 1의 우위를 형성하겠다는 의도였다.
함께 공격을 가는 와중에도 오자서는 한 가지 계책을 썼다.
일부 헬하운드를 이신의 진영 인근에 매복시킨 것!
만약 이신이 질 드 레를 돕기 위해 군대를 내보냈을 시, 재빨리 덮쳐서 잡아먹거나 빈집털이를 하겠다는 계산이었다.
오자서다운 센스였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이신은 그 같은 경우를 수백 번도 더 겪어본 사람이었다.
얼마 안 되는 귀중한 병력을 내보냈다가는 도리어 자신이 위험해진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나폴레옹 정도 되면 질 드 레를 칠 듯하다가도 단숨에 목표를 바꿔 내 쪽으로 치고 올라올 수도 있는 자다. 방심하면 안 돼.’
결국 나폴레옹과 오자서의 연합군을 질 드 레 혼자서 맞이하게 된 형국이었다.
‘저 혼자서는 역부족일 것 같습니다.’
질 드 레가 다시 한 번 도움을 요청했다.
이신이 말했다.
‘도우러 가고 있다. 화염진을 짓고 최대한 농성해.’
‘알겠습니다.’
대답은 했지만 질 드 레는 의아해할 수밖에 없었다.
돕겠다고 말만 할 뿐, 이신이 질 드 레를 돕기 위해 병력을 파견하는 움직임은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나폴레옹과 오자서의 연합군이 질 드 레의 앞마당에 당도했다.
질 드 레는 다수의 헬하운드를 보유했지만 연합군을 상대하기란 수적으로도 조합으로도 무리였다.
그나마 다수 지어놓은 마물 종족의 방어 시설 화염진이 화염을 뿜으며 방어를 돕고 있었다.
질 드 레는 화염진을 끼고 싸우며 최대한 버티고자 했다.
“쳐라!”
“한 방에 끝내버려!”
“키에엑!”
뚫을 수 있다고 판단한 연합군은 망설임 없이 달려들었다.
그런데 바로 그때였다
파앗!
[계약자 이신의 사도 하급 악마 콜럼버스가 능력 블링크를 사용합니다.] [10미터 범위 내에서 순간이동을 합니다.]블링크로 벽을 건너뛰며 콜럼버스가 나타났다.
[사도 콜럼버스의 능력 빙의를 사용합니다.] [계약자 이신 님께서 사도 콜럼버스의 육체에 빙의됩니다.]빙의를 사용해 이신이 콜럼버스의 몸에 깃들고,
[계약자 이신 님께서 고유 능력을 사용합니다. 1초에 5마력씩 소모됩니다.] [주변의 모든 아군의 체력이 회복됩니다.]이신은 치유 능력을 펼쳐서 전투를 치르는 헬하운드들을 회복시켰다.
중급 악마가 되면서 범위 치유로 바뀐 이신의 능력은 다수의 헬하운드를 한꺼번에 치유했다.
점차적인 치유 효과의 작용으로, 질 드 레의 헬하운드들이 연합군을 상대로 생각보다 잘 버텼다.
화염진을 끼고 싸우면서 꽤나 잘 버틴 탓에 오히려 연합군의 피해가 커졌다.
결국 연합군은 전투를 중단하고 뒤로 물러섰다.
‘막았습니다!’
거의 죽다 살아난 질 드 레가 환호했다.
‘이제 우리가 유리하군.’
나폴레옹도 오자서도 지금 승부를 내려고 힘을 주고 있었다.
그런데 성과를 못 거두고 병력 피해를 입었으니 명백히 이신 측의 우세였다.
이쪽은 질 드 레가 거의 모든 병력을 소진했으나, 테크 트리를 올리며 발전에 투자한 이신이 서서히 힘을 발휘하는 시점에 접어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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