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the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347
347화 연회(3)
이에 나폴레옹과 알렉산드로스가 걸어 나간다.
바야투르도 술잔을 내려놓고 걸어 나갔다.
그리고 연회장의 반대편에서 또 한 명의 인물이 중앙으로 걸어 나왔다.
‘누구지?’
팀의 리더 역할을 맡고 있는 또 한 명의 계약자를 보게 되자 이신은 관심이 생겼다.
평범하게 생긴 백인 사내였다.
큰 키에 짧은 머리스타일을 보니 비교적 근래의 인물로 보였다.
그런데 얼굴을 본 순간, 이신은 묘하게 낯설지 않다는 기분이 들었다.
잘 알려진 얼굴도 아니었다.
하지만 어디선가 책을 읽다가 저런 얼굴을 사진으로 본 것 같았다.
‘초상화가 아니라 사진이었다. 역시 근현대쪽 인물 같은데.’
그런데 그때였다.
문득 그 사내도 시선을 이신 쪽으로 옮기다가 눈이 마주쳤다.
사내는 가볍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 밝은 인상을 가진 유쾌한 사내였다.
그 미소를 본 순간 이신은 기억 속에서 뭔가가 떠오르려 하는 것을 느꼈다.
정답은 옆에 있던 오자서가 알려주었다.
“발터 모델일세.”
“아!”
비로소 완전히 기억이 떠오르자 이신은 저도 모르게 감탄했다.
활약만큼 대중에 잘 알려진 인물이 아니라서 기억해내기가 쉽지 않았다.
“오토 모리츠 발터 모델이었던가? 이름은 당연히 알고 있지만, 그가 살아생전에 어떤 인물이었는지는 모르겠더군. 자네는 아나?”
오자서의 질문에 이신은 고개를 끄덕였다.
“방어전의 귀재였습니다.”
“원숭환 같은?”
“글쎄요. 불리한 상황에서 무너지려는 방어선을 재건해낸 활약상을 펼쳤었죠.”
발터 모델은 2차 세계 대전 당시의 독일 육군 원수였다.
별명은 총통의 소방수.
위기가 닥칠 때마다 히틀러가 일을 맡긴 지휘관이었기 때문이었다.
일반 병사로 시작해 원수까지 오른 입지전적인 군인으로, 지휘관으로서의 그의 평가는 방어전의 마스터(Meister der Defensive).
“하지만 방어에 능하다는 평가는 이미 아군이 수세에 몰린 상황에서 활약했기 때문입니다. 최상의 순간에는 공세로 전환하여서 적극적으로 포위섬멸전을 펼쳤습니다.”
“대단한 지휘관 같군.”
“저 서열에 있는 계약자들 중 대단하지 않은 사람은 없겠지요.”
“하하, 그도 그런가. 하긴, 계약자로서의 그의 이력을 봐도 대단하다는 걸 알 수 있지.”
발터 모델은 서열 12위의 악마군주 할파스의 계약자였다.
악마군주 할파스는 본래 38위였는데, 발터 모델을 계약자로 얻고서 12위까지 올라갔다고 한다.
상위 서열권의 경쟁이었음을 감안하면 굉장한 활약이었다.
파아아앗!
4팀을 대표하는 계약자 넷이 모이자, 연회장의 정중앙에 무언가가 나타났다.
그것은 안이 보이지 않는 바구니였다.
한마디로 4강전은 3판 2선승제, 결승전은 5판 3선승제의 다전제 대결이라는 뜻이었다.
“알렉산드로스 측은 피하고 싶지 않나?”
“예.”
오자서의 의견에 이신도 동의하는 바였다.
바야투르나 발터 모델이나 대단하기는 마찬가지지만, 알렉산드로스처럼 팀원의 조합이 강렬한 시너지를 발휘하는 팀은 없었다.
알렉산드로스가 먼저 바구니에 손을 넣어 쪽지를 집었다.
그러자 안내음이 들렸다.
[악마군주 바알님의 계약자 알렉산드로스님께서 3을 뽑으셨습니다.]“4를 피하기를 빌어야 하나?”
유쾌하게 웃은 나폴레옹이 뒤를 이어 바구니에서 쪽지를 뽑았다.
[악마군주 아가레스님의 계약자 나폴레옹 보나파르트님께서 1을 뽑으셨습니다.]“하핫, 역시 난 운이 좋단 말이야.”
껄껄 웃는 나폴레옹.
“흥, 몰락해서 섬에 유배당했던 녀석이 운 타령은.”
비아냥거리는 알렉산드로스.
나폴레옹은 지지 않고 어깨를 으쓱하며 맞받아쳤다.
“난 적어도 병사들이 파업하는 일은 겪지 않았다네. 병사들이 다들 날 좋아했거든.”
알렉산드로스는 코웃음을 쳤다.
“그래서 그렇게 배신을 당했나?”
“은혜를 모르는 녀석들이 어디 한둘이어야지. 자네 팀에도 한 명 있지?”
조아생 뮈라는 식은땀을 흘리며 딴청을 부려야 했다.
“고약하구만. 그래도 2를 뽑는 게 좀 더 나을 것 같아.”
바야투르가 그렇게 말하며 쪽지를 뽑았다. 알렉산드로스 측보다는 나폴레옹 측이 더 쉬운 상대로 보였던 모양이었다.
하지만 그는 이내 오만상을 찌푸려야 했다.
[악마군주 바르바토스님의 계약자 바야투르님께서 4를 뽑으셨습니다.]“제기랄!”
분통을 터뜨리는 바야투르.
발터 모델은 나직이 미소 지으면서 바구니에서 하나밖에 남지 않은 2번 쪽지를 가져갔다.
“그대가 우리의 상대가 되었군.”
“영광입니다.”
나폴레옹은 발터 모델과 악수를 했다.
하지만 오자서와 이신에게로 돌아온 나폴레옹은 나직이 혀를 차고 있었다.
“이거 싫은 상대가 걸린 것 같군.”
“알렉산드로스보다는 괜찮은 상대 아니오?”
오자서가 물었다.
“알렉산드로스의 팀도 무섭긴 하지만, 난 발터 모델 쪽이 더 꺼렸네.”
“그 연유가 무엇이오?”
“그 팀은 종족 구성이 벽창호 같지. 셋 다 드워프거든.”
“허……!”
“……!”
오자서와 이신은 모두 놀랐다.
‘3드워프라고?’
알렉산드로스와는 또 다른 의미로 극단적이었다.
드워프는 기동성이 낮기 때문에 결코 공격적인 종족이 아니었다.
가장 먼저 소환할 수 있는 드워프 총수는 강력하긴 하지만 다리가 짧아서 기본적으로 걸음이 느렸다.
대포도 마찬가지다.
대포의 이동성이 좋다는 것은 어디까지나 조립·분해의 과정을 거쳐야 하는 투석기와 비교했을 때였다.
분해·조립 과정을 빼면 이동속도 자체는 대포가 더 느렸다.
이신이 열기구에 마법사를 태우고 나타났을 때, 원숭환이 대포들을 피신시키지 못한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드워프가 동원할 수 있는 비행 전력도 있다.
폭격기가 그것인데, 이 폭격기 역시 화력은 막강하나 이동속도가 매우 느렸다.
하지만 방어에 전념했을 때, 드워프의 진정한 장점이 발휘된다.
자리를 굳건히 지키며 막강한 화력으로 적을 학살!
드워프의 방어력은 휴먼을 능가했다.
한 번 유리한 고지에 자리를 잡고 있으면, 몇 배가 넘는 병력을 들이부어도 패배할 수 있었다.
“그런 드워프가 셋이라…….”
오자서는 헛웃음을 지었다.
“이거 전장의 마력을 전부 캔 뒤에도 싸움이 끝나지 않을 수도 있겠소.”
“그렇게 싸움이 길어지면 절대로 우리에게 유리한 상황이 아닐 걸세.”
“저들의 지금까지의 전적이 4승 1패라 했소. 분명히 약점이 있기 때문에 1패를 한 게 아니겠소?”
그러자 대화에 이신도 끼어들었다.
“약점은 서로 동떨어진 위치에서 시작하게 되었을 때입니다.”
“그렇겠지. 이동속도가 좋지 않으니, 거리가 멀면 아군을 신속하게 지원해줄 수 없을 거야.”
전략을 논하게 되자 세 사람의 대화는 점점 열기가 뜨거워졌다.
결국 나폴레옹이 제안을 했다.
“여기서 이러지 말고 연회가 끝나면 내 궁전에서 회의를 하도록 하지.”
* * *
연회 후, 나폴레옹의 궁전에서 열린 세 사람의 회의에는 뜻밖에도 한 사람이 더 초대되었다.
“반갑네.”
큰 키를 가진 낯익은 인물이 이신에게 인사한다.
“역시나 자네는 내 생각대로 신이 내린 천재였네. 잠시나마 자네와 일전을 겨뤘다는 것을 영광으로 생각하네.”
바로 그리고리 라스푸틴이었다.
악마군주 안드라스의 계약자인 그가 나폴레옹의 초대를 받고 온 것이다.
“자네가 여기는 웬일인가?”
오자서가 물었다.
“발터 모델의 팀과 싸웠던 경험을 들려주면 1만 마력을 선물로 준다고 하기에 기꺼이 달려왔소.”
그리고리 라스푸틴도 축제에 참가했었던 모양이었다.
이신에게 패했을 때 서열이 60위 정도였기 때문에 축제에 참가하느라 쓴 마력 5만이 상당한 피해였으리라.
그렇게 절박했으니 나폴레옹이 1만 마력을 주겠다고 하자 냉큼 달려온 모양이었다.
“상대의 공격을 예측할 수 있는 당신의 능력이라면 팀에 큰 도움이 됐을 텐데, 어째서 졌습니까?”
“내 능력에는 분명한 단점이 있지. 첫째는 바로 자네처럼 쉴 새 없이 공격을 퍼부어서 예견이 무의미해질 정도의 난전이 되는 경우지.”
“발터 모델이 저와 같은 수법을 썼다고 생각되진 않습니다.”
“그는 내 두 번째 약점을 공략했네.”
“그게 뭔가?”
오자서도 깊은 관심을 보였다.
말을 하려던 라스푸틴은 이내 어깨를 으쓱하며 나폴레옹을 바라보았다.
“제 약점을 상세히 설명해야 하는 이 상황은 껄끄럽군요.”
“어떤 약점인지 짐작은 가지만, 뭐 1만 마력을 추가로 선물하겠네.”
“감사합니다.”
정중하게 예를 표한 라스푸틴은 뻔뻔하게 설명을 이어나갔다.
“그들은 공격을 하지 않았습니다.”
뜻을 알 수 없는 말로 관심을 끄는 특유의 화법을 구사하는 라스푸틴. 이런 말투 하나하나에서 요승(妖僧)이라 불렸던 전적을 떠올리게 했다.
라스푸틴의 설명이 이어졌다.
“공격을 하지 않고도 이미 이겨 있는 상황을 만들었습니다. 의도를 알아차렸을 땐 이미 돌이킬 수가 없었지요.”
이신은 그 말뜻을 알아차렸다.
“전선을 끌어 올려서 한 순간에 전장의 중앙 지역을 장악했겠군요.”
“과연 신이 내린 재능을 가지신 젊은이로군.”
라스푸틴이 격찬을 했다.
드워프는 이동속도가 느리지만 한 번 자리를 잡으면 매우 강력한 방어력을 지닌다.
이를 활용하여 적의 이목을 피해 긴밀히 병력을 전진시켜서 주요 고지를 선점하는 방식은 전략의 기본이나 다름없었다.
“주력 병과가 무엇이던가?”
오자서가 물었다.
라스푸틴이 답했다.
“대포와 폭격기였습니다.”
“으음, 역시!”
오자서가 침음했다.
지상의 대포와 공중의 폭격기.
엄청난 화력의 조합이었다.
대포와 폭격기로 중무장한 적이 천천히 전진하며 압박을 해오면 대책이 잘 서지 않는다.
“방어적으로 장기전을 택하면서, 셋 중 한 사람은 폭격기를 준비했군.”
“예, 폭격기는 프랜시스 드레이크가 맡았지요. 당대 최고의 해적다운 솜씨로 매복과 기습을 일삼더군요.”
“이신 그대가 선보였던 마법사를 열기구에 태워 활용하는 전법도 위험하겠는데?”
나폴레옹의 물음에 이신은 고개를 끄덕였다.
“폭격기가 있다면 열기구를 쓰기가 곤란합니다.”
방어의 사자라 불렸던 발터 모델이다.
전투기가 활용되었던 2차 세계대전을 경험한 발터 모델이라면, 지상뿐만 아니라 공중도 지켜야 할 영역으로 계산에 두고 움직일 터.
폭격기가 적절한 위치에 배치되어서 열기구의 동선을 차단한다면, 열기구를 전략적 카드로 선택했던 이신의 운신 폭이 크게 줄어들게 된다.
“기동성은 우리가 우위에 있으니, 위치를 봐서 홀로 고립된 적이 보이면 즉시 쳐서 빠른 각개격파를 꾀하는 초반의 승부가 좋을 것 같소.”
“옳은 말이네.”
오자서의 의견에 나폴레옹도 동의했다.
“하지만 저들의 위치가 안 좋게 걸리기만을 바랄 수는 없지. 근본적인 전략이 필요한데…….”
그러자 이신이 말했다.
“제게 생각나는 전략이 하나 있긴 합니다.”
모두의 시선이 이신에게로 모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