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the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348
348화 새로운 사도(1)
이신이 말했다.
“공군(空軍)은 최단 경로로 빠르게 이동해 적의 허점을 타격하는 데 의미가 있습니다.”
“그렇지.”
나폴레옹이 고개를 끄덕였다.
전투기가 없었던 시대에 살았지만 공군의 개념 정도는 마계에서 충분히 공부해 알고 있었다.
“하지만 드워프의 폭격기는 이동 속도가 느려서 그런 용도로 활용할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상대측이 폭격기를 주력으로 쓰는 이유는, 공군이 아닌 지상군의 확장된 개념으로 여긴다는 뜻입니다.”
한마디로 폭격기를 지상군처럼 쓴다는 뜻이었다.
폭격기가 이동 속도가 느리긴 하나, 대포처럼 느리지는 않다.
또한 좁은 길목이나 언덕, 강 등의 지형적인 제한에 구애받지 않고 움직인다는 비행체의 장점을 그대로 갖고 있었다.
또한 폭격기의 공격력은 상당히 우수한 편.
대포의 장거리 포격과 이를 호위하는 폭격기의 조합은 상당히 우수한 드워프의 장기전 전력인 셈이다.
“그건 맞소. 대포와 폭격기를 함께 사용하면 좁은 길목에서도 대군을 운용할 수 있지.”
오자서가 계속 말했다.
“제 13 전장은 특히나 강이 많소. 강 건너에서 대포가 포격을 하고 폭격기가 강 위를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동조하면 우리로서는 곤란할 거요.”
“언덕이 가로막고 있다면 우리가 유리할 텐데 말이야.”
나폴레옹이 안타깝게 중얼거렸다.
사거리는 비슷하지만 투석기는 포물선을 그리기 때문에 장애물이 가로막고 있어도 상관없다.
하지만 대포는 곡사포가 아닌 탓에 그러지 못한다.
그래서 드워프를 상대할 때는 건물을 바리케이드처럼 방어선 앞에 지어서 포격을 막는 용도로 쓰는 것이 좋았다.
“그래서, 그대가 생각하는 좋은 전략이란 게 뭐냐?”
나폴레옹이 물었다.
이신은 입을 열려다가 문득 이 자리에 함께 있는 라스푸틴을 보았다.
“그쪽은 이제 그만 떠나줬으면 좋겠습니다.”
전략을 설명하는 자리이니 한편이 아닌 라스푸틴은 돌려보내려는 것이었다.
“그대의 재기 넘치는 대응 전략이 무엇인지 꼭 들어보고 싶었는데 안타깝군.”
라스푸틴은 무척 안타까워했다.
“그럼 이 몸은 이만…….”
파아앗!
정중하게 작별을 고한 라스푸틴은 그 자리에서 연기가 되어 흩어져 버렸다.
이신은 비로소 입을 열었다.
“우리가 제대로 된 공군을 쓰면 됩니다.”
“그리핀을 쓰자는 것이군?”
나폴레옹의 질문에 이신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핀에 석궁병을 태워서 쓰는 것이 휴먼의 비행 전력이었다.
결국 공격을 하는 건 그리핀에 타고 있는 2인의 석궁병이니 화력에서 폭격기보다 약세인 건 당연했다.
“화력에서 밀리는 대신 기동성은 압도적인 우위에 있습니다. 폭격기를 피해 전 전장을 누비며 지속적으로 타격을 가하면 피해를 누적시킴은 물론 적의 진격을 지연시킬 수도 있습니다.”
견제의 달인인 이신다운 발상이었다.
오자서가 고개를 저었다.
“적의 방비가 좋으면 큰 성과를 거두기 어렵고, 그렇게 지속적으로 피해를 입힌다 해도 결국 결정적인 한 번의 회전에서 밀리면 패배일세.”
이는 차이가 이신을 이기는 방법이었다.
이신의 치열한 견제를 막아내며 피해를 최소화하고, 그 대미지를 극복하며 대군을 일으켜 결정적인 한타 싸움에서 승리한다.
소나기처럼 퍼붓는 잽을 맞아가며 접근해 강력한 훅 한 방을 꽂아 넣는 것.
거기에는 누적된 피해를 능가하는 자원 우위가 바탕이 되어야 하는데, 즉각적으로 그런 개념을 떠올려 반박하는 것은 오자서다운 통찰이라 할 수 있었다.
“적의 대포와 우리의 투석기가 서로 대치하며 고착 상태에 이르렀을 때, 그 전선을 돌파하는 적의 수단이 바로 폭격기가 될 테지. 결국 폭격기를 막지 못하면 장기전에서 이기기가 힘들다는 거야.”
나폴레옹이 계속 말했다.
“장기전에서 불리하다는 것은 초반과 중반에서도 불리하게 작용되지. 이 이유를 아나?”
마치 시험 문제를 내듯이 이신에게 질문을 던진 나폴레옹.
하지만 이신은 당황하는 기색 없이 단번에 대답했다.
“무언가 시도하지 않으면 안 되는 쪽이 우리라는 점입니다. 휴먼이나 드워프나 방어에 용이한 종족이니, 먼저 공격을 해야 하는 쪽이 불리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것은 스페이스 크래프트에서 인류가 마물보다 우위에 있을 수밖에 없는 근본적인 이유이기도 했다.
나폴레옹은 가볍게 손뼉을 쳤다.
“잘 아는군. 그럼 이신 그대가 제시한 전략에서 가장 중요한 선결과제가 무엇인지는 알겠지?”
“그리핀 부대로 폭격기를 물리치고 제공권을 장악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지요.”
“내 생각엔 그게 어려울 것 같은데 그대 생각은 어떠냐?”
“가능합니다.”
오자서와 나폴레옹은 단언하는 이신을 흥미롭게 바라보았다.
이신은 문득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는 큰 보폭으로 한 발 내딛었다.
“대략 이 정도입니다.”
두 사람은 이신이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몰라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게 무슨 뜻인지 모르겠습니까?”
이신은 장난스럽게 나폴레옹에게 질문을 던졌다.
이번에는 그가 나폴레옹에게 시험 문제를 던져준 것이다.
나폴레옹은 눈살을 찌푸리며 고민했다.
이내 대답했다.
“사거리?”
이신은 미소를 지었다.
“맞습니다. 석궁병의 사정거리는 폭격기보다 대략 이 정도 더 길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공격력은 압도적인 열세일세. 고작 그 정도의 우위만 가지고 폭격기를 꺾고 제공권을 장악할 수 있다는 겐가?”
오자서가 우려스럽다는 듯이 물었다.
“전쟁에서 기동성이 중요한 이유가 무엇입니까?”
이신의 질문에 나폴레옹이 어깨를 으쓱하며 답했다.
“원하는 곳에서 싸울 수 있고, 그때그때 상황에 맞춰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지.”
“그리고 성동격서나 각개격파에 용이하지.”
오자서도 거들었다.
이신은 고개를 끄덕였다.
“전부 옳은 말씀이십니다.”
그리고 이어서 말했다.
“저도 그렇게 이길 겁니다.”
“아……!”
나폴레옹이 나직이 감탄했다.
이신이 보여주었던 마술 같은 기이한 용병술의 요체(要諦)를 들은 것 같았다.
언젠가 부하 장군들이 나폴레옹에게 이렇게 말한 바 있었다.
“폐하께서는 언제나 적은 병력으로 다수의 적을 이기셨습니다.”
이에 나폴레옹은 고개를 저었다.
“난 언제나 다수의 병력으로 소수의 적을 이겼다.”
이는 나폴레옹의 지휘관으로서의 천재성을 알려주는 일화였다.
이신의 컨트롤도 바로 그러했다.
스케일만 더 축소되었을 뿐, 기본 개념은 동일했다.
유리한 진형을 짜서 언제나 다수의 아군이 소수의 적과 싸우는 형태를 만든다.
이신은 그러한 컨트롤로서 상대측의 폭격기 부대를 그리핀 부대로 격파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그리핀을 일찍 소환해 활약하면서 적의 폭격기가 일정 숫자 이상 모이지 않도록 견제하겠습니다. 그렇게 제공권을 쥐고 있으면 승부의 결정적인 카드 또한 쓸 수 있게 됩니다.”
“그게 뭐지?”
“열기구에 마법사를 태워서 활용하기가 용이해집니다.”
“제공권을 장악한 뒤에 열기구와 마법사를 활용해서 결정적인 승기를 가져온다? 괜찮은 수순이군.”
오자서가 감탄을 하며 이신의 제안에 찬동했다.
나폴레옹도 고개를 끄덕였다.
“합리적이군. 제공권 장악 단계만 이루어진다면 확실하게 승기를 가져올 수 있겠어.”
대포를 앞세운 드워프의 막강한 화력에 대하여, 마법사가 효과적인 카운터가 될 수 있다는 것은 이신이 증명한 바 있었다.
원숭환과의 싸움에서 펼쳐졌던 그 놀라운 불바다 말이다.
* * *
결국 발터 모델 팀과의 일전에서 뽑아들 핵심 카드로는 그리핀이 선정되었다.
지상군은 나폴레옹과 오자서가 맡고, 공중은 이신이 맡기로 했다.
‘역시 궁병 중에 사도가 있어야겠어.’
휴먼에게 궁병은 쓰임새가 너무 많았다.
초반은 당연지사.
중반에도 화살탑에 집어넣어서 방어에 활용하거나, 그리핀에 태워서 비행 유닛이 된다.
그렇다 보니 다섯 사도 중 궁병이 없는 게 언제나 아쉬운 상황이 되는 것이다.
‘기사 중에 사도가 둘이나 있으니 이 중에서 빼야겠는데. 역시 질 드 레밖에 없나?’
사도는 5인까지가 한계이므로, 새로운 사도를 받으려면 기존의 사도 중에서 한 사람을 빼야 했다.
그리고 이신은 질 드 레를 생각했다.
[질 드 레(휴먼, 기사)무기: 롱 소드(공격속도 +5%)
방어구: 칠흑갑주(방어력 +5%, 이동속도 +2%)
능력: 지휘(아군이 닿는 모든 시야를 볼 수 있고, 아군 병력을 최대 20명까지 휘하에 넣어 통제할 수 있습니다.)]
그동안 이신에게 없어서는 안 되는 사도로 활약해온 질 드 레였다.
서열전을 펼칠 때, 이신을 대신하여서 현장지휘관이 되어서 전투를 지휘하는 질 드 레가 있었기에 승리할 수 있었던 대결이 상당했다.
하지만 72악마군주의 축제 동안 질 드 레가 제대로 활용된 적은 드물었다.
왜냐하면 이신이 컨트롤 기법을 발견해내면서, 현장 지휘관으로서의 질 드 레의 가치가 소용없게 된 것.
마상전투에서의 용맹도 훌륭하긴 하지만 그 부분은 서영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어디까지나 병력을 잘 통솔하는 지휘관으로서의 능력이 돋보였던 질 드 레의 장점이 이제는 불필요하게 되었다.
물론 그렇다고 질 드 레가 쓸모없다는 것은 결코 아니었다.
여전히 질 드 레는 이신의 훌륭한 모의전 상대였다.
함께 전략을 토의하는 참모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러한 일들은 굳이 사도가 아니어도 할 수 있지.’
사도에서 제외된다 해도, 질 드 레가 이신 권속의 악마임은 여전했다.
질 드 레를 사도에서 빼고 그 자리에 병과가 궁병인 사도를 추가한다면 훨씬 더 좋은 효과를 낼 수 있으리라.
질 드 레를 대체할 사도 후보로 먼저 떠오른 인물은 로빈 후드.
그러나 이신은 고개를 휘휘 내저었다.
‘로빈 후드는 역시 사도감이 아니다.’
정확히는 전설 속의 인물인 로빈 후드를 자칭하며 셔우드 숲에서 도적질을 한 인물.
활솜씨가 제법이고 대범한 면모가 있긴 하지만 사도로 뽑아야 할 정도로 탁월한 수준은 아니었다.
‘보다 이름난 명궁이 없을까?’
역사 속에 등장한 명궁은 참 많았다.
명나라 명장 설인귀.
고려의 개국 공신 신숭겸.
백발백중(百發百中) 고사의 주인공인 양유기.
그 유명한 삼국지의 주인공 여포.
조선 태조 이성계 등.
하지만 중요한 건 살아생전에 큰 죄를 지어서, 현재 지옥에서 형벌을 받고 있는 인물이어야 한다는 점이었다.
그런 점까지 감안하면 쉽사리 떠오르는 인물이 없었다.
‘하는 수 없군.’
가장 간단한 방법을 쓰기로 했다.
모의전에서 궁병을 계속 소환한다.
그리고 활솜씨를 테스트해서 뛰어난 인물을 선별하는 작업이 필요할 듯했다.
결심을 굳힌 이신은 일단 질 드 레를 불러서 대화를 나눴다.
질 드 레는 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주군을 위해 전장에서 싸울 수 없다는 것은 아쉽습니다만, 주군의 결정이 지당해보입니다.”
“너무 섭섭하게 생각하지 말도록. 내 권속 중 가장 중요한 사람은 여전히 너다.”
이신은 성격상 보기 드물게 위로를 해주었다.
질 드 레는 이신에게 의미가 매우 컸기 때문이었다.
“물론입니다. 저는 저만이 할 수 있는 방식으로 주군을 계속 보필하겠습니다.”
질 드 레도 찬성했으니, 이제 새로운 사도를 찾는 일만 남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