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the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357
357화 알렉산드로스(1)
“악마군주 바알의 계약자 알렉산드로스도 역시 강력했네요.”
그레모리가 말했다.
그녀가 가져온 소식에 의하면, 알렉산드로스 팀 또한 바야투르 팀을 격파했다고 한다.
놀랍게도 2대 0의 압승!
“싸움의 내용은 어땠는지 알고 싶습니다.”
“듣기로는 조금의 변수도 없었다고 하네요.”
“변수도 없었다?”
그 말을 듣고서 이신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프로게이머로서 수없이 승부를 치러본 이신은 그게 무슨 뜻인지 잘 알았다.
그건 완벽한 압살(壓殺)이었다.
상대가 어떤 전략을 쓸지를 알면서도 속수무책으로 당했다는 뜻이었다.
프로의 세계에서도 그런 경우가 간혹 출현했다.
e스포츠의 전대 레전드 최환열은 현란한 컨트롤로 난전을 펼쳐 당대의 괴물 플레이어들을 모조리 무릎 꿇렸다.
그리고 이신.
자신 또한 전설 같은 2기갑 빌드로 신화를 썼다.
기갑 정거장 2채를 먼저 짓는 빌드 오더로 시작.
고속전차를 일찍 생산해 공격적인 견제 플레이를 펼친다.
그 공식을 모두가 알고 있었는데도 아무도 막을 수가 없었다.
당시로서는 천지개벽과도 같았던 이신의 스피드와 플레이 템포를 아무도 따라잡지 못했던 것이다.
그 뒤로는 보다 다양한 전략과 심리전까지 구사하며 무적의 명성을 이어갔지만 말이다.
“변수가 없었다면 알렉산드로스 측이 어떤 전략을 펼칠지를 알면서도 당해내지 못했다는 뜻이 됩니다.”
“듣기만 해도 정말 강력하게 느껴지네요.”
“예, 우리는 숨겨왔던 그리핀 전략을 펼쳐서 승리했지만, 알렉산드로스는 그럴 필요가 없었죠. 그냥 압도적으로 강력했다는 뜻입니다.”
알렉산드로스, 항우, 조아생 뮈라.
이 셋의 조합이 만들어낸 시너지가 그만큼 대단한 것이다.
‘전략 컨셉이야 뻔한데…….’
바로 망치와 모루 전술.
필리포스 2세가 확립했으며, 그 아들 알렉산드로스에게 수많은 승리를 가져다준 전술 말이다.
항우와 조아생 뮈라의 기마군단은 더없이 강력한 망치.
그리고 중군(中軍)을 맡은 알렉산드로스는 마물 종족 특유의 기동력과 생산력으로 매우 빠르고 변화무쌍한 모루가 될 터.
‘일반 보병도 아니고 마물 병력이 중군이니 전광석화 같은 용병술을 펼치겠군.’
바야투르도 이름을 떨친 유목민족의 정복자.
그와 비슷한 전술을 구상했을 터였다.
하지만 그조차도 따라잡지 못할 만큼 알렉산드로스의 전술이 빠르고 강력했다는 뜻이 된다.
‘그리핀 전략도 무리겠지.’
오크궁기병은 폭격기와 달리 빠르기 때문에 U턴 샷으로 큰 피해를 주기 어려웠다.
언덕이 많은 지형이라면 활용 가치가 있겠지만, 제 13 전장 그레이어스는 언덕보다 강이 더 많아서 오크궁기병의 시야를 방해하는 지형지물이 없었다.
오히려 그리핀 편대에 마력을 투자한 바람에 지상군이 부족해 지상전에서 밀려 더욱 고전을 할 게 분명했다.
“어떤가요? 최종 우승은 가능할까요?”
“좀 더 생각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확실히 가장 어려운 상대임은 확실합니다.”
“여기까지 온 이상 어떻게든 최종 승자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카이저가 실력 발휘를 해주셨으면 좋겠네요.”
그녀 또한 마력을 무엇보다도 중시 여기는 악마였다.
72악마군주의 축제에서 최종 승자가 되면 부여되는 보상이 무려 70만 마력!
단숨에 상위 서열로 발돋움할 기회였다.
이제는 단 한 번의 대결만 남겨놓고 있으니 막연한 목표도 아니었다.
그러니 그레모리도 욕심이 안 날 수가 없었다.
“노력하겠습니다. 저 또한 욕심이 납니다.”
최고이고 싶은 이신의 승부욕은 마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1위를 향해 갈 수 있는 최단 루트를 포기할 리 없었다.
* * *
나름대로 고민을 하던 이신은 나폴레옹의 부름을 받고 오자서와 함께 모여 대책 회의를 가졌다.
“일단 주도권은 시작부터 저쪽에게 있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이신이 먼저 말을 열었다.
“그렇겠지. 우리는 방어적인 입장에서 초반을 보낼 수밖에 없으니까.”
오자서가 동의했다.
이신이 계속 말했다.
“제가 지금까지 서열전에서 딱 한 명에게 졌었는데, 그 상대가 조아생 뮈라입니다.”
“호오? 어떻게 졌지?”
나폴레옹이 흥미를 드러냈다.
이신은 그때의 기억을 떠올렸다.
조아생 뮈라는 그때 상상도 못했던 방식으로 기습을 걸어왔다.
“오크 노예에 빙의해서 공격하더군요.”
그때 이신은 궁병도 아직 소환되기 전이라 무방비했다.
설마 정찰을 온 오크 노예가 그렇게 무서운 힘을 발휘해 공격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던 것이다.
“하하하! 녀석의 주먹질 솜씨라면 오크 노예로도 능히 피해를 줄 수 있지.”
나폴레옹이 웃음을 터뜨렸다.
“그것과 똑같은 짓을 조아생 뮈라와 항우가 함께 해온다면 그것도 위협적이겠구려.”
오자서가 의견을 냈다.
조아생 뮈라와 항우가 함께 오크 노예에 빙의하여서 습격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 말에는 나폴레옹도 진지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겠군. 분명 그런 방식으로도 한 번쯤 기습을 걸어올 수 있을 테지. 설령 실패하더라도 큰 손실이 없으니까 상대측 입장에서는 부담 없는 작전이야.”
실패해 봤자 오크 노예 둘을 잃을 뿐이니 시도 안 할 이유도 없었다.
이신이 말했다.
“그건 제가 방어하겠습니다. 콜럼버스와 치유 능력으로 커버할 수 있습니다.”
“그렇군. 그럼 그건 이신 그대에게 맡기지. 하지만 문제는 중반부터로군.”
중반부터 오크창기병이 슬슬 활동을 시작한다.
오크궁기병까지 가세하면 말 타고 활을 쏘는 골치 아픈 적이 전장을 누빌 것이다.
심지어 그 기마군단을 지휘하는 사람은 바로 항우와 조아생 뮈라!
중반부터 두 오크 기마군단이 펼칠 강력한 압박은 상당히 크다.
“투석기로 전선을 탄탄히 하면 뚫릴 일은 없겠으나, 이쪽도 함부로 바깥으로 진출을 못하겠구려.”
오자서가 근심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당연한 일이었다.
심시티로 방어선을 구축하고 투석기가 배치되면 돌파당할 일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쪽 또한 방어만 굳힐 뿐, 함부로 나갈 수 없다.
넓은 중앙 지역에서 붙으면 필패!
넓고 트인 지형에서는 빠른 기마군단이 투석기에 접근해서 때려 부수기 용이하다.
결국 전장의 중앙 지역을 알렉산드로스 측이 장악하게 된다.
그걸 바탕으로 그들은 마음껏 마력석 채집장을 늘려 지어가며 마력상의 우위를 차지할 것이다.
풍부한 마력으로 병력을 꾸역꾸역 소환할 것이고, 그런 물량을 바탕으로 끊임없이 공격한다.
세 사람은 여러 가지 상황을 상정하고서 토론을 했다.
결국 나폴레옹이 결론을 내렸다.
“4할이다.”
“4할?”
이신과 오자서가 의문을 드러냈다.
나폴레옹이 말했다.
“어찌 되었건 초반과 중반에 우리는 방어를 취할 수밖에 없는 입장일세. 우리가 조금 더 유리해지는 후반까지 버티고 기다려야 하지.”
“그때까지 전장의 4할까지는 지켜내자는 뜻이구려.”
오자서가 나폴레옹의 의중을 알아차렸다.
“맞네. 그 이상 전장을 적에게 잠식당하면 후반에 접어든다 해도 우리가 만회할 기회가 없을 정도로 마력 차이가 나게 되지.”
튼튼히 방어에 전념하여서 전장의 6할에 달하는 면적을 적에게 내주더라도, 나머지 4할을 지키자는 뜻이었다.
“후반이 되어서 투석기와 기사단과 마법사의 조합이 갖춰지면 그때부터는 해볼 만한 싸움이 되지. 그때까지는 철저히 디펜스를 견고히 하는 쪽으로 하겠다.”
결국 발터 모델의 3드워프가 보여주었던 장기전 컨셉이었다.
참고 참다가 화력이 막강해지는 후반에 단번에 승부를 본다는 뜻이었다.
‘정석이다.’
이신은 속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만약 위치상 서로 떨어져서 함께 연계하여서 디펜스하기 어려워진 상황이 된다면?
그렇게 되면 발 빠른 적에 의해 아군이 서로 고립된 채 각개격파당하는 형국이 나타난다.
이 점을 지적하자 나폴레옹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때는 우리가 먼저 초반에 기습 작전을 벌여 승부를 봐야 하지 않겠느냐.”
“그렇긴 합니다.”
“그 상황이 되면 이신 그대가 선봉이 되어야 하니 잘 부탁하네.”
“알겠습니다.”
* * *
“소원이 무엇이냐? 내가 이루어줄 수 있다.”
한 밤에 어둠을 틈타 접근한 노인이 물었다.
노인의 모습으로 분장하여 접근한 자는 바로 악마군주 바알이었다.
그 질문에 어린 청년이 말했다.
“세계의 왕이 되고 싶다. 가능한가?”
“비슷하게 만들어줄 수는 있지. 그것이 소원이냐?”
어린 청년은 잠시 고민하다가 다시 말했다.
“신이 되고 싶다.”
“욕심을 과하게 내는구나.”
악마군주 바알은 음산하게 웃었다. 바알의 말이 이어졌다.
“뭐, 좋다.”
“날 신으로 만들어줄 수 있다고?”
“신이라 불리게 해줄 수는 있지.”
어린 청년은 눈살을 찌푸렸다.
“모호한 대답이군.”
“들어줄 수 있는 소원은 한계가 있지. 나는 계기와 기회를 만들어줄 뿐, 운명을 만들어나가는 것은 결국 너 자신에 달린 일이니.”
“운명이라…….”
“자격이 없는 자가 세계의 왕이 되고 신이라 불리게 되는 걸 너는 납득할 수 있느냐?”
“내게 자격이 없다는 것이냐?”
어린 청년은 금방 성을 냈다.
악마군주 바알이 말했다.
“그건 네 스스로 확인해 볼 일이지.”
어린 청년은 잠시 눈을 감고 생각했다.
이윽고 눈을 떴다.
“좋아, 내게 자격이 있는지 없는지 확인해 보겠어.”
“확인할 수 있는 기회를 내가 주도록 하마. 넌 내가 소원을 들어주길 원하느냐?”
“원한다. 그 대가로 내가 당신에게 무엇을 주어야 하지?”
“네가 네 자신의 야망을 위해 싸웠듯이, 죽고 나면 나를 위해 싸워주면 된다.”
악마군주 바알은 72악마군주의 서열 다툼에 대해 설명해주었다.
어린 청년은 씨익 웃었다.
“재미있겠군. 좋다.”
“그럼 계약은 이루어졌다.”
어린 청년의 이름은 알렉산드로스 3세 메가스.
마케도니아의 대왕 필리포스 2세의 아들이었다.
악마군주 바알과 계약할 당시, 알렉산드로스는 처지가 별로 좋지 못했다.
필리포스 2세는 그리스를 정복하고 돌아와 자신의 측근 장군의 조카 클레오파트라 유리다이스와 사랑에 빠져 결혼했다.
이 둘의 혼인은 순수 마케도니아 혈통 간의 결합이었기에, 혼혈인 알렉산드로스의 왕위 계승권을 위협했다.
심지어 알렉산드로스는 그 바람에 아버지 필리포스 2세와 불화가 생겨 추방당한 처지였다.
후에 클레오파트라는 자식들을 낳으면서 알렉산드로스의 위치를 계속 곤경에 처하게 만들었다.
그러한 상황에서, 악마군주 바알은 아주 쉽게 자신의 계약자에게 기회를 주었다.
필리포스 2세가 갑작스럽게 암살을 당해 죽어버린 것이다.
후계자를 지명하지 못하고 죽자, 군대는 그리스 정복에 기여한 알렉산드로스의 편이 되었다.
그렇게 왕위에 오른 알렉산드로스의 활약은 역사에 기록된 대로였다.
살아생전에 전쟁에서 진 적이 없었던 알렉산더.
끝내 세계의 왕에 누구보다도 가깝게 근접했으며, 인간으로서 신이라 불렸다.
그런 자부심이 있었기에 알렉산드로스는 자신이 최고라는 것을 언제나 증명하고 싶어 했다.
‘나폴레옹 보나파르트!’
부동의 서열 1위 자리를 빼앗은 장본인이었다.
1위 자리를 빼앗고 나서는 철저하게 자기가 유리한 전장 하나만을 골라서 알렉산드로스의 도전을 번번이 물리쳤다.
한두 번은 허를 찌르는 전략으로 승리를 거둘 수 있어도, 서열전이 수없이 반복되면 결국 전장의 지리적 특성이 크게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었다.
알렉산드로스는 상당히 분전을 했지만, 해당 전장의 지리적 특성을 잘 이해하고 철저하게 지지 않는 안전한 전략을 구사하는 나폴레옹을 당해내기 어려웠다.
이번 축제는 그런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제 13 전장 그레이어스는 평소처럼 나폴레옹에게 유리한 전장이 아니었다.
‘이 기회를 기다렸다. 제 13 전장에서 네 녀석을 실력으로 완전히 꺾어주마.’
알렉산드로스는 승리를 완전히 확신하고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