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the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359
359화 알렉산드로스(3)
72악마군주의 축제는 한 번도 시행된 바 없는 이벤트이니만큼 이변도 많았다.
서열 8위의 악마군주 바르바토스와 그의 계약자 바야투르.
서열 12위의 악마군주 할파스와 그의 계약자 발터 모델.
서열 3위부터 7위까지의 쟁쟁한 이들을 모두 제치고 그들이 살아남은 최후의 4팀에 속한 것이다.
개인의 능력만으로는 최후의 승자가 될 수 없다!
72악마군주의 축제는 그 교훈을 모두에게 각인시킨 계기가 되었다.
서열전의 진정한 목적을 되새겨 보라는 마신의 충고.
일대일이 아닌 보다 큰 규모의 전쟁에서는 서로의 화합과 연계에 힘쓴 악마군주가 승리한다는 사실을 되새기게 해준 것이다.
하지만 축제의 최후의 대결은 역시나 모두의 예상대로였다.
서열 1위의 악마군주 아가레스와 서열 2위의 악마군주 바알의 대결이 된 것이다.
과연 72악마군주의 정점에 선 이들다운 결과였다.
그들의 자존심 싸움이 이제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드디어 이곳에서 마주쳤나.’
알렉산드로스는 기대 어린 눈길로 나폴레옹 일행을 주시했다.
나폴레옹, 오자서, 그리고 이신.
사실 알렉산드로스에게 가장 신경 쓰이는 인물은 다른 누구도 아닌 이신이었다.
아직 살아 있다는 신참 계약자.
알렉산드로스의 입장에서는 상대 계약자가 살아생전에 얼마나 큰 업적을 세웠고 명성을 떨쳤는지는 그다지 관심이 없었다.
계약자들 대부분 알렉산드로스보다 후기(後期)에 활약한 터라 이름도 들어보지 못했고, 얼마나 대단했든 자신보다 위대한 인물은 없을 거라는 자신감도 컸다.
하지만 아직 인간으로서 살아 있는 젊은 계약자는 오히려 관심이 갔다.
시대가 흐를수록 전쟁은 더 발전되고 복잡해졌고, 이에 익숙한 계약자들은 나폴레옹이 그랬듯이 서열전에서 남다른 감각으로 활약하는 면이 있었던 것이다.
시대가 발전하듯이, 서열전 또한 그렇게 계속 유입된 신입 계약자에 의하여 끊임없이 발전됐다.
그럼에도 알렉산드로스가 오랜 세월 동안 2위 아래로 떨어져 본 적이 없었던 비결은 연구를 게을리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유연한 사고방식으로, 새로운 패러다임을 경험하면 곧장 받아들여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데 능했다.
그것이야말로 알렉산드로스의 최대 장점이었다.
‘확실히 다르긴 하더군.’
연회장에서 단편적인 영상으로 보았던 이신의 활약은 실로 놀라운 것이었다.
자기 휘하의 군대를 지휘하는 것이 아니라, 마치 인형들을 조종하듯이 병력을 이끌어 기민한 움직임을 펼치던 모습에서 알렉산드로스는 감탄을 금치 못했다.
‘그런 식으로 하면 정신적으로 소모가 클 텐데, 정말 대단한 정신력이군.’
멀티태스킹과 키보드·마우스를 모르는 알렉산드로스로서는 이신의 지휘 방식이 놀라울 따름이었다.
어쨌든 단순한 용병술로 국면 전체를 좌우할 수 있다는 것을 이신은 보여주었고, 그걸 보고서 알렉산드로스도 많은 영감을 얻었다.
축제가 끝나면 본격적으로 연구를 해볼 참이었다.
‘종족 구성이 안 좋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보니 보나파르트 녀석이 지명을 정말 잘한 거였어.’
팀에 휴먼이 2명이나 있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단점이었다.
하지만 그걸 감수하고서라도 이신을 첫 지명한 나폴레옹이 살짝 얄밉기도 했다.
잘도 인재를 먼저 알아보고 선점하지 않았는가!
“이신 저 녀석은 각별히 주의해야 할 겁니다.”
때마침 같은 팀의 조아생 뮈라가 다가와 한마디 했다.
“알고 있다.”
“물론 아시겠지요. 그런데 연회장에서 본 것처럼 용병술만 능한 게 아니라, 전략적 판단도 귀신같이 정확합니다. 제가 녀석의 조언을 들은 덕에 서열전에서 승리한 적이 많았거든요.”
“그런가. 그 정도의 실력자라면 오래지 않아 최상위 서열로 올라올 수 있겠군.”
알렉산드로스가 말을 이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저 팀의 종족 구성에서 한계가 뚜렷하다. 나폴레옹이 뭘 할지는 눈에 보일 듯이 뻔하지.”
나폴레옹과 수없이 겨뤄봤던 알렉산드로스였기에 쉽게 예상이 갔다.
“수비에 전념하고 고급 병력을 마련하면 비로소 힘을 발휘한다. 그때까지 불리한 지상전 격차는 마법사나 열기구를 이용한 기교로 극복하려 할 것이다.”
알렉산드로스는 이신을 보며 말을 이었다.
“그런 기교를 펼치는 사람은 바로 저 신참 계약자 녀석이겠지. 녀석이 나폴레옹의 무기다.”
“달리 말하자면 저놈만 꺾으면 된다는 뜻 아니오.”
항우가 큰소리를 쳤다.
알렉산드로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러니 너희는 전장을 샅샅이 누비며 저 녀석이 무언가 이상 행동을 하는 것을 감시하고 차단해라. 그 역할만 제대로 해내면 승리는 완벽하게 우리의 것이다.”
“알겠소.”
“분부에 따르겠습니다.”
항우와 조아생 뮈라가 대답했다.
늘 단언하는 듯한 알렉산드로스의 확신에 찬 말투는 묘한 신뢰감을 불러일으키곤 했다.
그리고 마치 신의 예언처럼, 그의 말은 지금껏 틀린 적이 없었다.
[72악마군주의 축제를 시작합니다.] [악마군주 아가레스, 그레모리, 안드로말리우스 님 대 악마군주 바알, 아미, 벨리알 님의 서열전입니다.] [서열전은 총 5회의 싸움으로 진행되며, 3승을 먼저 거둔 쪽이 승리합니다.] [승자는 72악마군주의 최종 승자가 되어 240만 마력을 획득합니다.] [종족을 선택해 주십시오.]계약자들이 모두 종족이 골랐고, 그렇게 서열전이 시작되었다.
* * *
‘드디어 시작됐군.’
가슴이 설다.
처음 프로로 데뷔하여서 결승전 무대에 오른 기분이었다.
아니, 그때보다 더 설다.
그때는 4강전에서 이미 최환열을 격파한 뒤라 우승을 확신한 상태였다.
하지만 지금은 알렉산드로스라는 강적이 상대였다.
강하다는 소문을 하도 많이 들어서 이신은 한껏 고양된 상태였다.
‘일대일로 붙어보고 싶군.’
저 알렉산드로스 대왕을 만났는데, 아쉽게도 3 대 3 대결!
변수가 너무 많아서 순수한 실력만 가지고 승패가 갈리지 않는다.
언젠가는 알렉산드로스는 물론이고 한신이나 바야투르처럼 최상위 서열에 포진해 있는 영웅들과 겨뤄보고 싶은 이신이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단 여기서 승리를 거둬 축제의 최종 승자가 되어야 한다.
일단 아군의 위치부터 확인.
이신은 11시 지역에서 시작했다.
바로 옆인 12시 지역은 오자서가 자리 잡았다.
나폴레옹은 7시 지역에서 시작했다.
‘다들 서쪽에 자리 잡았군. 일단 9시에 적이 있는지부터 정찰해 보지.’
‘제가 하겠습니다.’
이신이 자청하고 나섰다.
나폴레옹과 오자서는 동쪽으로 정찰을 가기로 했다.
상대가 상대인 만큼 빠른 정찰로 적의 동태를 살피는 게 좋았다.
이신은 콜럼버스를 9시로 정찰 보냈다.
만약에 9시에 적이 있으면 홀로 아군 사이에 고립된 형국이니, 단숨에 끝내 버리고 시작할 수 있어서 유리했다.
하지만,
‘없습니다.’
9시가 텅 비어 있음을 확인한 이신은 덤덤히 말했다. 역시나 세상에 쉬운 일은 없었다.
‘아쉽지만 어쩔 수 없지. 이렇게 된 이상 동서(東西)로 전장을 나눠 가진다는 생각으로 대결에 임한다.’
계속해서 정찰을 통해 적의 위치가 밝혀졌다.
1시, 3시, 5시.
알렉산드로스일 게 분명한 마물은 3시에 있었고 나머지 두 곳이 오크였다.
저들은 전장의 동쪽 변에 모여 있는 형상이었다.
‘공격받을 염려가 덜한 이신 그대가 최대한 신속하게 투석기를 준비해라. 나와 오자서는 병력을 갖춰서 적의 공격을 막는 데 주력할 테니.’
‘알겠습니다.’
11시에 있어 적과 가장 먼 거리에 있는 이신이 테크 트리에 집중하기로 했다.
이번 대결을 위해 나폴레옹이 구상한 장기전 전략의 핵심은, 이신이나 나폴레옹 둘 중 한 사람은 후반 대비에 주력하는 것이었다.
물론 알렉산드로스는 중반에 기마군단과 함께 공세를 펼쳐 싸움이 길어지기 전에 끝낼 공산일 테지만 말이다.
오자서는 일찌감치 헬하운드를 소환해서 적진을 주기적으로 정찰했다.
나폴레옹도 병영을 2채 짓고서 궁병을 소환하기 시작했다.
이신은 마력과 시간을 최적화하여서 최단시간에 투석기를 제작할 수 있도록 테크 트리에 집중했다.
건물들을 본진 출입구 쪽에 모아 지어서 심시티로 방어 역할을 대신했다.
아직 초반 상황.
양측 모두 특별한 움직임은 없었고, 다만 오자서의 헬하운드들이 열심히 전장을 누비며 상대측의 정찰을 차단하는 움직임이 돋보였다.
특히나 끈질기게 나폴레옹의 진영을 염탐하려고 정찰 보낸 알렉산드로스의 클로를 번번이 커트시키는 전과까지 올렸다.
팀의 눈 역할을 해온 오자서는 축제를 통해 정찰 능력이 눈에 띄게 발전해 있었다.
오자서가 계속 활발하게 시야를 밝혀준 덕분에 나폴레옹과 이신이 활약하기가 편했다.
그런데 바로 그때였다.
‘놈들이 오고 있소!’
오자서가 소리쳤다.
정말로 오크와 마물의 병력이 모여서 나폴레옹이 있는 7시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저 정도면 막을 수 있겠군. 헬하운드로 놈들의 뒤를 칠 준비를 하게.’
나폴레옹은 침착하게 지시를 내리며 본진에 화살탑을 짓기 시작했다.
병영 2채에서 궁병을 꾸준히 소환하고 있었던 터라 화살탑만 완공되면 충분히 막을 수 있었다.
그렇게 조금만 버티면 대장간에서 무기 개발이 완료되니 디펜스는 완벽했다.
오자서는 오더대로 헬하운드를 이끌고 조심스럽게 적 병력의 뒤를 밟았다.
여차하면 나폴레옹과 함께 적 병력을 앞뒤에서 협공해 괴멸시킬 속셈이었다.
헬하운드 6마리.
오크 전사 3명.
알렉산드로스와 오크 한 명이 합친 연합군이었다.
‘헬하운드의 숫자가 좀 적은 것 같소.’
‘동의하네. 그냥 위협인 모양이군. 놈들이 앞마당까지 들어오면 협공하도록 하세.’
‘알겠소. 이신 자네도 양동작전에 주의하게. 우리의 이목을 끌어놓고 다른 오크가 자네를 칠지도 모르니까.’
‘살펴보겠습니다.’
나폴레옹과 오자서는 호흡이 척척 맞았다.
그런데 적 병력은 뒤에서 오자서가 은밀히 따라오는 걸 눈치 못 챘는지, 정말로 나폴레옹의 본진 앞 앞마당까지 진입했다.
‘정말로 들어올 줄이야. 더 볼 것도 없군.’
‘치겠소!’
나폴레옹과 오자서가 일제히 공격에 들어갔다.
아니, 그러려고 했다.
하지만 적을 협공하려고 했던 두 사람은 이상한 것을 발견했다.
나폴레옹의 앞마당 한쪽 구석에 마물의 방어 시설인 화염진이 그러져 있었던 것.
눈에 띄지 않는 시야의 사각!
그곳에 알렉산드로스가 몰래 화염진을 완성시킨 것이다.
적 병력은 화염진을 중심으로 모여서 맞서 싸울 태세를 갖췄다.
언제 숨어 들어온 것인지, 클로 1마리가 화염진을 하나 더 그리고 있었다.
‘저걸 어느 틈에!’
나폴레옹이 놀라 소리쳤다.
오자서는 낭패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이런 빌어먹을. 내 감시망을 뚫고서 클로 1마리를 그쪽에 잠입시켰던 모양이오. 저기다가 마력을 쓴 탓에 헬하운드의 숫자가 적었군.’
‘아까 죽인 클로가 미끼였습니다.’
이신이 말했다.
‘그때 클로 2마리를 보내서 1마리는 잡혔고, 다른 1마리는 앞마당에 도착해서 구석에 화염진을 그렸겠죠. 그러면 시간상 맞아떨어집니다.’
초 단위까지 계산이 정확한 이신이라 쉽게 사태를 파악할 수 있었다.
수적으로는 우세였으나, 화염진이 있어서 나폴레옹과 오자서는 공격을 시도하기가 애매했다.
그러는 동안 또 하나의 화염진이 완성되어 버렸다.
‘내가 봉쇄를 당해 버렸군.’
나오지 못하게 나폴레옹을 가둬 버린 셈이었다.
심지어 알렉산드로스는 화염진을 또 하나 그리면서, 다른 클로를 보내 마법진을 그리기 시작했다.
나폴레옹의 앞마당에서 보란 듯이 마력석 채집장을 구축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내 생각을 완전히 읽었군.’
봉쇄를 당해서 나폴레옹의 병력은 밖으로 나갈 수가 없었다.
그리고 이신은 테크 트리를 올리는 데 집중해서 병력이 없는 상황.
오자서 혼자서는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완전히 이쪽의 생각을 꿰뚫고서 허를 찌른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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