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the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378
378화 과거의 모습(1)
“카이저가 드디어 움직이기 시작하는군요.”
코치가 말했다.
왕춘 감독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
현재 이신은 매일 같이 독하게 하던 연습을 쉬고 있었다.
호텔의 자기 방에 틀어박혀서 리플레이 영상만 보고 있다고 했다.
“전략을 짜는 모양인데, 카이저는 그냥 마음대로 하게 놔두기로 하지. 그랑프리에서 금메달을 딸 줄 아는 방법을 가장 잘 아는 전문가는 우리가 아니라 그니까.”
“그렇죠. 전 코치로서 카이저를 뭐라고 터치할 엄두도 나지 않아요. 그래서 문제죠.”
“이해해. 상관없어. 우린 그를 가르치려고 데려온 게 아니야. 우리가 배우기 위해 데려왔지.”
왕춘 감독이 계속 말했다.
“잘 지켜보고 배워야 해. 그가 어떻게 금메달을 따내는지.”
* * *
이질감이 느껴지는 플레이의 연속이었다.
‘그래, 내가 분명 저런 플레이를 했었는데. 왜 몰랐지?’
이신은 과거의 자신이 연습했던 리플레이 파일을 훑어보고 있었다.
늘 가지고 다니는 외장하드에 데뷔부터 지금까지의 모든 연습 게임 리플레이 파일이 보관되어 있었다.
같은 프로게이머를 상대로 했던 리플레이 파일은 모두 날짜와 상대 이름을 정리해서 저장해 뒀는데, 이럴 때 다시 꺼내 참고할 수 있어서 이신에게 큰 자산이 되고 있었다.
2016년, 인류 대 인류전.
연습 상대는 은퇴하고 BJ로 전향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최환열.
프로 생활을 접긴 했지만, 여전히 주업은 스페이스 크래프트였으므로 최환열의 실력이 그다지 녹슬지 않았을 때였다.
‘환열이 형의 요청으로 온라인에서 붙었을 때군.’
개인 방송의 콘텐츠를 위하여 이신에게 게임을 해달라고 부탁했고, 이신은 기꺼이 응해주었다.
당시 파프리카에서도 꽤나 화제가 되었다.
덕분에 최환열은 역대 최고의 시청자를 기록하고 별사탕 파티를 벌였다고 했다.
맵 센터에서 벌어진 국지전.
양측의 기동포탑들이 긴 사거리를 활용한 포격전을 벌였다.
상대와의 거리를 정확하게 재고 한 뼘씩 일진일퇴를 벌이는 치열한 대결이었다.
일명 각도기 싸움.
아직 녹슬지 않은 최환열은 정확한 사거리 측정으로 밀리지 않고 맵을 양분했다.
그때, 이신은 기동포탑들을 다 조금씩 전진시켜서 다시 포격전을 걸었다.
건설로봇 몇 기를 던져 상대의 포격을 맞게 하고, 그 틈에 기동포탑들이 한 걸음 전진해 다시 포격모드로 전환했다.
사거리에 들어오자 서로를 향해 다시 치열하게 불기둥을 뿜었다.
-퍼퍼퍼퍼퍼펑!
성공.
최환열의 기동포탑들이 더 많이 터졌다.
상대의 포격망에 구멍이 뚫린 틈을 타서, 이신은 다시 일부 기동포탑을 한 걸음 더 전진시켰다.
타이트하게 상대를 압박하는 국지전!
곧 최환열의 추가 생산 병력이 도착해 빈 구멍을 다시 메웠다.
하지만 이신이 진짜 노렸던 것은 거기가 아니었다.
포격전을 걸었을 때, 항공수송선 1척이 최환열의 3시 확장 기지로 유유히 향하고 있었다.
고속전차 4기가 내려서 건설로봇들을 사냥하기 시작했다.
포격전으로 정신없게 만들면서도, 동시에 3시를 견제하는 멀티태스킹!
그때 고속전차를 다루는 컨트롤은 이 영상을 보는 현재의 이신을 놀라게 했다.
고속전차 3기는 건설로봇을 1기씩 일점사격.
동시에 다른 1기로는 출입구에 지뢰를 해설하여서 지원 오는 적 병력을 차단한다.
그게 동시에 이루어지고 있었다.
센터에서는 여전히 정밀한 각도기 싸움이 벌어지고 있는데 말이다!
‘대체 어떻게 한 거지?’
본인이 했던 플레이인데도 이신은 신기해했다.
금세 비결을 알아냈다.
‘순간적으로 부대 지정 단축키 설정을 바꿨구나.’
센터에서 포격전을 벌이는 기동포탑들을 부대지정.
그리고 드롭을 보낸 고속전차 4기를 각각 3기와 1기를 따로 넘버 키로 부대지정을 했다.
그래서 단축키로 여러 유닛을 동시에 컨트롤한 것이다.
원리를 알아도 신기했다.
‘지금은 할 수 있을까?’
순간순간 상황마다 단축키를 수시로 바꿔가며 컨트롤했던 예전의 자기 모습이 멀게 느껴졌다.
-그때와 지금의 카이저의 플레이는 생각보다 많은 부분이 달라졌습니다. 혹시 그걸 스스로는 인지하십니까?
코렛 사장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그가 옳았다.
손목 부상으로 1년간 쉰 것이 원인이었다.
절망에 빠져 지냈던 나날.
게임에 대한 모든 것과 단절된 채 지낸 동안 그의 몸은 리셋이 되었다.
그래서 다시 마우스를 잡게 되었을 때, 예전과는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과거의 자신이 펼치는 플레이를 쭉 보면서 이신은 생각했다.
‘확실히 장단점은 있어.’
자신을 내던지고 뛰어드는 듯한 공격력.
자신이 더 손해를 보더라도 상대를 심리적으로 위축시키는 공격을 기꺼이 펼친다.
요즘은 다들 디펜스 능력이 많이 올라가서 극단적인 공격성은 단점이 될 때도 많았다.
하지만…….
‘날카롭다.’
이신은 과거의 스스로에게 매료되었다.
* * *
이신이 틀어박혀 나름의 연구를 시작했듯이, 박영호도 금메달을 향한 야망을 위해 움직였다.
“내 목에 금메달을 걸어주세요. 골드 메달, 오케이?”
그것은 JKT 시절에는 없었던 전략연구팀의 지원을 마음껏 받는 것이었다.
JKT가 제대로 박영호를 지원해 주지 못했다고 이신이 여러 차례 혹평한 바도 있었기에, 이를 기억하고 있던 박영호의 선택이었다.
“특히 나랑 같은 방 쓰는 그 작자한테는 절대 지고 싶지 않아요.”
왕춘 감독은 새로 구한 통역사를 통해 그 말을 듣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카이저도 이제 슬슬 금메달을 손에 넣기 위해 준비에 들어갔습니다. 지금부터가 진짜 카이저겠지요.”
“그러니까요. 저라고 가만히 있을 수는 없잖아요.”
“지금은 카이저가 좀 컨디션에 문제가 있는 듯하지만, 결국 슬슬 본색을 드러낼 겁니다. 지금까지처럼 기본기와 개인 기량에 기댄 정도로는 이긴다고 장담 못합니다.”
박영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은 한국 프로팀들의 부족한 전문성을 지적한 말이기도 했다.
일부 천재적인 코치나 감독 등 지도자들이 뛰어난 빌드 오더를 만들어내기도 했지만, 기본적으로 한국은 선수들이 스스로 연구하고 전략을 개발했다.
이제는 각 팀마다 전략팀을 도입하며 발전하기 위해 발돋움했지만, 박영호는 아직 그 수혜를 제대로 받아보지 못했다.
“그럼 한번 해보죠. 일단은 코앞에 있는 16강전도 준비해야 하고, 8강에서 만날 엔조 주앙도 넘어야 하니까요.”
“지원만 잘해주면 모조리 꺾을 수 있어요.”
언제나 자신감이 가득한 박영호.
하지만 나름의 고충은 있었다.
‘이번에야말로 꺾는다.’
승부욕이 강한 박영호.
그가 요즘 인기가 늘어난 것은 이신과 수차례 명경기를 치렀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결국 늘 내가 신이 형한테 무릎 꿇고 말았기 때문이지.’
즉, 이신을 결정적인 순간에 주인공으로 만들어주기에 딱 좋은 상대라는 뜻이었다.
‘한번 멋지게 찬물을 끼얹어주마.’
* * *
그렇게 16강전이 시작되었다.
박영호는 16강전의 첫 경기로 스타트를 끊었다.
상대는 캐나다의 유명한 괴물 플레이어였다.
괴물 대 괴물의 대결은 가위바위보처럼 실력보단 운에 의해 갈리는 경우가 많았다.
이번 경기는 박영호의 여정에서 가장 큰 위기라고 추측되었다.
기량으로는 충분히 금메달을 노려볼 수 있다고 평가받는 박영호.
하지만 괴물 대 괴물전은 실력과 상관없는 변수가 너무 많아, 자칫 허망하게 탈락할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일방적인 경기가 되었다.
바퀴들의 싸움이나 쐐기충들의 공중전이나, 박영호는 완벽한 컨트롤로 상대를 압도해 버렸다.
압권적인 것은 괴물주술사와 여왕괴물까지 동원된 쐐기충들의 공중전 대결이었다.
한 번의 전투로 결판이 나 버리는 긴장감 넘치는 승부!
때문에 서로 섣불리 싸움을 걸지 못했고, 날카로운 신경전을 벌이면서 상황을 장기전까지 끌고 갔다.
여왕괴물이 점액을 끼얹어 속도를 느리게 하고, 이어서 괴물주술사의 피의 저주가 뿌려져 체력을 깎아 놓은 박영호의 콤보가 멋지게 적중되었다.
그것으로 공중전에서 대승을 거둔 박영호는 결국 2-0의 스코어로 8강 진출을 확정지었다.
그리고 2경기에서는 신지호까지 8강 진출에 성공하면서 한국을 축제 분위기로 만들었다.
-와, 요즘 우리나라 좀 짱인 듯!
-박영호도 신지호도 요즘 포스 쩐다.
-이러다가 금·은·동 전부 한국이 가져가는 거 아니냐?
-위에 오버 좀ㅋㅋ
-엔조 주앙은 노냐?
-러시아의 상남자 안드레이 형님 무시하는 거냐?
-근데 확실히 박영호 포스 지린다. 진짜 결승 가서 이신 꺾는단 마인드인 듯.
-응 어차피 금메달은 이신 거야.
-한참 그러다가 결국 신께서 금메달 가져가시고 The end.
가장 기다리는 매치는 역시나 이신의 16강전이었다.
이어지는 16강전에서 엔조 주앙, 안드레이 이바노프 등이 줄줄이 8강행을 확정 지었고, 마침내 이신의 경기가 찾아왔다.
한국의 모든 e스포츠팬이 인터넷으로 스트리밍 서비스가 이루어지는 이신의 경기를 보기 위해 모여들었다.
-e스포츠를 사랑하시는 모든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저는 캐스터 이병철!
-해설의 정승태입니다!
-이제 뉴욕의 그랑프리 현장에서는 이신 선수가 곧 출전할 텐데요. 상대는 누구죠?
-상대는 영국의 윌리엄 딕 선수입니다. 탄탄한 디펜스와 장기전에 능하기로 유명한 인류 플레이어입니다.
-같은 인류 간의 경기라 꽤 장기전이 될 수도 있겠는데요?
-예, 일반적으로는 그렇죠. 하지만 상대는 이신입니다. 아무 일도 하지 않고 그냥 무난히 장기전으로 흘러 보낼 리가 없죠.
-하하, 그렇죠. 그런 이신 선수의 공격성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윌리엄 선수도 그만큼 더 각별히 주의할 겁니다.
-윌리엄 선수는 나이가 어려 경험이 많지 않고, 이번이 그랑프리 첫 출장이라 이신 선수의 우세가 점쳐지고 있지만, 그렇다고 또 우습게 볼 선수가 아닙니다.
-아, 그렇습니까?
-예, 윌리엄 선수는 이번 그랑프리에서 단체전도 참가했는데, 지금까지 한 번도 지지 않는 활약을 펼쳤거든요.
-그리고 이신 선수의 약점을 굳이 꼽자면, 디펜스가 좋은 인류에게 약하다는 점 아니겠습니까? 그런 점에서 보면 또 윌리엄 딕 선수가 의외로 까다로운 상대가 될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그렇습니다! 어찌 보면 신지호 선수와 비슷한 유형이라 할 수 있겠는데, 이신 선수가 어떤 전략을 준비했는지 지켜보도록 하겠습니다.
-예, 1세트 시작합니다! 이신 선수는 32강 때와 달리 그냥 인류를 택했습니다.
[Kaiser: 인류] [Will: 인류] [맵: 검은 산맥]검은 산맥은 이번 그랑프리에서 처음 공개된 신규 2인용 맵이었다.
시작 포인트는 11시와 7시 두 곳뿐인데, 두 지점을 연결하는 우측편의 통로는 경사가 오르락내리락하는 복잡한 언덕으로 굴곡을 이루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반대편인 좌측에도 우회할 수 있는 폭 좁은 샛길이 있어 전략적으로 쓰일 수 있었다.
경기가 시작되자, 이신은 초반부터 움직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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