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the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382
382화 불길(3)
‘저 인간이 뭘 믿고 그렇게 자신만만하지?’
경기장에 온 박영호는 전전긍긍했다.
‘자기는 1억 별거 아니니까 큰소리친 거 아냐?’
불안한 기색이 역력한 박영호.
그랑프리 중에 부진한 모습까지 보인 이신이었다.
이번에야말로 그를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 찬스라고 여겼다.
그런데 갑자기 예고 3-0 셧아웃 선언이라니?
‘안드레이는 정말 만만치 않던데.’
마이클 조셉을 2-0으로 박살 내버린 안드레이 이바노프였다.
그 경기력은 함께 본 박영호의 눈에도 감탄스러웠다.
대체 무슨 수로 저 돌아온 차르를 3-0으로 압도하겠다는 것인가?
같은 괴물 플레이어로서 박영호는 불안하기 이를 데 없었다.
‘매는 최대한 늦게 맞는 게 최고지.’
박영호는 이신이 준비한 괴물전 전략을 이 기회에 확인해 보기로 했다.
귀에 꽂은 이어폰을 통해 한국 해설진의 중계가 들려왔다.
-두 사람이 다시 만났습니다.
-4년 전에도 그랑프리에서 치열하게 맞붙었던 두 사람이었죠.
-예, 그때도 참 인상적인 경기력을 뽐내던 러시아의 차르가 다시 돌아왔습니다. 다시 이신 선수와 겨루기 위해 2년간의 부진을 극복하고 부활했다 해도 과언이 아닌 거예요!
이윽고 대형화면에 4년 전 경기 영상이 흘러나왔다.
이신과 안드레이의 대결을 더 부각시키기 위해 과거의 경기 하이라이트를 보여주는 것이었다.
-야, 다시 봐도 대단한 승부였네요.
-예, 결국 이신 선수의 승리였지만 안드레이 선수도 한 치도 물러서지 않고 당당히 싸웠습니다.
-그렇습니다! 애당초 저때는 이신 선수와 저만큼 싸울 수 있는 사람이 없었잖습니까!
-예, 끽해야 황병철 선수나 손지훈 선수 등 몇 명 되지 않았는데, 하하하. 정말 긴 세월이 흘렀네요.
대병력으로 몰아치는 안드레이.
계속 소수 병력을 적의 배후로 투입해 게릴라를 펼치는 이신.
끝내 승자는 이신이었다.
-안드레이 선수의 강력한 한 방과 이신 선수의 끊임없는 견제 플레이의 대결이었던 것 같습니다. 오늘도 그때와 같은 양상이 될지도 경기 관람의 포인트 중 하나가 될 것 같습니다.
-그렇습니다. 안드레이 선수는 예전의 스타일 그대로이고, 이신 선수도 약간의 변화가 있긴 했어도 공격적인 본연의 모습은 여전하거든요.
이윽고 영상에 이신의 현재 모습이 보인다.
SC스타즈의 매니저가 키보드와 마우스를 세팅해 줬다.
가만히 앉아 있던 이신은 세팅된 장비로 플레이를 해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4년 전과 비교했을 때, 이신은 앳된 모습이 사라지고 성숙해져 있었다.
변한 건 안드레이도 마찬가지.
4년 전 소년의 인상을 완전히 벗고 어른으로 탈바꿈한 안드레이였다.
하지만 긴장감만큼은 그때 그대로인 듯, 심호흡을 하며 정신을 가다듬는 모습이었다.
일생동안 만나본 가장 높은 벽이었던 카이저와 다시금 맞닥뜨렸으니 그럴 만도 했다.
-양 선수 모두 준비가 된 모양입니다.
-예, 1세트 이제 시작합니다!
그렇게 게임이 시작되었다.
유심히 이신의 빌드 오더를 관찰하는 박영호.
11번째 건설로봇이 생산되었을 무렵이었다.
이신은 병영을 짓고, 동시에 광산에 제철소도 짓기 시작했다.
박영호는 흠칫했다.
‘광산을?’
병영을 짓고 바로 자원을 모았다가 앞마당에 확장 기지를 구축하는 것이 일반적인 테크 트리였다.
-이신 선수, 11병영 11광산으로 빌드 오더를 시작합니다.
총 인구수가 11일 때 병영과 제철소를 지었다는 뜻이었다.
-제철소를 일찍 짓는데요, 2항공 스텔스 전투기를 쓸 생각인 것 같습니다.
그렇게밖에 생각할 도리가 없었다.
이윽고 이신은 기갑정거장을 지었다.
병영, 기갑정거장, 군량고를 연결해서 지어 본진 출입구를 틀어막는 심시티를 실행했다.
기갑정거장에서 고속전차를 생산하는 한편, 항공정거장 건설을 시작했다.
-어? 항공정거장을 하나만 짓습니다.
-2항공이 아닌데요.
-아, 이건 1-1-1이네요. 병영과 기갑정거장과 항공정거장을 하나씩 짓는 빌드 오더인데, 운영법이 너무 까다로워서 잘 쓰이지는 않습니다.
-까다로운 걸 유독 잘하는 게 또 이신 선수죠.
-하하, 그렇습니다. 소수의 고속전차와 스텔스 전투기를 허투루 쓰지 말고 잘 관리해야 하는 게 포인트인데, 그게 가능하려면 컨트롤과 멀티태스킹이 상당해야 하거든요.
첫 생산된 고속전차가 안드레이의 진영을 향해 달렸다.
이신은 앞마당에 확장 기지를 짓기 시작했다.
고속전차의 역할은 감시였다.
안드레이가 바퀴를 잔뜩 거느리고 공격 나올 지도 모르는 일이므로, 정찰을 보내서 동향을 감시하게 하는 역할이었다.
안드레이는 독침충을 생산하고 있었다.
이신이 스텔스 전투기를 생산했다는 걸 알기 때문에 독침충을 진영 곳곳에 배치해서 대공 방어를 철저히 해두고 있었다.
스텔스 전투기가 생산되자마자 날아가 근처를 정찰하고 있던 하늘군주를 사냥하기 시작했다.
또한, 4기까지 생산된 고속전차들도 맵 곳곳에 지뢰를 매설했다.
거의 맵의 9할 가량을 시야로 밝혀 놓은 이신.
이에 비해 안드레이는 이신의 고속전차와 스텔스 전투기가 부지런히 다니며 정찰을 방해한 통에 맵 시야가 몹시 좁았다.
정보를 차단시켜서 불안감을 가중시키는 이신의 수법이었다.
하지만 안드레이는 불안하다고 꽁꽁 틀어박혀 있는 성격이 아니었다.
독침충이 하늘군주와 함께 뛰쳐나와 인근을 순찰하며 매설된 지뢰들을 제거해 주었다.
그러면서 확장 기지를 추가로 가져가며 장기전을 준비하는 모습이었다.
-안드레이 선수 침착한데요.
-하지만 아직 이신 선수도 특별한 움직임은 없습니다. 이렇게 얌전히 있을 선수가 아닙니다만…….
-무언가를 준비하고 있겠죠. 고속전차와 전투기는 정말 쉬지 않고 돌아다니네요.
이신은 차근차근 준비해나갔다.
고속전차, 스텔스 전투기, 전술위성, 기동포탑, 항공수송선, 보병·의무병·화염방사병 등등.
종합선물세트처럼 다양한 유닛이 조금씩 모두 모였을 때, 마침내 이신은 공격에 나섰다.
스텔스 전투기 4기가 첨병이 되어서 진격로를 정찰했다.
안드레이는 바퀴와 독침충과 촉수충으로 이루어진 지상 병력으로 요격을 나왔다.
한판 붙어볼 기세였다.
고속전차들이 진격로의 반대 방향에 지뢰를 매설하여서 적이 배후로 우회하는 것을 차단했다.
동시에 스텔스 전투기들도 스텔스 모드로 모습을 감춘 채 끊임없이 터닝 샷을 날리며 상대를 괴롭혔다.
기동포탑이 자리 잡고서 포격모드로 변신하고 나머지 병영 병력이 진영을 펼치자, 안드레이는 쉬이 달려들지 못하고 뒤로 물러섰다.
학익진의 형태로 잘 포진된 인류에게 정면으로 달려드는 것은 미친 짓이었다.
호시탐탐 덤벼들 기회를 노리는 안드레이.
하지만 이신은 진영을 잘 유지한 채, 서두르지 않고 차근차근 진군했다.
시간이 없는 쪽은 도리어 안드레이였다.
이신의 군대가 점점 가까이 당도하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스텔스 전투기가 본진과 확장 기지를 오가며 계속 일벌레를 사냥했다.
심지어 항공수송선에 태운 고속전차 3기를 본진에 드롭해 테러를 가하기도 했다.
-적재적소에서 모든 유닛이 100% 활용되고 있습니다. 정말 수준 높은 운영이네요.
-안드레이 선수는 어서 결정을 내려야 합니다. 정면으로 붙어서 인류의 병력을 격파하면 승기를 잡게 됩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이신 선수의 견제에 의하여 피해가 누적되고 있어요!
마침내 안드레이도 결단을 내렸다.
다수의 괴물 대군을 이끌고 정면으로 돌입한 것이다.
“와아아!”
“오오!”
우르르 몰려드는 괴물 떼의 총공격은 일대 장관이었다.
일사불란한 안드레이의 병력 통제!
이신의 불꽃같은 보병 컨트롤도 시작되었다.
-투타타타타타타타!
-키엑!
-케엑!
보병들의 기관총 난사에 바퀴들이 피떡이 되었다.
하지만 뒤이어 달려온 독침충의 독침 난사로 보병들 또한 죽어나갔다.
무엇보다 촉수충이 가까이 접근해 땅속에 들어간 순간, 보병들은 지체 없이 뒤로 물러났다.
-촤아아아아악!
-으악!
빠른 후퇴 덕에 촉수충들의 촉수 공격에 긁힌 보병은 1기뿐이었다.
하지만,
-촤아아악!
-퍼어엉!
또다시 촉수들에 긁혀 기동포탑이 폭발했다.
-안드레이 선수 병력 많습니다!
-이신 선수 잘 싸우고 있습니다만 수에서 밀립니다!
그 와중에도 이신의 컨트롤은 가공할 수준이었다.
촉수를 이리저리 피해 다니며 바퀴와 독침충만 쏴 죽이는 보병들의 컨트롤!
또한 전술위성은 화염방사병에게 디펜시브 실드를 걸어주었다.
디펜시브 실드로 보호된 화염방사병이 화염을 뿌려서 바퀴들을 학살했다.
-촤악!
-촤아악!
여기저기서 촉수충들이 촉수를 뻗었지만, 화염방사병들은 절묘하게 지그재그로 피했다.
“와아아아!”
“오 마이 갓!”
전체적으로 안드레이가 조금씩 밀어내는 형국이었지만, 곧이어 추가 생산된 이신의 병력이 도착하면서 다시 전투가 격화되었다.
그러는 동안에도 스텔스 전투기는 계속 춤을 추며 일벌레를 죽여 나갔다.
-안드레이 선수의 피해가 계속 누적되고 있습니다!
‘뭐 저런…….’
박영호는 욕이 나오려 했다.
안드레이가 잘못한 부분이 하나도 없었다.
그런데 모든 유닛이 120% 활용되는 이신의 총공세에 조금씩 무너지고 있었다.
일부 병력을 우회시켜서 기습을 시도하기도 했지만, 미리 매설해 놓은 지뢰에 의해 폭사당하기까지 했다.
완전무결(完全無缺).
빈틈이 하나도 없이 종족 간의 상성이 극대화된 악랄한 플레이였다.
결국, 안드레이는 GG를 선언했다.
“와아아아아!!”
“카이저! 카이저!”
-이신 선수가 정말 무서운 전략을 들고 나왔습니다. 모든 유닛이 종합적으로 자기 역할을 하니까 괴물이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었어요.
안드레이가 무엇을 하려 하든 이에 대응하는 유닛이 있었다.
‘토털 어택이구나.’
박영호는 이신의 전략 컨셉을 알아챘다.
안드레이의 토털 어택을 모티브로 한 전략이었다.
박영호는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자신이라면 저걸 어떻게 격파해야 할지 궁리했다.
답이 잘 나오지 않아서 답답했다.
그러는 사이에 휴식 시간이 훌쩍 지나가 버리고, 2세트가 시작되었다.
2세트는 1세트 때보다 더 화려한 쇼가 준비되어 있었다.
-이번에도 11병영, 11광산입니다.
-전판의 전략을 또 꺼내드나요? 안드레이 선수도 정찰로 이를 발견했습니다.
-안드레이 선수의 머릿속이 복잡해지겠는데요.
안드레이는 쐐기충으로 체제를 잡은 듯했다.
쐐기충 편대로 제공권을 제압해 가장 골치 아픈 스텔스 전투기가 활약하지 못하게 막으려는 듯했다.
하지만 이신의 선택은 2항공.
이번에는 작심하고 스텔스 전투기에 힘을 주고 있었다.
한바탕 공중전이 예상되는 중에, 돌연 이신의 군사학교 건물에 불이 들어왔다.
-보병의 사거리 업그레이드는 이미 했을 텐데요? 뭘 개발하는 걸까요?
-각성제 개발을 하고 있는 걸까요?
2021년 월드 SC 그랑프리에서 가장 화려한 쇼가 벌어지려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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