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the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384
384화 최고조(2)
이신은 결국 3-0으로 안드레이 이바노프를 꺾었다.
4년 전의 스토리를 언급하며 치열한 혈전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예상이 크게 어긋났다.
이신의 압승!
우승 후보로 손꼽혔던 마이클 조셉조차 격파하고 올라올 정도로 무서운 실력을 자랑하던 안드레이였으나, 이신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안드레이가 못했다는 지적은 많이 나오지 않았다.
불가항력.
인간의 힘으로는 막아낼 도리가 없는 환상의 플레이였다.
결국 8강에서 자신의 그랑프리 일정을 마무리하게 된 안드레이는 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심경을 밝혔다.
“왜 이번에는 해볼 만하다고 생각했을까요. 아직도 어떻게 이겨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컨트롤을 하는 인류를 말이죠.”
안드레이는 한숨을 쉬며 말을 이었다.
“하지만 제 프로게이머 인생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더 노력해서 다음에 내년에 다시 도전하겠습니다. 응원해 주신 팬 여러분들께 감사드리고 죄송합니다.”
그렇게 안드레이는 자신의 그랑프리 여정을 마무리 지었다.
결국 8강에서 멈추긴 했지만, 그는 전 세계 e스포츠팬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북미 최강의 마이클 조셉을 꺾은 실력으로 말이다.
덕분에 미국에서 그에게 러브콜을 보내는 팀들이 늘어나 안드레이의 선수 생활은 청신호가 켜졌다.
* * *
이신의 경기는 한국의 모든 e스포츠팬이 가장 중요시 여기는 이벤트였다.
한국을 대표하는 프로게이머.
달리 국민 프로게이머라 불리는 이신이었다.
세계 e스포츠의 중심에서 활약을 떨치며 추앙을 받는 이신을 볼 때마다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IT미디어그룹 올도어가 e스포츠 사업에 진출해서 큰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것도 이신을 전면에 내세웠기 때문.
e스포츠에 대해 아주 밝은 지수민 부사장이 진두지휘한 덕분도 있지만, 역시나 대중적으로 사랑받는 콘텐츠를 제조하는 이신의 공이 무엇보다도 컸다.
심지어 이신 덕에 중국 진출까지 하면서 사업이 확장되었고 말이다.
당연하게도 지수민은 그런 이신이 월드 SC 그랑프리에서 활약하는 핫한 콘텐츠를 그냥 흘려보낼 생각이 전혀 없었다.
월드 SC 그랑프리의 모든 경기는 인터넷을 통해 무료로 송출되고 있었다.
각국의 협회에서 그것을 자국의 해설진을 붙여서 팬들에게 보여주는 형태였다.
파프리카TV의 BJ들이 개인방송을 통해 중계하는 것은 월드 SC 협회가 전 세계에 무료로 개방한 실시간 경기 영상이었다.
그렇듯 수많은 형태로 누구나 자유롭게 중계하는 이신의 그랑프리 경기를 유료 콘텐츠 상품으로 만들기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지수민은 이미 그런 일을 해본 경험이 있었다.
아주 짭짤한 재미도 본 적이 있고 말이다.
지수민은 프로리그 일정이 없어 여유를 만끽하고 있는 프로게이머가 많다는 점을 이용했다.
인기 좋은 스타 프로게이머 3인을 초빙하여서 이신의 경기에 코멘트를 덧붙인 유료 콘텐츠를 만들 생각이었다.
초빙된 프로게이머들도 해설료를 받을 수 있으니 기꺼이 응했다.
그렇게 초빙된 3인을 바로,
“안녕하세요, 올도어SCC의 감독 최환열입니다.”
한국 e스포츠의 레전드 최환열.
“황병철입니다.”
이단자라 불렸던 과거 이신의 숙적 황병철.
그리고…….
“주디예요.”
이신이 떠난 현재, 한국 최고의 스타로 자리매김한 주디였다.
물론 실력이 아닌 다른 이유로 최고의 인기 스타가 된 것이지만 말이다.
“역시나 엄청난 활약을 펼치면서 4강에 진출했네요. 걔가 진짜 대단하긴 해요.”
최환열이 말문을 열었다.
“뭐, 그렇죠.”
황병철은 가볍게 대꾸했다.
“응? 왜 이렇게 목소리에 영혼이 없냐? 이신이 활약하는 게 아니꼽거나 그런 거야?”
최환열의 장난스러운 추궁에 황병철은 쿨하게 대답했다.
“예.”
“…예, 그렇다고 합니다. 정말 솔직한 아이죠.”
“그런 칭찬 많이 듣습니다.”
꿋꿋이 이신에 대한 반감을 숨기지 않는 황병철이었다.
“주디는? 신이가 이번 그랑프리에서 어떤 성적을 거둘 것 같아?”
“금메달이요.”
주디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곧장 대답했다.
“박영호나 신지호 같은 강자가 아직 남아 있는데?”
“잘하긴 하는데 선생님의 상대는 아니에요.”
“그럼 옆에 있는 이 인상 험한 오빠는?”
최환열은 황병철을 가리키며 물었다.
“그, 그게…….”
주디는 눈을 동그랗게 뜬 채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라 당황했다. 하지만 황병철의 눈치를 살피는 걸로 보아 어떤 대답이 하고 싶은지는 확실했다.
“예, 대답은 들은 걸로 하겠습니다. 사실 뭐 상대 전적이 말해주잖아요?”
황병철은 부글부글 끓는 표정이 되었다.
그렇게 이신의 8강전 경기가 시작되었다.
한 치의 빈틈도 없이 완벽했던 1세트를 지나, 화려한 기교가 넘쳤던 2세트에서 그들은 흥분했다.
“지금 항공수송선과 전투기들이 각기 따로 노는 거 보여? 어떻게 동시에 움직이는 거지?!”
최환열이 경악하여 소리쳤다.
“가장 가까이 있었던 사람이 물어보면 어떡해요?”
황병철의 핀잔.
그러자 이신과 가장 가까이 있었던 사람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저거, 행동을 미리 지정해놓는 거예요.”
“미리 지정해놓는다고?”
“네, 잘 보면 전투기들은 공격은 안 하고 그냥 좌우로 움직이기만 하잖아요. 저거 미리 지정해놓은 거예요. 그 사이에 항공수송선만 컨트롤하고요.”
“그런 식으로 할 수가 있나?”
최환열은 신기하다는 듯이 영상을 바라보았다.
전투기들이 쐐기충들과 아슬아슬한 거리에서 대치한 채 좌우로 움직여 도발한다.
직접 컨트롤하는 것처럼 움직임이 살아 있는데, 저게 미리 지정해놓은 행동이라니.
신기한 것은 항공수송선의 움직임도 마찬가지였다.
항공수송선이 기동포탑을 내려놓고 곧장 방향을 꺾어 사라진다.
그런데 방향을 꺾어 사라지는 것과 기동포탑이 포격모드로 변신하는 것이 동시에 일어났다.
“저것도 미리 지정한 거고?”
“네. 항공수송선을 저기서 방향 꺾어서 떠나도록 지정했을 거예요.”
그런 요령이 단련되었기에 저렇게 인간 같지 않은 스피드로 공격을 퍼부을 수 있었던 것이리라.
어찌 되었던 전투기들과 항공수송선의 드롭 공격이 동시에 진행되는 이신의 멀티태스킹 플레이는 가공할 수준이었다.
“안드레이가 완전히 잘못했죠.”
황병철이 지적했다.
“뭐가?”
“적극적으로 공격해서 이신이 수비를 하게 만들었어야죠. 그렇지 않으면 공중전에서 이신을 이길 수가 없어요. 전투기가 어디서 튀어나오다 어디로 사라질지 정신이 하나도 없어져서 놓치게 되고, 저렇게 휘둘리다가 게임 끝나요.”
“하지만 일반적으로는 저렇게 피해를 최소화하며 버티고 확장하면 이기는 거잖아?”
“그건 일반적인 인류 플레이어를 상대할 때의 이야기고요.”
누구보다도 이신과 많이 싸워봤고, 이기고 싶어 했던 황병철이었다.
그렇기에 이신이 안드레이를 상대로 보여준 플레이가 얼마나 대단한지도 알 수 있었다.
“예전의 스타일을 완전히 되찾은 것 같아요.”
“예전의?”
“솔직히 1년 만에 복귀했을 땐, 여전히 잘하긴 했지만 예전처럼 무섭지는 않았어요, 잘하면 이길 수도 있다는 희망? 그런 게 보였어요.”
황병철의 말이 이어졌다.
“근데 지금은 예전 모습을 찾은 것 같네요. 막고 싶어도 막을 수가 없는 섬뜩한 플레이요.”
“확실히 좀 달라진 것 같긴 해. 뭐랄까, 얼마 전까지는 그냥 평범하게 잘 했다고 할까? 아무도 흉내 못 낼 정도는 아니었거든.”
“실력이 감퇴했던 거죠. 3종족 모두 플레이하거나 컨트롤 기교 같은 화려한 것 때문에 다들 간과하지 못하는 거지만, 예전부터 상대했던 저로서는 확실히 알 수 있었죠.”
“지금은?”
“…방금 모습은 예전의 이신을 보는 것 같았어요.”
황병철이 계속 말했다.
“어떤 계기가 있었는지는 몰라도, 예전 실력을 완전히 되찾은 것 같아요. 이제 이신은 신족이나 괴물을 플레이하지 않을 거예요.”
“왜요?”
주디가 물었다.
황병철은 단언했다.
“그럴 필요가 없으니까.”
* * *
이신의 8강전을 본 뒤로 박영호는 내내 기분이 좋지 않았다.
내기에 져서 10만 원을 줬기 때문이 아니었다.
섬뜩하기 이를 데 없는 이신의 본 실력을 보았기 때문이었다.
3세트도 1세트와 똑같은 전략을 썼다.
안드레이는 알면서도 똑같이 못 막았다.
‘그걸 어떻게 막아야 하지?’
SC스타즈의 전략연구팀에 물어보았다.
그들도 아직 모르겠다고 했다.
연구를 하고 있긴 한데, 그들도 하나같이 난색을 띠고 있었다.
“예전에 아무리 연구해도 카이저를 이길 수가 없었는데, 딱 그때를 떠올리게 하는군요.”
왕춘 감독이 한 말에 박영호는 막막함을 느꼈다.
그래도 이제 상당히 근접했다고 생각했는데…….
연습하면 5할 이상의 승률도 보였기에 더욱 자신감이 붙었던 박영호였다.
그런데 그렇게 희망을 주고서는 이제 와서 신의 영역을 보여주었다.
‘초반 전략이라도 써야 하나?’
하지만 박영호는 이내 고개를 저었다.
다들 그렇게 이신에게 초반 도박수를 시도했다가 건설로봇의 신들린 블로킹에 막혀 맥없이 쓰러졌다.
그래서는 안 된다.
그런 도박수는 이길 자신이 없을 때나 남발하는 것이다.
‘꼭 이긴다!’
박영호는 연습에 매달려야 했다.
연습하려면 이신의 스타일을 흉내낼 수 있는 연습 상대가 필요했다.
누가 감히 그런 플레이를 흉내라도 낼 수 있을까?
박영호는 한 사람을 찾았다.
왕춘 감독에게 부탁해서 접촉했고, 상대도 흥미가 동했는지 쾌히 승낙해서 5판 3선승제로 연습 게임을 몇 번 해주기로 했다.
그 연습 상대는 바로,
-M.J: gogogo.
마이클 조셉이었다.
그나마 가장 이신에 가깝게 플레이할 수 있는 피지컬과 컨트롤 능력을 지닌 사람은 마이클 조셉밖에 없었다.
* * *
-선생님! 경기 너무 잘 봤어요.
주디의 활기찬 목소리가 이신을 기분 좋게 했다.
“코멘터리 작업은 잘 했어?”
-네, 재미있었어요. 결승전 경기 영상은 저랑 차이랑 존이 참여하기로 했어요. 아예 제자들로 구성된 코멘터리도 재미있겠대요.
“괜찮겠네.”
-헤헤, 그죠? 어서 뉴욕 가서 선생님 보고 싶어요. 결승전 날짜에 맞춰서 휴가 가기로 했으니까 꼭 결승 진출하셔야 해요.
“걱정 마.”
주디는 쉴 새 없이 재잘재잘 떠들었다.
별다른 대꾸 없이도 혼자 신나서 잡담을 늘어놓는 주디는 이신의 최적의 대화 상댜였다.
그러다가 문득 주디가 말했다.
-아참, 근데 박영호 선수가 요즘 마이클 조셉과 온라인 대전을 한 기록이 있었데요.
“마이클 조셉하고?”
-네. 마이클 조셉이 연습을 도와주는 모양인데, 조심하세요!
이신은 자신 문에 잔뜩 자극을 받았을 박영호를 떠올리며 피식 웃었다.
“그거 재미있겠네.”
아무런 걱정도 되지 않았다.
이상하게도 단 한 세트도 질 것 같지 않다는 예감이 들었다.
어디서 기인하는 자신감인지는 모른다.
하지만 확신했다.
자신은 지금 최고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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