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the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437
437화 개막(2)
중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신 출전 경기는 한국에서도 관심이 지대했다.
다행히 중계권을 가져온 올도어가 이신의 경기를 해설까지 붙여서 스트리밍으로 중계를 시작한 까닭에, 팬들은 이신의 경기를 계속 생중계로 볼 수 있게 되었다.
이신은 물론 박영호도 있으므로 투자 가치가 있다고 지수민 부사장이 판단한 것이었다.
생중계가 시작되자 접속한 네티즌 숫자가 가뿐하게 10만을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숫자가 너무 많아지자 시청자 채팅이 금지되었다.
그러나 팬들은 생중계를 보면서 따로 자기들끼리 삼삼오오 커뮤니티 채팅방에 접속하여서 이야기를 나눴다.
-리우 잘하네.
-잘하긴 뭘 잘해. 전격 마법에 병력 갖다 박았구먼.
-ㅇㅇ쉬운 게임을 좀 어렵게 만들긴 했음.
-박영호나 내지 왜 리우를 내보냄?
-박영호는 나중에 나오겠지.
네티즌들은 그저 이신과 박영호를 보고 싶어서 안달이었다.
2세트에 지우펑이 나오자 마찬가지로 왜 이신이나 박영호를 내지 않았냐고 불만을 내는 네티즌들.
하지만 지우펑이 엄청난 경기력으로 상대를 압살하자 불만이 쏙 들어갔다.
-오, 잘한다.
-쟤 그랑프리 준결승에서 신님 상대로 5세트까지 갔음.
-응 근데 패패승승승ㅋㅋㅋ
-확실히 잘하네. 솔직히 이신 상대로 5판 3선승제에서 5세트까지 갔으면 초일류 인증임.
-벌써 2승이다ㅠㅠ 신님과 영호 형 경기 둘 다 보고 싶었는데ㅠㅠㅠ
-이제 이신 나오려나?
-신님 경기는 좀 보자…….
-아 진짜 노답들이네. 이신 영호 안 나오면 계속 징징거려.
그리고 3세트 출전 선수 명단이 공개되었다.
이신이 대형화면에 나타나자 영상 속 경기장에서 관객들의 함성이 쩌렁쩌렁하게 울려 퍼졌다.
각 커뮤니티의 채팅도 폭발!
이신의 중국 데뷔 무대에 대한 기대감이 차올랐다.
-예, 여러분 많이 기다리셨습니다. 드디어 이신 선수가 출전했습니다.
-SC스타즈 오늘 기세가 심상치 않습니다. 어쩐지 1, 2, 3세트 연속으로 에이스만 내보낸 듯한 기분이 들어요.
-하하, 워낙에 주전 멤버가 대단하니까요. 박영호 선수도 있고 하나같이 모두 웬만한 팀 에이스급이잖습니까.
-아무튼 3세트에 이신 선수를 내보낸 SC스타즈. 이거 3-0 압승의 화룡정점을 찍을 기세입니다.
-이에 맞서서 상하이 게이밍에서는 리창 선수가 나왔습니다. 역시나 중국에서는 꽤 명성이 있는 선수죠?
-예, 중국 선수들이 대체로 공격적이고 컨트롤 위주로 보기 화려한 플레이를 즐겨서 장단점이 뚜렷한데, 그런 스타일의 대표적인 선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난해 상하이 슈퍼리그에서 4강에 올랐던 게 커리어의 최고점인데, 아직 21세의 젊은 나이를 생각하면 장래가 기대되는 선수이기도 합니다.
-이신 선수와 5살 차이네요.
-하하하, 그렇죠. 아무튼 이 방송을 보시는 시청자 여러분들은 대부분 처음 보는 선수일 텐데요, 이게 한국에 자신의 이름을 알릴 수 있는 좋은 찬스이기도 합니다, 리창 선수.
-좋은 경기력 기대해 봅니다.
카운트다운이 진행되고 마침내 경기가 시작되었다.
* * *
초반에는 서로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10분 안에 끝낸대서 올인이라도 하나 싶었는데 그건 아닌가보네.’
박영호는 흥미진진하게 경기를 지켜보았다.
상대도 특별히 도박성 전략을 시도하지 않고 평이하게 테크 트리를 올리는 모습이었다.
‘나라면 센터 2참회실로 광신도 올인을 하든지 암흑 사제로 승부 보든 했겠다.’
운영 싸움으로 흘러가면 100% 순수 실력의 대결이 된다.
이신을 실력으로 이긴다?
물론 박영호라면 가능하다.
지난번 그랑프리 개인전 결승에서도 한 치도 물러서지 않고 무섭게 치고받았던 박영호였다.
평소에도 이신과 연습 게임을 하면 4할 이상의 승률을 보인다.
하지만…….
‘요즘 저 형 컨디션이 너무 좋아. 나이를 거꾸로 먹었나, 점점 강해지는 것 같아.’
속된 말로 퇴물이라 불러도 할 말 없는 나이인데, 어째서 작년보다 더 무서워진 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얼굴도 옛날하고 변한 게 없는 걸 보면 정말 뱀파이어일지도 몰랐다.
아무튼 세계 정점을 다시 한 번 찍은 지금의 이신은 아무도 당해낼 수 없는 상태였다.
자신이 상하이 게이밍이라면 무조건 초반 승부를 걸었을 터였다.
하지만 리창은 운영을 택했다.
나름대로 명문팀의 주전이라는 자부심 때문인지도 몰랐다.
게다가 개막전이고 이신의 중국 데뷔전이라는 뜻깊은 자리라 정면 대결을 택한 모양이었다.
시작은 이신에게 좋지 않았다.
이신은 11시.
리창은 7시.
서로 가까운 위치지만, 이신은 정찰 방향을 잘못 정했다.
정찰 보낸 건설로봇이 1시에 갔다가 5시를 거친 후에야 리창이 7시에 있다는 걸 알게 된 것이다.
그나마도 거신병기에게 가로막혀서 본진은 구경도 못한 채 처치당했다.
-정찰 차단 좋습니다!
-반면에 리창은 카이저의 본진을 다 정찰했죠. 이러면 출발이 아주 좋은 겁니다.
이신은 보병을 꾸준히 모아주면서, 기갑정거장을 건설하고 기갑부속연구소까지 붙여지었다.
보병 6기, 기동포탑 1기, 고속전차 1기가 모였을 때 한 번 진출해서 신족을 압박하고 앞마당 확장 기지를 가져가겠다는 생각이었다.
굉장히 평범하다고 생각했을 때였다.
‘응?’
이신은 앞마당에 통제사령부를 건설하지 않았다.
확장 대신 항공정거장을 짓기 시작했다.
“오오!”
관객석에서 환호성이 울려 퍼졌다.
역시나 이신은 평범한 운영을 택하지 않았다.
-1기갑 1항공! 과감한 결단을 내린 카이저 선수!
-리창은 거신병기 1기만 뽑고 바로 앞마당 확장을 시작했거든요. 앞마당 확장이 느린 카이저가 불리해집니다. 뭔가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을 스스로 만들었습니다, 카이저!
-이제부터죠. 이제 리창이 시험대에 올랐습니다. 카이저의 공세를 견디고 자원 우위를 계속 지킬 수 있을 것인지?
마침내 이신이 진출했다.
보병 6명과 기동포탑 1기가 진격을 시작했고, 뒤이어 생산된 고속전차도 합류했다.
리창도 거신병기 3기로 마중을 나왔다.
-교전이 시작됩니다.
-리창 선수, 보병을 끊어주면서 시간을 벌어야 합니다.
거신병기 무빙 당기는 컨트롤이 꽤 좋았다.
아슬아슬한 사정거리에 들어온 보병을 일점사하고 뒷걸음질.
기동포탑의 공격을 피해 계속 물러서면서 보병들만 공격하는 리창의 침착한 컨트롤이었다.
하지만 이신도 컨트롤이 일품이었다.
보병들을 방패 삼아 기동포탑의 통상 공격으로 거신병기에게 대미지를 입혔다
포격이 아닌 통상 공격이라도 퉁, 퉁, 한두 대씩 계속 맞춰 거신병기의 배리어를 깎아나가는 이신이었다.
그러다가 고속전차가 재빨리 거신병기들을 재치고 리창의 진영으로 달려가려 했을 때였다.
거신병기들이 멋지게 옆걸음질로 진로를 가로막았다.
-리창 아주 좋습니다!
-카이저의 고속전차가 본진으로 향하게 만들면 안 되죠.
계속 교전을 벌이며 푸시, 이신은 마침내 리창의 앞마당까지 당도했다.
하지만 보병이 3명밖에 안 남았고, 그마저도 체력이 거의 다 닳은 상황.
그사이에 거신병기는 4기로 늘어났기 때문에 이제 슬슬 이신이 후퇴할 시간이었다.
물론 이대로 물러서면 앞마당 확장을 안 한 이신의 손해지만 말이다.
고속전차로 리창의 앞마당 통로에 지뢰를 심어놓은 후에 이신은 후퇴했다.
-일단 후퇴하는 카이저, 저건 연기죠?
-예, 리창 선수는 카이저가 앞마당 확장을 안 한 것을 모릅니다. 방심을 유도하는 것인데, 그러려면 일단 저 거신병기부터 밖으로 끌어내 빈틈을 만들어야겠죠?
이신은 계속 고속전차를 생산하고, 항공정거장에서 항공수송선을 생산했다.
리창을 공격할 채비를 다 해놓고 잠자코 기다렸다.
한 가지 포석을 두었다.
거기에 상대가 걸려들면 그때부터 시작이었다.
마침내 리창이 움직였다.
일단 앞마당 앞에 매설된 지뢰부터 제거할 생각이었다.
정찰기가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지나치게 거슬리는 위치에 매설된 까닭에 일단 제거하고 볼 생각이었다.
거신병기들이 한 걸음씩 조심스럽게 지뢰가 매설된 것으로 기억되는 지점으로 접근했다.
가까워지자,
-삐리릭!
지뢰가 땅속에서 튀어나왔다.
그 순간 거신병기들이 뒷걸음질로 거리를 벌리며 지뢰를 일점사했다.
-펑!
제거 성공.
리창은 이런 컨트롤에 능했다.
다만 문제가 있다면 지뢰가 하나가 아니었다는 것뿐.
-퍼어엉!
거신병기 1기가 폭사했다. 다른 3기도 마찬가지로 지뢰 폭발에 휘말려 체력이 왕창 깎였다.
-어?! 지뢰 제거 컨트롤이 깔끔했는데 왜 터졌나요?!
-아! 저건 지뢰 겹쳐 심기입니다! 페이크 더블로 먼저 압박한 주목적이 저거였습니다.
지뢰 2개를 1개인 것처럼 동일 지점에 겹쳐 심는 플레이였다.
촉수충 2마리를 1마리처럼 보이게 겹쳐놓는 것과 동일한 눈속임 플레이인데 리창이 여기에 당해 버렸다. 1개는 제거했지만 다른 1개가 고스란히 폭발해 버린 것이다.
그것이 신호탄이 된 양, 이신의 공세가 펼쳐졌다.
기다렸다는 듯이 고속전차들이 달려와 냅다 정면으로 붙었다.
거신병기들이 모두 지뢰 폭발 여파로 체력이 깎여 있는 걸 노린 것.
-퍼어엉!
1기가 집중 공격에 죽었다.
-퍼엉!
또 1기가 죽자 리창의 안색이 시커메졌다.
거신병기의 숫자만 줄여놓고서 이신은 다시 뒤로 빠졌다.
그냥 빠진 게 아니었다.
그러는 동안 이미 항공수송선이 리창의 본진 측면 외벽까지 접근해 있었던 것이다.
빠진 고속전차가 곧장 그리로 달려가 항공수송선에 올라탔다.
항공수송선이 외벽 너머로 리창의 본진 안에 고속전차들을 드롭했다.
본진 난입한 고속전차들은 지뢰를 심고 분탕질을 치기 시작했다.
그러는 동안, 추가 생산된 고속전차가 어느새 리창의 앞마당에 당도해 있었다.
-폭풍처럼 몰아붙입니다! 이게 카이저의 견제 플레이입니다!
-지뢰가 터지자마자 달려와서 거신병기 일점사, 물러나자마자 항공수송선 타고 드롭. 본진을 휘저으면서 후속으로 온 고속전차가 앞마당 동시 습격. 와, 정말 대단한 플레이입니다.
-리창에게 숨 돌릴 틈을 1초도 주지 않죠!
눈 깜짝할 사이에 리창은 엉망진창으로 얻어맞았다.
본진과 앞마당을 동시에 털리며 신도들이 죽어나갔다.
거신병기의 숫자가 부족해진 탓에 모두 커버할 수가 없었다.
이를 노리며 이신이 계속 몰아붙였다.
-카이저, 앞마당 확장을 안 합니다! 기갑정거장을 늘려 짓고 고속전차를 찍어내고 있어요!
-잘 걸렸다 이겁니다! 한 번 물리니까 독사처럼 놔주지 않습니다.
고속전차가 계속해서 앞마당으로, 본진으로 침투했다.
출입구를 통해 들어오기도 하고, 항공수송선을 타고 오기도 하는 등, 리창의 본진을 제 집처럼 드나들며 난타했다.
리창의 본진이 지뢰로 도배되었다.
거신병기들은 사방에 깔린 지뢰 탓에 꼼짝을 못하고 갈팡질팡했다.
끝내 리창은 본진과 앞마당에 대신전이 있지만, 일하는 신도는 하나도 없는 처참한 몰골이 되었다.
리창은 멘탈이 나가 버린 채 GG를 선언했다.
시각은 정확히 10분 12초.
리창이 멘탈이 나가 넋을 잃지 않고 좀 더 일찍 승복했더라면 10분 안에 끝났을 경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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