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the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44
43화 성취(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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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디의 훈련은 착착 진행되었다.
……라고 생각하는 것은 이신의 관점이었다.
방진호 감독은 바로 옆에서 이신과 주디가 훈련이랍시고 하고 있는 걸 보면 의문 부호를 그릴 수밖에 없었다.
“내가 가르쳐 준 것만 기억해.”
“네 판단은 필요 없어.”
“머리를 비워. 내 말만 생각나게끔 머릿속에서 너를 지워 버려.”
저딴 소리를 해대며 극단적인 주입식 교육을 하는 이신의 모습에서 광기까지 보였다.
‘자기 아바타로 만들겠다는 거야 뭐야?’
말이 교육이지 거의 세뇌나 다름없었다.
그런데 더 기가 찬 것은, 그 미친 세뇌 교육의 성과가 보이는 부분이 있다는 사실이었다.
e스포츠에 APM이라는 용어가 있다.
Action Per Minute.
1분 동안 몇 개의 명령을 내렸는지를 나타내는 수치였다. 즉, 이 수치가 높다는 건 손이 빠르다는 뜻이었다.
보통 프로 선수들의 APM은 200대 초반에서 빠르면 700까지 손 빠르기가 각양각색이었다.
이 수치가 꼭 실력과 연결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해도 APM이 190 언저리였던 주디의 속도는 문제가 있었다.
그런데 저 주입식 교육을 통해 주디의 APM이 250까지 치솟았다.
게다가 헛손질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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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 순간순간 자기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명확하게 알면 헛손질이 없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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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신은 자신의 말을 주디를 통해 증명해 보였다.
아바타처럼 이신의 오더에 따라 플레이했던 주디는 어떤 상황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고민하지 않게 되었다.
이신이 가르친 그대로 하면 되므로 조금의 딜레이도 없이 플레이한다. 당연하게도 APM이 높아질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아무나 저런 교육을 받아 성과를 낼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주디는 이신이 눈여겨본 장점이 있었다.
바로 꼼꼼함.
유닛 하나 흘리지 않는 꼼꼼함으로 장기 운영에 강했다.
‘덕분에 속성으로 기본기가 잡히긴 했지만, 그래도 저래서는 대성할 수가 없는데.’
방진호 감독은 주디의 스타일이 너무 원 패턴으로 단순하게 이루어지는 점이 걸렸다.
그래서 이신을 따로 불러서 이야기를 했다.
“괜찮습니다.”
이신은 단언했다.
“뭐가 괜찮아? 패턴이 너무 뻔해. 정석 빌드에 운영, 뭘 할지 뻔히 보이는데.”
“그게 단점으로 작용한다는 건 압니다.”
“근데?”
“달리 선택지가 없습니다.”
이신의 설명이 이어졌다.
“창의성이 너무 떨어진다는 지적은 수긍하지만, 그건 제가 그렇게 만든 게 아니라 원래부터 없었습니다.”
“…….”
그건 그랬다.
아마추어리그에서 처음 봤을 때도 이신을 모방한 플레이만 하고 있었다.
“애당초 창의적인 플레이는 상대를 어떻게든 해치고 싶다는 악의에서 나옵니다. 주디는 그런 공격성이 부족해서, 유닛 컨트롤도 아무리 가르쳐도 평범한 수준을 벗어나지 못합니다.”
컨트롤이 안 되니 이신 특유의 스피디한 견제 플레이도 가르칠 수 없었다.
“그러니까 그런 한계를 감안하고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 해 키우고 있다는 말이지?”
“예.”
“근데 그래 가지고 1군이 될 수 있겠어? 보통 그런 걸 두고 자질이 없다고 말하는 거 아냐?”
“개인리그에서 좋은 성적을 낼 자질은 없습니다. 예선 뚫고 본선에 진출은 하겠지만, 패턴이 단순하니 다전제에 약합니다.”
“…….”
“하지만 프로리그에서 매년 꼬박꼬박 승률 50% 이상을 낼 수는 있습니다. 원 패턴 정석 플레이만 갖고 있어도 주디는 그게 가능합니다.”
“승률 50%를 매년 낼 수 있는 선수로 만들 수 있다 이거지?”
“예.”
화려한 걸 좋아하는 e스포츠 팬들에게는 인기 없는 선수가 되리라.
하지만 프로팀 감독에게는 그것처럼 매력적인 선수가 없었다.
경기에 내보냈을 때 꾸준히 제몫을 해주는 선수가 있으면 작전을 짜기도 편안하다.
방진호 감독도 신지호 같은 에이스급 선수보다 기복 없이 롱런 해주는 선수를 더 원했다.
그리고 재미없는 선수라고 하지만, 예쁜 외국인 소녀라는 주디의 캐릭터는 그 자체로 수많은 팬을 매료시킬 게 분명했다.
이신이 주디를 연습생으로 영입하자면서 말한 목적이 달성되는 셈이었다.
‘이 자식, 기행을 벌이는 것 같았는데 나름대로 목적을 차근차근 달성하고 있었군.’
이신이 그렇게 말하니 방진호 감독은 주디의 현재 실력이 궁금해졌다.
“주디는 언제부터 쓸 수 있겠어?”
“올해 후반기 프로리그에 바로 투입하는 걸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너무 이르지는 않고?”
“디펜스와 운영을 중점적으로 가르쳤습니다. 디펜스와 운영을 잘하는 인류가 웬만해서 지는 일은 없지요.”
“그럼 시험해 볼까?”
“그러죠.”
이신은 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즉석에서 주디에 대한 테스트가 이루어졌다.
“자자, 다들 주목!”
선수들이 연습을 멈추고 방진호 감독을 바라보았다.
방진호 감독은 ‘주디스 레벨린’이라고 화이트보드에 크게 써놓더니, 그 옆에 ‘VS’라 적었다.
선수들은 연습생 테스트라는 것을 알아보았다.
프로리그에도 2부 리그에서 1부 리그로 올라가는 승강제가 있듯 팀 내부에서도 연습생이 2군으로, 2군이 1군으로 올라갈 수 있는 방식이 있었다.
그것이 바로 지금의 테스트였다.
방진호 감독은 VS 옆에 2군 선수들의 이름을 종족별로 10명 적었다.
“여기 적힌 사람은 차례대로 주디와 겨룬다. 봐주지 말고 해라, 알았지?”
“옛!”
선수들이 대답했다.
정작 사전에 아무것도 듣지 못한 주디만 큼직한 눈을 끔뻑거리고 있었다.
이신이 가르쳐 주었다.
“네 실력 테스트야. 여기서 통과하면 준 프로 따고 드래프트 때 2군 선수로 계약할 수 있어.”
“선수 계약?”
“어.”
주디의 표정이 밝아졌다. 하지만 이내 다시 시무룩한 얼굴로 물었다.
“다 이겨야 통과예요?”
“아니, 3명.”
“네?”
“10명 중 3명만 이기면 통과라고.”
100점 만점에 30점만 받으면 된다는 말처럼 들릴지도 몰랐다.
하지만 비록 2군이라도 아마추어리그를 뚫고 준 프로 자격을 땄으며, 드래프트에서 팀에게 지명되어 입단한 선수들이었다.
연습생들 사이에서 이 테스트를 계란으로 바위치기라고 불렀다. 3명은커녕 1명이라도 이기면 다행이었다.
계란처럼 10번을 내리 깨지고 멘탈까지 상처 입어 프로게이머의 꿈을 접는 경우까지 종종 있었다.
“통과할 수 있을까요?”
주디가 걱정된다는 듯이 물었다.
“3명은 이길 수 있어.”
“……정말요?”
“어. 그냥 네 실력을 보려는 차원이니까 부담 갖지 마. 져도 괜찮고, 이기면 행운이야.”
“네.”
주디는 그제야 안심한 표정으로 PC 앞에 앉았다.
그렇게 테스트가 시작되었다.
방진호 감독이 다가와 슬쩍 물었다.
“몇 명이나 이길 것 같아?”
“7명 정도입니다.”
“뭐?”
승률 70%라니, 방진호 감독은 말도 안 된다는 표정을 지었다.
주디는 이제 연습생이 된 지 한 달밖에 안 된 애였다.
“성장이 기대되는 유망주 몇 명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2군은 과감성이 없고 안전 위주의 플레이를 합니다. 그래서 2군에 머무르고 있죠.”
하물며 자신들에게는 별로 중요하지도 않은 테스트에서 과감함을 보일 리는 더더욱 없다는 이신의 추측이었다.
“똑같이 뻔한 걸 하면 더 꼼꼼한 쪽이 이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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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맙소사.”
방진호 감독은 마지막 10번째 2군 선수 이름 앞에 ‘승’을 표기하며 충격에 빠졌다.
승, 승, 패, 승, 승, 승, 승, 승, 승, 승.
승률 70%를 장담했던 이신의 예상은 빗나갔다.
9승 1패!
예상을 넘어선 90%였다.
줄줄이 패배한 2군 선수들은 충격을 받은 눈치였고, 1군과 연습생들도 멍하니 주디를 쳐다보았다.
“코치님!”
주디는 기쁨에 상기된 얼굴로 이신에게 달려왔다.
“잘했어.”
이신은 가볍게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주디는 무척 기뻐하며 더 쓰다듬어달라는 듯, 은근슬쩍 머리를 내민다. 얼떨결에 이신은 계속 머리를 쓰다듬어주게 되었다.
‘이 정도까지 잘할 줄은 몰랐는데.’
혹독한 주입식 교육으로 억지로 실력을 쑤셔 박은 이신이었지만, 이렇게까지 성과가 좋을 줄은 스스로도 생각지 못했다.
사실 이신도 미처 예상 못한 의외의 시너지 효과가 있었다.
바로 이신을 동경해 그의 플레이를 모방했던 주디의 그간의 경험이었다.
무슨 의미인지도 모른 채 그저 따라 하기만 했던 모방들.
그것들이 이신의 주입식 교육을 만나 비로소 진정한 주디의 실력으로 화환 것이다.
“이신!”
방진호 감독이 까닥까닥 손짓했다.
이신은 주디의 어깨를 툭툭 치고는 그에게 다가갔다.
“조금 쉬었다가 1군 테스트도 해보자.”
“그건 무리일 텐데요.”
1군은 2군과 전혀 달랐다.
2군 선수들에게 계란으로 바위치기인 게 바로 1군 테스트였다.
1군 선수들은 저마다 자기 색깔이 뚜렷하고 필요할 땐 과감해지는 성향까지 두루 갖춘 이들이다.
“2군 상대로 승률 9할이야 인마. 잘하면 1군을 상대로도 3할 나와.”
방진호 감독은 오랜만에 들떠 있었다.
올해는 거의 포기 상태였는데, 당장 경기에 써먹을 수 있는 선수가 나타났다는 사실에 고무된 것이다.
‘이신이 키웠다. 이젠 믿을 수 있겠어.’
방진호 감독은 지도자로서의 이신의 역량도 신뢰하게 되었다.
‘아무리 어릴 땐 빨리 배우는 탓에 실력이 확 느는 경우가 있다지만, 불과 한 달 만에 2군 테스트에서 승률 90%가 나올 정도로 잘 키우다니!’
주디도 주디이지만, 주디를 키운 스승 이신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으음, 그럼 10명 말고 5명만 가죠. 저렇게 기뻐하는데 멘탈 다치게 하고 싶지 않습니다.”
아마 안 될 거라고 생각했지만, 워낙에 주디가 기대 이상의 실력을 보인 탓에 이신도 혹시나 하는 생각을 품었다.
그리고…….
“죄송해요.”
주디는 울상이 되어 모기만 한 목소리로 말했다.
패, 패, 패, 패, 패.
기대감에 들떠 있었던 방진호 감독도 겸연쩍은 듯 머리를 긁적였다. 역시 무리였다.
이신은 주디를 다독였다.
“당연한 결과니까 괜찮아. 2군 테스트 통과만으로도 성공이야.”
“정말요?”
“어.”
“그, 그럼…….”
“응?”
주디는 우물쭈물하더니, 용기를 내어 말했다.
“부, 부탁 하나만 들어주시면 안 돼요?”
“뭔데?”
“사진을…… 찍고 싶어요.”
주디는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며 부끄러워했다.
사진이란 말에 이신은 잠시 눈살을 찌푸렸지만,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은 잘했으니까.”
“그럼 잘하면 사진 찍을 수 있는 거죠?”
“……그래.”
주디는 이신의 옆에 찰싹 붙어서 셀카를 찍더니, 이윽고 떨어져서 그의 단독 샷을 마구 찍기 시작했다.
부끄럼 가득한 평소 성격은 어딜 갔는지 잔뜩 흥분한 모습이었다.
‘일단 기본 틀은 잡혔군.’
열심히 스마트폰 카메라를 만져대는 주디를 보며 이신은 생각했다.
1군에게는 아직 먹히지 않았지만, 빈틈을 더 메꾸고 장점을 강화하면 달라질 것이다.
그때는 이신이 원하던 주디의 완성형이 이루어지리라.
이신이 구상한 주디의 스타일…….
그것은 바로 양민학살머신!
일류 선수는 죽었다 깨어나도 못 이기는데, 어중간한 상대를 만나면 물 만난 물고기처럼 활약하는 그런 선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