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the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45
44화 성취(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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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따라 기분이 좋아 보이십니다, 아가씨.”
운전을 하는 30대 중반의 외국인 사내가 물었다.
리무진 뒷자리에 앉아 있던 주디는 싱글벙글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 2군 테스트 합격했어요.”
“오, 그거 잘됐군요.”
“네! 10명 중에 9명 이겼어요. 코치님도 잘했다고 칭찬해주셨어요.”
“하하, 코치님께 칭찬받은 게 더 기쁘신 거죠?”
“헤헤…….”
주디는 수줍게 웃었다.
소리 없이 잔잔히 이동하던 리무진이 목적지에 도착하여 멈췄다.
“다 왔습니다, 아가씨.”
“고마워요.”
“내일 같은 시간에 모시러 오겠습니다.”
“매일 감사해요.”
“별말씀을.”
주디는 프라다 백팩을 등에 메고 리무진에서 내렸다.
뭐가 그렇게 기분이 좋은지 싱글벙글하며 호텔 안으로 들어갔다.
호텔 최상층 펜트하우스가 그녀가 현재 한국에서 머무르고 있는 숙소였다.
당연히 숙박비가 무척 비쌌지만, 워낙 부유한 주디의 레벨린 가문에는 푼돈이나 다름없었다.
펜트하우스에 도착한 주디는 옷을 갈아입고 허겁지겁 노트북을 열었다.
인터넷에 접속해 주소창에 익숙한 손놀림으로 주소를 타이핑했다.
접속한 사이트는 바로 이신의 팬카페, 이신교.
회원 수 60만을 자랑하며, 한국 e스포츠 여성 팬의 9할을 보유했다고 일컬어지는 스페이스 크래프트의 성지였다.
로그인을 하자 그녀의 회원 정보가 좌측 상단에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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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닉네임: iLoveSin회원 등급: 광신도(열혈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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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디는 미소를 지었다.
이제 회원 등급 상승의 때가 왔다.
대사제(운영진)로 등급 업만 된다면, 그거야말로 오늘 얻은 최고의 성취라 할 수 있었다.
주디는 카페에 글을 작성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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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일단 한 장닉네임: iLoveSin
본문: 아직 11장 더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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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첨부파일로 오늘 스마트폰으로 실컷 찍은 이신의 사진 중 한 장을 추가했다.
회원 수 60만의 팬카페답게 반응이 순식간에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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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어! 저거 뭐야!
-어머머 신 님이다!
-꺄악 신 님!
-저기 MBS 팀 연습실 아닌가요?
-iLoveSin 님 혹시 MBS팀 관계자이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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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반응!
F5 새로 고침을 누를 때마다 댓글이 십여 개씩 추가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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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저렇게 가까이서 찍은 샷이라니! iLoveSin 님 능력자!
-심지어 카메라 쪽을 보고 계셔! ㅠㅠ 사진 찍는 거 굉장히 싫어하시는데!
-그냥 눈 정화 ㅠㅠ b
-약간 당황한 표정이다 ㅋㅋㅋ
-당혹스러워하는 신 님도 너무 멋져!
-하ㅤㅇㅏㅎ…… 11장 더 올려줘요! 어서요!! 지금 사람 놀려요?
-11장 더 올려라!
-현기증 난단 말이에요 ㅠㅠ 어서 사진 다 올려주세요!
-저것도 프린트해야겠다. 천장에 붙여서 잘 때마다 볼 수 있게 해야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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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반응에 주디는 웃음을 지었다. 역시 예상대로였다.
그리고 마침내 기다렸던 메시지가 좌측 상단에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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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지가 도착했습니다.]?
내용을 확인하자 다음과 같은 내용이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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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교주입니다.닉네임: 인의예지신 님
본문: 안녕하세요, 이신교의 교주 인의예지신입니다.
iLoveSin 님의 야심은 진작부터 알고 있었지만, 설마 이런 치사한 수까지 쓰실 줄은 몰랐습니다!
좋아요, 우리가 졌습니다.
채팅방에서 대사제들과 진지한 토론을 거친 결과, iLoveSin 님의 대사제 등업을 해드리기로 했습니다.
채팅방 주소와 암호는 추후 보내드리겠습니다.
이제 어서 11장을 마저 뱉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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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디는 답장을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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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실은요…….닉네임: iLoveSin
본문: 사실 12장이에요. 마지막 1장은 저도 같이 찍은 거라 대사제님들께만 보여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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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주의 답장은 빨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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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말도 안 돼!닉네임: 인의예지신 님
본문: 저희가 아는 신 님께서는 카메라 플래시 때문에 눈부신 것도 싫어하시고, 포즈를 취하거나 웃으라고 요구도 싫어하시고, 아무튼 사진 자체를 체질적으로 싫어하세요.
저희도 신 님의 출근길에 방해되지 않도록 조용히 옆모습을 찍는 게 한계였습니다.
그런데 그런 신 님께서 공적인 일도 아닌데 누군가와 같이 사진을 찍다니! 당신의 정체가 점점 궁금해지네요.
채팅방 채널 주소랑 비번 알려드릴 테니 지금 당장 오세요! 지금 다들 난리도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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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과는 직방. 그날 주디는 이신교의 대사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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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하고 집에 돌아온 이신은 최영준이 보내준 개인방송의 녹화 영상을 보고 있었다.
최영준이 어디를 보고 있고 마우스가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지를 생생하게 볼 수 있어서 분석하기에 훌륭한 자료라고 생각되었다.
‘필요한 컨트롤만 딱딱 하는 스타일이군.’
이신은 최영준이 왜 소수 유닛 컨트롤에서 자신에게 밀렸는지 알 수 있었다.
대규모 유닛 컨트롤에 익숙해져 있어서, 소수 유닛에 미숙한 것이었다.
아니, 미숙하기보다는 필요 이상의 조작을 하는 것을 꺼렸다.
그도 그럴 것이, 후반 운영에 익숙해져 있어서 유닛을 일일이 컨트롤할 시간에 건물 짓고 유닛 뽑고 이동시키는 조작을 하는 게 더 이득이기 때문이었다.
때문에 첫 번째와 두 번째 싸움에서 기교적인 컨트롤로 유닛으로 하여금 비정상적인 위력을 발휘시키는 이신에게 무릎 꿇은 것이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세 번째 대결.
이신은 그것을 보고 또 보며 분석했다.
중반까지는 분명 자신의 상황이 나쁘지 않았다.
어마어마한 병력을 쏟아붓는 최영준의 공세를 몇 번이고 막아냈다.
확장 기지의 숫자도, 일하는 생산 유닛의 숫자도, 병력 규모도 비슷했다.
물론 병력의 생산과 소비 사이클은 신족이 압도적이었다. 그건 종족 특성상 어쩔 수 없었지만, 대신 인류는 튼튼한 방어력이 있었다.
‘여기까지는 내가 질 이유가 없었는데.’
최영준의 아바타 3기가 한꺼번에 이신의 본진에 침투했다.
잔뜩 깔아놓은 대공포에 의해 2기가 격추됐지만, 살아 들어온 1기가 소환을 펼쳤다.
광신도와 거신병기가 잔뜩 본진에 소환되었다.
‘내 대처도 나쁘지 않았어.’
이신은 신속하게 방어선을 형성했던 병력 일부를 되돌려 본진에 소환된 적을 격퇴했다.
이때쯤 이신은 집중력을 유지하기에 힘겨움을 느꼈지만, 그래도 실수 없이 막아냈다.
손실만 따지면 소환한 병력과 함께 아바타 2기를 잃은 최영준이 더 컸다.
그런데 이것을 계기로 자신이 패배했으니, 이신은 기가 막혔다.
‘왜 졌지?’
이론상 병력 피해를 더 적게 입은 이신이 유리했어야 했다.
그런데 다음 순간에 시작된 최영준의 총공세를 막지 못했다.
본진 내부에 소환된 적을 격퇴하기 위해 병력을 뺀 순간, 그 틈을 타 방어선을 들이받는 최영준.
그리고 특유의 생산-소비 사이클을 폭풍처럼 선보이며 후속병력을 끝없이 보낸다.
방어선이 잠깐 뒤로 밀려났다.
하지만 그뿐.
본진 소환 공격을 막아낸 이신의 병력이 다시 방어선에 복귀하며 디펜스를 강화했다.
하지만 한 걸음씩, 한 걸음씩, 계속 밀린 끝에 이신은 수세에 몰렸다.
결국 7시 확장 기지를 잃고 자원 채집량이 크게 줄어 패배하고 말았다.
물론, 이신이 장기 운영이 아닌 자기 본연의 스타일로 싸웠더라면 어찌 되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런 ‘만약에’ 따윈 중요하지 않았다.
지금은 저 상황에서 자신이 왜 전투에서 이기고도 패배했는지 알아야 한다.
그 부분을 보고 또 봤다.
10번쯤 다시 보니 무언가 감이 잡힐 것 같았다.
‘그런 건가?’
이신은 한 번 더 다시 재생해 보았다.
‘그거였구나!’
최영준이 광기신족이라 불리는 이유.
다수 병력을 잘 뽑는 선수는 많은데, 왜 그중에서도 유독 최영준이 최고인 비결.
‘중요한 건 손익이 아니라 공간이었어!’
일반적으로 신족이나 괴물은 인류를 상대로 전투를 벌일 때, 서로 유닛을 교환한다는 개념으로 싸운다.
같은 손실을 입어도 인류보다 더 빨리 유닛을 생산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 유닛 교환에서 자신이 손해 볼 것 같은 싸움은 피한다.
그런데 최영준은 상대의 병력이 아닌, 공간을 잡아먹기 위해 손실을 감수하고 아바타 소환 공격을 감행했다.
그 탓에 방어선이 살짝 뒤로 밀린 순간부터 이신의 패배였다.
더 이익을 챙긴 전투를 했다 해도, 결국 상대에서 뒤로 밀려나고 또 밀려나 낭떠러지에 이르면 패배하는 법이었다.
그 원리가 지금 나타나고 있었다.
일단 뒤로 밀리자 공간을 잡아먹혔다. 지원 병력을 보내도, 그 병력이 방어선을 펼 만한 공간이 부족해졌다.
결국 상대보다 손실이 적은 싸움을 했지만, 밀리고 밀려 낭떠러지에서 떨어져 버렸다. 상대보다 많은 병력을 가진 채 추락사했다.
이신은 고개를 끄덕였다.
최영준의 실력과 판단력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좋은 걸 배웠다. 내가 그 점을 간과했어.”
“어머, 잘됐네요.”
“……?!”
뜬금없이 들린 여자 목소리에 이신은 흠칫 놀랐다.
고개를 들어 앞을 바라보니, 그레모리가 그를 보며 아름다운 미소를 짓고 있었다.
“뭔지는 모르겠지만 자신의 단점을 보완할 가르침을 받았다는 뜻이죠?”
이신은 평정심을 애써 되찾으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목동의 오피스텔이 아니었다.
마계, 그레모리의 궁전이었다. 어느새 그녀가 그를 불러들인 것이다.
“그렇습니다. 그런데 앞으로 저를 소환하실 땐 제가 놀라지 않게 배려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후훗, 미안해요. 그냥 한 번 깜짝 놀라게 하고 싶었는데 너무 심했나요?”
“심하셨습니다.”
“호호, 그런 것치고는 별로 크게 안 놀란 것 같은데요.”
“놀란 걸 내색하지 않으려 했을 뿐입니다.”
“자기감정을 잘 통제하시네요. 역시 훌륭해요.”
그레모리의 칭찬은 이신의 가슴을 뛰게 만들었다.
악마군주이기 때문일까.
평소 감정 기복이 별로 없는 이신을 그녀는 손쉽게 들었다 놨다 했다.
물론 이신은 이를 들키지 않기 위해 애써 무표정을 유지했다. 이 점을 그녀가 이용하려 들지도 모른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거창한 건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저를 소환하셨다면 역시 서열전입니까?”
“맞아요.”
“다음 서열로 도전하는 겁니까?”
“아쉽지만 아니에요. 지난번 서열전 결과를 기억하시나요?”
“암두시아스에게 승리를 거둬 25,000마력을 얻으셨지요.”
“그리고 71위를 건너뛰고 70위로 올라섰지요.”
‘아.’
그제야 이신은 지난번 일을 떠올렸다.
사도 임명 시스템 등에 정신 팔려 그걸 깜빡하고 있었다.
“본래 70위였던 악마군주가 도전해 왔군요.”
“네, 상대는 악마군주 벨리알이에요. 선물이나 지위, 적과 친구의 호의를 제공하는 능력을 지닌 악마군주로, 현재 10만 마력을 보유하고 있어요.”
“그의 서열전 성적은 어떻습니까?”
“줄곧 하위권에서 맴돌고 있어요.”
“계약자가 누군지 알고 싶습니다.”
이신은 가장 중요한 것을 물었다.
그레모리가 답했다.
“조아생 뮈라라는 자예요. 들어보셨나요?”
이신은 고개를 저었다.
“못 들어봤습니다. 어떤 인물입니까?”
“나폴레옹의 휘하에서 활약하여 나폴리의 왕까지 지낸 인물입니다.”
“나폴레옹? 그렇다면 만만치 않은 전략가이겠군요.”
그 유명한 나폴레옹이 언급되자 이신이 긴장했다.
하지만 그레모리는 고개를 저었다.
“아뇨, 그는 전술에 신경 쓰지 않고 오직 용맹으로서 승리를 거두는 것을 자랑으로 여기는 자였어요. 당신과는 정반대의 타입이죠.”
이에 이신은 의문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그저 용맹뿐이라고? 그런 자가 왜 계약자로 선택받았지?’
실시간 전략 시뮬레이션과 같은 서열전에서 단순무식한 맹장이라니, 이해할 수가 없었다.
‘서열전에 아직 내가 모르는 무언가가 있는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