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the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445
445화 화력(1)
블라드 드라쿨레아를 처음 봤을 때 이신은 그의 인상에서 느껴지는 섬뜩한 분위기에 놀랐다.
소설 드라큘라의 주인공이라는 편견 때문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수많은 학살을 자행한 잔인한 인물이기 때문도 아니었다. 전쟁 영웅도, 잔인한 인물도 마계에서 얼마든지 만나본 이신이었다.
그런 섬뜩한 분위기가 귀기 어린 눈빛에서 나오고 있다는 것을 이신을 알아차렸다.
‘맺힌 게 많아서인가?’
원한, 증오.
이를 원동력으로 살아온 블라드 드라쿨레아이기에 그런 남다른 분위기를 내는 것이리라 싶었다.
‘그러고 보면 오자서도 비슷한 경우였지.’
오자서를 적으로 만났다면 저러했을까 싶기도 했다.
“반갑소, 발라히아의 블라드 드라쿨레아요.”
블라드는 눈빛과 달리 신사적인 태도로 인사를 건넸다. 이신도 이에 알맞게 화답했다.
“반갑습니다. 이신입니다.”
상대가 도발적이면 똑같이 도발적으로, 신사적이면 똑같이 공손하게 인사하는 이신이었다.
“동양의 방식이면 성이 이고 이름이 신이던가?”
“예.”
“출신은 어디요?”
“한국입니다.”
블라드는 한국을 몰랐지만 대충 마계에서 만난 인물들에 의해 현실세계에 대한 이야기를 많은 들은 모양이었다.
“듣자하니 내가 공포 소설의 주인공이 되었다지? 당신도 봤소?”
“영화로 본 적 있습니다.”
“영화라. 그런 게 있다고 들은 것 같군. 연극을 기계장치로 볼 수 있다지?”
“예.”
“재미있겠군.”
의외로 블라드는 자신이 소설 속의 괴물 주인공이 된 것에 대해 별달리 기분 나빠하지 않았다.
잡담을 조금 나눠보니 브람 스토커를 만나고 싶어서 지옥을 뒤져봤는데 없었더라는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만날 수 있었으면 곁에 두고 술친구로 삼았을 텐데 불행인지 다행인지 지옥에 올 만한 일을 하지 않았던 모양이더군.”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하던 블라드는 문득 질문을 던졌다.
“나에 대해 궁금한 점은 없소?”
“당장 떠오르는 건 없습니다.”
“그렇군. 나는 그대에 대해 궁금한 게 참 많은데 말이오.”
블라드가 슬며시 본색을 드러냈다.
이신도 짐작했다.
신사적이었으나 본래 말수가 많은 인물로 보이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이신이 어떤 인물인지 알고 싶어서 대화를 시작한 것.
“그대는 군인이오?”
“예.”
“어떤 병과요?”
“공군입니다.”
“오, 요즘에는 전투기를 타고 하늘을 날며 싸운다지?”
“전투기를 타지는 않습니다.”
“계약자로 선택 받았다면 무언가 특출한 활약상이 있었을 텐데?”
“…….”
“물론 나처럼 딱히 활약을 하지 않았어도 자질만 보고 선택되는 경우도 있지만, 그런 경우는 좀 더 지켜보면서 성장하여 본신의 기량을 떨칠 때까지 기다리지. 그리고 이제 충분하다 싶으면 마계로 데려오는 거요.”
블라드는 약간 떨어져 있는 악마군주 구소인을 노려보며 말을 이었다.
“내가 위기에 빠졌다는 걸 굳이 경고하지 않았지. 망할 악마 놈.”
이신은 블라드가 악마군주 구소인과 사이가 안 좋다는 걸 깨달았다.
‘그런 경우도 흔하지.’
계약자들 중 악마군주에게 속아서 계약한 경우도 적지 않았으니 말이다.
이신은 오늘날의 전쟁은 과거와 달리 복잡하다고 대충 얼버무렸다. 굳이 게임에 대해 말하고 싶지는 않았던 것이다.
-인사가 좀 긴데. 준비가 되었다면 슬슬 서열전을 진행해 보도록 하지?
악마군주 구소인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럼.”
“예.”
그렇게 그들은 서열전을 진행시켰다.
구소인과 블라드는 제7 전장 오린을 골랐다.
3인용 전장.
낮은 산 모양의 지형으로, 산꼭대기에 해당하는 중앙을 향해 완만한 경사로 솟아 있는 모양을 띠고 있었다.
즉, 먼저 중앙 지역을 점령하는 쪽이 보다 높은 지형에서 적을 내려다보며 싸울 수 있는 것이다.
‘중앙에 대한 주도권을 쥘 수 있다고 판단한 모양이군.’
확실히 드워프의 대포와 휴먼의 투석기를 비교해 보면 블라드의 생각을 알 수 있었다.
서열전의 시스템 상 대포와 투석기는 사거리가 비슷하다.
위력은 대포가 더 강하나, 연사 속도는 투석기가 더 빨라서 균형이 맞아 떨어진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이동성의 차이.
장거리를 이동할 때는 투석기가 빠르지만, 근거리를 움직일 때는 대포가 빠르다.
투석기는 한 발짝이라도 이동하려면 분해와 재조립 과정을 반복해야 하지만, 대포는 그럴 필요가 없는 것.
‘화력을 겨루는 단순 포격전이 된다면 드워프가 유리하겠지.’
대포는 한 발짝씩 사거리 안에 접근하여서 포격 싸움을 걸 수 있었다.
하지만 분해·재조립을 해야 하는 투석기는 번거로워서 그러지 못한다.
필시 포격전에서 싸움을 먼저 걸 수 있는 주도권은 블라드에게 있는 것.
그러니 먼저 중앙을 장악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있을 터였다.
이신은 그 약점을 보완해야 하는 과제가 있었다.
-그리고 마력은 물론 5만이다.
악마군주 구소인이 마력도 배팅했다.
“좋다.”
그레모리도 당연하다는 듯이 동의했다.
[악마군주 그레모리님과 악마군주 구소인님의 서열전입니다. 전쟁의 승패가 서열과 마력에 영향을 줍니다. 마력은 10만이 배팅됩니다.] [마력 10만이 마력석이 되어 전장에 유포됩니다.] [종족을 선택해 주십시오.]“드워프.”
“휴먼.”
서로 종족을 말하면서, 블라드는 이신에게 씨익 웃으며 살짝 고개를 끄덕여 인사하는 신사적인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이신은 그가 그렇게 자상한 남자가 아님을 알고 있었다.
악마적인 투쟁심으로 오스만 제국군을 공포에 떨게 만든 남자였다.
이신은 치열한 싸움을 각오했다.
[서열전이 시작됩니다.] [악마군주 그레모리님의 계약자 이신님과 악마군주 구소인님의 계약자 블라드 드라쿨레아님께서 참전합니다.]‘최대한 빠르게 테크 트리를 올린다.’
이신은 궁병 하나 뽑지 않고 빠른 속도로 건물을 순서대로 지어 올리며 테크 트리를 진행시켰다.
초반에는 전투가 없을 거라고 확신했기 때문이다.
블라드도 노리고 있는 것은 명백하게 대포를 활용한 화력전.
대포가 나오기 전에 공격을 시도해서 실패하면 크건 작건 손해가 발생한다. 블라드로서는 그런 리스크를 감수하려 들지는 않을 터였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위험이 있으니 이신은 콜럼버스의 정찰 능력을 최대한 활용해 경계를 했다.
‘본진에 들어갔다 나와라.’
“옛!”
아직 블라드는 자신의 고유 능력을 발동하지 않았다.
건축물 근처의 모든 적의 이동속도를 줄이는 고유 능력!
그게 발동되면 콜럼버스의 이동속도도 느려지기 때문에 정찰이 불가능해진다.
그전에 어서 블라드의 테크 트리를 확인하려는 이신이었다.
콜럼버스는 마비침을 이용하여서 드워프 광부의 블로킹을 제치고 본진 안에 침투했다.
예상대로 블라드도 테크 트리를 진행시키고 있었다.
병력이라고는 막 드워프 총수 1명이 소환된 상태.
드워프 총수가 콜럼버스를 향해 총을 겨누자, 콜럼버스는 냉큼 블링크를 써서 탈출했다.
‘역시 대포를 우선적으로 소환하는군.’
이로서 이신의 작은 모험은 성공했다.
드워프 총수 1명을 소환해 안전하게 최소한의 방비를 해둔 블라드.
그에 비해 이신은 궁병 하나 소환하지 않았다.
즉, 블라드의 대포보다 이신의 투석기가 한 발 빠르게 나타나는 것이다.
‘한 발 먼저 고지를 선점한다!’
그랬다.
포격전에서는 먼저 유리한 자리를 선점하는 쪽의 우세.
이신은 최단 기간에 투석기를 제작 완료시키는 최적의 빌드 오더를 미리 준비해 둔 상태.
그 빌드 오더에 따라 투석기가 발 빠르게 완료되었다.
‘마르몽, 중앙 지역을 선점해라.’
“예, 주군!”
첫 투석기를 끌고 나서는 공병은 다름 아닌 그의 사도 오귀스트 마르몽.
명중률 100%를 자랑하니 고지(高地)인 중앙 지역에 자리 잡으면 큰 위력을 발휘할 터였다.
마르몽은 투석기를 끌고 제7 전장 오린의 가장 높은 곳인 중앙 지역에 도달했다.
주위를 살펴본 마르몽은 정중앙 꼭대기에서 약간 아래쪽에 자리 잡았다.
블라드의 병력이 이신의 진영으로 향하려면 지나쳐야 하는 길이 투석기 사거리에 걸쳐지는 최적의 위치였다.
‘과연 마르몽이군.’
일일이 지정해 주지 않아도 알아서 좋은 위치를 잡는 사도 마르몽의 능력에 기분이 좋아진 이신이었다.
블라드는 상대적으로 진출이 늦었다.
대포 1기뿐만이 아니라, 대포를 호위해 줄 드워프 총수 2명과 도워프 도끼병 1명까지 갖춘 뒤에야 진출을 시도한 것이다.
당연히 진출했을 때, 이미 먼저 중앙 지역을 장악하고 있는 이신의 투석기를 발견할 수 있었다.
이신은 달랑 투석기 1기만 완성되자마자 재빨리 내보내는 과감한 움직임을 보였으니 말이다.
블라드는 짐짓 망설였다.
투석기 1기밖에 없으니 밀어붙이면 중앙 지역을 탈환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 듯했다.
드워프 도끼병 1명과 드워프 총수 2명을 방패막이로 돌격시키고 대포로 쏴서 격파할 수 있는 견적이었다.
하지만 블라드는 신중했다.
그리고 그것이 옳았다.
중앙 지역 너머에서 궁병 2명이 아슬아슬한 타이밍에 합류했으니까.
블라드가 공격을 시도했다면, 절묘한 타이밍에 합세한 궁병의 반격을 받아 낭패를 입었을 터였다.
더군다나 아직 마비침이 남아 있는 콜럼버스도 그곳에 있었다.
이신은 빌드 오더를 구상할 때 이러한 점까지 모두 고려하여서 치밀하게 짰다.
그런 허점을 노출할 리가 없었다.
그렇게 좋은 위치를 선점한 이신은 앞마당에 마력석 채집장을 늘려 짓고 투석기 추가 제작에 들어갔다.
이제부터는 화력 싸움이었다.
이신은 투석기를, 블라드는 대포의 숫자를 늘려 화력을 높여야 했다.
2기, 3기, 4기…….
서로 투석기와 대포의 배치가 늘어나면서 서서히 전선이 구축되었다.
산꼭대기에 해당하는 중앙에 투석기 2기.
우회할 수 있는 기슭 쪽 루트에 2기.
중앙을 장악한 덕에 보다 우세하게 전선을 짤 수 있는 이신.
그러자 블라드는 대포를 드문드문 배치하면서 전선을 길고 넓게 짜는 과감함을 보였다.
그렇게 되면 전선이 보다 많은 지역을 커버할 수 있게 되지만, 그만큼 병력이 분산되어서 각개격파의 위험이 생긴다.
하지만 이신은 블라드의 자신감을 느꼈다.
분해·재조립의 번거로운 과정이 들어가는 투석기를 가진 이신으로서는 먼저 선제공격을 하기 부담스러울 거라고 판단한 듯했다.
‘옳은 판단이었다.’
전선 구축을 통해 양측이 장악한 영역을 비율로 따져보면 5 대 5.
중앙을 차지하여 앞서나갔으나, 블라드의 과감한 대포 배치로 인해 결과적으로 서로 비슷해진 것이다.
대포가 계속 추가 소환되면서, 다소 허술했던 블라드의 전선의 빈틈이 점점 채워졌다.
이신도 점점 전력을 중앙에 집중하여서 언제든 중앙 돌파를 꾀할 수 있음을 블라드에게 보여주며 압박을 가했다.
하지만 이런 경우, 먼저 공격을 시도한 쪽이 불리한 전투를 치르게 된다.
일단 첫 포격에 일방적으로 얻어맞고 전투를 시작해야 하니 말이다.
‘지금부터군.’
예상했던 수순대로 판이 짜이자, 이신은 슬슬 새로운 카드를 꺼내들었다.
싸움은 이제부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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