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rtial God who Regressed Back to Level 2 RAW - Chapter 670
순백의 빛으로 이루어진 세계.
성지한은 조심스레 주변을 살펴보았다.
‘여기가 초월체 내부인가…… 딱히 별 건 없군.’
예전엔, 저 빛에 닿기만 해도 초월체에 융합되고 싶어 정신을 못 차렸지만.
성지한이 일원에 예토혼세의 힘을 담은 이후부터는.
지이이잉…….
전신에서 암청의 빛깔이 은은히 흐르며, 초월체의 빛을 성공적으로 차단해 나가고 있었다.
‘일단, 좀 걸어 볼까.’
저벅. 저벅.
성지한은 주변을 살피며 천천히 안쪽으로 걸어 나갔다.
그가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스스스…….
발 아래에 같이 깔리는 암청의 기운.
그것은 초월체의 빛에도 쉽사리 잡아먹히지 않은 채로 성지한이 걸어가는 발자취로 남았다.
그렇게 한 시간 쯤 걸어갔을까.
‘……여길 경계로 빛의 힘이 확연히 강해지는 군.’
스스스…….
성지한은 예토혼세의 힘이 아까보다 강하게 억눌리는 걸 느끼곤 표정을 굳혔다.
미트라는 예상보다 쉽게 제압했지만 역시 초월체는 다른 건가.
‘검을 직접 소환해야겠어.’
그가 잠시 걸음을 멈추고, 일원一元을 만들어내려 할 때.
번쩍……!
그의 눈앞에서, 거대한 빛무리가 뭉치더니.
성지한의 눈앞에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대상이 새로운‘미트라 신족’으로 감별되었습니다.] [미트라 신족을 위한 육체를 새로이 생성합니다.]그리고.
파아아앗……!
성지한의 눈앞에서 빛이 강하게 퍼져나가더니.
그 안에서, 사람의 형상이 모습을 드러냈다.
거기서 나타난 건.
“……왜 또 네가 여기서 나오냐?”
바로, 빛으로 반짝이는 울드였다.
새하얀 빛으로 이루어진 그녀의 모습은, 아름다움을 넘어서 성스럽게 보일 정도였지만.
[기존의 육체를 버리고, 새로운 육체를 받아들이시겠습니까?]시스템 메시지에서 울드 형상의 몸을 쓰라는 권유가 나타나자.
성지한이 미간을 찌푸렸다.
“미쳤냐?”
미트라 놈.
반려니, 짝이니 하면서 신족 타령 엄청 하더니.
기껏 만들려 하던 짝의 모습이 자기 딸이랑 똑같은 형상의 여성체였나?
‘하여간 역한 놈이라니까.’
성지한이 진심으로 싫어하는 기색을 보이자.
스스스스…….
그의 눈앞에 떠올랐던 메시지창이 사라지더니.
“왜 그렇게 거부하십니까?”
울드 형상을 한 여성체가 직접 입을 열었다.
“이 몸이야말로 당신께 적합한 육체입니다만.”
스윽.
그러면서 상대는 어느새 다가와 성지한의 손을 잡았다.
그러자.
번쩍……!
성지한과 맞닿은 울드의 손이 강하게 빛나며.
‘뭐야 이거.’
맞닿았던 손에서, 감각이 공유되기 시작했다.
휙.
성지한은 급히 여성체에서 손을 뺐지만.
지이잉…….
맞닿았던 손 부위는 여전히 반짝이며 그녀와 공명하고 있었다.
그리고.
“자. 보십시오.”
그녀가 손을 펼치자.
지이이잉…….
그 위로 커다란 화면이 떠오르더니.
거기서 곧 하나의 행성을 비추었다.
‘저긴…… 세계수 엘프의 행성 아니었나?’
예전에 세계수 엘프와 대립할 때, 본 거 같다고 그가 생각할 때.
“당신이 바라던 것을, 바로 현실에 구현하겠습니다.”
그녀가 그러면서 손으로 행성을 누르자.
파아아앗…….
행성이 빛에 잠기나 싶더니 실시간으로 모습이 변하기 시작했다.
‘……이건 지구인가?’
단순히 터치만 했는데 지구와 흡사하게 변한 세계수 엘프의 행성.
성지한은 저 변화가 단순히 화면 속에서 나타난 변화가 아니라.
실제로 일어난 일임을 금방 눈치챘다.
초월체의 힘이 엄청나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단순히 저 터치 한 번으로 행성을 지구처럼 뒤바꾼다니.
‘스케일이 다른데 이건…….’
미트라가 사라졌다고 끝난 게 아니군.
오히려 초월체야말로 압도적인 힘을 지닌 상대다.
성지한이 그리 생각하며 경계심을 끌어올릴 때.
“서버 2101의 데이터를 실체화합니다.”
툭. 툭.
여성체의 손가락이 지구처럼 바뀐 행성을 터치하자.
행성에서 다시 빛이 번쩍이더니 화면이 클로즈업되기 시작했다.
그러자 거기에는.
-어……? 나는 분명히 죽었었는데……
-화, 황녀님! 괜찮으십니까?
자신의 몸을 살피며 영문을 몰라하는 강상의 막내딸과.
그녀에게 다가오는 호위들이 보였다.
어느새 건물이 다 지어져 있는 행성의 풍경.
죽었던 기억을 지닌 사람들은 자신들의 부활을 믿지 못하고, 어리둥절해 하다.
-아…… 이거 설마 황제폐하께서 하신 것 아닐까요?
-맞습니다. 그분께서 성공하셨나봅니다!
황제 강상을 칭송하고 있었다.
그 광경을 가만히 바라보던 성지한은 울드의 모습을 한 여성체에게 시선을 돌렸다.
“……이게 내가 바라는 거였다고?”
“예. 당신은 강상에게 부채 의식을 가지고 있지 않았습니까?”
부채 의식이라.
성지한은 그 말에 쓴웃음을 지었다.
적색의 관리자가 이간질을 하려 들 때.
강상이 직접 그를 베며 서버 2101의 부활을 포기했던 게 떠올랐던 것이다.
그 이후로도, 100년간.
강상은 별다른 조건을 내걸지 않고, 성심성의껏 성지한에게 일원一元에 대해 가르쳐 주었으니.
그에겐, 마음 속 한켠에 계속 미안한 감정이 남아 있었다.
헌데 그걸, 정확히 캐치해서 바로 부활을 시키다니……
‘그런데, 별 감각은 없군…….’
성지한이 미트라처럼 변할까 봐, 그토록 경계했던 ‘창조’의 영역.
하나 막상 저 여성체와 손을 잡은 후, 지구 형상을 만든 건 물론이거니와.
서버 2101의 사람들까지 죄다 되살렸음에도, 딱히 자신이 변했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다.
이럼 예전에 했던 걱정은 설마 기우였던 건가?
“어떠십니까?”
“실체화를 통해, 창조를 한다면 상당한 이질감을 느낄 줄 알았는데…… 별 다를 바가 없군.”
“당신은 이미 신이 될 자격을 갖추었습니다. 실체화를 사용한다고, 변할 일은 없습니다.”
울드의 형상을 한 여성체가 그리 확신하면서.
지이이잉…….
자신이 띄운 화면을 끄곤 새로운 행성을 비추었다.
“당신께서 다음으로 바라는 것을 행하겠습니다.”
툭.
그러며 화면을 터치하자 또다시 지구처럼 변해가는 행성.
“이번엔 또 뭘 하려고?”
성지한의 물음에.
지이이잉…….
화면이 확대되었다.
그러자 거기엔.
-세. 세아야……!
병원에서 윤세아의 시체를 보고는.
절망에 빠진 성지한의 모습이 나타났다.
“……이건.”
“당신은, 예전에 시간의 감옥에 들어서며 보았던 광경을 잊으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망각은 쉽지 않았고. 마음속에선 저 과거를 뒤바꾸고 싶다는 소망이 생겨났죠.”
스윽.
그러면서 여성체는 화면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저 행성은, 그런 당신의 소망을 이루기 위한 무대입니다. 저기서 마음껏 원하는 바를 이루십시오.”
그 말에, 성지한은 입꼬리를 비틀었다.
그녀가 만들어 낸 세계는 윤세아가 이미 죽은 세계관인데.
근데 거기서 원하는 바를 이루라니……?
‘서버 2101의 인류를 살린 건,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
100년 간 자신을 묵묵히 도와준 강상에게.
미안함이 있었던 건 사실이었으니까.
그 감정을 읽어서 저렇게 강상의 세계를 재구현했을 때.
성지한은 당황하긴 했지만 한 편으로는 잘 되었다고 여겼다.
‘허나, 이번 건은 다르다.’
이미 윤세아가 쌩쌩하게 잘 살아 있는 현재의 세계가 있는데.
그녀가 죽은 세계를 뭐 하려고 되살려?
물론 현재 성지한의 능력이면 죽은 윤세아를 되살리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하긴 했지만.
‘그럼 서버에 세아가 2명 있는 건데, 그렇게 놔둘 수야 없지…….’
성지한은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여성체를 바라보았다.
“넌 정말 저걸 내가 원했다고 생각해?”
“예. 그렇게 당신의 소망을 읽었습니다.”
“내 소망이라…… 그거 이상하군.”
스스스……
성지한은 그리 반문하면서, 일원을 소환했다.
“내가 가장 원하는 건 미트라의 완전한 소멸이다만.”
* * *
반투명한 형상의 검, 일원.
울드의 형상을 한 여성체는, 이를 바라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미트라는 이미 소멸했습니다. 그리하여 그 소원은 이룰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흠. 그래? 그럼 그 다음 소원을 말하지. 미트라 신족을 소멸시키자.”
“미트라 신족 말입니까?”
“그래. 그와 관련된 데이터는 모두 지우고. 여기선 미트라의 미자도 안 나오게 하자고. 그게 내가 가장 원하는 소원이다.”
성지한의 말에 입을 다문 채 그를 바라보던 여성체가.
스윽.
손가락으로 그를 가리켰다.
“미트라 신족에는 당신도 포함됩니다. 성지한.”
“내가 왜?”
“미트라 신족의 정의는 미트라의 권능을 50% 이상 지닌 존재를 일컫습니다. 그러니 당신은 이제 세상에 유일하게 남은 미트라 신족입니다.”
이 놈들, 어떻게든 미트라 신족에 이 쪽을 껴넣으려고 안달이 나 있구만.
성지한은 그 말에 싱긋 웃으며 답했다.
“그럼 나 빼고 싹 다 없애면 되겠네.”
“왜…… 굳이 그렇게 하십니까?”
“그냥 미트라 거론만 되도 징글징글해서. 지워줄 수 있지? 지금 당장?”
성지한이 싱긋 웃으며 말하자.
“…….”
울드의 모습을 한 여성체가 그를 노려보더니.
“그렇게 생각하니 유감이군.”
말투가 대번에 뒤바뀌며, 분위기가 일변했다.
“너, 미트라냐?”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흠.”
또 무슨 헛소리를 하려고, 저딴 대답을 하나.
“됐고.”
휙!
성지한이 반투명한 검, 일원을 움직이자.
울드의 형상이 단번에 반으로 갈라졌다.
그러더니.
슈우우우…….
순식간에 사라지는 빛의 여성체.
[성지한이여. 초월체의 힘을 다루어 보니 어떻던가.]울드의 형상은 소멸했지만.
사방에선, 그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우리는 단숨에 천지를 재창조했고, 인류를 부활시켰다. 이는 모두 미트라 신족인 나와 네가 손을 잡자, 일어난 일. 우리가 손을 잡아 저 힘을 사용한다면……]미트라는 주저리주저리 우리가 손을 잡으면 좋다는 이야기를 늘어놓았지만.
“딸 모습으로 날 뒤바꾸려는 놈을, 어떻게 신뢰하냐?”
성지한은 이미 울드의 형상으로 자신의 육체를 옮기려는 미트라를.
극도로 경멸하고 있었다.
이런 놈이랑 일을 같이 하느니, 판을 다 뒤엎고 말지.
[흠…… 좋다. 내 양보하지. 내가 울드의 모습으로 있겠다. 그러면 만족하겠나?]“…….”
성지한은 그 말에 더 이상 대꾸할 가치도 느끼지 못했다.
그저.
화르르륵……!
청염을 최대한으로 일으키며, 앞으로 나아갈 뿐.
그가 그렇게 진격해 나가자.
[좋다.] [그럼 이 여성체가 네 취향이냐?] [시간의 감옥에 갇힐 정도면, 그만큼 아끼는 여자였겠지.] [이 모습으로 내가 살겠다.]미트라는 윤세아의 형상으로 자신을 드러냈다가.
일원에 의해 단칼에 반으로 잘렸다.
그렇게 얼마나 많은 미트라의 환영을 베었을까.
[그만.] [더 이상, 들어가지 마라.] [그랬다간 초월체를 제어할 수 없게 된다!]항상 여유 있던 미트라의 음성이 처음으로, 다급해지자.
성지한이 씩 미소를 지었다.
“그래? 그럼 들어가야 매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