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the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456
456화 전성기(1)
쏟아지는 스포트라이트 속에 이신은 서 있었다.
그날 경기의 MVP를 뽑는 자리에 당당히 섰다.
물론 MVP는 승리한 팀 선수 중에서 선정된다.
그랬다.
5세트에서 리우는 완벽하게 승리를 거두었다.
상대는 신족.
심시티를 해놓고 광신도 1명과 신도 2명으로 틈새를 막았지만, 리우는 바퀴 떼를 기막히게 컨트롤해 신도를 처치하고 틈바구니로 약삭빠르게 침투했다.
그 뒤에는 본진 난입한 바퀴들의 활약.
쫓아오는 광신도들을 요리조리 피해 다니며 일하는 신도들을 하나씩 사냥.
계속 신도들은 일하다 말고 공격을 받아서 피해야 했고, 그렇게 손해가 누적될수록 상대 선수의 멘탈이 흔들렸다.
잽싸게 얄밉고 날카로운 플레이.
앞서 지우펑이 당했던 대로 똑같이 되갚아준 것이다.
시종일관 괴롭히며 격차를 벌려나간 리우는 그렇게 낙승을 거두었다.
마지막에 쐐기충 편대로 습격을 가하면서 상대의 사략기 2기를 폭탄충으로 깔끔하게 격추시켜 버린 절묘한 플레이가 리우의 부활을 알려주었다.
하지만 오늘의 MVP는 단연 이신이었다.
“오늘 기적 같은 승리를 거두셨는데요. 이길 수 있다고 믿으셨습니까?”
“매 순간 이길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하는 게 이 직업인 것 같습니다.”
“가장 위험한 순간이 언제였나요?”
“철갑충차가 들어왔을 때였습니다. 그때는 어떻게든 버티자는 생각이었지 뚜렷한 대책이 있는 게 아니었습니다.”
“아, 그때 충격탄을 고속전차로 블로킹했던 장면이 있었는데요. 다시 보실까요?”
대형화면에 하이라이트가 재생되었다.
건설로봇들을 향해 쏘아져 나간 충격탄.
그때 쏜살같이 달려온 고속전차가 충격탄의 진로를 가로막는다.
좌우로 무빙을 하며 충격탄을 온몸으로 가로막았다. 1초, 2초!
“와……!”
“진짜 대단하다.”
“저걸 어떻게 한 거야?”
다시 봐도 말도 안 되는 상황이라 다시금 경기장의 관객들이 탄성을 터뜨렸다.
우연이라고 보는 게 더 당연한데, 고속전차가 절묘한 타이밍에 거기로 왔다는 건 의도하고 한 플레이였다는 뜻이었다.
이신도 그걸 유심히 지켜봤다.
‘내가 했지만 정말 잘했군.’
스스로에 대한 칭찬에 인색하지 않은 이신이었다.
“저걸 어떻게 하신 건가요?”
“그냥 하니까 됐습니다.”
관객석이 웃음바다가 됐다.
이신은 조금 생각하다가 다시 말했다.
“머리로 생각할 겨를이 없었고, 그냥 반사적으로 한 일인데 저게 된 것 같습니다.”
“반사적으로 저렇게 충격탄을 막으려 했다는 것 자체도 굉장한 것 같습니다. 역시 카이저입니다!”
다시금 박수와 환호가 쏟아졌다.
“그럼 마찬가지로 또 하나의 플레이에 대해 묻고 싶은 게 있습니다. 이것도 일단 영상을 보시죠.”
다음은 첩보원들이 봉쇄탄을 쏴서 항공모함 함대를 무력화시키는 장면이었다.
저것 역시 엄청난 호응을 받은 명장면이었다.
“어째서 하필이면 첩보원을 쓸 생각은 하셨습니까?”
“이길 수 있는 방법이 그것 외엔 없었습니다.”
그 점에 대해서는 이신이 단언했다.
어떤 쇼맨십을 생각할 틈도 없는 어려운 경황이었고, 항공모함을 무력화하면서 지상군을 막아내려면 그것 외엔 답이 없었다.
그렇게 그날의 경기는 끝이 났다.
하지만 그날 느낀 팬들의 흥분은 사그라지지 않고 한동안 계속되었다.
이신의 그날 경기 유료 VOD는 나오자마자 엄청난 속도로 팔려나갔다.
중국 시장의 힘은 무서웠다.
매출이 폭주하여서 이신에게 막대한 이득이 떨어졌고, 한국 및 전 세계 팬들에게도 팔려 나갔다.
그러자 이신에게 한 가지 제안이 더 들어왔다.
“개인화면을?”
“예. 그날 경기를 카이저 선수의 개인 시점 버전으로 서비스를 했으면 좋겠다고 하는군요.”
마치 개인 방송처럼, 이신의 화면 전환과 마우스커서의 움직임을 생생하게 볼 수 있는 버전으로 그날의 명경기를 선보이고 싶다는 협회 측의 의뢰였다.
워낙에 멋진 플레이가 많았기 때문에 이신의 시점에서 생생히 보고 싶어 하는 팬들이 상당했다.
“개인 시점을 공개하면 정보가 많이 새지 않습니까?”
이신이 물었다.
“그 정도야 문제가 없을 것 같습니다. 이곳 중국에서는 개인 방송과 병행하는 선수들이 대수인데, 카이저는 방송도 안 하시니까요.”
왕춘 감독도 판매에 대해 긍정하는 눈치였다.
이신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알겠습니다. 솔직히 전 상관없습니다.”
사실 팀의 입장을 배려한 것이지 이신 자신은 아무래도 좋았다.
‘나에 대한 데이터는 이미 알려진 게 한두 가지도 아니고.’
지금이야 개인정보가 보안되는 쪽으로 업데이트가 되어서 리플레이가 저장되어도 상대의 진영을 볼 수 없지만, 이전에는 그렇지 않았다.
리플레이에 이신이 어떤 빌드 오더를 썼고 어떤 전략을 썼는지 리플레이에 고스란히 저장되어서 다른 팀들에게 널리 공유되었다.
업데이트 이전에 이신과 온라인에서 대전했던 상대들이 얻은 수많은 리플레이 파일들은 지금도 여기저기 공유되어서 인류 플레이어의 바이블로 여겨지고 있었다.
프로팀이라면 기본적으로 이신의 리플레이 기록물은 귀중히 보관되어 연구하고 있는 실정이었다.
속전속결이었다.
이신이 허락하고 계약하자마자 이신의 개인 시점에서 벌어진 경기 VOD가 다시 팔려 나갔다.
중국어와 한국어로 해설까지 따로 곁들어져서 전 세계 공식 판매.
-정말 대단해. 북미에서 개인 방송하는 선수들 중에 이렇게 빠르게 화면이 움직이는 사람은 없어.
-영어 해설이나 영문 자막도 빨리 해달란 말이야! 카이저는 전 세계의 것이야.
-컨트롤도 한 번도 실수 없고 멀티태스킹은 보는 내가 다 현기증이 날 정도야. 이제 적은 나이가 아닌데도 이런 역량을 유지하다니!
-카이저의 본명은 한국어로 신과 발음이 같다지? 그는 정말 나의 신이야.
-항공모함 뽑는 걸 보자마자 첩보원을 뽑기 위한 테크 트리를 올리기 시작했어. 정말 결단이 빨라. 그는 겁도 안 나는 걸까?
-위기 순간에도 잔손질 하나 없이 조작이 정확한 걸 보면, 정말 엄청난 정신력의 소유자라는 걸 알게 되지.
-이봐, 어딜 봐도 사람이 아니잖아?
-인간을 벗어났음을 이 영상으로 입증했군.
전 세계 팬들의 격찬이 쏟아졌다.
공식 경기로 보았던 주요 장면을 이신의 시점에서 보는 것은 새로운 맛이 있었다.
그런 명장면들을 만들기 위해 이신이 펼친 플레이를 모두 지켜본다는 것은, 그의 골수팬에게 최고의 선물이 되었다.
특히 이런 이신의 개인 시점 플레이 영상은 매우 귀했다.
중국에 진출하면서 그나마 어쩌다 한 번씩 하던 파프리카TV 개인 방송도 접어버렸다.
특히 개인 방송 때도 메인 종족인 인류를 플레이한 적은 매우 드물었다.
그런 와중에 나온 터라 폭발력이 엄청났다.
폭발하는 매출.
쌓여가는 계좌 잔고.
이신은 자신이 부자가 되든 갑부가 되든 무덤덤했지만, 수많은 스트리밍 서비스 업체들은 그렇지 않았다.
‘역시나 최고의 블루칩은 카이저다.’
‘카이저와 계약을 따내야 해.’
‘중국에서 활동하는 지금이 기회야. 그를 잡으면 중국 시장도 잡을 수 있어.’
‘50만? 100만 시청자도 동원할 수 있다.’
물론 중국 진출을 했을 때도 이신에게 그런 제의가 많이 들어왔었다.
거액의 계약금을 제시하고 정산 조건까지 최고 대우로 맞춰주겠다는 업체들이 줄을 섰다. 다만 이신이 귀찮다며 모두 거절했을 뿐.
하지만 이신이라는 콘텐츠가 가진 파괴력을 재확인한 이상 업체들은 끈질기게 다시 덤벼들 수밖에 없었다.
돈이 있는 곳에 기업이 안 갈 수 없는 노릇!
그 뒤로 SC스타즈는 골머리를 앓아야 했다.
“이렇게나 집요하게 제안을 해올 줄은 몰랐군.”
왕춘 감독은 표정이 좋지 않았다.
찾는 손님이 하도 많아 여기저기 불려 다녔다.
다들 이신을 만나고 싶다고 하는 스트리밍 방송 업체 관계자들이었다.
이신은 현재 어떤 손님이든 일절 만나주지 않고 매일매일 연습에 매진하는 상황.
프로게이머가 연습 때문에 바빠서 여유가 없다고 손님을 거절하는데 뾰족한 수단이 없었다.
심지어 연습이 없는 주말에도 틀어박혀 독서만 한다고 했다. 매달 한국에서 배송되어 온 책이 대량으로 도착하곤 하는데, 죄다 역사책이라고 했다.
휴대폰은 모르는 번호를 모두 수신 거부하도록 설정해 놓았고, 이메일도 읽지 않고 삭제.
도무지 이신과 접촉할 방도가 없으니, 업체들은 왕춘 감독 쪽으로 우회할 수밖에 없는 상황.
이신은 그래도 되지만, 왕춘 감독은 아니었다.
프로게임단의 감독으로서 만나고 싶다는 사업가들의 청을 거절하기 힘들었다.
계속 이신을 설득해달라고 요청을 해오는 바람에 왕춘 감독은 지친 상황이었다.
‘본인이 귀찮다는데 내가 어찌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어차피 연습 때문에 매일 게임을 하니 그걸 개인 방송으로 하면 되지 않느냐는 게 업체들의 주장.
하지만 이신은 연습 내용을 공개하는 걸 싫어했다.
‘제 연습에 아무 의미 없는 게임은 단 한 판도 없습니다. 그걸 노출하고 싶지 않고, 제 플레이에 대한 희소성을 떨어뜨리고 싶지도 않습니다.’
너무나 지당해서 왕춘 감독은 고개만 끄덕이다가 왔다.
그렇다고 그 뜻을 그대로 전달하여서 거절하기에도 곤란했다.
기업의 후원이 늘 필요한 프로팀의 감독 입장에서, 사업가들의 기분을 상하게 할 수는 없는 노릇.
고민 끝에 왕춘 감독은 한 가지 꾀를 냈다.
‘그러면 되겠구나!’
왕춘 감독은 이신을 불렀다.
“무슨 일이십니까?”
연습 게임을 마치고 쉬는 틈에 왕춘 감독을 찾아온 이신이 물었다.
“개인 방송에 대해서 하도 문의가 많더군요.”
“제 뜻은 잘 전했다고 생각합니다.”
“예, 물론 카이저의 뜻을 존중합니다. 다만 나름대로 고민을 해보다가 양측의 절충안이 떠올라서 말입니다.”
“절충안?”
의아해진 이신은 일단 왕춘 감독의 말을 들어보기로 했다.
긴 말을 싫어하는 걸 알기 때문에 왕춘 감독은 짧게 말했다.
“하루에 한 시간 정도만 해보시죠?”
눈살을 찌푸리는 이신에게 왕춘 감독이 계속 말했다.
“연습 전에 손 풀기로 인류가 아닌 다른 종족으로 플레이하는 것을 1시간 정도 방송으로 보여줘도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만.”
그 말에 이신도 일리가 있다고 여겼다.
‘그러고 보면 요즘 다른 종족으로 하지 않았군.’
실력이 완전히 올라온 탓에 이제는 다른 종족으로 하지 않아도 지지 않을 자신이 있는 이신이었다.
게다가 이곳은 이신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올도어SCC가 아니었다. 이신이 뜬금없이 다른 종족으로 출전하고 싶다고 하면 왕춘 감독이나 전략팀에게 괜한 민폐였다.
‘다른 종족 플레이를 보고 싶어 하는 사람들도 있으니 나쁘지 않겠군.’
데이터 노출을 염려할 필요도 없고 말이다.
이신은 결국 그 제안에 승낙했다.
왕춘 감독도 업체 관계자들에게 그 의향을 전달했고, 이내 카이저를 잡겠다는 업체들의 경쟁이 펼쳐졌다.
여러모로 이신은 순조롭게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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