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the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455
455화 승부사(3)
시허는 확실히 뛰어난 선수였다.
확장 기지를 추가하며 또 자원 격차를 벌렸고, 지상군을 다시 모으면서 테크 트리를 또 새롭게 올렸다.
지상군에 대사제가 충원되어서 전격 마법으로 인한 화력 강화까지 기대할 수 있었고, 그것도 모자라 한 가지 승부수를 더 띄웠다.
-시허 선수가 항공모함을 생산하기 시작합니다!
-확실하게 승리를 굳히겠다는 의지죠. 항공모함이 4척 이상 모여서 지상군과 함께 공세에 나서면 인류 입장에서는 굉장히 까다롭거든요.
-이걸 이기려면 항공모함이 쌓이기 전에 먼저 풀 병력으로 선제공격해 끝내 버리던가, 지대공 공격력이 좋은 기계보병을 대량으로 모아야 하는데, 카이저의 병력이나 자원 상황에서는 둘 다 불가능하죠.
-카이저도 확인했습니다.
이신은 레이더로 시허의 진영을 체크, 항공모함을 생산하기 위한 건물들을 확인했다.
곤란한 상황이었다.
연이은 분투로 소모한 기동포탑을 충원하기도 급한 마당인데, 기계보병까지 함께 모을 수 있는 자원적 여력이 되지 않았다.
시허 정도 되는 실력자라면 항공모함만 믿고 쓰지 않는다.
항공모함을 뒷받침해 줄 만한 지상군도 함께 올 터.
그 지상군도 확실히 이신보다는 수적으로 우세할 테고, 이를 막아내려면 기동포탑과 함께 값싸고 활용성 높은 고속전차를 모아야 승산이 있었다.
그런데 그러면 항공모함은?
소형 전투기를 메뚜기 떼처럼 쏟아내며 치고 빠지기를 반복하는 항공모함 함대에 의해 이신의 지상군이 야금야금 녹아들 수밖에 없다.
필패다.
‘억지로라도 기계보병을 모아야 하나?’
이신의 뇌리로 많은 생각이 오갔다.
이내 고개를 저었다.
‘그러면 결국 진다.’
다수의 지상군.
항공모함.
그리고 전격 마법을 쓰는 대사제들까지.
이 세 요소를 전부 막아야 하는 난제(難題)가 다시 이신에게 주어진 것이다.
첩첩산중.
넘어도 넘어도 계속 험난한 산이 나타난다.
슈퍼 플레이를 얼마나 더 해야 이길 수 있단 말인가?
지금까지도 충분히 잘해왔다고 생각했기에 현재의 상황이 난감하게 느껴졌다.
그게 너무 기가 막혀서,
‘재미있군.’
이신은 피식 웃었다.
‘어디 한번 해보자. 기필코 이겨주지.’
마침내 이신은 신족의 대공세를 막아낼 책략을 수립했다.
승산이 낮다.
허나 마계에서 만났던 계약자 중 기적 같은 승리를 거둔 이가 한둘이던가?
그런 이들을 모두 꺾고 1인자가 되기로 결심했으면, 이 정도는 극복해 봐야 하지 않겠는가.
이신이 성공률이 실낱같은 책략을 실행해 옮겼다.
그것은 바로…….
-첩보원?
-첩보원을 생산하기 시작하네요. 상대가 항공모함 뽑는 걸 보자마자 내린 선택이 첩보원이라면, 그 의도가 아주 명백합니다.
-허허, 첩보원으로 봉쇄탄을 쏴서 항공모함을 무용지물로 만들겠다는 생각인데…….
-이러면 어느 쪽이 이기든 올해 최고의 명경기가 탄생하는 겁니다! 이런 멋진 게임을 보여주나요, 카이저!
“멘탈 아주 죽여주네, 저 양반.”
박영호는 이신이 하는 짓거리를 보며 중얼거렸다.
항공모함을 첩보원의 봉쇄탄으로 잡겠다니.
실패하면 그냥 진다.
그럼에도 잘 싸울 수 있는 방법이 아니라, 위험천만해도 승리할 가능성이 있는 방법을 택한 것이다.
자신이 지면 팀도 지는 상황인데, 저런 위험한 판단을 내릴 수 있을까?
지고 나면 무리수였다느니, 평범하게 기계보병 갔어야 했다느니, 네티즌이 멋대로 떠들 텐데.
‘아, 그런 거 관심도 없지, 참.’
박영호는 세삼 이신을 우러러보았다. 저 얼마나 강력한 멘탈이란 말인가.
‘이 세상 70억 인구를 적으로 돌려도 눈 하나 깜짝 안 할 인간이야.’
결전이 시작되었다.
-시허 선수가 올라갑니다! 지상군 다수에 항공모함 4척!
-카이저에게 이 이상 시간을 더 주면 안 되거든요!
진격을 개시한 시허.
시종일관 우세를 점한 채 싸움을 열 수 있다는 점은 그의 운영 능력을 짐작케 했다.
견제로 계속 쥐고 흔들다가 어느새 역전하는 일반적인 시나리오는 통하지 않는 상대.
정면승부밖에 없었다.
이신도 병력을 이끌고 정면으로 치고 나갔다.
불필요한 건물들도 일제히 공중에 띄워서 앞세워 보냈다. 띄워진 건물들이 공격을 대신 맞아주어 적의 화력을 분산시키는 역할을 해준다.
아까처럼 끌어들여서 싸우지 않고 요격하러 나온 건, 지켜야 할 곳이 많기 때문이었다.
여러 가지로 이신에게는 힘든 승부처였다.
-붙습니다!
-존망을 걸고 양 선수가 다시 대전을 벌입니다!
광신도들이 지뢰밭을 가로지르며 달려든다.
-퍼퍼퍼퍼퍼펑!
기동포탑들이 일제히 포화를 쐈다.
1차로 달려들던 광신도들이 절반 이하로 줄었지만, 다시 2차로 광신도들이 또 달렸다.
지뢰밭이 제거된 길을 질주하며 그대로 인류의 유닛들과 부딪쳐 싸운다.
-퍼퍼퍼퍼펑!
-크악!
-펑!
비명과 폭파 소리가 난무했다.
뒤따라온 거신병기들도 빔을 쏘며 기동포탑들을 노렸다.
그 와중에 좌측 편에서 항공모함 4척이 출현!
항공모함 함대가 이신의 좌익을 공략하기 시작했다.
‘아직 아니다.’
첩보원을 쓸 타이밍을 재고 있는 이신이었지만 지금은 참았다.
마술을 곧이곧대로 보여주면 트릭을 들키고 만다.
미스디렉션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것은 우익으로 빠져 있던 고속전차 4기가 맡은 역할이었다.
-파앗! 팟!
전술위성이 다가와 그중 2기에게 디펜시브 실드를 걸어주었다.
그 2기가 앞장선 채로, 고속전차 4기가 특명을 받고 달렸다.
빠르게 적의 배후로 우회.
살짝 비스듬한 대각선 방향으로 그대로 적의 한복판에 뛰어들었다.
그들의 임무는 바로 대사제 암살이었다.
-으악!
갑자기 난입하여 일점사를 하자 대사제가 죽었다.
한 명.
쉬지 않고 또 다른 대사제를 일점사!
-으악!
두 명.
주위에 있던 거신병기들의 공격을 받았지만, 디펜시브 실드로 견뎌가며 또 다른 대사제를 공격했다.
-으악!
세 명!
총 3명의 대사제를 전격 마법도 쓰지 못하고 죽게 만들었다.
이 싸움의 판도를 바꿀 큰 전과였다.
-날카롭게 뒤로 들어가서 대사제를 제거합니다! 정말 이 선수의 고속전차 컨트롤은 뭐라고 표현해야 하나요?
-또! 또 들어갑니다!
끝난 게 아니었다.
고속전차 무리가 또다시 나타나 다른 대사제를 계속 암살한 것이다.
4명, 5명!
지뢰를 다 소모한 빈 깡통 같은 고속전차들을 전격 마법도 못 쓴 대사제들과 맞바꾼 건 실로 어마어마한 이득이었다.
거기까지만 해도 눈길을 확 잡아끄는 슈퍼플레이였다.
하지만 그러는 동안, 반대편인 좌측에서 이신의 마술이 펼쳐지고 있었다.
항공수송선 1척이 나타나 언덕과 언덕 아래쪽에 첩보원들을 연달아 드롭했다.
위장 모드로 투명화된 첩보원들이 항공모함 함대에 가까이 접근했다.
시허는 대사제가 암살당한 것 때문에 잠시 시선이 우측에 쏠려 있어 이것을 보지 못했다.
그리고…….
-파아앗! 파앗!
-파앗! 팟!
삽시간에 어마어마한 컨트롤이 펼쳐졌다.
첩보원 하나하나를 일일이 조작하여서 봉쇄탄 4발을 순식간에 쐈다.
항공모함 4기가 모두 봉쇄!
봉쇄탄에 맞아 한참동안 움직이지도 공격도 하지 못하는 상태가 되었다.
“꺄아아아아악!”
“꺄아아악!”
익룡의 울음소리 같은 이신의 여성 팬들의 비명이 터져 나왔다.
“우와아아아아!!”
“진짜 해냈어!!”
“미쳤어 진짜!”
경기장이 열광에 휩싸였다.
대사제들을 사전에 제거하고, 항공모함을 전부 봉쇄해 버렸다.
세 가지 난제 중 두 가지를 해결한 것이다!
하지만 아직 하나가 더 남아 있었다.
-시허 선수가 계속 밀어붙입니다!
-아직 지상군 물량에서 시허 선수가 우위에 있습니다. 싸움은 아직 끝난 게 아니에요!
시허는 막대한 지상군으로 계속 밀어붙였다.
본진에서 추가 생산된 광신도들도 계속 달려오고 있었다.
그 정도로 물러설 생각은 없다는 의지였다.
병력이 급속도로 줄고 전선이 무너지기 시작하자, 이신은 1선의 병력을 모두 후퇴시키기 시작했다.
신족 병력이 쫓아서 들어왔지만 얼마 되지 않아 어디선가에서 날아온 포격에 얻어맞았다.
언덕 위의 기동포탑 2기!
-저 언덕이 아까부터 계속 카이저의 주요 전술 포인트가 되고 있습니다.
-계속 결사 항쟁을 벌이죠!
이신은 언덕을 끼고 다시 한 번 진형을 짜서 전투를 벌였다.
시허도 꾸역꾸역 계속 추가 생산되어 달려오는 광신도를 투입해 밀어붙였다.
결국 거기서도 밀린 이신이 다시 본진까지 후퇴.
마침내 시허는 이신의 앞마당까지 이르렀다.
이제부터는 이신도 결사항전이었다.
앞마당에서 일하던 건설로봇들까지 뛰쳐나와 블로킹!
새로 생산된 기동포탑들이 본진 안에서 자리 잡고 포격했다.
앞마당까지 물러서서 다시 포격모드를 전환한 기동포탑과 언덕의 2기까지!
아까와 같은 3면 포격의 재현이었다.
-퍼퍼퍼퍼퍼펑!
포화가 앞마당까지 깊숙이 들어온 신족 병력에게 집중되었다.
신족 병력이 녹아들었다.
그 와중에 이신은 멀티태스킹을 발휘, 항공수송선으로 보병들을 실어 날라 봉쇄된 항공모함들을 난타했다.
첩보원들도 저격 총으로 사격을 개시했고, 아까 뽑았던 스텔스 전투기 1기까지 합류했다. 항공모함들이 봉쇄에서 풀려나면 골치 아프므로 미리미리 제거해 놔야 했던 것이다.
-퍼어엉!
-퍼엉!
항공모함이 잇달아 격추되었다.
비명과 환호가 쏟아졌다.
SC스타즈 측도 상하이 게이밍 측도 흥분에 휩싸여 자기 팀을 응원했다.
그리고 어느 순간 포성이 멎었다.
-마, 막았습니다!!
“와아아아아아아―!”
“카이저! 카이저!”
끝내 이신은 공격을 모두 막아냈다.
시허가 더 이상 공격에 투입할 병력이 남아 있지 않았던 것이다.
이신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잔존 병력을 싹싹 긁어모아서 곧바로 출진했다.
폭풍 같은 행군!
앞장서서 쏜살같이 달려간 고속전차들이 시허의 5시 본진 앞마당 진입로에 잇달아 지뢰를 매설했다.
뒤늦게 도착한 기동포탑들이 포격모드로 전환.
함께 온 건설로봇들도 대공포를 곳곳에 건설했다.
어안이 벙벙해질 정도로 발 빠른 진격과 포진이었다.
눈 깜짝할 사이에 시허의 본진이 밀봉되었고, 건설로봇들은 계속 대공포나 군량고로 심시티를 해서 봉쇄를 강화했다.
그 틈을 노리고 고속전차들이 각기 사방으로 뻗어나가 시허의 모든 확장 기지를 테러했다.
병력이 생산되는 5시 본진의 배출구가 밀봉당한 탓에, 시허는 사방에서 벌어지는 다방면 견제 플레이를 막아낼 겨를이 없었다.
처음으로 포착한 승리의 기회를 놓치지 않고 번개같이 물어뜯은 이신.
지금껏 우위를 잃지 않았던 기세가 무색하게도 시허가 무너지는 것은 삽시간이었다.
봉쇄를 뚫어보겠다고 새로 생산한 항공모함과 지상군을 동원해 보지만, 이신이 바람같이 달려와 선점해 버린 포지션이 너무나 좋았다.
결국,
-시허 선수 GG!!
-카이저가 해냈습니다! 스코어는 2대 2! 승리를 코앞에 두었던 상하이 게이밍의 벤치에 찬물을 끼얹었습니다.
지쳐서 진이 다 빠져버린 모습으로 부스에서 걸어 나온 이신.
자신을 맞이하는 쩌렁쩌렁한 환호성을 들으며 이신은 나직이 미소를 지었다.
스트리밍을 타고 전 세계에 퍼진 그 아름다운 미소에 또 얼마나 많은 팬들이 이신교로 투신했는지는 말할 필요도 없었다.
개선장군처럼 벤치로 돌아와 손을 뻗었다.
짝! 짝! 짝!
모든 팀 동료들과 하이파이브를 했다.
그리고 마지막에 하이파이브를 한 리우의 손을 덥석 움켜쥐었다.
리우는 화들짝 놀랐다.
왠지 그 맞잡은 손길에서 따스한 기운이 흘러나오는 것 같았다.
그 온기가 전달하는 메시지는 간단명료했다.
‘이겨다오.’
리우는 울컥했다.
눈물겨운 사투 끝에 다 진 게임을 역전하고 돌아온 남자가 그를 감동시켰다.
‘그래, 기억난다.’
어린 시절, 왜 자신이 개인 방송을 시작했었는지 기억났다.
‘나도 이런 스타가 되고 싶었다.’
5세트 출격을 앞둔 리우의 두 눈이 뜨겁게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자기 진심 앞에서 거짓말을 할 수는 없다.
지금 이 순간, 리우는 진심으로 이기고 싶다고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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