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the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464
464화 제르지(2)
원숭환은 이신이 제르지 카스트리오티와의 일전을 준비하는 데 많은 도움을 주었는데, 그 또한 이신이 준비하는 과정을 지켜보며 여러모로 놀랐다.
‘정말 치밀하게 준비하는군.’
제3자의 입장에서 관전하고 있으니 단 1마력도, 단 1초의 시간도 아끼고 단축하는 이신의 정밀성이 보였다.
단 1마력, 단 1초.
사소해보일지라도 그것이 합쳐지면 점차 큰 이점이 된다.
‘어떻게 저렇게까지 세세하게 신경 쓸 수 있는 것이지?’
시간과 마력이 딱딱 들어맞는 이신의 운영을 보며 원숭환은 질려 버렸다.
저렇게까지 정밀하게 계산을 한다는 것은 그로서는 불가능했다.
원숭환은 이내 고개를 저었다.
‘아니, 가능해져야 한다.’
저런 것들을 본받고 따라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이신과 교류하는 보람이 생기는 것이다.
그것 외에도 이신에 대해 놀란 점은 따로 있었다.
바로 이신의 모의전 상대가 되어주는 그의 측근 질 드 레였다.
본 적이 있는 얼굴이었다.
지금은 추락했으나 한때 서열 15위였던 악마군주 엘리고르의 계약자였던 것으로 기억했다.
실적이 좋지 않아 쫓겨났다고 들었는데, 그렇게 사라진 계약자가 한둘이 아니라서 일일이 의미를 두지는 않았다.
다만 악마군주 엘리고르가 현재는 40위까지 추락한 터라, 차라리 전 계약자를 그냥 데리고 있는 게 나았을 거라는 평이 중론이었기에 기억하는 것이었다.
원숭환은 질 드 레가 계약자였던 시절에 붙은 적이 있었다.
‘확실히 내 상대는 되지 않았지. 10위권을 유지할 수 있는 실력은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떠한가?
발 빠르게 몰아치는 헬하운드들의 날랜 움직임이나, 과도하게 방어에 마력을 투자하지 않고 아슬아슬한 선에서 상대의 공격을 막아내는 운영이 상당히 세련된 모습이었다.
그때와는 확연히 달라진 실력!
‘이제는 이긴다고 장담할 수가 없을 정도다.’
진즉에 저런 실력을 갖고 있었더라면, 옛날에 계약자의 위치에서 쫓겨나 지옥으로 돌아갈 일도 없었을 것이다.
물론 저렇게 성장한 것은 명백히 이신의 수하가 되어서 모의전 상대가 되어준 까닭일 테지만 말이다.
질 드 레는 초반부터 매우 강공으로 나왔다.
제르지 카스트리오티는 대규모의 병력으로 전면전을 벌이는 것보다, 소규모의 병력으로 계속 소모전을 벌이는 것을 선호했다.
그것 때문에 원숭환도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계속 싸움을 걸어오니 서로 병력 소모가 끊임없이 이루어져서 마력을 모을 틈이 없었다.
서로 가난한 상태로 계속 치고받으니 교전으로 병사를 하나하나를 잃을 때마다 묵직한 압박감을 느껴야 했다.
‘잘하는군.’
질 드 레는 원숭환이 이야기해 준 제르지 카스트리오티의 스타일을 곧잘 펼쳤다.
포인트는 손해를 보는 교전을 하지 않는 것.
자칫 잘못 싸웠다가는 일방적으로 손해를 입게 되어서 상대가 성장할 여지를 주게 된다.
휴먼이나 드워프나 성장할수록 강력해지는 종족이니, 아마 제르지 카스트리오티는 이신을 상대로도 원숭환 때와 동일한 전략을 펼칠 터.
하지만······.
‘그자가 이번에는 상대를 잘못 만났군.’
원숭환은 질 드 레를 서서히 요리해가는 이신의 전투를 보며 감탄하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이신도 절대 손해 보는 싸움을 하지 않았다.
석궁병들이 귀신처럼 움직이며 헬하운드들을 사살했고, 장창병과 방패병이 마물들의 앞길을 막아서는 기동도 기가 막혔다.
이신은 다양한 병과를 모두 적재적소에서 잘 활용했다.
그러고 보면 19위에 있었던 피로스도 이신에게 그야말로 완패를 당했다고 들었다.
전투력 하나만큼은 최상위권의 계약자들도 인정하는 피로스라고 들었는데, 그럼에도 이신에게 간단히 패한 것이다.
‘제르지가 이번엔 임자를 만났군.’
이신은 싸울 때마다 병력 손실 비율에서 이득을 챙겼다.
당연히 싸울수록 이신은 병력이 상대적으로 더 많아졌다.
거기서 만족하지 않고 오히려 이신이 먼저 기습을 가하기도 했다.
공격적으로 나섰던 질 드 레는 어느새 수세에 몰려 방어에 급급한 처지가 되었다.
이신이 같이 맞불을 놓으며 덤비니 감당을 못하게 된 것.
분명 시작 때는 마물이 휴먼보다 유리한데, 시간이 흐르니 자연스럽게 이신이 압도하고 있었다.
저렇게 귀신같이 싸우는 이신을 보니, 원숭환은 제르지 카스트리오티가 대단한 실력자라는 것을 알면서도 이신이 질 것 같다는 생각이 안 들었다.
모의전이 끝나면 이신이 패배한 질 드 레에게 여러 가지 지적과 조언을 해주었다.
그리고는 질 드 레가 이해하고 나면 다시 모의전을 치렀다.
원숭환이 보기에는 희한한 광경이었다.
‘오히려 스승이 제자를 가르치는 것 같지 않은가?’
이신이 질 드 레를 가르치고 있었다.
잘못을 고쳐주고 새로운 전략적 방향을 제안하기도 하면서, 바로 실전을 통해 그것을 체득하게 했다.
‘저러니 질 드 레의 실력이 늘 수밖에.’
분명 이신의 다음 서열전을 준비하기 위한 모의전이었는데, 거꾸로 질 드 레가 이신의 도움으로 성장했다.
그것은 마치······.
‘제대로 된 연습 상대로 삼기 위해 자기 권속을 키우는 것 같다.’
확실히 원숭환이 보기에도 질 드 레 같은 솜씨 있는 수하가 있으면 서열전을 준비할 때 도움이 될 것 같았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결국 이신에게도 도움이 되는 일이었다.
실제로 질 드 레의 전술이 더욱 날카로워지자, 이신도 이에 대처하는 방법을 연구하면서 서로 성장하고 있었다.
마치 꺾기 위해 가르쳐서 키우는 느낌이랄까?
한번 해볼 만한 일이라고 원숭환은 생각했다.
그렇게 이신이 원숭환과 질 드 레의 도움을 받으며 철저히 준비를 하는 동안, 그 상대인 제르지 카스트리오티도 가만히 있을 리 없었다.
그 또한 뜻밖에도 강력한 조력자를 얻어 이신에 대비한 준비를 하는 중이었다.
* * *
휴먼과 마물의 치열한 접전이 펼쳐졌다.
처음부터 끝까지 시종일관 싸움이 그칠 줄을 몰랐는데, 끝없는 유혈의 승자는 휴먼이었다.
시종일관 공격적인 마물의 공세에 쩔쩔 맸지만, 투석기를 하나둘 늘려가기 시작하더니 이윽고 마물들이 쉬이 접근할 수 없는 화력을 보유하게 되었다.
마물은 휴먼이 투석기를 이끌고 밖으로 나왔을 때 덮치기로 마음먹고 매복했다.
투석기가 이동시에는 전투력이 없다는 약점을 노리고자 한 것이었다.
하지만 휴먼은 그리 녹록치 않았다.
투석기를 일부만 한 발짝씩 움직인 후에 다시 재조립하고, 그 뒤에야 다른 투석기들이 또 그 사정거리 안에서 엄호를 받으며 한 발짝 앞으로 움직였다.
보기에 질릴 정도로 신중하고 느린 진격.
하지만 휴먼은 그렇게 차근차근 마물의 본진에 다가갔다.
느린 만큼 빈틈도 보이지 않았다.
저지하고자 했지만, 끝내 투석기가 본진에 바위를 쏠 정도로 접근을 허용하고 말자 꼼짝없이 패배를 인정해야 했다.
“과연 알렉산드로스에 비유되는 별명을 가질 만도 하군.”
“정확히는 스칸데르베그요. 나에게도 썩 영광스러운 별칭이었소. 진짜 알렉산드로스와 비교하면 나는 어떻소?”
“빠르고 공격적인 면은 만만치 않더군. 결정적인 차이점은 있지만.”
“그게 뭐요?”
“알렉산드로스 그 친구는 대규모로 맞붙는 회전(會戰)을 전혀 겁내지 않거든. 그에 비해 자네는 작은 전투를 계속 치러서 아예 상대가 세력을 신장시키지 못하게 억제하는 스타일이지. 둘 다 일장일단이 있어.”
모의전 상대로 어렵게 초빙한 남자의 말에 제르지 카스트리오티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어쩔 수 없는 차이로군. 나는 휴먼이나 드워프가 대규모로 병력을 모으게 놔두는 걸 싫어하니 말이오.”
“장단점이 둘 다 있으니 어떤 쪽이 더 낫다고 단언할 수는 없지. 자, 그럼 이제 내가 질문할 차례인가?”
남자, 나폴레옹은 빙긋이 웃으며 질문을 이었다.
“내 용병술은 어땠나? 이신과의 일전에 대비한 연습상대로 적절했나?”
“역시 당신에게 도움을 청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드오.”
“엄연한 거래니까. 나와 한 약속은 지키길 바라지.”
“물론이오. 저쪽의 허락도 받는다면 거절할 이유가 없소.”
그랬다.
제르지 카스트리오티는 뜻밖에도 나폴레옹의 도움을 얻는데 성공했다.
나폴레옹은 이신과 친분이 있다고 알려져서 어려울지도 몰랐지만, 제르지 카스트리오티는 당당하게 찾아가 요청을 한 것이다.
‘이신의 용병술은 빠르고 자유자재라 어떤 계약자도 이를 따를 수 없소. 만약 있다면 그건 당신뿐인데, 내 말이 옳다고 생각한다면 날 좀 도와주시오. 대신 나도 알렉산드로스와의 일전을 준비하는 걸 도와주겠소. 이래봬도 살아생전에 별명이 알렉산드로스였소.’
그건 은근히 이신과 비교를 하면서 도발을 해왔다.
뿐만 아니라 자신을 알렉산드로스에 비유한 오만함까지 보였다.
그 도발은 먹혀들었다.
자극을 좋아하는 나폴레옹은 기분 나쁘기보다는 흥미를 느꼈던 것이다.
나폴레옹이 말했다.
“하지만 이신의 용병술은 나와는 또 다를 거야.”
“어떻게 다르오?”
“난 이신에게 자극을 받은 후로 5인 단위로 작게 편제를 개편하여서 보다 세밀하게 전술을 펼치게 되었지. 처음엔 복잡하고 머리 아팠지만 계속 해보니 되더군.”
“훌륭했소. 내가 맹공을 퍼붓는데도 무너지지 않은 휴먼은 당신이 처음이니까.”
“하지만 이신은 1명 1명을 모조리 통제한다.”
“그게 가능하오?”
“물론 숫자가 많아지면 모두 통제하는 건 힘들겠지. 그런데 뭐라고 해야 할까? 그 친구는 병력을 통제하는데 군 편제에 따른 지휘체계라는 개념 자체가 없는 것 같았어.”
나폴레옹은 다섯 사도들을 모두 각 부대의 대장으로 삼아서 지휘했다.
사도들의 노력으로 점점 더 세밀하고 긴밀한 전술 패턴이 가능해졌다.
그럼에도 이신과 비교하면 움직임이 딱딱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대체 이신의 그 용병술의 비결이 무엇인지 너무나 궁금해졌지만, 그런 핵심적인 비법을 이신이 가르쳐줄 리는 없었다.
제르지 카스트리오티는 그의 말에 곰곰이 생각했다.
“그 정도로 용병술에 달통했다면, 매우 공격적일 거라고 생각되오. 아니, 애당초 공격적이지 않았다면 그런 용병술도 터득 못했을 테지.”
“그야 그러하네.”
나폴레옹도 축제 때 이신과 한 팀으로 지내보면서 그렇게 느꼈다.
공격할 때 이길지 질지 아슬아슬하다면, 이신은 무조건 공격을 택했었다.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해 제시하는 묘책도 대부분 공격 혹은 역공이었다.
“그렇다면 내가 싸움을 걸면 아마 자신만만하게 받아줄 거요. 거기서 내가 승리할 기회가 생길 거라고 생각하오.”
그 말에 나폴레옹은 고개를 끄덕였다.
‘과연 잘 판단하는군.’
제르지 카스트리오티.
10위 안으로 진입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평가받는 강력한 계약자였다.
나폴레옹은 이신이 과연 이 제르지 카스트리오티를 어떻게 상대할지 궁금했다.
‘그럼 이번에는 이신이 어떻게 준비하고 있나 찾아가볼까?’
순전히 자신의 흥미를 충족시키기 위해 부지런히 여기저기 쏘다니는 나폴레옹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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