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the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465
465화 제르지(3)
각 전장에 대한 전략을 모두 짜느라 이신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열중했다. 다행히 회복 능력이 있어서 이신의 연습벌레 근성에 더없이 적합했다.
‘다행히 쓸 만한 전략이 많군.’
서열전 대부분을 도전자의 입장에서 치렀던 이신이었다.
그때마다 모든 전장에서 쓸 수 있는 전략을 짜두었는데, 그중 상대가 바뀐다 해도 여전히 통용되는 괜찮은 전략들도 있었다.
그것들이 쌓이고 쌓여서 자산이 되었다.
덕분에 갈수록 준비시간이 짧아졌다.
특히나 상대가 마물이라면 그야말로 태세 완벽!
바로 질 드 레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신이 다양한 전략을 펼칠수록, 질 드 레 또한 다양한 경험을 쌓고 이를 이겨낼 전략을 짰다.
그러면 이신은 또다시 그런 질 드 레의 전략을 파훼시킬 새 전략을 짜는 경쟁이 끊임없이 계속되는 것이다.
폭풍 성장을 하는 질 드 레의 실력에 비례하여서 이신의 서열전 실력도 점점 완성되어 갔다.
처음에는 프로게이머로서의 경험에 다소 의존했지만, 이제는 스페이스 크래프트에 없는 다양한 시도도 하며 꾸준히 성장한 것이다.
두 사람은 함께 시너지를 받으며 무서운 실력자로 거듭났다.
‘조금은 아깝기도 하군.’
이신은 질 드 레를 볼 때마다 아쉬움이 들었다.
잘 가르친 덕에 훌륭한 연습상대가 되었지만, 말 그대로 연습 외에는 질 드 레를 써먹을 길이 없었다.
물론 그것만으로도 매우 중요한 역할이었으나, 서열전에서도 질 드 레가 활약할 여지가 있었더라면 더 좋았을 뻔했다.
당장 계약자로 나서도 20위 안에는 들 만한 실력을 갖췄다고 이신은 질 드 레를 평가하고 있었다.
‘일단은 내가 떠나도 후임 계약자 문제는 걱정 없겠지만.’
개인적으로 악마군주 그레모리에게 큰 은혜를 받았다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자신이 떠난 뒤의 문제까지 완벽하게 대비한 이신이었다.
그 최선의 마무리가 지금껏 겸사겸사 키운 질 드 레였지만, 역시나 질 드 레의 뛰어난 실력을 보니 당장 써먹지 못하는 게 아쉬울 따름이었다.
‘그렇다고 다시 사도로 임명할 수도 없는 문제군.’
그러려면 다른 사도를 해임해야 하는데, 지금의 다섯 사도는 누구하나 포기할 수가 없었다.
아쉽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어쨌거나 그렇게 준비가 완료되었을 즈음이었다.
문득 이신의 뇌리로 누군가의 음성이 울려 퍼졌다.
-그간 잘 있었나?
그것은 나폴레옹의 목소리였다. 텔레파시로 말을 건넨 것이다.
‘예, 그렇습니다만.’
-잠시 그대의 영지를 방문할까 하는데 허락하겠나? 물론 그레모리님께는 하락을 받았지만.
이신의 영지는 그레모리의 영지 안에 있었기 때문에 우선 그녀의 허락이 필요한 게 당연했다.
‘상관없습니다.’
사실 나폴레옹이 최근 제르지 카스트리오티와 만난다는 소문을 궁내의 악마들을 통해 들은 바 있었다.
필시 제르지 카스트리오티와 모의전 상대가 되어준 것일 터.
물론 나폴레옹이 그의 정보를 이신에게 누설하는 짓을 할 사람은 아니었지만, 어쨌거나 만나서 손해될 일은 없었다.
‘좋다, 그럼 지금 가지.’
그리고…….
파아앗!
나폴레옹이 눈앞에 나타났다.
이신은 깜짝 놀랐다.
설마 나폴레옹이 텔레포트를 쓸 줄은 몰랐던 것.
‘텔레파시에 텔레포트에…… 이제는 인간이 아니라 악마라고 봐야겠군.’
“하하, 뭘 그리 놀라나?”
“갑자기 나타나셔서 조금 놀랐습니다.”
“텔레포트는 어렵긴 해도 충분히 연습을 하면 가능하지. 너도 상급 악마이니 꾸준히 연습하면 될 거다.”
그렇게 말하면서 나폴레옹은 이신의 이모저모를 유심히 살폈다.
“흐음, 그러고 보니 그대는 언제나 마력이 활성화되어 있지 않고 잠잠한 상태군.”
가끔 회복을 쓰거나, 서열전 때 상대 악마군주가 뿜어내는 압박감에서 보호할 때 외엔 마력을 사용하지 않는 이신이었다.
“영지도 외부의 텔레포트에 대한 방어가 전혀 되지 않았고. 물론 그레모리님의 영지 안이라 필요는 없겠지만, 너무 무방비한데.”
“딱히 그럴 필요를 느끼지 못합니다.”
“아직 마력을 활성화시켜 보지 않아서 그렇다. 마력을 쓰기 시작하면 팔다리와 눈이 100개씩 있는 듯한 기분이랄까?”
“확실히 인간과 거리가 멀어지겠군요.”
“하하, 물론 비유다. 그렇지만 그대는 의도적으로 마력을 쓰지 않고 억제하는 것 같군. 역시 아직 살아 있는 사람이라 그런가?”
“예.”
“인간으로 남고 싶은 미련이로군. 이해한다. 지금까지 인간으로 살아온 가치관을 쉽게 버릴 수는 없을 테니.”
거기까지만 하고 나폴레옹은 화제를 전환했다.
“딴소릴 하느라 용건을 깜빡했군.”
“일단 들어오시죠.”
“그러지.”
이신은 나폴레옹을 안으로 안내했다.
시녀 악마가 커피를 내오고 두 사람은 이야기를 나눴다.
“제르지 카스트리오티를 도와주고 계신다고 들었습니다.”
이신이 먼저 말을 꺼냈다.
“하하, 흥미로운 친구였거든. 나도 겸사겸사 알렉산드로스와의 일전에 대비한 훈련이 되었고.”
그러면서 나폴레옹은 짓궂은 표정으로 이신을 응시했다.
“배신감 느끼나?”
“딱히. 저에 대해 발설할 만한 정보도 없잖습니까. 제 능력이나 사도들에 대한 것들은 이미 널리 알려지기 시작했고.”
“그렇지, 역시 성격이 시원시원하군. 그런데 제르지 그 친구도 솜씨가 제법인 게 스칸데르베그라 불릴 만한 인물이었어. 나조차도 진지하게 했는데도 긴장감을 늦출 수 없었어. 그대랑 대결한다면 아주 멋진 승부가 될 거다.”
나폴레옹의 극찬.
그가 진심으로 했어도 긴장해야 했던 상대.
제르지 카스트리오티의 실력이 최상위에서도 통한다는 뜻이었다.
“저도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신은 날카로운 눈매를 띠며 말을 이었다.
“진짜 용건은 혹시 관전하고 싶다는 겁니까?”
나폴레옹은 흠칫 놀랐다.
“어떻게 알았나?”
“축제 이후 지금까지 서열전을 못 하셨잖습니까. 심심하기도 하고 감이 떨어질까 봐 초조하기도 하겠죠. 모의전을 아무리 한데도 서열전과는 긴장감부터가 다르니까요.”
“정확하군. 어찌 그리 잘 알지? 그대는 오랫동안 서열전을 못한 적이 없을 텐데.”
“대충 짐작은 할 수 있습니다.”
공식전에 출전 못하는 선수를 많이 본 이신이었다.
그걸 모르는 나폴레옹은 그저 감탄할 따름이었다.
“그렇다면 얘기가 빠르겠군. 제르지 카스트리오티에게는 훈련을 도와주는 것으로 대가를 치렀고. 그대에게는 어떤 대가가 필요하지?”
“저도 그걸로 하죠. 언젠가 제가 원할 때 모의전 상대가 되어주십시오.”
이신은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딱히 서열전을 다른 계약자에게 보여준다 해도 문제될 건 없다고 이신은 생각했다.
다른 계약자들과 달리 한두 가지의 콘셉트만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
어차피 모두에게 공개되는 공식전을 매번 치르는 이신의 입장에서는 새삼스러울 것도 없었다.
‘다만 걸리는 게 없지는 않다.’
예를 들면 축제 때 이신에게 호되게 당한 후로, 절치부심을 한 원숭환.
놀랍게 정교해진 그의 포격전은 이제 이신이 투석기의 리스크를 짊어진 채 포격전으로 맞상대할 수 없게 되었다.
그처럼 이신이 무언가를 보여줄 때마다, 이를 본 계약자들이 혁명처럼 새로운 개념을 발견하여서 실력이 비약적으로 향상될 수 있는 것.
하물며 나폴레옹이라면?
이신이 무언가를 보여줄 때마다 그 진가를 알아보고 습득할 수 있었다.
이미 계약자들의 정점에 서 있는 그가 더 성장을 한다면?
“흔쾌히 허락해 줘서 고맙군. 많이 참고하도록 하겠어. 자네는 다른 계약자들과 달라서 배울 게 아주 많거든.”
의욕 만만한 나폴레옹을 보며 이신은 내심 미소를 지었다.
‘나도 별수 없는 놈이군.’
상대가 강해질수록 더 설레니 말이다.
승부가 주는 스릴에 못 말릴 정도로 중독된 이신이었다.
* * *
나폴레옹을 만나고서 며칠이 더 지났을 때, 이신은 모든 준비가 완료되었다.
“이만하면 되겠군. 모의전은 여기까지로 하자.”
“예, 주군.”
충실히 대답하는 질 드 레.
이신을 응시하는 그의 눈빛은 경이로 가득했다.
‘소름끼치게 강하다.’
준비를 시작하는 단계에서는 모의전의 승률에서 질 드 레가 그렇게 압도적으로 밀릴 정도는 아니었다.
준비 기간의 중간쯤 단계에서는 오히려 질 드 레의 승률이 더 높을 때도 있었다. 이때는 이신이 여러 가지 구상과 실험을 반복하는 단계였다.
하지만 준비가 완료되었을 때는…….
‘절대로 못 이기겠다. 주군을 이길 상대는 없다.’
그랬다.
질 드 레는 오늘 여러 차례의 모의전을 치르면서 단 한 번도 이기지 못했다.
무슨 시도를 해도 모조리 막혀 버렸다.
끝내 마지막 모의전에서는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는 막막함을 맛봤다.
완벽한 태세!
진정한 준비란 무엇인지 이렇듯 매번 이신을 보며 배우게 되는 질 드 레였다.
‘상대가 불쌍하군.’
질 드 레는 계약자의 지위에서 쫓겨나 지금에 이른 것을 감사히 여겼다.
그도 한때 계약자였기 때문에 서열전의 중압감을 알고 있었다.
자신이 모시는 악마군주의 마력과 지위, 그리고 그 악마군주의 진영 전체가 걸린 싸움이기 때문이다.
그런 대결에서 상대로 이신을 만난다?
‘기회가 주어진데도 난 절대로 못하겠다.’
질 드 레는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다.
하지만 자신의 주군이 또 멋지게 승리할 걸 생각하니 이내 미소가 감돌았다.
다음 날,
[악마군주 그레모리님과 악마군주 레라지에님의 서열전입니다. 전쟁의 승패가 서열과 마력에 영향을 줍니다. 마력은 10만이 배팅됩니다.] [마력 10만이 마력석이 되어 전장에 유포됩니다.] [종족을 선택해 주십시오.]“휴먼.”
“마물.”
이신은 제르지 카스트리오티와 전장에서 마주하게 되었다.
역사서로만 보았던 알바니아의 영웅은 구릿빛 피부에 덥수룩한 수염을 기른 호쾌한 인상의 사내였다. 크고 부리부리한 눈빛은 광채가 나올 듯이 위압감이 넘쳤다.
‘스칸데르베그.’
알바니아의 수도 티라나의 스칸데르베그 광장에는 이 남자의 동상이 서 있어 전 국민의 사랑을 받고 있다.
나폴레옹도 이 사내의 실력을 인정했다.
최상위에서도 통할 실력을 가진 자.
‘그럼 나는 얼마나 통하나 간접적으로 시험해 주지.’
이신의 눈이 더욱 승부의 희열로 물들었다.
그런 이신과 마주보며 제르지 카스트리오티도 깊은 인상을 받았다.
‘위험한 눈빛이군.’
문득 어떤 남자가 떠올랐다.
호기심이 강해 여러 나라의 언어를 두루 익혔고 역사서를 탐독하며 카이사르와 알렉산드로스 대왕을 동경한 남자.
불과 12세에 임시 술탄에 즉위했을 때 동로마를 쳐야 한다고 주장했다던 황당무계한 남자. 그 남자는 21세에 정말로 그 일을 해냈더랬다.
그를 연상케 하는 위험한 인상이었다.
하지만,
‘그도 내가 살아 있을 적에는 알바니아를 무릎 꿇리지 못했다.’
제르지 카스트리오티도 호승심에 휩싸였다.
[서열전이 시작됩니다.] [악마군주 그레모리님의 계약자 이신님과 악마군주 레라지에님의 계약자 조르지 카스트리오티님께서 참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