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the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489
489화 마무리(1)
먼저 칼을 뽑아든 것은 테무친이었지만, 4차전의 판도를 결정한 건 이신이었다.
테무친이 바야투르와 함께 강력한 기마군단을 동원했다.
기마군단이 가장 먼저 노리는 쪽은 단연 방어가 약한 마물.
알렉산드로스만 처치하면 2 대 1의 상황이 되므로 승리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이에 맞서 알렉산드로스는 전 병력을 자기 진영까지 후퇴시켰다.
삼거리 협곡에서 적을 맞아 싸우겠다는 제스처였다.
3차전과 똑같은 상황.
테무친은 기꺼이 협곡으로 진입했다.
동시에 3차전과 마찬가지로, 전사양성소 건물들도 협곡 앞까지 옮겼다.
“취이익!”
“죽여라! 취익!”
“크르릉!”
“컹컹!”
포효하는 오크들과 울부짖는 마물들이 협곡에서 충돌했다.
용맹의 오크와 광기의 마물.
폭력적인 두 종족이 부딪치는 광경은 끔찍하기 이를 데 없었다.
알렉산드로스, 테무친, 바야투르.
각자 살아생전 자신의 시대를 지배하였던 정복자들이 고유 능력을 펼치며 유감없이 맞붙었다.
엔트로 앞을 막고 마룡들로 공중에서 타격하며, 앞마당에 화염진을 잔뜩 설치하여서 버틴다. 알렉산드로스는 그야말로 끈질기게 버티려고 최선을 다했다.
하지만 오크들은 계속 꾸역꾸역 밀려왔다.
그리고 그 자리에 없었던 이신이 마침내 나타났다.
‘열기구는 투석기와 마법사를 일제히 드롭.’
‘석궁병은 오크 노예부터 처치.’
‘투석기는 전사양성소 건물들을 바리케이드 삼아서 배치.’
‘장창병은 전사양성소에서 소환되는 오크를 살육해라.’
‘방패병은 협곡의 출입로를 틀어막아라. 아무도 못 빠져나가게 한다.’
이신의 여러 가지 명령이 속사포처럼 터져 나왔다.
열기구에서 내린 투석기가 재조립되기 시작했다.
협곡 앞에 도열된 전사양성소 건물들이 거꾸로 이신의 투석기를 지켜주는 방벽 역할이 되어 버렸다.
건물을 분해해서 옮길 수 있는 오크 노예들은 석궁병들의 집중사격을 받고 진즉에 사살당했다.
장창병들은 전사양성소에서 소환되는 오크 병력이 나타나자마자 죽이기 위해 대기했고, 방패병들은 건물들을 중심으로 스크럼을 짜서 살아 있는 장성(長城)이 되었다.
물론 테무친도 이신의 존재를 의식하고 있었다.
이신이 뒤를 칠 것에 대비하여서 기마군단 일부를 빼두었지만, 그들도 제 역할을 제대로 못했다.
왜냐하면…….
“파이어 스톰!”
화르르르륵!!
조금이라도 접근할라치면 마법사가 마법을 펼쳐서 위협한 것이다.
다양한 병과의 완벽한 조화!
완벽한 하모니를 이루는 오케스트라처럼 이신의 지휘는 정밀했다.
그렇게 되니 테무친 측의 주력 병력은 협곡에 갇혀서 빠져나가지 못하게 되었다.
봉쇄를 뚫고 나가려 하면, 투석기가 집중적으로 바위를 쐈기 때문.
좁은 협곡에서 투석기들의 바위 세례는 너무나 위협적이었다.
테무친으로서는 도리가 없었다.
이렇게 된 이상, 일단은 알렉산드로스부터 완전히 끝장내 버린 후에 이신을 처리하는 수밖에 없었다.
일단 2 대 1의 상황이 된다면, 협곡을 봉쇄하고 있는 병력도 어찌어찌 걷어낼 수 있을 거라고 판단한 것이다. 다른 방도가 없으니 즉각 할 수 있는 차선을 택하고 움직이는 테무친이었다.
그런데 그때, 반전은 다시 한 번 펼쳐졌다.
그것은 바로 이신의 본진 안에서 화염진을 그리고 있는 클로 1마리였다.
‘미끼가 된 것도 모자라서 전멸당하는 수모까지 당할 까보냐?’
건물이 하나라도 있으면 전멸 판정을 받지 않는다.
게다가 건진 건 클로 1마리만이 아니었다.
협곡 봉쇄 작전이 성공하자, 하늘을 날 수 있는 마룡들도 본진을 포기하고 그곳을 빠져나온 것이다.
총 14마리의 마룡 편대.
없는 것보다는 있는 편이 훨씬 도움이 될 만한 전력이었다.
알렉산드로스는 이신에게 소리쳤다.
-뭐하나? 봉쇄가 완료됐으면 필요한 병력만 남겨놓고 놈들의 본거지를 친다!
-예.
-내 클로를 잘 보호하도록 해. 둘 중 한 놈의 본거지를 쓸어버리면 내가 그 자리에 마법진을 건설하고 차지할 테니까.
-마법진을 건설할 마력이 남아 있으신 겁니까?
-그럼 아무 대책도 없었을까 봐?
이신은 나직이 감탄했다.
역시 알렉산드로스였다.
협곡 안에 적의 주력이 묶인 틈을 타서, 테무친이나 바야투르 둘 중 하나를 끝장낸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알렉산드로스가 다시 재기하면, 비록 초라한 재출발이라 할지라도 어쨌거나 2 대 1의 상황이 되어버린다.
한 명을 없애고 2 대 1로 만들려 했던 테무친의 계획이 거꾸로 이루어지는 꼴이다.
이신은 일부 병력만 남겨놓고 1시로 진격했다.
알렉산드로스의 마룡들도 함께 움직이며 보조를 이루었다.
일단 일부 병력을 1시의 협곡 초입과 주변에 분산시켜서 봉쇄. 단 1마리의 오크 노예도 빠져나가지 못하게 해놓고, 남은 병력은 안으로 돌입했다.
협곡에 갇혀 있던 테무친 측의 기마군단이 발악을 했다.
이신의 봉쇄를 강제로 뚫기로 결심한 것.
1시는 바로 바야투르의 진영이었다.
바야투르의 모든 건물이 전멸해 버리면, 이곳에 발이 묶인 기마군단 중 바야투르 휘하의 절반가량도 무용지물로 소멸되는 것.
그럴 바에는 차라리 도박적인 강행돌파라도 시도한 것이다.
하지만…….
투웅! 퉁! 퉁!
투석기들이 바위를 난사했다. 집채만 한 바위가 날아와 오크창기병과 오크궁기병을 짓이겨 버렸다.
피해가 막심해지자 테무친은 결국 더 싸우기 않고 일찌감치 패배를 선언해버렸다.
[악마군주 발라파르님의 계약자 보르지긴 테무친님께서 패배를 선언하셨습니다. 악마군주 바알님의 승리입니다.] [악마군주 바알님께서 마력 5만을 획득하셨습니다.] [악마군주 그레모리님께 마력 5만이 분배됩니다.]4차전은 그렇게 알렉산드로스와 이신의 극적인 역전승으로 끝났다.
3승 1패.
한 판에 10만 마력씩 오가는 서열전에서 이 정도의 결과가 나타나자, 제 아무리 최상위의 악마군주라도 태연할 수 없었다.
악마군주 발라파르는 테무친과 함께 긴히 대화를 나누었다.
이어서 5차전을 할지 이쯤에서 도전을 포기할지 상의하는 모양이었다.
지원자로 온 바야투르야 져도 잃을 게 없으니 별반 심각해하지 않았지만 말이다.
이윽고 악마군주 발라파르는 테무친과의 대화를 통해 결론을 내렸는지, 다가와 말했다.
-계속하자. 변동사항은 없겠지?
“물론. 마력도 전장도 그대로다.”
발라파르와 바알이 5차전을 결정했다.
분위기로 보아 5차전까지 해보고 또 패배한다면 도전을 포기하고 물러날 생각인 듯했다.
하지만 5차전에서 알렉산드로스와 이신은 새로운 전략 패턴을 보여주었다.
그것은 바로 알렉산드로스의 헌신!
알렉산드로스는 모든 것을 포기하고 오직 헬하운드만 잔뜩 뽑아서 시작부터 상대를 집요하게 공격했다.
이신은 그저 콜럼버스를 보내서 적당히 보조해 주었을 뿐이었다.
알렉산드로스가 그렇게 물고 늘어지니 두 오크도 오크 전사를 계속 소환해서 맞서야 했고, 그 틈에 이신은 테크 트리를 올려서 기사를 소환했다.
헬하운드들과 드잡이를 하느라 아직 기마 병력을 마련할 여유가 없었던 두 오크에게, 오히려 이신이 기사들을 비밀리 소환해서 불의의 일격을 선사한 것이다.
설마 강력한 기마군단이 자랑인 오크를 상대로 휴먼이 기사단을 쓸 줄을 몰랐던 탓에, 테무친 측은 급격이 무너져 버렸다.
그것은 이신이 활약할 판을 만들어주기 위하여 맹렬하게 싸워준 알렉산드로스의 공이 지대했다.
“완전히 졌군. 이제 승산이 없다는 게 확실해졌다.”
테무친이 탄식하듯이 말했다.
바야투르도 고개를 휘휘 내저었다.
“저 거만한 놈이 저런 역할을 할 줄이야.”
“뭐야?”
알렉산드로스가 쌍심지를 켜고 반발했다.
테무친이 말했다.
“장기 말처럼 다룰 수 있는 항우나 조아생 뮈라를 지원자로 불렀다면 난 오늘 대승을 확신했을 것이다. 그런데 그 둘이 아니라 이신을 부를 줄은 몰랐어.”
“…….”
알렉산드로스는 의외로 그 말에는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다.
나름대로 느낀 게 있었기 때문이다.
“이신은 천하의 나폴레옹과 한 편이 되어도 주도적인 역할을 했을 정도지. 항우나 조아생 뮈라와 달리 역할이 주어진다면 자기가 중심이 될 수 있는 인물이야.”
테무친은 빙긋이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그래도 자기가 주역이 되려 하는 오만한 성질머리에 기대를 걸었는데, 결국 자기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깨달았군?”
“그래, 깨달았지. 역시 단체전은 내 취향이 아니라는 것을 말이야.”
“동감하네. 이거야 원 피해가 막심하군. 다음에는 그냥 지원자 없이 일대일로 겨루기로 하세.”
“그게 낫겠군. 이겼는데 재미는 이 녀석이 다 봤으니까.”
알렉산드로스는 못마땅하다는 듯이 이신을 턱짓으로 가리켰다.
5차전까지 치르면서 서열전 단체전의 리스크를 깨달은 양측이었다.
보상은 지원자와 나누고 리스크는 2배로 짊어져야 하는 폐해는 최상위 서열에서도 확실히 부담되는 것이었다.
그런 불만에 대하여 이신은 할 말이 없었다.
이신은 오늘 지원자로 나서서 무려 20만 마력을 그레모리에게 가져다준 것이다.
[마력 총량 2,234,710으로 악마군주 그레모리님께서 서열 11위가 되셨습니다.]2차전을 이겼을 때 13위로 올랐었는데, 4차전·5차전을 다 이기자 두 계단을 더 건너뛰어 버렸다.
최상위 서열이라고 말할 수 있는 10위가 눈앞!
아무래도 발터 모델이 있는 12위와 11위의 마력량에 큰 차이가 없어서 이 둘을 다 제치고 올라가게 된 모양이었다.
‘발터 모델을 상대로 실험하고 싶었던 전략이 있었는데, 아쉽군.’
물론 서열을 이만큼이나 올렸으니, 좋으면 좋지, 나쁠 건 하나도 없었다.
“어쨌거나 인상적이었네. 빠른 시일 내에 다시 만날 수 있겠군.”
테무친의 칭찬에 이신은 고개 숙여 감사를 표했다.
“예, 조만간 다시 뵐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테무친이 있는 서열까지 금방 치고 올라가겠다는 이신의 기개였다.
알렉산드로스, 바야투르와도 작별을 나눈 이신은 그레모리의 영지로 돌아왔다.
그레모리가 이신의 귀환을 기뻐하며 반겨주었다.
가서 서열을 세 계단이나 올릴 정도로 대성과를 거뒀으니 어찌 좋아하지 않겠는가?
“이제 당분간은 현실세계에 있겠습니다.”
“네, 그렇게 하세요. 카이저의 이번 활약이 마계에서 다시 큰 화제가 됐어요. 카이저가 단체전을 택한다면 이기기 힘들다는 게 알려졌으니, 당분간은 도전자가 없을 거예요.”
축제 때도 최종 승자가 되면서 실력을 입증했지만, 특히 이번에는 알렉산드로스나 테무친 등 최강자들이 어울린 단체전에서도 활약을 떨쳤다.
그런 이신에게 도전할 마음이 있을 턱이 없었다.
일대일로 하고 싶어도 이신이 지원자를 부르면 꼼짝없이 단체전이다.
단체전은 배팅이 2배가 되므로 더욱 이신은 상대하기 두려운 계약자로 자리매김했다.
‘이제 돌아가 연습을 해야겠다.’
이신의 머릿속은 다시 인공지능과의 대결로 가득 채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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