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the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516
516화 후기리그(1)
이틀 후에 바로 2차전이 있었다.
2차전 상대는 VC게임단인데, VC라는 중국의 IT기업이 창설한 SC 프로팀이었다.
VC사의 사장이 SC를 좋아하여서 프로팀 창설에 직접 관여할 정도였다.
중국 팀들이 흔히 그렇듯 풍부한 자금을 바탕으로 이름난 선수들을 사 모으고 호화로운 시설을 갖췄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그러한 구단주의 열정과 달리 중국의 1부 리그에서 하위권에 맴도는 약체였다.
분명 명성 있는 선수를 거금 들여 데려왔음에도 연패를 면치 못했다.
실력 있는 선수도 VC게임단에만 오면 부진한다고 팬들 사이에서도 미스터리였다.
구단주가 회식에도 참여하고 선수들을 격려하는 등 분위기도 좋다고 하는데 말이다.
“너무 잘해줘서 그렇지 뭐.”
박영호는 그 이유를 알겠다는 듯이 말했다.
“분명 구단주가 이름값 있는 애들 데려오고서는 칭찬하고 띄워주고 그랬을 거야. 그러다 보니 애들이 정말 잘난 줄 알고 교만해졌겠지.”
옆에서 그 말을 듣던 이신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 교만해지는 거지?”
“왜긴 왜야. 엄청 돈 많은 거물 사업가인 구단주가 e스포츠 열혈 팬이라 막 대우해 주는데 안 교만해져?”
그 말에 이신은 더더욱 이해할 수가 없어졌다.
“왜 금메달 한번 못 따봤는데 자기가 잘난 줄 알 수가 있지?”
“지금 나한테 시비 거셈?”
박영호가 벌컥 화를 냈다.
“자기가 잘난 사람인지 아닌지 알 수 있는 뚜렷한 지표가 있잖아?”
화내거나 말거나 이신은 몹시도 미스터리를 느꼈다.
“…….”
박영호는 그런 이신에게 그만 할 말을 잃었다.
이신의 눈에는 VC게임단 선수들이 정말 하찮게 보였던 것이다.
왜 저런 하찮은 것들이 자기가 잘난 줄 아는지 진심으로 의아해하는 것!
문화 충격을 느끼는 이신을 무시하고 박영호가 계속 말했다.
“그래서 한국은 계약을 보통 1년 단위로 하잖아. 성적이 나쁘면 바로 다음 계약 연봉에 반영되고. 쟤들은 3년, 5년 단위로 장기 계약을 했나 보더라. 그러니 경각심을 느낄 리가 없지.”
중국은 사정이 달랐다.
활약하여서 팬들에게 어필한 선수는 선수 생활을 관두고 스트리밍 방송으로 빠질 위험이 높았다.
선수 생활과 스트리밍 방송을 병행할 수 있다 해도, 굳이 힘든 선수 생활을 계속 하고 싶어 하는 선수는 드물다.
그래서 팀은 장기 계약으로 선수를 붙잡아두는 걸 더 선호했다.
‘투쟁심이 문제로군.’
지우펑처럼 야망과 투쟁심이 있는 선수가 많지 않았다.
어쩔 수 없는 것이, 한국과 달리 환경이 너무 좋아서 생계와 미래를 위해 목숨 걸고 훈련에 매달려야 할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고민해 볼 문제군.’
이신도 팀을 소유한 구단주였기 때문에 비슷한 고민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 고민은 2세트에 나가 경기를 치러보고서 더욱 강해졌다.
상대는 괴물 플레이어였는데, 한때 베이징 슈퍼리그에서 준우승도 한 전력이 있는 유명 선수였다고 했다.
하지만…….
-아아! 이걸 보십시오! 카이저, 정말 엄청난 퍼포먼스를 보여줍니다!
인류 플레이어에게 요구되는 가장 기본적인 덕목은 바로 괴물을 잘 잡는 것.
종족 상성에서 인류는 괴물에게 강하기 때문이다.
하물며 세계 최강자 소리를 몇 년째 듣는 이신은 어떻겠는가?
변변찮은 실력을 가진 괴물은 정말 숨 쉬듯이 이길 수 있을 정도였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이신은 아주 무난하게 승기를 잡았다.
‘너무 쉬운데.’
상대 괴물은 쐐기충 편대로 견제 플레이를 펼쳐 시간을 벌고자 했다.
하지만 이신은 쐐기충들로부터 자기 진영을 수비하는 일을 정말 수도 없이 해왔다.
그의 보병 부대는 쐐기충이 지나갈 거라고 예상되는 경로를 쫓아다녔다.
쐐기충 편대는 가는 곳마다 보병들을 만나 총알 세례를 받는 바람에 변변찮은 성과도 없이 체력만 닳아 너덜너덜해졌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니 상대 괴물이 절대로 이신을 이길 수 없을 정도로 격차가 벌어지고 말았다.
‘재미없는데.’
이신이 이 경기를 보고 있을 팬들을 걱정할 정도였다.
그래서 이신은 자주 그랬듯 화려한 퍼포먼스를 펼쳤다.
-이야, 정말 장관입니다!
-방사능 구름이 떠다니고 있어요!
여러 기의 전술위성이 모여서 날아다니는 것을 흔히 ‘구름 위성’이라 부른다.
전술위성은 괴물전의 핵심이었다.
이 전술위성을 잘 격추시키는 것이 괴물의 지상과제였고, 반대로 잘 살려서 계속 활용하는 것이 인류의 플레이였다.
이신은 계속 자폭을 시도하는 폭탄충들로부터 전술위성을 단 1기도 내주지 않았다.
그래서 보유한 것이 무려 7기!
그리고 이신은 이 전술위성들로 눈에 띄는 퍼포먼스를 펼쳤다.
7기의 전술위성들이 서로에게 방사능을 살포했다.
방사능을 뒤집어 쓴 7기의 전술위성이 뭉쳐 다니는 모습은 그야말로 방사능 구름이었다.
-방사능 구름에 괴물들이 몰살을 당합니다!
-아! 저러면 흑안개고 뭐고 소용이 없죠!
원거리 공격을 무시하는 흑안개를 펼치고 그 안에서 싸우며 필사적으로 방어하던 괴물들.
그런데 어마어마한 방사능 구름이 그 위에 나타나자 다 소용없었다.
흑안개 속에 있던 괴물 병력들이 방사능에 감염되어서 떼로 몰살당했다.
상대 괴물에게는 광물 자원이 고갈되어서 폭탄충을 더 뽑을 여력도 없었다.
방사능 구름은 그대로 괴물 진영까지 덮쳐서 병력이고 일벌레고 죄다 죽여 버렸다.
“우와!!”
“저런 건 처음 봐!”
“카이저! 카이저!”
경기장에 모인 관중들은 눈이 휘둥그레져서 카이저를 연호했다.
SC스타즈의 벤치는 사기가 올랐고, VC게임단의 분위기는 땅으로 떨어졌다.
결국 상대는 처참한 패배를 당했다.
가뿐하게 승리를 따낸 이신은 벤치로 돌아와 여전히 의문에 찬 얼굴로 중얼거렸다.
“어째서 저 실력 갖고 잘난 줄 아는 거지?”
“이제는 자괴감밖에 들지 않을걸.”
박영호도 질렸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상대를 가차 없이 짓밟아 버리는 이신의 잔인함은 때때로 치가 떨릴 정도였다.
이신으로서는 어쩔 수 없는 습관이었다.
변변한 적수도 없었던 이신은 게임을 재미있게 하기 위해서 온갖 퍼포먼스를 팬들에게 보여주려 했던 것이었다.
그게 상대하는 선수들에게는 엄청난 굴욕으로 다가오지만, 배려해야 하는 건 팬이지 상대 선수가 아니라는 것이 이신의 지론이었다.
덕분에 이신을 재미있게 해주지 못하면 굴욕을 당한다는 경각심이 상대 선수들에게 생겼을 정도였다.
그날 2차전도 3-0으로 승리한 SC스타즈는 2승 0패로 단독 1위로 올라섰다.
똑같이 2승 0패를 기록한 팀은 많았지만, 득실차에서는 연속으로 3-0을 기록한 SC스타즈가 우위였다.
그날 경기가 끝나고 이신은 오랜만에 한태곤 감독에게 전화를 걸었다.
-2승째 거두신 걸 축하드립니다, 구단주님.
그가 소유한 프로팀 카이저 게이밍을 잘 이끌고 있는 한태곤 감독이 장난스럽게 축하를 보냈다.
“팀은 어떻습니까?”
-이번에 올도어SCC에게 패해서 2승 1패입니다.
3차전 상대로 올도어SCC를 만난 카이저 게이밍은 그야말로 실력 차이를 제대로 느껴야 했다.
하기야 장양과 차이를 필두로, 1군 주전 멤버 전원이 웬만한 팀 에이스급인 올도어SCC는 아직 약체에 속하는 카이저 게이밍이 당해낼 수 없는 상대였다.
“2승 1패면 그래도 출발이 좋군요?”
-예, 이대로 쭉 간다면 올 시즌 목표인 6위를 달성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지난 시즌에 강등을 모면한 카이저 게이밍은 올 시즌에 하위권을 탈출하겠다는 목표를 품고 있었다.
이미 1부 리그 잔류에 성공하면서 팀을 인수했던 이신에게 뜻하지 않은 이익을 가져다준 카이저 게이밍이었다.
거기다가 이신의 팬덤이 카이저 게이밍의 ‘꼴지의 반란’을 지지하면서 이를 후원하는 기업들도 늘어난 상황.
그저 불쌍한 애들 건져준다는 유니세프의 심정이었던 이신으로서는 본의 아니게 재산을 더 증대하는 효과를 거두었다.
투자금의 10배 이상을 제안하면서 팀을 인수하겠다는 의사를 타진해 온 기업들로 있을 정도였다.
구단주가 이신인 탓에 예전과 달리 팬들의 관심을 받는 팀이 되었으니, 기업으로서도 마케팅 목적으로 투자할 가치가 있어 보였던 것. e스포츠 시장이 계속 성장하기도 했고 말이다.
물론 이신은 이제 이 팀을 팔 생각이 전혀 없었다.
놔둬도 한태곤 감독이 잘 운영하며 이익을 가져다주는데 팔 이유가 없었다.
-팀 분위기도 아주 좋습니다. 구단주님의 배려 덕에 선수 복지도 좋아져서 팀에 대한 충성도와 의욕이 높죠.
카이저 게이밍은 은퇴한 선수 혹은 연습생에게 1년간 교육비를 지원해주는 복지 제도를 도입했다.
프로게이머를 포기하고 다른 진로를 알아보는 사람을 위해 배려해 주는 모습에 선수들이나 연습생들이 감동 받았음은 물론이었다.
숙소 환경도 더 개선되었고, 1부 리그 잔류에 성공한 공로로 선수들의 연봉도 더 높아졌다.
무엇보다 한태곤 감독이 도입한 체계적인 선수 육성이 효과를 거두면서, 선수들의 실력이 쑥쑥 올라가고 있었다.
스스로가 성장하고 있는 게 느껴지니 선두들의 의욕도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었다.
“연습생들 중에 1군 선수가 되는 경우는 얼마나 됩니까?”
이신이 문득 물었다.
한태곤 감독은 조금 씁쓸한 목소리로 말했다.
-극소수죠.
“그럼 1군 선수가 되려고 노력하는 연습생은 얼마나 됩니까?”
-다들 1군이 되고 싶어 하는 거야 당연합니다만, 역시 노력의 정도는 차이가 있죠. 사실 적성은 다 타고나는 거잖습니까.
그렇다고 어린 아이들에게 넌 재능이 없다고 일침을 해서 꿈을 꺾어버리기도 쉽지는 않았다.
“제가 곰곰이 생각해봤는데, 복지나 대우를 신경 써줬으니 채찍도 필요하지 않을까 합니다.”
-구체적으로 무슨 말씀이신지…….
“2년이 지난 연습생은 실력 평가로 성장 정도를 체크하고, 평가가 나쁘면 방출시키죠.”
-방출이요?
“예, 그 뒤에도 1년마다 실력 평가를 계속하면 좋겠습니다.”
-너무 엄격한 게 아닐까요? 좋은 복지 덕에 요즘 재능 있는 연습생을 많이 얻을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런 엄격한 시스템이 생기면 무서워서 기피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보통 그 나이의 학생들은 자기 인생을 걸고 수능 공부를 하고 있죠. 그 정도 경각심도 없이 평안하게 연습생으로 세월을 보내게 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으음, 그 말씀도 옳긴 합니다. 사실 그 정도 경쟁도 이기지 못하면 프로게이머로 살 수 없죠.
한태곤 감독은 결국 그 제안을 수락했고, 카이저 게이밍의 연습생들은 살벌한 긴장감을 느껴야 했다. 방출당하지 않기 위하여 스스로 노력해야 하는 경각심이 생겼다.
‘이해를 못 하겠군.’
그 결정을 내린 장본인인 이신은 그런 생각을 했다.
왜 스스로 노력하도록 경각심을 심어주는 이런 조치를 취해야 하는지 공감이 되지 않았다.
‘대체 노력이 뭐가 어렵다고 못하는 거지?’
노력만큼 쉬운 게 어디 있다고?
이신에게 세상은 참 궁금한 게 가득했다.
이후로도 3차전, 4차전도 이신은 출전하여서 승리를 따냈다.
마계의 일은 잠시 잊고 후기리그에 집중하기 시작한 이신은 100%의 승률을 유지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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