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the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67
66화 마지막 휴식(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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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워 술을 마신 장민재는 아침에 돌아와 종일 자다 저녁 무렵에야 비로소 부스스 눈을 떴다.
시계를 본 장민재는 저녁 7시를 가리키는 시곗바늘을 보고 당혹감을 느꼈다.
‘아, 씨발, 오늘 일하기로 했는데.’
친구 소개로 일당 알바를 하기로 했던 날이었다.
핸드폰을 보내 부재중 통화가 7통이나 있었다.
‘아, 망했다.’
장민재는 오만상을 찌푸리더니 이내 포기하고는 핸드폰을 내려놨다.
동거하던 여자 친구와 헤어지고 나니 이럴 때 깨워줄 사람이 없었다.
그의 삶은 부쩍 피폐해져 있었다.
지난번 황병철에게서 거금을 뜯고 나서부터 그는 생활의 중심을 찾지 못하게 되었다.
갑자기 공짜로 들어온 거금에 정신을 못 차리게 된 것이었다.
대가를 지불하지 않은 돈을 얻게 되자, 더 이상 아르바이트를 하지 못하게 되었다. 고생은 많은데 받는 대가는 얼마 안 되는 푼돈이라 허망하게 느껴졌던 것이다.
여기저기 아는 사람에게 돈을 빌려 썼는데, 갚지는 않고 더 빌릴 사람도 없어지면서 점점 인간관계가 소원해졌다.
같이 어울리던 친구들이 그렇게 그를 기피하기 시작했고, 혼자가 된 장민재는 황병철에게 돈을 뜯어내 어떻게든 생활해 나갔다.
나날이 뻔뻔함이 도를 넘어서면서 요구하는 금액도 점점 많아졌다.
‘일단 나갈까.’
장민재는 머리를 긁적이고는 옷을 주워 입고 밖으로 나섰다.
하릴 없이 거리를 서성이던 그는 핸드폰을 꺼내 일을 소개해 줬던 친구에게 전화했다. 그래도 사과 정도는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판단력이 돌아온 셈이었다.
“여보세요? 한수야, 미안하다. 내가 좀 아파서 오늘 하루 종일…….”
-지랄하지 마라. 술 퍼마시고 잤잖아. 여기 저기 전화해 보니까 너랑 밤새 술 마셨다고 하더라, 개새끼야.
“……아, 미안해. 내가 다음에…….”
-끊어. 이제 연락하지 마. 내가 너한테 빌려준 돈 그냥 포기하고 너랑 상종 안 하고 만다. 차라리 그게 이득이겠다.
그렇게 통화는 거칠게 끊겼다.
“한수야, 야!”
소리를 질러 보았지만 이미 통화는 끊긴 뒤라 혼잣말에 불과했다.
빌린 돈도 얼마 안 되는데 치사하게 군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내 자신의 잘못임을 알기 때문에 한숨을 쉬며 심란한 마음으로 거리를 방황했다.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
아무도 없는 놀이터 벤치에 앉아서 장민재는 스스로에게 물었다.
그런데 바로 그때였다.
놀이터 쪽으로 다가오는 한 남자가 있었다. 체격 건장한 중년 사내가 똑바로 이쪽으로 오자, 장민재는 괜스레 두려워졌다.
“가, 갈까.”
장민재는 자리에서 일어나 자연스럽게 집에 돌아가는 척 반대편으로 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반대편에서도 사내가 다가오고 있었다.
‘지, 진짜 뭐야?!’
공포심을 최대한 내색하지 않고 장민재는 다른 방향으로 돌렸다.
……그곳에서도 다가오는 사내가 있었다.
세 명의 사내가 세 방향에서 똑바로 장민재를 노려보며 다가오고 있었다.
무언가 불길함을 느낀 장민재는 급기야 잽싸게 달아나기 시작했다.
사내들은 서둘러 쫓지 않고 천천히 걸을 뿐이었다.
서두를 필요가 없었다.
퍼억!
“악!”
도망치던 골목 코너에서 또 다른 사내가 나타나 장민재를 후려쳤다.
데굴데굴 구른 장민재는 사내에게 붙잡혀 놀이터로 질질 끌려갔다.
“누, 누가 좀……!”
“조용히 하는 게 좋아.”
한 사내가 장도리를 꺼내 보이며 음산하게 말했다.
나이프 같은 흔한 흉기도 아닌 장도리였다. 공포심에 장민재의 입이 꾹 다물어졌다.
“왜, 왜 이러세요?”
“몰라서 물어?”
“네?”
“이러면 알려나?”
한 사내가 장민재의 오른손을 당겨 벤치에 놀았다.
다른 사내가 그 오른손을 보며 장도리를 들어 올렸다. 금방이라도 내려칠 듯했다.
“아, 아악! 자, 잠깐만요! 하지 마세요!”
기겁하여 소리치는 장민재.
“이젠 알겠어?”
“네…… 잘못했어요!”
장민재는 울먹거렸다.
자신의 오른손을 박살 내려는 사내들의 행동에 대번에 이신 사건이 생각났다.
그것 말고는 이렇게 붙들려 위협당할 만한 문제가 떠오르지 않았다.
‘황병철? 그 새끼가 불은 건가? 아니면 대체……!’
더 깊이 생각해 볼 여유가 없었다.
장도리가 툭 하고 오른손에 닿자 장민재가 비명을 지르며 울부짖고 버둥거렸다.
“아직 안 때렸어, 자식아.”
“으허엉! 하지 마세요! 제가 잘못했어요!”
바지가 사타구니를 중심으로 뜨끈하게 젖어들었다.
“잘못한 짓을 왜 했어?”
“그, 그냥 돈이 필요해서……!”
“돈 필요하면 사람 병신 만들어도 돼? 그럼 우리도 너 병신 만들면 되겠네?”
“아, 아니에요! 잘못했어요! 사, 사, 살짝 다치게만 하려고 했는데 너무 정통으로 맞아서…… 저도 그럴 생각은 없었어요!”
장민재는 횡설수설했다.
“장민재, 지금부터 내 말 잘 들어. 토씨 하나 기억 못하면 손모가지 날아가는 거야.”
“네……!”
“사흘 줄 테니까 여기서 사라져. 청주 내려가서 부모님이랑 농사짓고 효도도 하고, 지금부터 앞으로의 네 인생은 그거야. 알아들었어?”
“네…….”
“원래는 조져 버리려 했는데 네 인생도 참 시궁창이라 불쌍해서 봐주는 거야. 그런데 사흘이 지났는데도 네가 청주에 안 갔다? 그럼 그땐 신체장애 3등급 받는 거야, 알았어?”
“네, 네!”
다른 사내가 장민재에게 자기 스마트폰을 꺼내 보였다.
녹음 어플을 실행시키자 장민재가 횡설수설 내뱉은 말이 흘러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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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 사, 살짝 다치게만 하려고 했는데 너무 정통으로 맞아서…… 저도 그럴 생각은 없었어요!]?
경찰에 신고하면 너도 좋을 것 없다는 무언의 경고였다.
협박을 통해 얻어낸 녹음은 증거 자료가 될 수 없지만, 멍청한 장민재가 그것까지 알지는 못할 거라고 판단했다.
사내들이 사라지고서 장민재는 넋을 잃은 얼굴로 멍하니 혼자 섰다.
방금 자신에게 일어난 일이 믿겨지지 않았다. 하지만 다리에서 느껴지는 차가운 감촉이 현실을 일깨워 주고 있었다.
“억! 씨발!”
오줌을 지린 것을 뒤늦게 깨달은 장민재는 허겁지겁 자신의 자취방으로 돌아갔다.
돌아가는 길에 몇몇 사람이 그를 보며 수군거렸다.
부끄러워서 죽을 것 같았다.
다음 날, 장민재는 홍대 부근에서 사라져 버렸다.
아마도 두 번 다시 나타나지 않을 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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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장민재 건은 해결이 되었지만, 정작 이신에게는 새로운 문제가 터진 상태였다.
그것도 아주 대한민국이 들썩거리는 큰 사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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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의 신’ 이신, IT미디어 그룹 올도어 회장 차녀와 열애 중?] [이신, 올도어 그룹 차녀 지수민과 호텔 출입 포착] [‘신의 여자’ 열애설의 주인공 지수민 올도어 부사장은 누구?] [최고급 세단 롤스로이스 팬텀과 고가의 손목시계 등 선물 받아] [이신 열애설 실시간 검색어 1위] [올도어 측 “열애설은 사실무근”] [신에게 매료된 재벌가 차녀] [이신 팬클럽 회장은 재벌가 차녀 ‘경악’]?
휴가 기간 3박 4일 내내 집에 틀어박혀 있었던 이신은 이 사실을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워낙 보안이 튼튼한 고급 오피스텔에서 살고 있는 탓에 멋대로 들이닥치는 사람도 없었고, 오직 게임만 하느라 인터넷을 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휴가가 끝나고 출근하기 위해 집을 나섰을 때, 지하주차장에서 기자들이 벌 떼같이 모여들었다.
롤스로이스 팬텀에 타려던 이신은 기자들에게 둘러싸여 애를 먹었다.
운전사 정상범이 뛰쳐나와 뜯어말렸지만 혼자서는 역부족이었다. 오히려 기자들은 이신은 물론 푸른색의 롤스로이스 팬텀까지 마구 사진을 찍어댔다.
“이신 씨!”
“한 말씀만 부탁드립니다!”
“올도어 그룹의 차녀 지수민 씨와 열애 중이신 게 사실입니까?”
“사흘 전날 밤에 함께 호텔에 들어가시는 모습이 포착되었는데 사실입니까?”
“롤스로이스와 고가의 시계를 선물 받았다고 하던데요?!”
이신은 쏟아지는 질문에 어안이 벙벙했다. 하지만 이내 어찌 된 사태인지 깨닫고서는 입을 열었다.
“지수민 씨는 제 팬클럽 회장이고 종종 제 일에 도움을 주시고는 합니다.”
“하지만 사흘 전에 함께 호텔에 출입하셨는데요?”
“최근에 도움받은 게 있어서 호텔 레스토랑에서 식사 대접했습니다.”
“롤스로이스 팬텀을 선물 받으신 것이 사실입니까?”
“일개 팬의 선물치고는 지나친 고가가 아닙니까?”
계속 쏟아지는 질문에 이신은 덤덤히 답했다.
“제가 샀습니다.”
“개인이 구매하기에는 비싼 차량 아닙니까?”
“예, 아닙니다.”
이신의 간단한 대꾸에 기자들이 웃음바다가 되었다.
“지금 차고 계신 손목시계도 지수민 부사장에게 선물 받은 것 아닙니까?”
“팬클럽의 선물이라고 해서 받았습니다.”
“일개 팬의 선물이라고 하기에는 지나치게 비싼 선물이 아닌가요?”
이신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게 비쌉니까?”
정말 몰라서 물어본 것이었다.
하지만 그의 순수한 의도와 상관없이, 그건 두고두고 회자될 명언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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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신 초호화 손목시계 화제 “나한텐 비싼 거 아냐”] [“롤스로이스 팬텀, 바쉐론 콘스탄틴 시계 나한텐 안 비싸” 역사상 가장 성공한 프로게이머의 재력!] [이신 손목시계 가격은 6천만 원 상당 ‘경악’] [이신, 열애설 부인 “그냥 내 팬”] [이신, 지수민 부사장과 평소에도 종종 만나는 사이로 알려져]?
지수민에 대해 아는 이신교의 광신도들이나 e스포츠 마니아들을 통해 열애설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이신은 여전히 화제가 되어서 인터넷 언론에게 이름이 오르락내리락했다.
초호화 세단인 롤스로이스 팬텀을 소유한 유일한 프로게이머.
게다가 짙은 갈색의 우아한 디자인을 뽐내는 바쉐론 콘스탄틴 손목시계의 가격!
그것은 평소 이신의 수려한 외모와 패션과 어우러져 모두가 동경하는 럭셔리한 삶의 모습이 된 것이었다.
특히 바쉐론 콘스탄틴 손목시계에 대해 이게 비싼 거냐고 물은 이신의 반응은 네티즌들을 웃게 만들었다.
이신을 잘 아는 팬은 그가 정말 명품 브랜드에 대해 전혀 몰라서 물은 거란 걸 알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신이 그만한 고가품을 얼마든지 소유할 재력을 갖춘 건 사실이었기 때문에 개그 소재로 두고두고 쓰였다.
사실 원체 마이페이스에 오만했던 이신이었다.
때문에 초호화 차량과 시계 등의 사치가 질시와 비호감이 아닌 개그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것이었다.
이신이 연습실에 들어서자 선수들과 연습생·코치들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재벌가 딸이랑 열애설…….”
“클래스 쩐다.”
“나도 존나 열심히 게임해야겠다.”
“나도 롤스로이스 팬텀 타보고 싶어.”
“게임 잘하면 저렇게까지 성공할 수 있는 거야?”
이신은 모두의 시선과 수군거림을 깨끗이 무시하고 자기 자리에 앉았다.
주디조차도 뭔가 묻고 싶은 게 잔뜩 있는지 빤히 이신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리고…….
“야.”
반대편에서 방진호 감독이 불렀다.
“왜요?”
“돈 많으니까 좋냐?”
이신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6천만 원짜리 손목시계도 선물 받고, 잘났다?”
“…….”
방진호 감독은 낄낄거리며 농담을 걸었고, 처음으로 이신을 골리는 데 성공해 만족스러워했다.
이신은 ‘적당히 싸고 튼튼하다’던 손목시계에 대해 해명을 받기 위해 지수민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전화기가 꺼져 있다는 음성 녹음만 들릴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