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the Demon King RAW novel - Chapter 92
91. 선물(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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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란 나머지 꿀 먹은 벙어리가 된 오자서.
“선물이 뭔지 궁금합니다.”
이신은 무덤덤하게 말을 이었다.
“맞히든 틀리든 저를 이존욱과 싸우게 하려는 의도는 압니다. 하지만 정말 약소한 선물이라면, 전 이존욱보다 먼저 당신과 싸울 겁니다. 얼마나 시일이 걸리든, 결국 당신은 나와 싸워야 위로 올라갈 수 있으니까.”
“…….”
“이대로 고착되면 결국 아래쪽에서 올라온 조아생 뮈라나 사나다 유키무라의 도전을 받게 될 겁니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조아생 뮈라는 부담스럽지요? 저를 핑계로 조아생 뮈라와 관계를 맺은 것도, 실은 조아생 뮈라의 동태를 살피기 위해서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오자서는 놀란 얼굴로 이신을 뚫어져라 쳐다보더니, 이윽고 입을 열었다.
“자네는 살아생전에, 아니지 아직 살아 있다고 했지. 이승에서 자네는 뭐 하는 사람인가?”
“그게 중요합니까?”
“군인이라기에는 절도와 기세가 없고, 위정자(爲政者)라고 하기에는 말주변이 없고, 상인이라고 하기에는 고집이 지나친데, 이상하게 전략에 밝고 심리를 잘 꿰뚫어 보는군.”
“한때는 군인이었습니다.”
아예 틀린 말은 아니었다.
“자네 같은 군인이 있다니 특이하군. 계약자로 선택받고 서열전에서 연전연승을 거두는 걸 보면 확실히 재능이 뛰어나다는 뜻인데……. 하긴, 수천 년이 지난 뒤의 세상이 어떻게 변했는지 내가 알 길이 없군.”
오자서는 고개를 설레설레 내저으며 말을 이었다.
“내가 졌네. 자네가 맞췄어.”
“알고 있습니다.”
마계 서열전은 스페이스 크래프트와 닮은 구석이 많았다. 특히나 서열전의 마물은 스페이스 크래프트의 괴물과 많이 닮았다.
때문에 이신은 마물 대 마물의 싸움이 대게 어떤 양상으로 흘러갈지 짐작하기 쉬웠다.
“내 책략이 그리도 수준이 낮던가? 그렇게 단번에 맞추니 나 스스로도 의심이 들 정도군.”
“썩 훌륭한 책략입니다.”
e스포츠의 역사와 함께 수많은 경험이 쌓이고 모두에게 공유되어서 탄생하고 개량된 전략이 아니었다.
순전히 오자서가 혼자 핵심을 짚어내고 고안해 낸 책략이니 대단하다고 할만 했다.
“내가 선물을 줄 차례로군.”
“예.”
“이존욱이라는 계약자가 탄생했을 때, 내가 가장 먼저 한 것은 지옥에 있는 이들 중에서 이존욱과 가까웠던 자를 찾는 일이었지. 모의전으로 인류를 택해서 수없이 사람들을 소환하며 수소문했지.”
그 말에 이신은 나직이 감탄을 했다. 저런 식으로 정보전을 펼칠 수도 있구나 하는 걸 깨달았다.
“이존욱도 초기에는 휴먼을 택하고서 자기가 알던 수하들을 데려오려 하더군. 결국은 휴먼에 대해 실망해서 마물로 전향했지만, 아마 지옥에서 고통받던 자기 아비도 사도로 삼아서 끄집어냈을 게야. 그 아비라는 자도 보통 인물이 아니었으니 조심해야지.”
“종족이 마물인데 인간 사도가 전장에 출현할 수 있을 리가 없죠.”
“하지만 서열전 전에 전략을 구상할 때 참모로서 도울 수는 있지. 혹은 모의전 상대가 되어 주거나.”
‘내가 질 드 레를 활용하듯이 말이군.’
이신은 고개를 끄덕였다.
오자서의 말이 이어졌다.
“서론이 길었군. 아무튼 정말로 운이 좋게도 이존욱을 잘 아는 인물을 건질 수 있었지. 그의 아비 이극용의 최측근 장수였다는군.”
“이존욱 아버지의 최측근?”
“공격해서 이기지 못한 적이 없고, 적수가 없어 ‘비호장군(?虎??)’이라 불렸다더군. 물론 마물 종족을 하는 나에게는 쓸모없는 용맹이지만, 휴먼인 자네에게는 얘기가 다르겠지?”
이신이 눈을 빛냈다.
적수가 없을 정도로 용맹이 엄청난 무장이었다면, 이신에게는 크게 유용하게 쓰인다.
“당대 최고의 용맹을 뽐내던 무장이었다고 동시대의 이들이 입을 모아 말하더군. 게다가 이존욱에 대해서도 아는 바가 많으니 더없이 유용할 거네. 어떤가? 이만하면 선물로서 약소한가?”
“충분합니다.”
이신은 그 무장을 꼭 얻고 싶었지만, 내색하지 않고 대답했다.
하지만 오자서는 이미 이신이 매우 탐내고 있다는 것을 눈치채고 있었다.
“난 순전히 이존욱에게 가지 못하게 하기 위해 그자를 사도로 삼아 붙잡아 두고 있었지. 불필요하게 300마력을 낭비했어.”
“제가 300마력을 드리겠습니다.”
마력을 서로 주고받는 것은 누구나 가능하다고 들었다.
심지어 사도도 서로 거래할 수 있는 모양이니 말 다한 셈이다.
“허허, 나에게는 300마력만 한 가치가 안 되지만, 자네 손에 들어가면 그 수배가 넘는 가치를 하겠지. 따지고 보면 자네도 앞으로 언제 전장에서 마주칠지 모르는 적 아니냐.”
“선물을 주신다고 했습니다.”
“죽어서 마계에 와보니, 명예란 게 그리 중요한 게 아니더군. 살다 보면 한 입으로 두말을 할 수도 있는 법이지. 살아생전에는 왜 그렇게 아득바득 기를 쓰고 자존심을 세웠나 모르겠군.”
오자서가 딴청을 피우자 이신은 눈을 날카롭게 떴다.
“원하는 게 뭡니까?”
“별거 아니다. 72악마군주와 그 계약자들이 다툼을 벌이고 있는 이곳의 양상은 내가 살던 시대보다 더 치열하면 치열했지 결코 여유를 부릴 수 있는 곳이 아닐세.”
“물론입니다.”
“게다가 카사노바인가 하는 건달 같은 녀석과 자네 악마군주 그레모리의 전 계약자였던 마키아벨리라는 서역 친구를 제외하면 72인의 계약자 중 만만한 인물이 하나도 없지.”
이신은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눈앞에 있는 오자서만 해도 왜 이런 하위 서열에 있나 싶을 정도로 살아생전에 대단한 활약을 했던 인물이었다.
이신에게 대패한 흑태자 에드워드도 생전에는 유럽을 호령했던 어마어마한 거물 아닌가.
“그렇다면 서로 협력을 하여 해쳐 나가는 것도 나쁜 일은 아니지 않은가?”
그제야 이신은 오자서의 의도를 알 수 있었다.
아무래도 오자서의 책략을 곧장 알아맞힌 것이 컸다.
그 때문에 오자서는 이신을 대적해서 좋을 게 없는 강자로 인식한 것이다.
“좋습니다.”
이신도 쾌히 그 제안을 받아들였다.
서열전의 시스템은 자신의 전공 분야나 마찬가지라 상대가 누구라도 자신이 있었지만, 오자서의 식견과 통찰력은 쓸모가 있다고 여겼다.
“좋네, 그럼 선물을 주지. 그런데 이 선물을 주려면 전장으로 가야 하는데, 자네의 악마군주의 도움이 필요하군.”
“알겠습니다.”
두 사람은 긴 대화를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레모리에게 청하니, 그녀는 쾌히 두 사람을 제1 전장 아스테이아로 보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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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군주 그레모리님의 계약자 이신 님께서 제1 전장 아스테이아에 도착하셨습니다.] [악마군주 안드로말리우스님의 계약자 오운 님께서 제1 전장 아스테이아에 도착하셨습니다.]?
오자서는 도착하자마자 소리쳤다.
“사도 이존효(李存孝)를 이신에게 넘긴다.”
그러자 잠시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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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군주 안드로말리우스님의 계약자 오운 님께서 사도 이존효에 대한 권리를 양도하셨습니다.] [이존효를 사도로 받아들이시겠습니까? 받아들이는 데는 마력이 소모되지 않으며, 거절 시 권리는 다시 계약자 오운 님께로 되돌아갑니다.]?
이신의 머릿속에 떠오른 메시지.
“받아들인다.”
이신은 당연히 승낙했다. 마력이 들지도 않는데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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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존효를 사도로 임명하셨습니다. ‘사도 명단’이라고 말씀하시면 자세한 내용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사도 명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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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토퍼 콜럼버스(인류, 노예)무기: 없음
방어구: 가죽 부츠(이동속도 +5%)
능력: 없음] [질 드 레(인류, 기사)
무기: 롱 소드(공격속도 +5%)
방어구: 칠흑갑주(방어력 +5%, 이동속도 +2%)
능력: 없음] [이존효(인류, 창병)
무기: 없음
방어구: 없음
능력: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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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력량을 보여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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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자 이신 님은 현재 797마력을 보유하고 계십니다.]?
이신은 오자서에게 말했다.
“약속대로 300마력을 드리겠습니다.”
오자서는 껄껄 웃었다.
“필요 없네. 그건 자네를 한편으로 꼬드기려고 해본 말이지, 설마 정말로 이 자서를 명예도 모르는 자로 만들 셈인가?”
“선물 감사합니다.”
받지 않겠다니 마력도 굳게 되고 마다할 필요가 없는 이신이었다.
“그럼 난 이만 가보겠네. 자네와 한 번 모의전을 해보고 싶긴 하지만, 당장은 그보다 더 중요한 일이 있으니까. 자네도 아직 정리할 게 남은 듯하고.”
“예.”
“다음에 또 보세.”
그렇게 오자서는 먼저 전장을 떠났다.
홀로 남게 되자, 이신은 일단 가진 797마력으로 새로운 사도 이존효에게 무기와 방어구를 주기로 했다.
아직 실력도 검증해 보지 않았지만, 오자서가 보증했으니 믿을 만하다고 여겼다.
마물을 다루는 오자서가 이존욱에게 넘어가게 놔둘 수 없어서 필요 없음에도 300마력을 들여 사도로 데리고 있었을 정도의 인물이었다.
‘이존효에게 무기를 부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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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가 임의로 부여되며 300마력이 소모됩니다. 부여하시겠습니까?]?
‘부여한다.’
그러자 사도 명단 메시지에 변화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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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존효(인류, 창병)무기: 혼천절(공격력 +7%)
방어구: 없음
능력: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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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신은 깜짝 놀랐다.
공격력이 7%나 상승하다니. 5% 정도의 상승을 예상했던 이신으로서는 깜짝 놀랄 만한 일이었다.
게다가 무기 이름도 독특했다.
혼천절(混天截).
들어본 적 없었던 무기류이니만큼 묘한 기대감을 갖게 했다.
방천화극 하면 여포가 떠오르고, 청룡언월도 하면 관우가 떠오르듯이, 이 혼천절을 가진 이존효가 그 정도 수준으로 대단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였다.
물론 근거는 없는 기대감이었다.
하지만 질 드 레에게 무기를 부여하니, 질 드 레가 생전에 즐겨 쓰던 종류의 롱 소드가 부여되었었다. 듣자하니 부여했던 방어구 칠흑갑주도 생전에 입던 갑주와 착용감이 동일하다고 했다.
‘이왕 이렇게 된 것, 방어구도 부여해 버리자.’
키보드와 마우스로 조종할 수 없기 때문에 자신의 큰 장점 중 하나인 컨트롤이 발휘되지 못한다.
소수 유닛이 동원되는 견제 플레이에서 중요한 것은 컨트롤.
컨트롤이 불가능하니 이신의 불꽃같은 견제 플레이도 서열전에서는 발휘되지 못하는 감이 없지 않았다.
그런데 그 컨트롤을 대신해 주는 것이 바로 질 드 레, 이존효 같은 사도들의 무력이었다.
그래서 흑태자 에드워드와 겨룰 때도 우선 무기와 방어구를 질 드 레에게 부여해 준 것이었다.
‘1000마력을 모아서 능력이라는 것을 한 번 부여해 보고 싶지만, 일단은 할 수 있는 것부터 하자.’
이신은 결정을 내렸다.
‘이존효에게 방어구를 부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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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어구가 임의로 부여되며 300마력이 소모됩니다. 부여하시겠습니까?]?
‘부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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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존효(인류, 창병)무기: 혼천절(공격력 +7%)
방어구: 용린갑(방어력 +5%)
능력: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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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평범한 능력치의 방어구라 실망감이 들었다.
하지만 뭔가 알 것도 같았다.
질 드 레의 경우 무기는 +5%였지만 방어구는 +5% 외에도 이동속도가 +2%였다.
이존효는 거꾸로 방어구의 성능이 평범한 +5%. 대신 무기는 무려 +7%였다.
‘이존효의 역할은 창병이다.’
창병은 명백히 공격에 특화된 병과다. 반면 기사는 돌격 기술로 인해 공격에 특화된 면이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단단한 무장으로 방어력에 더 특화된 병과.
바로 그러한 차이가 아이템의 성능에서 나타나는 듯했다.
‘좋은 걸 알았군. 앞으로는 이런 점을 감안해서 우선순위를 둬야겠어.’
방패병에게는 방어구를 우선, 궁병에게는 무기를 우선 부여해주는 식이었다.
아무튼 무기와 방어구를 전부 부여했으니, 이제 슬슬 이존효의 실력을 보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