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Blacksmith’s Game RAW novel - Chapter (142)
부화 (1)
지붕 위에 선 넬이 환희에 휩싸였다.
‘대단해…….’
그녀는 길드 광명이 버티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다.
현재 길드 광명의 병력은 열 명밖에 되지 않는다.
질풍단원들과 그들을 이끄는 기사 룩크.
그 외의 유저들.
아무튼 고작 열 명이 작지만 영지급 병력에 이르는 자들을 쓰러트렸다.
물론 길드 광명의 이들은 이미 만신창이가 되었다.
당장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피폐한 모습이었다.
콰자악-
리셀이 마지막 남은 기사를 쓰러트리며 주저앉았다.
“허억허억.”
“크흡!”
“아고, 죽겠네요.”
“헤헤, 그래도 살았어요!”
생각보다 그들의 팀워크가 좋았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개개인의 강함 역시 중요했지만 그들은 각자 맡은 바 임무를 충실히 수행했다.
리셀은 가장 강력한 딜러였고 바크는 단단한 탱커.
벨리아는 최강의 사제였으며 이안은 지붕 위를 달리며 위험에 빠진 길드원들을 계속 구해 냈다.
네 사람이 일으키는 시너지는 대단했다.
바로 그때.
알현실에서 날아온 검은 기류가 하늘을 뒤덮었다.
발라스 영지 전체가 어둠으로 물들었다.
[어둠의 재앙] [론소의 수하들이 마인화됩니다.] [살육 본능과 파괴 본능만이 들끓습니다.] [죽었던 자들이 다시 깨어나며 HP가 30%로 회복됩니다.]곧 리셀은 방금 전 자신이 쓰러트렸던 기사가 기이한 움직임으로 일어서는 걸 볼 수 있었다.
우두두둑-
망가진 뼈의 움직임을 무시하고 몸을 일으킨 자의 피부는 검게 물들어 간다.
마인화.
재앙교가 숭배하는 악마들이 내린 기괴한 힘.
공포와 두려움을 잃게 한다.
하위권의 마인화는 이성을 잃게 하고 중상위권은 이성을 유지시키며 강력하게 만든다고 알려진다.
[기사 폰 Lv.341]방금 쓰러트린 기사 폰이 10%는 더 강해져 리셀을 압박했다.
“크으윽!”
이미 만신창이가 되어 버린 그들은 더 강해진 마인들을 상대로 견디기 버거웠다.
특히 베여도 두렵지 않다는 듯 덤벼들기에 까다로웠다.
그때.
쩌어어어억-
갑자기 열린 공간에서 약 스무 마리에 이르는 헬하운드들까지 튀어나왔다.
크르르르!
헬하운드들이 인근에 있던 영지민의 목을 물어뜯었다.
콰작-
“으, 으아악!”
그러곤 곳곳에 있는 영지민들을 덮치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영지 전체가 아수라장이 되었다.
본래 론소의 수하들은 길드 광명의 이들만을 공격하고 있었다.
그러나 파괴와 살육 본능이 들끓게 되며 마인들, 그리고 헬하운드들은 무차별적으로 영지민들을 죽여 대기 시작했다.
“으, 으아아악!”
“으어억!”
“꺄아아악!”
힘겹게 버티던 광명의 길드원들이 빠르게 결정을 내렸다.
“영지민들을 지키는 진영으로 움직인다!”
“서둘러 가죠!”
영지민들은 헬하운드와 마인 들을 피해 한곳으로 모이고 있었다.
그런 그들의 앞을 길드 광명의 이들이 막아서고 힘겹게 버텨 낸다.
그리고 넬도 그곳에 합류했다.
넬은 충격적인 참상에 말문을 잃었다.
그녀가 한곳에 모인 영지민들과, 그들을 노리는 백여 명이 훌쩍 넘는 마인들과 헬하운드들을 보았다.
곧바로 마인과 헬하운드들이 밀고 들어오기 시작했다.
“바크 님!!!”
탱커 바크가 앞쪽으로 나서서 몰려오는 그들을 막아 내며 온몸이 만신창이가 되었다.
바크를 지키기 위해 앞으로 나선 리셀의 온몸을 헬하운드들이 물어뜯었다.
“이 X새끼들이!”
퍼어엇-
깨갱!
애기살을 쏴 대며 마인과 헬하운드 들에 대응하는 이안도 곧 오른팔을 물렸다.
콰자아악-
“크학!”
오른팔이 어그러진 이안은 더 이상 활을 쏠 수 없게 되었다.
그러다 곧 바크가 헬하운드들과 마인들의 깊숙한 곳으로 파고들었다.
“내가 시간을 벌 테니, 영지민들을 데리고 빠지게!”
“바크 님!”
바크는 탱커다.
그로 인해 누구보다 특별한 어그로 스킬을 보유하고 있다.
굉장히 많은 숫자였지만 장시간 놈들의 어그로를 끄는 건 충분했다.
크하하하하-!
탱커의 외침이 발동되며 주변 모든 존재들의 어그로가 바크에게 집중되었다.
그 순간 헬하운드와 마인 들이 모조리 바크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그 모습 자체는 기괴했다.
“어서, 가시게.”
백 명이 넘는 마인들과 헬하운드 떼 사이로 파묻혀 가는 바크는 버티기 위해 이를 악물며 스킬을 발동했다.
5초 동안 방어력을 3배로 상승시키는 경이로운 힘.
바크는 쓴웃음을 지었다.
‘최대한 많이 살려야 한다.’
바크는 서서히 마인들로 갇혀 가는 시야로 공포에 잠긴 영지민들을 눈에 담았다.
‘대표님, 요새 즐거워 보이십니다.’
‘즐겁지, 내 나이에 새로운 목표가 생긴다는 건 정말 즐거운 일이거든, 하하!’
새로운 목표. 길드 광명을 최고로 만들겠다.
그러기 위해 이 영지는 매우 소중한 곳이다.
우리가 함께 일군 곳. 앞으로도 일구어 나가야 하는 곳.
와드윽-
헬하운드들에게 씹히는 바크는 쓰게 웃었다.
‘어쩌면 너무 급히 달려온 걸지도 모른다.’
남들은 1년은 족히 걸리는 일을 우리는 몇 개월 만에 왔으니까.
아직, 우리가 한참 부족한 거겠지.
그때 죽어 가던 바크의 눈이 커다래졌다.
챙그라앙-
알현실의 유리창이 깨진다.
창 한 자루가 일직선으로 날아오며 몇 명의 마인과 헬하운드 들을 관통했다.
퍼서어억-
치이이이익
창에서 뿜어지는 거대한 신성력에 놈들이 괴로워했다.
“……!”
이윽고 창문을 넘은 현수가 날았다.
[재앙의 도약] [하늘을 자유자재로 날 수 있습니다.]그의 목에는 생전 처음 보는 목걸이가 걸려 있었다.
바크는 알 수 있었다.
‘아까 전 들렸던 네 번째 재앙의 출현 알림…… 그렇다는 건 녀석을 죽이고 얻었다는 건가?’
바크의 눈이 흔들렸다.
하늘을 날 수 있는 능력이라니? 참으로 경이롭다.
코트를 펄럭이며 직선으로 날아온 현수가 바크의 앞을 막아서며 착지했다.
쿠웅-
크헤에엑-
크하아아악
취이이익-
바크 주변의 몬스터들은 창에서 뿜어지는 신성력에 물러서고 있었다.
현수가 창을 뽑았다.
“괜찮으세요?”
“어, 어, 그래.”
바크는 당황했다. 자신의 앞을 지키는 현수의 등이 커다란 산처럼 보였다.
문득 처음 만났을 때 어깨가 잔뜩 움츠러들고 절망에서 허우적거리던 안타까운 청년의 모습이 스친다.
그런데 이젠 아니다.
“안심하셔도 됩니다.”
절망에 빠져 허우적거리던 청년은 없었다.
‘언제 이렇게…….’
변했지?
[현수 Lv.290]더불어 그의 레벨은 고레벨의 척도인 300을 코앞에 두고 있기까지 하다.
하지만 전황이 좋지 않다.
적들의 숫자가 너무 많았다.
그러다 현수에 가려져 보지 못했던 창에서 느끼고 말았다.
‘저 창은 뭐지?’
현수가 쥔 창에서 광폭한 신성력이 휘몰아쳤다.
그때 바크는 현수의 옆을 노리는 헬하운드를 볼 수 있었다.
“조심…….”
현수가 창을 움직여 단숨에 베어 냈다.
콰자악
‘하, 한 번에!?’
솨아아아-
단 한 번에 흩어지는 헬하운드를 보며 바크가 경악했다.
그리고 알게 되었다.
‘너무 이른 게 아니었다…….’
우리가 이곳까지 온 것이 이른 게 아니라 현수가 너무 많은 성장을 한 것이다.
어느새 그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 있던 것.
“다녀올게요.”
펄러억-
현수가 움직였다.
***
[20초.] [19초.]사인검과 삼지창이 조합된 창은 두 아티팩트의 이점을 보유하고 있다.
스킬들은 그에 따라 새로운 것이 탄생한 것도 있으며, 기존의 것도 있다.
그중 멸악(滅惡)은 기존의 사인검에 존재하던 힘이다.
본래 악에 대한 공격력 400% 상승이었던 것이 한층 강화됨으로써 660%를 발한다.
상상이 되는가?
평타로 때려도 악에 대해 660%의 추가 데미지가 붙는다.
더불어 현수가 새로이 획득한 재앙의 목걸이에는 악에 대한 공격력 및 방어력 30%가 깃들어 있었다.
또 이 창의 공격력은 이제껏 현수가 쥔 어떤 것보다 뛰어났다.
현수의 눈이 주변을 훑는다.
마인화된 기사 50여 명에 헬하운드 20여 마리, 병사 100여 명.
이미 전투 불능 상태에 빠진 길드 광명과 두려움에 빠진 영지민들.
전설 위의 전설.
이 창에도 어그로 능력이 있었다.
끼디딕-
창에서 울려 퍼지는 쇠를 긁는 시끄러운 소리에 모든 존재가 현수를 향해 고개를 돌린다.
홱-
홱-
다행스러운 점도 있다.
‘놈들은 지금, HP가 30%도 남지 않았다는 것.’
띠링!
[영주 퀘스트: 영지민 구원]등급: A
제한: 영주
보상: 영주에 대한 믿음, 모든 스텟 2
실패 시 페널티: 발라스 영지의 소멸.
설명: 당신은 새로운 영지의 영주가 되었다. 영지민들을 구원하고 진짜 발라스 영지의 주인이 되자.
“크훠어어어!”
“그으으!”
“크르르르르!”
쇠 긁는 소리에 모든 놈들이 현수를 향해 달려들었다.
창을 늘어트린 현수가 그들을 베어 냈고 단 한 수에 놈들이 재가 되어 흩어졌다.
솨아아아아-
그러나 사방팔방에서 몰려드는 놈들, 그리고 이미 만신창이에 가까운 현수를 보며 모두가 불안에 떨었다.
“혀, 현수 님……!”
“어쩌시려고 그래요!”
현재 현수는 혼자서 150에 가까운 악들을 이끄는 모양새였다.
자신의 뒤를 따라붙는 악들을 피해 현수는 계속 내달리고 있었다.
그 와중에도.
콰지익
퍼퍼퍽, 펏-
콰자악
끝없이 공격을 허용하고 있었다.
“큽!”
두려움과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어느새 현수를 쫓던 놈들이 원의 형태가 되어 버렸고 영지민들의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대장장이들과 게르 역시 그를 보며 눈을 떨었다.
서서히 가까워지는 적들을 보며 현수는 어떠한 행동도 하지 않고 있었다.
그러다 곧 게르는 알 수 있었다.
‘움직이지 않으시는 게 아니라, 오길 기다리시는 거다?’
그리고 거의 동시에 악들이 휘몰아친다.
[7초.] [6초.]“현수 님!!!”
“꺄아아악!”
많은 이들이 비명을 지르거나 그의 이름을 불렀다.
[5초.]현수는 두 자루 아티팩트를 조합하며 알림을 들었다.
[두 아티팩트의 장점을 담은 스킬을 깃들게 할 수 있습니다.]현수는 멀리 내다봤다.
자신을 포위한 적뿐만 아니라 바깥의 길드원들과 영지민들을 떠올렸었다.
그는 하나의 영감을 떠올렸었다.
그 영감은 어린 시절, 아버지와 손을 잡고 갔던 경상남도 함안의 축제에서 비롯된다.
‘이 놀이는 군민의 안녕을 기원하기 위해 열렸던 민속놀이란다.’
그 축제에서 만들어지는 아름다운 불꽃들을 보며 현수는 생각했다.
참으로 아름다운 놀이라고.
“피, 피하십시오!”
[4초.]현수가 양손에 쥔 창을 힘껏 땅에 내리꽂았다.
푸욱-!
그 순간 어두웠던 영지가 누군가 암막 커튼을 친 듯 더 어두워진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어둠을 뚫고 현수의 목소리가 퍼진다.
“낙화놀이.”
적응시조차 차단된 그 칠흑 같은 어둠에서 곧 기이한 일이 벌어졌다.
지붕과 지붕, 건물과 건물로 연결된 아주 가느다랗고 기다란 실들.
그 작은 실들의 비춤이 어둠을 잠시 걷었다가 다시 어둡게 물든다.
잠깐 보인 찰나, 놈들이 이미 현수의 지척에 이르러 있었다.
그러던 중.
수백 개의 실들에서 불들이 피어올랐다.
그 불들은 곧바로 실의 밑 쪽으로 불가루들을 떨어트리기 시작했다.
화아아아아-!
불가루들은 먼지처럼 작았으나 어둠 속 불씨가 주변을 환하게 밝혔다.
수만 개의 불가루들이 떨어지며 현수 주변의 악과 닿은 순간.
치이이이이익-
그 모든 악이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곧.
화아아악-
다시 누군가 암막 커튼을 젖힌 듯 세상이 밝아졌다.
그 중심에 재가 되어 흩어지는 악과 스르르 흩어지는 창을 바라보는 현수가 있었다.
그가 안도하는 영지민들을 보며 웃어 준 순간.
영지민들의 옷 곳곳에 모루와 망치의 문양이 새겨지기 시작했다.
발라스 영지의 대장장이의 대장 게르.
그가 영주를 위해 제작했던 군주의 검을 들고 대장장이 수백 명을 이끌고 현수 앞으로 걸어간다.
그리고 그에게 그 검을 공손히 건넸다.
[게르가 군주의 검을 바칩니다.]“새로운 영주님을 뵙습니다.”
그 뒤를 이어 살아남은 영지민들이 그처럼 예의를 갖추었다.
[영지민 10,310명에게 영주에 대한 존경심이 깃듭니다.]현수는 한참 동안 말없이 그들을 바라만 봤다.
가장 밑에 있던 자신이 진짜 군주가 된 이 순간을 너무나 실감할 수 없어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