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Dark Master become a Trash RAW novel - Chapter 179
제179화
“이 미친놈이…!! 닥쳐라!!”
마수가 버럭 외쳤다.
샤벨 울프들이 뛰어들었다.
귀검이 그림자처럼 함께 날아들었다.
그런데.
“!!”
그들은 우뚝 멈칫하였다.
갑자기 시야가 검게 물든 거다.
결투장의 모습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환영 흑마법!’
크리스가 환영 마법을 펼쳤다는 걸 눈치챈 귀검과 마수는 실소하였다.
그들에게는 환영 마가의 전문 술사가 있었다.
그런데 환영 흑마법을 펼치다니.
‘환영 마가의 술사에게 환영 결투를 걸다니. 죽여달라고 하는 격이군.’
‘기본 상식도 모르는 건가. 멍청한 놈.’
사람에게는 정신 방어 기제가 있다.
환영 마법을 방어하는 것도 그 정신 방어 기제를 강하게 만들어서다.
하지만 서로 환영 마법을 정면으로 겨루어 패하게 되면, 그런 방어 기제가 무너져 내려 정신이 무방비 상태로 완전히 상대에게 함락당하게 된다.
즉, 지금 환영 마가의 술사에게 환영술을 건 크리스티앙의 행동은 자살행위나 마찬가지였으나.
“마, 말도 안 돼! 어떻게 이런 환영을?”
“?!”
경악한 음성이 흘러나왔다.
바로 후위에 서 있던 환영 마가의 공녀에게서였다.
“부, 분명 4성의 환영이야. 하, 하지만 어떻게 이렇게 완벽히 실존하는 것처럼?”
그 중얼거림에 마수 마가의 공자가 고개를 갸웃했다.
“4성의 환영이면 당연히 현실과 잘 구별이 되지 않는 것 아니오?”
4성 환영은 현실과 환영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거다.
따라서 마수 마가 공자의 말처럼 4성의 환영은 현실과 환영을 구별할 수 없었다.
하지만 환영 마가의 공녀는 날 선 반응을 보였다.
“아무것도 모르는 소리 하지 마세요!! 고작 ‘구별’이 안 되는 그런 수준이 아니에요!!”
“!!”
“이, 이건 진짜 ‘실재(實在)’하는 듯한…? 하지만 어떻게 4성의 경지로?”
그녀는 5성의 환영술사다.
환영으로 현실에 영향을 끼치는 경지이지만, 이런 수준의 환영은 절대 구현하지 못한다.
“아아, 내가 천재라서 말이야. 현실과 경계를 무너뜨리면서 환영을 실재하는 것처럼 만드는 것은 당연히 할 수 있는 것 아니겠어?”
“!!”
“어쨌든 그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 이대로 가만히 당하고 있을 거야?”
환영 마가의 공녀가 이를 바득 깨물었다.
‘아무리 환영 구현의 수준이 높다고는 해도, 고작 4성이야. 5성의 진강 환영에 당해낼 수 있을 리가…!’
파아앗!
빛이 터져 나왔다.
5성 진강 환영인 ‘환희의 침몰’.
상대를 음습한 환희에 빠지게 한 후, 그대로 정신을 망가뜨려 버리는 끔찍한 환영이었다.
타락한 환희의 빛이 크리스가 불러온 어둠을 밀어내기 시작했다.
하지만.
크리스는 고개를 저었다.
‘약해.’
그래, 약했다.
같은 흑강기라도 누가 펼치냐에 따라 위력이 달라지듯, 진강 환영도 마찬가지다.
그저 그런 의지를 담은 수준.
아까 필립보다도 훨씬 못했다.
비록 크리스는 환영으로 5성에 이르지 못했지만, 진강 환영 따위, 얼마든지 찢어발길 수 있었다.
“도대체 환영 마가에서 뭘 배운 거야? 잘 보라고. 이게 바로 제대로 된 환영이니.”
어둠이 변하였다.
부르르.
마치 지진이 일어나는 듯한 진동과 함께 끔찍한 일이 일어났다.
어둠의 저편에서 섬뜩한 시선이 환영 마가의 공녀를 내려다보기 시작한 거다.
“!!”
환영 마가 공녀의 눈이 찢어질 듯 커졌다.
원초적인 공포에 그녀의 몸이 덜덜 떨렸다.
당연했다.
지금 크리스가 구현한 환영은 바로 얼마 전 목격한 4계의 악마 ‘미스트롯’의 눈동자였으니까.
크리스조차 공포에 떨어야 했던 아득한 존재.
물론, 아무리 크리스라도 그런 위대한 격의 환영을 구현하는 건 불가능했다.
‘단, 그때 내가 느꼈던 공포를 구현하는 건 얼마든지 가능하지.’
거기에 크리스는 얼마 전 터득했던 미세한 틈조차 놓치지 않는 저주 마가의 ‘진의’를 환영에 섞었다.
환영 마가 공녀의 정신의 틈 사이로 무참히 공포가 내리꽂혔다.
두려움에 질려 어떻게든 벗어나려 했으나, 소용없었다.
차라리 서로 환영으로 겨루는 상황이 아니었으면 그나마 나았을 거다.
어떻게든 정신 방벽을 세워 공포를 최소화할 수 있었을 테니까.
하지만 앞서 말했듯, 환영 결투를 펼치는 동안에는 서로의 정신이 무방비하게 노출된다.
찰나, 억겁과 같은 공포가 그녀의 정신을 잠식했고.
“아아아아아아아아악!! 그, 그만…!! 크어어어어어어어억!!!!”
환영 마가의 공녀는 끔찍한 비명을 지르며 무너져 내렸다.
완전히 이성을 잃은 모습.
‘악마의 공포에 노출된 거나 마찬가지니, 당분간 제정신을 차리긴 어렵겠지.’
결투를 관전하던 이들은 무슨 일이 펼쳐진 건지 눈치채고 침을 꿀꺽 삼켰다.
‘환영 마가의 공녀를 환영 결투로 제압했어?’
‘무슨? 미친?’
물론, 크리스의 미친 짓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너희는 뭐해? 정신 제대로 안 챙겨?”
“!!”
크리스의 질책에 귀검과 마수는 퍼뜩 눈을 부라렸다.
그들을 둘러싼 어둠의 환영은 어느새 사라지고 없었다.
크리스가 나름대로 그들을 배려(?)해준 거다.
“이놈…!!”
귀검이 검을 그었다.
파앗!
마치 벼락같은 쾌검.
그뿐이 아니다.
샤벨 울프가 옆에서 팔다리를 물어뜯으려 달려들었다.
마련술에 조종당하는 마수답게 두려움 따위 느끼지 못하는 거친 공격.
거기에 개량되어 일반 4마급 마수를 훌쩍 뛰어넘는 속도와 강인함이었다.
“조심…!!”
암흑 마가 쪽 마인들이 식겁하여 외쳤다.
당장에라도 크리스티앙이 피를 뿌릴 것만 같은 위태로운 광경이 펼쳐졌지만, 또다시 이변이 일어났다.
귀검이 아무리 검을 뿌려도.
샤벨 울프가 아무리 날아들어도.
크리스의 몸에는 닿지 못했다.
아슬아슬하게 스쳐 지나갈 뿐이었다.
아니, 아슬아슬이 아니었다.
정확한 계산에 의한 회피였다.
“마수들의 움직임이 너무 뻔한 것 아니야? 멍멍이 너, 마련술을 그렇게 단순하게 펼치는 건 멍청해서 그런 거냐?”
아무리 크리스라도 변칙이 심한 귀검 마가의 검술을 예측하는 건 쉽지 않았다.
하지만 마수의 경우는 달랐다.
원래도 마수는 움직임이 단순한 데다, 마련술의 조종까지 받고 있었으니까.
마수를 지배하고 있는 마기의 흐름과 마수가 취하는 사전 움직임들을 종합하면 훤히 다음 동작이 보였다.
물론, 귀검 마가의 검을 상대하면서, 무려 여덟에 달하는 마수의 움직임을 일일이 예측하는 건 뇌가 여러 개가 아닌 한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긴 했지만, 뭐.
거기에 크리스가 펼치는 미친 묘기는 그게 끝이 아니었다.
“너, 이 검술은?”
귀검 마가 공자가 눈을 부릅떴다.
검의 움직임이 익숙했다.
“너 어떻게 우리 귀검 마가의 탈혼 검법을?!”
그렇다.
지금 크리스가 펼치고 있는 건, 암흑 마가의 검술이 아닌, 귀검 마가의 검법이었다!
“너희가 어제 보여줬잖아?”
“뭐?”
“어제 결투장에서 귀검 마가의 마인 한 명이 신이 나서 펼치고 있던데?”
어제 연회는 수많은 마인이 모인 만큼 탈도 많았고 서로 싸움도 많이 일어났다.
그중 눈에 띄게 활약한 게 귀검 마가의 마인 한 명이었다. 무려 다섯 번의 결투를 해서 5연승을 거두었다.
그 마인이 그때 사용한 검법이 바로 지금 크리스가 펼치는 탈혼 검법이었다.
“재밌어 보여서 심심풀이 삼아 따라 해본 거야. 별로 어렵지는 않네?”
“무슨 말도 안 되는 헛소리를!!”
탈혼 검법은 귀검 마가의 직계 혈통의 검법은 아니었다.
소속 마인들이 익히는 검법.
하지만 그렇다고 절대 깊이가 얕은 검법은 아니었다.
귀검 마가에는 탈혼 검법만 일평생 파는 마인도 있을 정도다.
그런데 하루 만에 따라 익혔다니?
“거짓말하지 말아라! 그런 일이 가능할 리가?!”
“거짓말 아닌데. 이런 허접한 검법 따위를 익히는 데 하루면 충분한 것 아니야? 아, 너는 혹시 오래 걸렸니?”
차앙!
크리스의 검이 날카로운 선을 그었다.
탈혼 검법의 묘리를 그대로 담은.
혼을 빼놓는다는 별명처럼 절묘한 움직임이었다.
귀검 마가의 공자는 간담이 서늘해져 허겁지겁 검을 피했다.
‘이익. 질 수 없다!’
화르르륵!
그의 검에서 흑강기가 피어올랐다.
귀검 마가 특유의 서늘한 남색의 강기였다.
‘우리 귀검 마가의 진정한 검공을 보여주마!’
펼쳐지는 화려한 검세.
직계만이 익히는 화귀(花鬼) 검법이었다.
현란한 움직임으로 상대의 목숨을 앗아가는 치명적인 검법이었다.
특히 크리스가 펼치는 탈혼 검법에는 상성상 절대적 우위를 지니고 있었으나.
“그런 춤 놀림으로 뭘 하게?”
파앗!
어깨가 길게 베이며 피가 튀어 올랐다.
“너, 뭔가 착각하고 있는 것 같은데.”
크리스의 검이 휘몰아쳤다.
“검은 어떤 검법인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누가 펼치는지가 중요한 거야.”
크리스는 한 인물을 떠올렸다.
에반.
같은 5성 하의 경지였지만, 눈앞의 놈과 비교도 할 수 없는 검술을 지니고 있던 이.
얼마 전, 골드 크로스에서 봤을 때 에반이 펼치던 검은 이렇지 않았다.
‘상대가 에반이었다면, 나도 이렇게 몰아붙이지 못했겠지.’
눈앞의 놈은 달랐다.
수준의 차이가 너무 심했다.
파앗!
“크아악!”
크리스의 검이 번뜩할 때마다 피가 튀었다.
그 광경을 목격하는 마인들은 침을 꿀꺽 삼켰다.
‘말도 안 돼. 귀검 마가의 마인을 저런 식으로 농락하다니?’
‘그것도 마법은 일절 사용하지 않고 검술만으로.’
크리스는 상대가 모자란다고 폄훼했지만, 아니었다.
귀검 마가의 공자는 일반적인 5성 하의 기준으로 봤을 때 충분히 강력한 실력을 지니고 있었다.
더욱 경악스러운 점은 지금 크리스는 일대일 결투를 펼치고 있는 게 아니란 점이다.
여덟 마리 샤벨 울프와 마수 마가 공자가 쏟아붓는 원격 마기 공격을 모조리 회피하면서 귀검 마가의 공자를 무릎 꿇리고 있는 거다.
그야말로 미친 짓.
‘…저게 5성 하라고?’
순간, 모두의 머리에 떠오르는 의문.
크리스티앙이 정말 5성 하가 맞는지.
하지만 아무리 봐도 그 이상의 기운은 느껴지지 않았다.
그러자 사람들은 다른 생각 하나를 떠올리고는 침을 꿀꺽 삼켰다.
‘…5성 하인데도 이렇게 강하면, 앞으로 경지가 더욱 올라가면?’
같은 경지여도 실력은 마인마다 천차만별이다.
이런 경향은 위의 경지로 올라갈수록 극단적으로 벌어진다.
만약 지금도 미친 강함을 보이는 크리스티앙이 6성… 아니, 7성, 8성이 된다면?
‘…괴물이라 불리던 노르디언 공작을 초월하는 끔찍한 괴물이 될지도.’
그렇게 모두가 침을 꿀꺽하고 있을 때였다.
결투가 절정으로 치달았다.
귀검 마가의 공자는 결국 탈혼 검법에 쓰러졌다.
남은 건 마수 마가의 공자.
“이제 멍멍이밖에 안 남았네? 다시 왈왈해볼래? 어제 살짝 귀여웠는데.”
“이놈…!!! 죽여주마!!”
어제 당했던 끔찍한 치욕을 다시금 놀림당하자 마수 마가의 공자는 금세 이성을 잃었다.
시뻘게진 눈으로 폭주하여 폭풍 같은 공격을 난사했다.
수인족의 결전 모드인 ‘광폭화’였다.
그런데 크리스가 또 이상한 반응을 보였다.
제대로 반격하지 않고 힐끗힐끗 피하기만 하는 거였다.
‘…또 무슨 미친 짓을 하려고?’
관람하던 이들도 이제 슬슬 크리스의 패턴을 파악하고는 질린 얼굴을 했다.
저건 분명 무언가 노리고 있는 거였다!
정확했다.
말도 안 되는 일이 일어났다.
-크르르륵!
샤벨 울프가 돌연 마수 마가 공자의 허벅지를 물어뜯었다.
“?!”
한 마리가 아니었다.
여덟 마리 전부 미치기라도 한 것처럼 주인에게 이빨을 들이밀기 시작했다!
“무슨?!”
“마수들의 제어권을 빼앗았어!!”
그렇다.
크리스가 한 것은 마련술을 펼쳐 놈의 샤벨 울프를 자신의 것으로 빼앗은 것이다!
또 말도 안 되는 일.
사람들은 더는 놀랄 기분도 들지 않았다.
‘내 암흑 마기의 지배력이 마수 마가의 황색 마기보다 더욱 우위에 있으니 이런 일도 가능하지. 광폭화 상태에서는 통제력이 떨어지고, 놈의 마련술이 전문 조련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미숙한 점도 있고.’
이후, 마수 마가의 공자가 자신이 부리던 마수들에게 물어뜯겨 무릎 꿇는 황당한 장면을 끝으로 결투는 막을 내렸다.
“…….”
“…….”
장내에 죽을 듯한 침묵이 내려앉았다.
단순히 승리만 했어도 놀라웠을 텐데, 세 명 모두를 모조리 상대의 장기로 제압하다니.
모두 기가 질린 얼굴로 크리스티앙을 바라보았다.
그때, 짝짝, 박수 소리가 울렸다.
마황의 대리인인 상트 공작이었다.
“훌륭한 모습이었다. 오래간만에 대단한 인재를 본 것 같아서 마음이 흡족하구나. 잘하면, 우리 마도 제국에 새로운 왕이 탄생할 수도 있겠군. 훗날의 이야기지만 말이야.”
대리인의 극찬에 모두가 경악했다.
크리스티앙이 마왕이 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였다.
아무리 크리스티앙이 오늘 보여준 모습이 대단해도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이야기다.
마왕.
9성 초월지경에 오르는 건, 어떤 천고의 천재라도 장담할 수 없는 일이니까.
하지만 다른 누구도 아닌, 중앙의 마황의 대리인이 한 말이니 모두 가볍게 넘길 수가 없었다.
그런데 크리스는 더욱 황당한 이야기를 했다.
“글쎄요. 제가 마왕이 되는 건, 그렇게까지 먼 훗날의 일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흐음?”
“전 성격이 급해서 말입니다. 이왕 될 거면 빠르게 되어야지요.”
“뭐? 하하!! 이놈, 자신감도 정말 대단하구나! 마음에 들어!”
상트 공작은 시원하게 웃은 후 좌중을 둘러보았다.
“그러면 또 크리스티앙 공자가 암흑의 유지를 잇는 걸 반대하는 이가 있는가?”
당연히 아무도 없었다.
“그러면 마무리를 짓지. 크리스티앙 드 배런, 그대에게 암흑의 유지를 이을 것을 명하나니, 모두에게 포부를 말해보도록.”
마지막 단계였다.
취임 연설.
그리고 크리스가 계획한 사고의 클라이맥스 순간.
그렇다.
크리스가 지금껏 사람들에게 여러 대단한 모습을 보여준 건 바로 이 연설에서 하려는 말 때문이었다.
Leave a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