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s Strategy to Conquer the Entertainment Industry RAW novel - Chapter (1)
천재 아이돌의 연예계 공략법 1화
“죄송합니다. 못 하겠어요.”
그 말을 하자마자 사방에서 날 선 시선들이 창칼처럼 나를 찔러 죽이려는 듯 날아들었다.
지독한 알코올 향 때문에 머리가 어지럽고 아팠지만, 말을 꺼낸 사장뿐만 아니라 같은 데뷔조 형동생들까지 나를 소리 없이 원망하는 것은 쉽게 알아볼 수 있었다.
바로 옆에 앉아 있던 소속사 사장이 내 어깨를 잡고 다시 한번 기회를 준다는 듯 억지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못 하겠다고?”
“네. 못 하겠습니다.”
내 말을 증명하기 위해 손을 억지로 떨쳐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탁한 눈알들이 내 움직임을 쫓았다.
“너 잘 생각해.”
“여기서 뭐를 더 생각해야 하는데요?”
“지금 고집 한 번만 꺾으면 앞으로는 네 마음대로 하고 살 수 있다. 하기 싫은 일도 하는 게 사회생활이야. 내가, 어? 말했잖아. 회사를 가족처럼 생각하라고. 가족을 위해 이런 것도 못 해? 하제야, 너 지금 이렇게 가면 다신 이쪽에는 발 못 붙일 줄 알아. 가수 하고 싶다며.”
협박하든 설득하든 하나만 하지 그래.
술에 취한 사장이 되는 대로 지껄이는 것을 듣던 나는 냉소했다.
“네, 뭐. 하고 싶었는데요. 몸까지 팔아가면서 하고 싶지는 않아서요.”
여과 없는 말에 상석에 앉아 있던 모 대기업 대표 이사라는 여자의 낯빛이 아주 살짝 변했다.
여자의 안색을 살피던 리더 형이 내게 달려들더니 간절한 어조로 애원했다.
“나 연습생 10년 한 거 알잖아. 제발. 하제야, 나 이번 기회 놓치면 데뷔 못 해. 한 번만 숙여주라.”
“이게 숙인다고 될 일이야? 정신 차려 형.”
“너… 이렇게 이기적인 놈이었어? 얼굴빨로 데뷔조 들어왔으면 너 대신 죽도록 노력한 형동생들 생각해서라도 이러면 안 되지.”
내 얼굴이 앞에 놓인 술병에 희미하게 비쳤다. 그 불분명한 형상만으로도 내가 몹시도 잘생겼음을 새삼 확인할 수 있었다.
‘잘생기면 뭐해.’
살며 가장 냉정한 표정을 짓고 있는 게 분명한 호구의 낯짝을 보니 순간적으로 기가 막혔다.
‘이 얼굴을 가지고 나처럼 한심하게 살기도 힘들겠다.’
다만 스스로에 대한 책망은 길지 않았다.
순진해 빠진 미성년자를 좋을 대로 이용해 먹은 회사에 대한 분노가 더 커야 마땅하지 않겠나.
“그래. 나 잘생겨서 들어왔다. 이 바닥에서는 외모도 실력이라며. 나는 춤 같은 거 못해도 된다고, 뭐라도 배우고 싶다고 몇 번이나 말해도 백날 엉터리 기본기만 시킨 건 회사잖아. 형이야말로 그거 알면서 그렇게 말하면 안 되지.”
생각하니까 더욱 어이가 없다.
“누가 누구보고 이기적이래? 이런 쓰레기를 내가 좋은 형이라고 생각했다니 눈깔이 장식이었지. 스폰이 그렇게 부러우면 형이나 해.”
얼음물을 끼얹은 것처럼 머리가 차갑다.
평소에는 할 엄두도 못 냈을 날카롭고 사나운 말이 이런 상황까지 몰리니 잘도 나왔다.
‘이래서 인생은 실전이라는 거지.’
평생 답답하게 막혀 있던 말문이 트이는 기분이 신선했지만 무슨 일이 더 벌어지기 전에 여기를 빠져나가는 게 먼저였다.
나는 벗어두었던 겉옷을 챙겨 입고 고개를 까딱였다.
“더 하실 말씀 없으시면 이만 가보겠습니다.”
“온하제! 거기 서!”
“참.”
문을 반쯤 열고 멈춰 서서 몸을 돌리니 지금이라도 마음을 바꿀 것 같았는지, 느슨해지는 얼굴 근육들이 보인다.
그 얄팍한 반응에 웃음만 나왔다.
“그동안 같이 지낸 의리 때문이라도 진심으로 충고하는 건데, 다들 아이돌 할 거면 외모 관리 좀 해. 특히 형은 오징어도 씹다 뱉을 것처럼 빻은 주제에 열등감 쩔어서 악플에 멘탈 털릴 거 걱정되니까.”
“뭐….”
“그래도 끝까지 좋은 사람인 척 안 한 거, 그건 진심으로 고맙다. 다들 하나같이 끝내주는 쓰레기라서 지금 이렇게 가버려도 내가 다 망쳤다는 죄책감은 없을 것 같아.”
개자식들.
“사장님은 하는 일마다 꼭 망하실 거예요. 거기 대표님도요. 아, 이 일은 저만 알고 있을 테니 걱정 마세요. 저기 앉아 계신 이사님이 우리 사장님은 감히 쳐다도 볼 수 없을 만큼 대단하신 분 같은데 어디 말하고 다니다가 칼 맞을 일 있나.”
저 미친 새끼 당장 잡아 오라는 사장의 고함과 저는 안 되겠냐고 (전) 동료가 사정 내지는 구걸하는 소리를 등지고 빠른 걸음으로 고오급 술집을 나왔다.
방금까지 있던 VIP 전용 바와 꽤 먼 곳까지 왔다고 생각했을 때, 뒤늦게 힘이 풀린 다리가 휘청이며 꺾였다.
새벽 4시 반.
근처에는 지나는 사람도 없다.
나는 마음 편하게 제자리에 웅크리고 앉았다.
“떨려서 죽는 줄 알았네….”
그간 나름 잘 지냈다고 생각한 사람들과 이렇게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던 최악의 방식으로 연을 끊는 기분이 썩 유쾌하지는 않다.
…잘 지낸 건 아니지.
돌이켜 생각해 보니 그동안 연습생 신분으로 회사 생활을 하면서 이건 아니다 싶었던 순간들도 수두룩했다.
나를 위하는 척 내 자존감을 깎아내리지 못해 안달이던 말들은 백 가지도 넘게 말할 수 있다.
단지 외면했을 뿐.
‘그런 사람들이라도 나를 생각해 준다고 믿고 싶어서.’
다 지난 일들을 이제 와서 뭐 어쩌겠나.
계약서에 도장 찍기 전에 정신 차린 걸 다행으로 여기기로 했다.
사장의 말대로 다시는 연예계에 발도 못 들일 테지만.
아무려면 어때.
그 더러운 바닥, 이제 꼴도 보기 싫다.
데뷔하기도 전부터 이런 일을 겪었는데, 실제로 연예인 하면서는 얼마나 더 더러운 꼴을 보겠냐.
“아까 그 새끼 표정 진짜 웃겼는데….”
나는 뭐 마지막까지 순진한 호구일 줄 아나.
* * *
그날 이후 어느덧 5년이 지났다.
다니던 고등학교는 데뷔하고 아이돌 활동에 집중하는 게 좋지 않겠냐는 전 회사의 꼬임에 넘어가 다른 학생 신분 데뷔조 연습생들과 함께 진작에 다 같이 그만두었었다.
고등학교 졸업장을 받는다고 해서 인생이 획기적으로 달라질 것 같지는 않기에 그 섣부른 결정에 큰 후회는 없다.
될 대로 되도록 흘려보내던 인생의 유일한 꿈이자 목표였던 아이돌을 포기한 나는…….
아주 잘살고 있었다.
여름에는 빵빵한 에어컨이, 겨울에는 뜨끈한 보일러가 함께하는 쾌적한 방구석에서 가정부 아줌마가 차려 주는 삼시 세끼 잘 챙겨 먹으며 게임에 열중하며 간간이 유×브에 영상만 올리는 날백수의 삶을 열심히도 살았다.
겪은 고난이라면 스무 살이 되자마자 다녀온 군대 말고는 떠오르지 않는다.
거기는 진짜…. 말을 말자.
지금도 군부대가 있는 쪽과 더불어 전 소속사가 있는 방향으로는 발도 안 뻗고 자지만, 거기서 데뷔한 남돌이 망돌 테크 탔다는 소식을 ‘우연히’ 들은 날에는 부모님이 아끼던 술을 땄다.
어쨌든 돈 많은 부모님은 없는 것과 다르지 않아 내가 뭘 하든 방치하고, 게임은 질릴 기미가 안 보이므로 내 인생은 앞으로도 이와 같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했다.
상상도 못 한 방식으로 내 꿈이 다시 눈앞에 나타나기 전까지는.